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과 외딴섬에 갇혀버렸다 (220)화 (220/234)

* * *

루제프는 힘겹게 숨을 들이쉬었다. 귓가에 그의 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허억. 허억.

숨을 헐떡이며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 턱 끝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피투성이인 루제프와 달리 로하데 후작과 린네하온은 비교적 멀쩡해 보였다.

루제프는 들고 있던 창을 고쳐 쥐었다. 그리고 민첩하게 창을 휘둘러 로하데 후작이 던진 불기둥을 막아낸 뒤, 뒤를 돌아 린네하온의 창을 막아냈다.

챙-

루제프와 창을 맞댄 채로 린네하온이 짜증스럽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만 좀 항복하지? 그럼 자비를 베풀어 편히 죽여줄게.”

루제프 역시 창을 한 바퀴 휘두른 뒤, 상체를 숙여 자세를 갖추곤 까칠하게 대답했다.

“그건 내가 할 소리인데.”

린네하온도 겉은 멀쩡했으나 지친 기색이 역력하긴 매한가지였다.

신관들이 가지고 있는 치유의 힘은 스스로를 위해서 사용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신께서 주신 치유의 힘을 공격과 살상의 용도로 변형시켜 사용할 때는 그 제약이 더욱 심했다.

로하데 후작이 마법진을 발동하자 루제프의 발밑으로 쇠사슬이 튀어나와 그의 발을 묶었다. 그와 동시에 린네하온이 창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으윽.”

“주교님!”

바네사의 비명같은 외침이 들려왔고 창에 옆구리를 깊게 베인 루제프가 신음을 뱉으며 주저앉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린네하온이 등 뒤로 다시 창을 휘둘렀을 때였다.

챙!

어디선가 튀어나온 날 선 장검이 린네하온의 창을 가로막았다.

“젠장, 뭐야?”

린네하온이 거친 숨을 뱉으며 고개를 돌리자 짙은 밤색 머리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란그리드 제국군의 인장이 박힌 망토가 눈에 띈다. 거기다가 갑옷의 모양이 근위대 소속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주교님, 괜찮으십니까? 대체 어찌 이곳에 홀로 계시는 겁니까?!”

디에고가 루제프의 상태를 살피곤 린네하온의 창을 거칠게 쳐냈다. 이어서 달려온 마르셀은 루제프의 앞을 가로 막고 서서 로하데 후작의 공격을 막아냈다.

마르셀과 디에고가 각각 루제프의 왼쪽과 오른쪽을 엄호했고 그들 형제가 지휘하는 제국군이 린네하온과 로하데 후작을 에워쌌다.

루제프는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으나 아랑곳없이 자신의 뒤에 주저앉아 있는 바네사를 가리켰다.

“플로네 영애의 하녀입니다. 보호해주십시오.”

이윽고 그는 손에 쥔 창을 손안에서 휘두르며 린네하온을 향해 다시 달려갔다.

린네하온 또한 발현시킨 창으로 루제프의 공격을 막았지만, 완력 면에서도 루제프에게 밀리는 형국이었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로하데 후작이 혀를 차고는 발밑으로 마법진을 만들었다.

워프를 하려는 기미가 보이자 디에고 형제가 달려들었지만 이미 그는 게이트를 발동시킨 뒤였다. 로하데 후작은 곧 환한 빛과 함께 시야에서 사라졌다.

루제프와 창을 맞대던 린네하온이 놀라서 로하데 후작이 홀로 도망친 자리를 돌아봤다.

“크헉!”

그러다가 기어코 루제프의 창에 복부를 관통당하고 피를 쏟았다.

루제프는 그의 복부를 관통한 창을 조금 더 비틀었다. 그리고 코앞에 있는 린네하온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세상에 노력 없이 얻는 건 없어, 린네하온.”

그가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간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통받으며 인내해왔던가.

린네하온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리며 입을 뻐끔거렸다. 무언가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쉴새없이 피가 쏟아지는 통에 말을 꺼내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그는 루제프에게 마지막 말조차 남기지 못한 채 그렇게 눈을 감았다.

