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과 외딴섬에 갇혀버렸다 (131)화 (131/234)

별다른 뜻은 없었고 정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서 한 말이었다.

아, 혹시 옆에서 내가 하는 걸 지켜보게 해 준다는 말을 거둬 준다는 걸로 잘못 이해한 건가?

디에고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고는 고개를 숙였다.

“거둬 주시는 게 아니라도 불침번은 서겠습니다.”

“그럼 나와 함께 서지.”

장검을 허리춤에 찬 채, 팔짱을 끼고 있던 에녹이 조용히 말했다. 절대 쉬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잔뜩 야윈 자신의 얼굴을 한번 쓸어내린 디에고는 얌전히 에녹을 따라 결계 밖으로 나갔다.

“우린 자자.”

카이든이 내 손을 잡았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던 루제프가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상황입니까?”

“넌 알 거 없고 얌전히 동굴 앞이나 지켜.”

“제가 무슨 집 지키는 개인 줄 압니까?!”

“응.”

카이든이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루제프가 또다시 화를 잔뜩 삼켜 붉어진 얼굴로 그를 노려봤다. 하지만 카이든은 귀를 후비적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구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줄 알아.”

그 말에 루제프가 불현듯 내게 고개를 숙였다.

“아, 감사 인사가 늦었습니다, 플로네 영애.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한텐 감사하다고 안 하냐? 이 결계 덕분에 네 녀석이 살아 있는 거야.”

“결계고 뭐고, 당신은 플로네 영애가 아니었음 절 구해 줄 생각도 없으셨잖습니까.”

카이든과 루제프가 또다시 말다툼을 시작했다. 나는 다 귀찮아져서 그만 동굴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던 카이든과 루제프가 다가왔다.

“마거릿, 힘들어?”

“괜찮으십니까?”

“피곤한데, 두 사람이 너무 시끄러워서 힘들어.”

내 말에 두 남자가 얌전히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든이 주섬주섬 동굴 안으로 들어와 내 옆에 누웠고 루제프는 눈치를 보더니 동굴 입구에 얌전히 기대앉았다.

“마거릿, 안아 줄까?”

“영애께 수작 부리지 마시죠. 전하께서 오시면 보고 드릴 겁니다.”

카이든의 말을 들었는지 동굴 입구에 있던 루제프가 우리를 돌아봤다. 내게로 팔을 뻗던 카이든이 흘끗 동굴 입구를 쳐다봤다.

“보고는 무슨, 황태자가 네 상관이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냥 나갈까?”

두 남자가 얌전히 입을 다문다.

나는 그제야 조용히 눈을 붙일 수 있었다.

그래도 루제프와 무사히 만난 건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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