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다른 생존자가 있었다.
차차 정신이 돌아왔다.
눈을 뜨자 처음 보인 건, 한낮의 새파란 하늘이었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오래도록 하늘만 올려다봤다.
‘꿈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습한 공기가 안면을 훅 강타한다. 익숙한 패턴이다.
나는 이제 외딴섬의 공기마저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섬이구나.”
자리에 앉아 주변을 살펴보니 처참한 건 내 몰골뿐이었다. 드레스가 홀딱 젖어 있었다. 머리도 축축했다. 종아리까지는 옅은 강물에 잠겨 있었다.
‘은지는 카이든하고 있을 테니 걱정 안 해도 되겠지.’
몸을 움직이려는데 배에서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윽.”
놀라서 배를 움켜쥐었는데 손에 피가 배었다.
“제기랄, 너무 아파.”
허리를 조심해야 했는데……. 나는 어깨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크로스백을 풀고 드레스를 벗은 다음, 슈미즈의 끝단을 들어 올려 복부의 상처를 확인했다.
어디에 부딪혔는지, 배에는 찍힌 상처가 있었다. 상처에 슈미즈 천이 붙어서, 떼어 낼 때 굉장히 쓰라렸다.
“후우, 후. 아앗, 제기랄.”
나는 결국 눈물을 줄줄 흘렸다. 너무 아파. 훌쩍이며 눈물을 훔친 난 심호흡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단 다시 드레스를 주워 입었다. 아주 힘겹게.
‘그렇다고 노을이 질 때까지 이곳에 있을 수는 없는데.’
크로스백마저 물에 젖은 것을 보고 가방을 풀어 내용물을 살폈다.
“세상에, 안 돼…….”
가방을 거꾸로 뒤집어 탈탈 털어 봤는데, 수첩이고 상비약이고 전부 홀딱 젖어 있었다. 가장 중요한 조명탄마저 물을 먹은 걸 보고 절망이 밀려왔다.
“혼자 낙오됐는데, 부상을 당하고 무기도 없다니.”
상황이 이러하니, 노을이 지는 시점부터는 절대 움직이지 말고 어딘가에 숨어 있어야 한다.
숨을 장소를 찾으면서 이동을 하는 건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 게 분명했고, 그렇게 되면 어디 있을지 모르는 일행들과 만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할지 모르겠다.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