루제프는 손에 쥔 창을 소거했다. 새하얀 빛무리로 이뤄진 창이 사라짐과 동시에 린네하온의 사체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마르셀이 곧장 바네사를 일으켰다. 디에고가 루제프를 부축하며 물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디에고의 부축을 받아 몸을 움직이던 루제프가 그의 물음에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쓰러진 린네하온에게 다가갔다.

린네하온의 품을 한참 뒤적인 루제프는 목적한 것을 찾지 못하고 와락 인상을 구겼다.

“린네하온이 마력석을 가지고 이곳까지 도망 왔습니다. 그런데 린네하온에게는 없는 것을 보니 나머지 마력석을 로하데 후작이 전부 가져간 모양입니다.”

“마력석이요? 영상구로 전하께 듣긴 했습니다. 남은 마력석이 몇 개 있습니까?”

“로하데 후작이 7개의 마력석을 가져간 것 같습니다.”

루제프가 그렇게 대답하며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꺼내어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손바닥 안에는 못생기고 울퉁불퉁한 돌덩이 하나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제가 빼돌렸습니다.”

마력석을 획득하는 대로 파괴해야 한다고 예전에 마거릿이 말했다. 지니고 있으면 위험하다고.

‘마거릿의 애완뱀이 이 마력석을 파괴하며 힘을 얻는다고 했었는데…….’

“얼른 이걸 플로네 영애께 전해드려야겠습니다.”

루제프는 손에 쥔 마력석을 주머니에 넣었다.

* * *

부둣가에서 마거릿 일행을 만나기 5시간 전, 란그리드 남부 해역.

제나스는 파도가 거세게 치는 절벽 위에 서서 가만히 바다 풍광을 지켜봤다.

이곳에선 알레아 섬이 보이지 않았다. 가시거리 안에 위치한 섬이 아니기 때문에 선박을 타고 조금 더 들어가야만 했다.

제나스는 플로네 공작 성에서 마거릿에게 알레아 섬으로 찾아오란 말을 남긴 뒤 곧장 란그리드 남부 해안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이곳에 서서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그는 로브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슬슬 로하데 후작이 올 때가 됐는데.”

조용히 중얼거리는 말에도 카이든은 반응이 없다. 제나스는 결국 직접 카이든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 후손님, 이유가 뭐야? 이대로 정말 죽고 싶어서 그러는 건가? 물론 나야 고맙지만, 굉장히 찝찝한데.]

‘생각 중이야.’

답변을 하지 않을 거란 예상과 달리, 카이든에게서 답변이 돌아왔다. 완전히 동면에 들어갔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니면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던가.

제나스는 그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동면에 들어간다는 것은 곧 죽음이다. 제나스가 그의 몸을 온전히 차지하면 동면에서 깨어난다고 해도 돌아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로하데 가문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오르던 카이든의 매서운 눈빛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런데 그 대단한 호승심이 어떻게 이렇게 단숨에 꺾여버릴 수가 있는지.

뭐, 그의 정신력이 무너진 덕분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제나스에게는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덕분에 일이 쉬워졌으니.

[후손님, 설마 마거릿 때문에 그러는 건가?]

이번엔 들려오는 답이 없었다.

그를 부른 곳은 다른 방향이었다.

“제나스 님.”

제나스는 등을 돌렸다. 그의 시야에 피투성이가 된 로하데 후작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제나스가 로하데 후작을 발견한 순간, 카이든에게서 반응이 왔다.

그건 생각보다도 다소 격렬한 감정이었다. 로하데 후작을 향한 분노에 가까운 그런 감정.

제나스는 미간을 좁혔다. 몸을 온전히 지배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마력석을 회수해서 힘의 일부나마 회복해야 했다.

“마력석은.”

제나스의 물음에 로하데 후작이 마법사 로브의 주머니에서 묵직해 보이는 낡은 주머니를 꺼내었다.

마력석을 손에 쥔 로하데 후작의 눈빛이 흐렸다.

마력석을 손에 쥐고 있으면 자신의 내면에 가진 욕망에 의해 정신이 지배당한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 장시간(예컨대 한 달 이상) 노출이 되면 세뇌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이 세상에서 마력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말이다.

