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손가락만 했던 게 지난번에 봤을 땐, 주먹만 하게 커져 있더니 이번엔 그보다 더 커진 것 같다.
“뭐야, 마거릿. 이거 그건 것 같지? 절벽에서 봤던 그거.”
카이든이 미간을 좁히고는 쭈그려 앉아 알을 살폈다.
“그거…… 성장하고 있는 게 맞는 것 같아.”
“어?”
“그리고 날 자꾸 따라다녀.”
“이게……?”
카이든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와 알을 번갈아 쳐다봤다.
“하긴, 숲에 놔뒀던 게 절벽 앞에서 발견된 것도 이상하지.”
“근데 이게 진짜 마물이면 어쩌지?”
내 말을 들은 카이든이 곰곰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은색 알을 노려봤다.
“불길하니까 치우는 게 좋겠어.”
카이든이 알을 만지려고 손을 뻗기에 나는 황급히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할게. 너 다치면 어떡하려고.”
카이든은 납득한 얼굴로 손을 뺐다. 역시나 알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려다가 푸쉬식 꺼지는 게 보였다. 카이든이 기겁하며 알을 쳐다봤다.
“그래도 조심해, 마거릿.”
그의 당부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알을 들었다.
“괜찮아?”
“괜찮아. 그냥 알이 좀 따끈따끈하네.”
나는 다시금 알을 요리조리 살폈다. 크기가 왜 자꾸 커지는 걸까? 얼마나 더 커지려는 거지?
“아무래도 마물이 맞는 것 같아. 손가락만 했던 알이 이렇게까지 성장하다니, 뭔가 불길해.”
내 말에 카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멀리 버리고 오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따라 잠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에 알을 내려다 놓고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얌전히 나무뿌리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다.
내가 안쪽으로 들어갔고 카이든이 입구 쪽에 누웠는데 아무래도 자리가 비좁다 보니 바짝 밀착해서 잠들 수밖에 없었다.
불편해서 자꾸 몸을 꿈틀거리고 있던 중이었다.
두터운 팔이 내 허리를 휘감았다. 돌아누운 등에 단단하고 따뜻한 품이 와닿는 것이 느껴졌다.
놀라서 빳빳하게 굳은 채로 고개를 드니, 카이든의 붉은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불편해 보이는 것 같아서. 차라리 이러는 게 나을 것 같아. 좁잖아.”
그가 아무런 사심도 없어 보이는 얼굴로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 멀뚱히 눈만 깜빡였다. 카이든은 정말로 아무런 사심도 없는 것 같아 보이는데 여기서 내가 그를 밀어내면 이상한 그림이 될 것 같다.
실제로 이 좁은 나무뿌리 안에서 안고 있는 편이 잠들기 더 수월했고.
나는 결국 아무런 반박 없이 그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그때, 침묵을 가르고 카이든이 다시 말을 꺼냈다.
“마거릿. 그냥 우리 이렇게 둘이 지내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
그가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귓가에 나지막한 음성이 어른거렸다.
나는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기대고 목을 살짝 움츠렸다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카이든의 붉은 눈동자와 다시금 시선이 마주쳤다. 나를 빤히 내려다보던 그가 답지 않게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우리끼리 떠날래?”
분명 에녹도 내게 이런 제안을 했었다. 단둘이 떠나자고. 처음처럼.
“……우리끼리 떠나도. 성녀님이 가진 열쇠가 없으면 의미가 없잖아.”
게다가 오두막에 있을 카이든의 배낭에 생존 키트(약품과 여분의 폭탄 등)가 있어서 그것만큼은 챙겨야 했다.
나는 그와 ‘함께 떠나고 싶다’, ‘떠나기 싫다’를 대답하기보단 현실적인 답안을 고려했다.
나를 빤히 보는 붉은 눈동자가 내 속내를 가늠하듯이 가늘어진다.
“너는 머릿속에 생존밖에 없지?”
“그럼 이 상황에서 뭘 더 생각해야 해?”
내 물음에 카이든이 잠시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상태라서 그런지 그의 가슴팍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조차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참 후에 떨림이 잦아들더니 카이든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얼굴이 지나치게 가까웠다.
“뭐, 아무렴 좋아. 계속 변하지 말고 그렇게 있어 줘.”
그가 부드럽게 팔을 끌어당겨 나를 꼭 안았다. 이윽고 그가 내 머리에 자신의 턱을 기대고는 말했다.
“어차피 넌 다른 놈들한테도 그렇게 답할 거잖아.”
그의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만 작게 끄덕였다.
그러자 그의 몸이 잔잔하게 떨려 왔다. 그가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럼 돼. 난 그거면 돼.”
물론 나는 영문을 모르고 그의 품에 안겨 눈만 깜빡였다.
대체 뭐가 그거면 된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