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과 외딴섬에 갇혀버렸다 (32)화 (32/234)

8. 연애할 시간에 생존을

이른 아침, 일어나 보니 동굴에 카이든이 보이지 않았다.

난 의아해서 동굴 입구까지 나와서 주변을 살폈다. 때마침 수풀을 헤집고 카이든이 돌아왔다.

나와 마주친 그가 눈꼬리를 한껏 접으며 예쁘게 눈웃음지었다.

“오늘도 일찍 일어났네.”

그의 마법사 로브에는 새카만 먹물 같은 것이 잔뜩 튀어 있었다. 나는 미간을 좁히고 그의 로브 자락을 자세히 살폈다.

‘뭐가 저렇게 튄 거지……?’

“어디 다녀와?”

이제 카이든과 함께 생활하는 데도 어느 정도 적응했다.

카이든은 자신의 차림새를 훑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밤새 늑대 X끼들이 시끄럽게 굴어서 사냥 다녀왔어. 거슬려서 돌아 버리겠더라고. 이제 좀 개운하네.”

카이든이 웃으면서 사냥 얘기를 했는데 조금 섬뜩하기도 했다. 저 먹물 같은 것들이 늑대형 마물들의 피였던 모양이다.

‘저러다가 갑자기 미쳐 버리면 어떡하지?’

그는 마력이 자꾸만 몸 안에 고이는 체질이라 인위적으로 그것을 뚫어 줘야만 했다.

그 역할을 하던 귀걸이가 고장 났으니 저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듯 마물 사냥을 하는 걸지도 몰랐다.

원작은 고수위 로맨스 소설이다 보니, 소설 속에서 유안나가 카이든의 마력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법도 장르에 걸맞게 이뤄졌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인위적으로 마력이 흐르는 길을 뚫어 주는 게 해결책이라면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그때, 과거 마거릿이 배웠던 마력 호흡 내용이 떠올랐다.

“마력은 호흡과 같습니다. 단전을 계속해서 훈련시켜야 하죠. 영애는 제법 많은 양의 마력을 보유하고 있는 편이니, 체력만 기르면 금방 성장하실 겁니다.”

당시 마거릿의 마법 스승이 해 줬던 말이다. 어쩌면 카이든의 경우엔 그 방법이 통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방금 마물 사냥을 다녀온 그가 ‘개운하다’고 표현을 했다.

나는 해가 완전히 뜬 뒤, 곧장 실행에 옮겨 보기로 했다.

이제 좀 멀쩡해 보이니 카이든에게도 일을 시켜야겠다. 세 명분의 식사를 에녹과 둘이서만 준비하는 건 아무래도 너무 버겁기도 했고.

나는 땔감을 들고 움직이다가 동굴 앞에 앉아 쉬고 있는 카이든을 발견하고는 그에게 땔감을 넘겨주었다.

“에녹은 코코넛을 구하러 갔어.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네가 불을 좀 피우고 있어. 불은 피울 줄 알지?”

카이든이 내게서 땔감을 받아 들고는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불을 피울 줄 모르는 모양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를 격려하듯 어깨를 토닥였다.

“그럼 에녹보고 돌아오면 불 피우라고 할 테니 너는 땔감을 좀 더 구해 올래? 아주 많이.”

나는 동굴 앞에 세워 둔 작살을 들고 커다란 나뭇잎으로 만든 주머니를 챙겼다.

막상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그에게 육체노동을 시키려니 어렵긴 했다.

‘시키는 대로 해 주면 좋고, 아님 말고.’

나는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나 불 잘 피워. 근데 귀찮으니까 그냥 땔감 구해 올게.”

카이든이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카이든은 분야를 불문하고 모든 지식을 습득하는 잡식성 지식인이었다. 그런 그가 불을 못 피울 리는 없겠지.

“좋아, 부탁해. 난 사냥을 좀 하고 올게.”

“……뭐? 사냥?”

카이든은 내 말을 듣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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