로하데 후작에게서 주머니를 받아든 제나스는 마력석의 개수를 세었다. 마력석은 총 7개였다.

‘그 뱀 녀석이 마력석을 다섯 개 정도 먹었다는 말은 들었는데.’

파티에서 마거릿이 3개를 획득한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하나는 분실?

“이게 전부인가? 7개인데.”

제나스의 물음에 로하데 후작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했다. 그는 린네하온에게서 넘겨받은 마력석의 개수를 미처 파악할 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 아마도 나머지는 플로네 공작 성에서 분실한 모양입니다.”

제나스는 찝찝한 얼굴로 마력석을 내려다봤다.

어차피 마력석을 가지고 그걸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건 제나스뿐이었다. 게다가 마거릿이 가져간 마력석은 그녀의 애완 뱀이 전부 먹어치우며 파괴했다고 하지 않던가.

……한데, 만약 파괴한 것이 아니라 자신처럼 흡수를 한 것이면?

‘그런 거라면, 그 뱀부터 죽여야겠군.’

턱을 쓰다듬으며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제나스는 마력석을 손안에 흡수했다.

손을 타고 흘러나온 은은한 푸른빛이 점차 그의 온몸을 감싸고 발광했다. 카이든의 몸 안에 모래알처럼 흩어진 제나스의 영혼들이 한데 모여 뭉치기 시작했다.

하아-

제나스는 양 팔을 벌리고 공기를 들어 마셨다.

바로 이 기분이다.

제대로 된 육체를 가진 기분.

힘이 완벽하게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카이든의 몸을 뜻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제나스는 개운한 얼굴로 제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로하데 후작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린네하온 대주교는? 연락받은 바에 의하면 그놈이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카이든의 몸을 차지하고서 제나스는 곧장 로하데 후작에게 연락을 취했었다. 그리고 그때 로하데 후작이 그에게 말했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면 린네하온 대주교기 마력석을 전부 회수하여 란그리드 남부해역으로 오겠다고.

“죽었습니다.”

“죽어?”

“생존자 일행 중 한 명이 따라붙었습니다. 루제프 대주교 말입니다. 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럼 그 루제프 대주교는 죽었나?”

“……지원군이 있었습니다. 란그리드 근위대로 보였습니다.”

“하. 됐어. 그건 됐고.”

제나스가 실망한 얼굴로 손을 휘저어 말을 가로막자 로하데 후작이 흠칫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제나스는 가만히 로하데 후작의 정수리를 노려보다가 좋은 생각을 떠올린 듯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하명하십시오.”

“내가 신호를 보내면 알레아 섬에 진입하도록 해.”

“진입만 하면 되는 겁니까. 마법사들을 대기…….”

“아니 그건 됐어. 진입만 하면 된다.”

제나스의 딱 자른 명령에 로하데 후작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나타는 실험 섬을 고안할 때, 실험이 실패했을 경우를 위한 대비책을 만들어뒀었다. 시공간을 비트는 결계 외에 추가로 폭발 감지 마법진을 설치한 것이다. 외부에서 섬을 찾으면 증거 인멸을 위해 섬이 폭발하도록 설계됐다.

제나스는 섬에 남아있는 마력을 회수할 것이다. 그런 다음, 실험 섬 생존자들이 섬에 진입하도록 유도해서 그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계획이었다. 물론 마거릿은 제외하고.

“내가 섬에 들어가서 그간 모은 마력을 회수해올 테니까 넌 여기서 신호를 기다려.”

마거릿에겐 알레아 섬에 마력석이 더 있을지도 모른단 말을 했지만, 그건 그저 그녀를 알레아 섬으로 꾀어내기 위해 한 거짓말이었다.

그에겐 천 년 간 모은 마력만큼이나 마거릿의 영혼이 필요했으니까.

“배를 타고 들어가시는 겁니까? 그럼 제가 선박을 구해오도록…….”

“하……. 생각이라는 걸 좀 하자. 천 년 동안 외부에서 실험체들을 섬에 어떻게 옮겼겠냐.”

제나스가 한숨을 내쉬자 로하데 후작이 흠칫 제나스의 눈치를 봤다.

