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이 빠르고, 남의 불행은 중독성이 있다.
연회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귀족들이 드러내놓고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눈치챈 크리스틴이 불안한 듯 주위를 돌아보았다.
“무슨…… 무슨 일이에요?”
“이 발칙한 것들이 감히 왕족의 행사에서 소란을 피워?”
1왕자가 짜증을 냈다. 그는 자신의 측근을 손짓으로 불러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이내 브레웨 아카데미에서 심사 여하에 따라 크리스틴의 졸업생 자격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뭐야?”
잘못 들은 줄 알았다. 1왕자는 몇 번이나 되물었다. 나중엔 다른 사람을 불러 확인해 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브레웨 아카데미에서 크리스틴의 부정행위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학장을 중심으로 조사 위원회가 소집되었다.
말도 안 돼. 크리스틴은 무너져 내렸다.
악몽이 실현되었다. 시험지에 처음으로 율리아의 이름을 적어 냈던 날부터 지금까지 집요하게 이어져 온 악몽이었다.
언젠가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율리아가 폭로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러면 자신은 두 번 다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 되리라.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미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율리아를 죽이기 위해 하이에나가 추적을 시작했다고 했을 때, 그토록 짜릿한 안도감을 느꼈던 것이다.
1왕자가 짜증스레 물었다.
“크리스틴, 저 말이 사실이야? 네가 부정행위를 저질러서 졸업 자격이 취소된다잖아?”
“왜, 왜…… 왜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취소하다니, 누구 마음대로 그런 걸 결정해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
“크리스틴.”
“다시 말해 봐요. 뭔가 잘못된 걸 거예요. 어디서 그런 거짓 소문을 주워듣고 와서! 남의 약혼식을 망쳐요!”
“크리스틴, 진정해.”
크리스틴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지금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였다.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그러자 1왕자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윽박질렀다.
“크리스틴 마조람! 지금 누구에게 소리를 지르는 거야.”
“전하…….”
“지금 누구보다 황당한 사람은 나라는 걸 알아 둬. 브레웨 훈장의 주인이 될 거라고 해서 곁에 뒀는데, 훈장은커녕 학위까지 거짓이었다고? 하! 이 약혼의 피해자는 네가 아니라 나야. 후작만 아니었다면 애초에…….”
너와 약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리스틴은 1왕자가 얼버무린 뒤의 말까지 모두 알아들었다.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21년 인생, 그녀에게 최고의 자랑이었던 것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