소설리스트

99-2화 (112/319)

19. 성장통

“왕이 미친 게 틀림없어. 그 자식이 미치지 않고서야 날 배신할 리가 없다고! 도대체 왕의 곁에 있는 자들은 뭐 하고 자빠져 있는 거야. 왕가가 마조람을 벗어나서 존속할 수나 있을 것 같으냔 말이다!”

와장창. 마조람 후작이 던진 촛대가 유리창을 부수고 떨어졌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이 그의 침실부터 서재까지 쭉 이어져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자식을 왕으로 만드는 게 아니었어. 왕비의 가문에, 내 가문의 지원까지 다 등에 업고도 그 정도밖에 못 하는 무능한 왕인 주제에!”

마조람 후작은 그의 측근 중 하나인 상인연합 대표가 감옥에 끌려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기가 막힐 일인데, 놈이 은밀하게 별장에 감춰 놓았던 비밀 금고가 털려, 범죄 장부가 왕에게 넘어갔다는 소식도 들었다.

왕실 기사단이 상인연합을 뒤집고 있었다.

가슴이 서늘했다. 해방군과의 연결고리를 끊어 내느라 가뜩이나 조급해진 그의 마음이 불안을 분노로 받아들였다.

“이깟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왜 이렇게 내 말을 안 듣는 건가! 쓸 만한 놈이라곤 하나도 없어, 이 버러지들! 쓰레기 같은 놈들!”

촛대도 모자라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한꺼번에 쓸어버린 후작이, 이번에는 주먹으로 장식장을 후려쳤다.

그러자 집사가 다가와 후작의 주먹을 잡고 막았다.

“후작님, 진정하십시오.”

“놔! 이 건방진 새끼가…… 지금 뭐 하는 거야!”

“다치십니다. 제발 진정하시고…….”

퍼억! 후작은 화를 참지 못했다. 그를 말리는 집사에게 주먹질하고, 쓰러뜨린 다음엔 발로 밟았다.

집사는 반항하지 않았다.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신음 한번 흘리지 않고 후작의 폭력을 견뎠다.

“나만 잘살자고 한 짓인가, 이게? 다 왕을 위한 거였어! 이 나라가 나 없이 잘 돌아갈 것 같아? 그깟 비자금 몇 푼, 그깟 노예 새끼들 때문에! 은인이나 다름없는, 이 나를!”

집사의 코와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바닥에 깔린 유리 조각 때문에 그의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그때 후작 부인이 서재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그녀는 높은 소리로 후작을 나무랐다.

“정신 차려요! 당신이 무슨 길거리 시정잡배예요? 마조람의 주인이라는 사람이 그 정도밖에 안 되냐고요! 왜 죄 없는 집사에게 화풀이하는 거죠?”

“뭐라고?”

“집사, 일어나. 어서 의사에게 가 보게.”

“제 잘못입니다. 후작 부인, 다 제가 잘못한 탓입니다.”

“당장 나가라고 했잖은가!”

후작 부인이 집사를 엄하게 다그쳤다. 그러자 집사가 서둘러 일어나더니 후작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서재 밖으로 나갔다.

“이제 당신도 나를 무시하시오?”

후작이 날카롭게 웃었다. 후작 부인은 남편이 자신을 노려보자, 그보다 훨씬 살벌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천박하게 굴지 마세요.”

“뭐…… 뭐라고? 이게 지금……!”

후작이 부인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마엔 핏줄이 굵게 튀어나오고,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그는 부인을 때리지 못했다. 한쪽 손을 치켜든 채로 부들부들 떨었다.

후작 부인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그런 남편을 지켜보았다.

“진정하고 앉아요. 대책을 논의해야죠.”

그러곤 자신이 먼저 우아하게 소파에 앉았다.

“분명 왕의 뒤에 누군가 있어요. 우리가 아는 국왕은 아들의 죽음 앞에서 이런 일을 도모할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배후를 찾아야 한다.

후작 부인이 맹점을 짚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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