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내연녀
왕궁이 발칵 뒤집혔다. 연회에 이어 국왕과 무혈 제독의 등장, 거기에 해방군의 시위까지. 사람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벌벌 떠는 자가 있는가 하면, 오늘이 오르테가의 멸망 기념일이냐며 웃고 떠드는 자도 있었다.
그중 가장 큰 화를 입은 건 우습게도 친제국파의 우두머리인 마조람 후작이었다.
무혈 제독이 친제국파인 1왕자 파벌의 연회장에 가지 않은 것도 모자라, 국왕까지 샤트린의 곁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제독에게 최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심어 줘야 하는 중요한 날에 해방군이 기습적인 시위까지 벌여 댔으니, 사람들은 친제국파가 있어 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물었다. 그들도 결국엔 하는 일은 하나도 없이 입으로만 떠드는 귀족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1왕자의 기분은 바닥을 쳤다.
귀족들이 샤트린을 버리고 자신의 연회장으로 몰려온 것까지는 좋았다. 시종을 보내 건방진 여동생을 조롱한 것도 유치하지만 썩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고 여겼다. 시종이 뺨을 맞고 돌아왔어도 괜찮았다.
그런데 그 귀족들이 철새 떼처럼 연회장을 빠져나가 샤트린에게 갔다. 카루스 란케아 때문이었다.
황제의 기사 따위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이 난리인지, 1왕자는 만난 적도 없는 그에게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다 보니 이번 연회를 기획한 크리스틴이 그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나가.”
“전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중요한 얘기예요.”
“나가라고 했어.”
“이렇게 감정적으로 나설 일이 아니에요. 일단 해결책부터 생각해야죠. 도대체 왜 이렇게 어린애처럼 구시는 거…….”
“크리스틴 마조람!”
1왕자의 고함이 그의 궁을 쩌렁쩌렁 울렸다.
“이제는 네가 나를 가르치려 드느냐? 마조람의 딸은 왕자를 어린애라고 불러도 되는 존재인가? 귀족들이 너를 공주처럼 떠받드니까 진짜 왕족이라도 된 것 같나? 말해 봐, 크리스틴. 네가 바실리보다 나은 게 뭐가 있는지!”
크리스틴의 얼굴빛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심한 모욕을 당한 기분이었다. 아버지나 어머니, 심지어는 가문의 원로들도 그녀를 이렇게 대하지는 않았다.
“……물러가 보겠습니다.”
“당분간 왕궁에 발을 들이지 마라. 내가 부를 때까지는.”
크리스틴이 입술을 깨물고 몸을 돌렸다. 궁 밖으로 나가는 그녀의 얼굴이 창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