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뒤에 디에고가 나무통(카이든이 냄비 대용으로 만들어 둔 것)에 손질한 오리와 물을 가득 담아 왔다. 그러곤 활활 불이 타오르는 장작 위 지지대에 냄비를 걸었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고소한 냄새가 오두막 가득 퍼졌다. 그제야 2층 방으로 사라졌던 아스달이 내려왔다.
‘자꾸 무임승차하는 놈한테도 밥을 나눠 줘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이 됐지만, 달리 방도는 없어서 일단 내버려 뒀다. 어차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열쇠의 용도에 대해서만 알아내면 떠날 거니까, 그때까지만 참자.
인내를 기르며 나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 디에고가 코코넛 그릇에 배식해 주는 오리 스튜를 받아 들었다.
주방에 놓인 식탁은 1인용이라 주로 요리(요리라고 하기도 사실 민망하다)를 할 때만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넓은 바닥에 앉았다.
아스달조차도 에녹을 두고 저 홀로 그 식탁에 앉기는 민망했는지 우리 옆에 따라 앉았다.
스튜에 섞인 살코기가 많지는 않았다. 새끼 오리 두 마리로 7명이 식사를 하려니까 어쩔 수 없지 뭐.
나야 괜찮지만, 함께 있는 남자들에겐 곤혹스러운 일임이 분명할 거다.
‘그래도 오랜만에 고기를 먹으니까 행복하네.’
나는 코코넛 그릇을 기울여 국물을 후루룩 마셨다.
‘김치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스튜를 비워 가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카이든이 턱을 괴고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지만 않았어도 계속해서 식사를 이어 갈 수 있었을 거다.
나는 결국 코코넛 그릇을 내려놓고 그를 마주 쳐다봤다.
그러자 카이든이 기다렸다는 듯이 씨익, 미소를 짓는다. 예쁘기는 정말 예뻤다.
“오리 좋아하나 보네, 마거릿. 난 너 좋아하는데.”
쿨럭. 사레가 들린 건 내가 아니라 루제프였다. 그가 숨넘어갈 듯이 연신 기침을 해 대자 디에고가 조용히 물을 가져왔다.
루제프가 좀 진정이 되는 걸 보고 나는 카이든을 향해 대꾸했다.
“아닌 거 다 알아. 그냥 날개나 뜯어.”
면박을 받고서도 뭐가 좋은지 카이든은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의 호의를 마냥 좋다고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찜찜한 얼굴로 카이든을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원작 불변의 법칙이라고, 이러다가 다른 방식으로 죽임을 당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래, 원작이고 나발이고 일단 탈출, 생존만 하면 되지.’
나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자.
그런 다짐을 하는 중에 에녹과 아스달이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가시게 굴지 말고 먹어라. 마거릿이 불편해하지 않나.”
“아니, 말도 못 하나? 맛이 없다고 불평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예나 지금이나 자네는 정말 융통성이라곤 없군.”
“융통성 같은 소린 집어치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받아먹기만 하는 자네에게 발언권 따윈 없어. 그러니 그 입 다물어라. 강제로 다물리기 싫으면.”
에녹의 살벌한 중얼거림에 아스달이 불만 어린 얼굴로 결국 항복 선언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
디에고와 유안나는 열심히 스튜를 먹느라 정신없었고 다른 쪽에선 루제프가 카이든의 멱살을 쥐고 흔들며 화를 내고 있었다.
아주 시끌벅적했다.
일행이 많아지니까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았고, 거슬리고 성가신 부분도 늘었다. 이런 북적거리는 생활은 살면서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었다.
뭐, 생각보다…… 단체 생활이 썩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