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과 외딴섬에 갇혀버렸다 (16)화 (16/234)

예고 없는 접촉에 나는 와락 얼굴을 구겼다.

하지만 그가 한눈을 팔고 있는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눈치를 살피던 난 강하게 그를 밀쳐 냈다.

‘이때다!’

그가 당황한 틈을 타 다시 한번 그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재빨리 일어났다. 그가 옅게 신음하며 내게서 떨어졌다.

후다닥 몸을 일으킨 나는 곧장 수풀 사이로 내달렸다.

타다닥! 등 뒤로 나를 쫓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숨이 가득 차올랐다.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곧 턱 끝에 맺혀 떨어졌다.

설사 그가 당장에 나를 죽일 생각이 없다고 해도 그와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그의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며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곁에 두는 건 에녹 하나로 충분했다.

나는 발에 브레이크를 걸어 코너를 꺾은 뒤, 곧장 언덕을 내려갔다.

“하아, 하아.”

이러다가 호흡 곤란이 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즈음이었다.

“잠깐만! 기다려!”

멀지 않은 거리에서 카이든의 외침이 들려왔다. 점점 좁혀 오는 발걸음 소리에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달렸다.

눈앞에 거대한 두께의 나무가 한 그루 보였다. 두터운 나뭇가지가 경사면 아래로 뻗어 있었다.

나는 속도를 더 붙여 도약했다. 그리고 경사면 아래로 뻗은 나뭇가지에 가볍게 매달린 뒤, 곧장 아래로 뛰어내렸다.

쿵.

충격을 줄이기 위해 가볍게 바닥을 굴렀다. 드레스가 뒤집어지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당연히 체면 따위를 신경 쓸 정신은 없었다.

나는 다시 벌떡 일어나 악착같이 뛰었다.

등 뒤로 따라붙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될 즈음,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고 그대로 경사진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흙바닥을 지저분하게 구르면서 시야가 계속해서 뒤집혔다.

그렇게 정신없이 구르던 몸이 단단한 나무통에 부딪히며 드디어 멈췄다. 생경한 고통에 나는 비명을 내질렀다.

‘제기랄, 갈비뼈 나간 거 아니야?’

점점 통증이 격화되면서 시야가 부옇게 흐려졌다.

‘그래도 카이든은 따돌렸잖아. 남주를 따돌리다니 대단해.’

마거릿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것 같다.

바로 도망의 귀재.

나는 그런 쓰잘머리 없는 자화자찬을 하다가 곧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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