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 어감이 이상한데.”
카이든은 그렇게 말했지만, 은지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내 다리에 매달려서 몸을 비비적거리며 좋다고 요란법석을 떠는 걸 보니.
하지만 다리에 닿는 싸늘한 비늘의 감촉은 여전히 너무도 생경했다.
“으아악!”
놀라서 반사적으로 다리를 들어 올렸는데 그 탓에 은지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난 깜짝 놀라서 뱀의 비늘 감촉이고 뭐고 은지를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괜찮니?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놀라서 그랬어.”
내 손바닥 위에 기절한 듯이 누워 있던 녀석이 눈치를 보더니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보아하니 하나도 다친 구석이 없는데 아픈 척이라도 한 것 같았다.
“……너 왜 기절한 척해. 놀랐잖아!”
그러나 잔소리를 듣고도 녀석은 해맑은 얼굴로 손바닥에 다시 벌러덩 누웠다.
“그것 참 이상하네.”
가만히 우리 둘을 지켜보던 카이든이 턱을 괴고는 입을 열었다.
“너 이 뱀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돼? 난 얘가 뭘 하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넌 아는 것 같아서.”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내가 은지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는 걸.
표정도 없는 뱀의 얼굴만 보고 얘가 지금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는가.
하지만 지금 나는 녀석의 감정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었다.
“이거 진짜로 너한테 각인한 마물인가 본데?”
카이든의 말에도 은지는 내 손바닥 위에 벌러덩 누워 태연하게 쉬고 있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사실 이 상황에서 카이든의 가정 말고는 추측 가능한 답안이 없었으니까.
내게 각인된 마물이라 나를 주인으로 인식하는 거라면, 내게 해가 될 녀석은 아니라는 거다.
그건 다행이네. 에녹이 보고 뭐라 할지는 조금 궁금했다.
“그래, 일단 가자.”
나는 은지를 드레스 주머니 안에 넣었다. 녀석이 꼬물거리더니 주머니 밖으로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주머니를 토닥토닥 두드려 준 뒤, 나는 카이든과 함께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다들 걱정하고 있을 테니 서둘러야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우리가 없는 사이 오두막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