“섬에 ‘문’이 있다. 그곳의 좌표를 아는 건 나뿐이고.”

제나스의 설명에 로하데 후작이 그제야 이해한 얼굴을 했다.

“그만 가봐.”

제나스의 말에 로하데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삐 사라졌다. 제나스의 명령대로 알레아 섬으로 진입할 배를 공수하기 위해서였다.

제나스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간을 가늠했다. 마거릿이라면 공작 성을 정리하는 대로 그를 따라 올 것이다.

이제 올 때 즈음이 됐는데.

슬슬 마거릿을 데리러 가야겠다.

다른 차원에 다녀온 영혼. 마거릿은 그의 마지막 열쇠다. 그녀만 제 곁에 붙잡아 둔다면, 무너진 차원은 영원히 메울 수 없을 것이다.

제나스는 저를 증오하는 눈빛으로 노려보며 죽이고 싶다 말하던 마거릿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얼굴이 눈물로 얼룩져 제게 살려 달라 애원할 걸 생각하자니 벌써부터 신이 났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 * *

란그리드 남부 해안.

제나스는 부둣가에 서서 마치 신이 인간을 굽어 살피듯 그런 자애로운 모양새로 우리를 쳐다봤다.

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 건지 모르겠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텐데.

‘그럼 설마……, 저 녀석이 마력석을 벌써 획득한 걸까?’

나는 린네하온과 함께 분실된 마력석을 떠올렸다.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제나스가 어느 정도 힘을 되찾았다는 말과 같았다.

그럼 카이든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때 귓가에 제나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마거릿을 데려갈 수 있게 해줘. 그럼 너희 모두 살려줄게.”

제나스가 선심을 쓰듯이 말했다. 또다시 나를 인질로 잡겠다는 소리일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에녹이 칼같이 대답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제나스는 눈썹을 까딱하고는 에녹을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나는 제나스를 향해 조명탄을 겨눈 채로 물었다.

“나를 데려가서 뭐 하려고?”

제나스가 그제야 나를 다시 돌아본다.

“보호해줄게.”

“거짓말.”

“정말인데. 난 네가 필요해.”

“어디로 갈 건데?”

“알레아 섬으로.”

“거긴 왜? 목적이 뭔데?”

“질문은 여기까지.”

또다. 의문만 남기고 정작 중요한 질문은 전부 차단해버리는 것.

나는 그가 조금 전 한 말을 잠시 곱씹었다.

알레아 섬으로 간다라…….

자동폭발장치가 있어도 제나스가 섬 안에 있다면, 섬을 폭발시키려고 하진 않을 게 분명했다. 제나스가 무얼 하듯 옆에서 막을 사람이 필요했다. 게다가 그의 몸 안엔 카이든이 있지 않나.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에녹을 돌아봤다.

“안 돼.”

에녹은 내가 저를 쳐다보자마자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 그리고 그때 얌전히 상황을 지켜보던 유안나가 나섰다.

“제 의견도 같아요. 안 됩니다.”

그녀의 단호한 말에 아스달도 동의하며 말을 보탰다.

“나도 뭐 말할 것도 없이, 영애는 내어 줄 수 없어. 영애가 무슨 물건인 줄 아나?”

그러자 제나스가 피곤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발을 굴렀다.

“그래, 뭐. 어차피 그 섬을 모두의 무덤으로 만들어주려고 하긴 했어. 그걸 원한다면야.”

그의 발밑에서부터 퍼져 나온 새하얀 빛이 곧 부둣가 바닥 전체를 뒤덮었다. 멀리서 정찰을 나갔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게 보였다.

근처에 있던 몇몇 기사들은 우리와 함께 제나스가 펼친 마법진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발밑으로 그려진 거대한 마법진은 이내 빛을 내뿜었다. 워프게이트와 비슷한 수식으로 보이는 마법진이었는데 이건 그것보다도 크기가 훨씬 컸다.

제나스가 우리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함께 돌아가지. 우리의 섬으로.”

그래, 차라리 잘됐다. X 같은 섬으로 돌아가 보자. 거기가 네 무덤이 될 테니.

나는 제나스를 노려보며 새하얗게 점멸하는 시야에 눈을 감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