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1화 (101/145)

바로 알 수 있었다. 최지혁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상태가 왜 이런지.

“주군. 정신 차려라.”

에르켈이 멍해져 있는 내 어깨를 꽉 잡았다.

나는 그제야 정신을 좀 차리고 전방을 쳐다보았다.

우리를 향해 비척비척 걸어오고 있는 사람들은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와중에 더 어이없는 건, 그 사람들을 따라 여기까지 들어온 카메라는 눈치도 없이 웽웽 돌아가고 있다는 거였다.

이 상황조차 방영 중인 듯했다.

‘짜증 나게 이 와중에 촬영을 왜 하는 건데.’

내 속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공중에 떠 있는 카메라들이 일제히 내 쪽으로 렌즈를 돌렸다.

아무래도 나를 찍으려는 것 같았다.

뭐,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서 멀쩡한 건 우리 일행밖에 없었으니까.

“에르켈. 최지혁 붙잡아.”

“알겠다, 주군.”

내 말에 에르켈이 멍해진 채로 축 늘어진 최지혁을 단단히 붙잡았다.

나는 그 모습에 입술을 꽉 깨물며 빠르게 핸드폰을 놀려 일단 쓸 만한 아이템을 구입했다.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뭘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액막이 부적]’

‘[상태이상 회복 물약]’

‘[행운의 미니 여신상]’

일단 최지혁의 품에 막무가내로 구매한 아이템을 와르르 안겨주었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으로 에르켈에게 말했다.

“에르켈, 알지? 말 안 해도?”

내 말에 에르켈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나는 주군을 지키려고 있는 것이지 하찮은 인간 따위를 지키는…….”

에르켈이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순간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

곧 무언가 잠깐 생각하는 듯싶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나는 빠르게 리온을 역소환했다가 다시 내 옆으로 소환했다.

“헉, 마스터! 저 망할 자식들은 또 뭐냐!”

“몰라.”

손이 좀 떨렸다. 최지혁은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 버렸다.

어떡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니, 어떻게 해야 하는 걸 떠나서 단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들었다.

‘최지혁, 괜찮은 건가? 괜찮은 거 맞아?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니겠지? 일시적인 증상이겠지?’

나는 덜덜덜 떨면서 핸드폰을 강하게 쥐었다.

최지혁이 저렇게 된 이상,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했다.

해결할 수 있을 거다.

나는 특별하니까, 특별하다고 했으니까.

할 수 있다.

나는 논리 정연하게 지금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최대한 빨리 게이트 밖으로 나가서 병원이든 어디든 안전한 곳으로 최지혁을 데려다 놓아야 했다.

최지혁의 말대로라면 준우는 우리나라 최고의 힐러니까 교수님께 조언을 구하든 스스로 방법을 찾든, 어떻게든 해결해줄 거다.

그래야 했다.

“형! 정신이 들어요? 형!”

준우가 최지혁을 똑바로 일으켰고, 최지혁은 여전히 멍한 눈빛으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자리에 우뚝 섰다.

무너진 천장에서는 바닷물이 콸콸콸 쏟아져 내리고 있었으며, 괴물화가 진행된 헌터들은 물고기같이 뿌연 눈동자를 하고 우리 쪽으로 달려들 준비를 했다.

“……유……라야.”

쩍쩍 갈라져 있는 최지혁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그 몸으로 어딜 가요!”

준우는 내 쪽으로 비척비척 걸어오는 최지혁을 붙잡았고, 최지혁은 그대로 준우의 손을 뿌리치고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정말 가관이었다.

“내가…… 지켜줘야 해.”

파들파들 떨면서 하는 소리가 그거였다.

그 몸으로 지키긴 뭘 지키냐고. 네가 뭔데 날 지키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유라야.”

“…….”

“내가 지켜줄게.”

최지혁의 손이 덜덜덜 떨리며 내 손목을 살포시 움켜쥐었다.

웃긴 건, 지금 최지혁은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아이템을 사서 안겨 놨음에도 불구하고, 목덜미에 있던 비늘은 어느새 자라나서 목선을 타고 귀 끝까지 흉측하게 돋아나 있었다.

“형!”

“지켜……줄…….”

최지혁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꺽꺽대며 같은 말만 내뱉었다.

미칠 것 같았다.

도대체 최지혁이 지금 무슨 정신인지 모르겠다.

몽롱한 표정으로 제 무기를 단단하게 쥐고 파들거리면서 내 앞을 막아서는데.

그냥 숨이 턱 막혀왔다.

누가 내 목구멍에 물먹은 솜을 잔뜩 끼워 넣은 기분이었다.

“마스터, 어떡하냐!”

나는 내 앞을 가로막은 최지혁의 손을 낚아챘다.

그리고 꽉 붙들었다.

모르겠다.

이제, 진짜, 모르겠다.

“지키긴 뭘 지켜, 최지혁.”

나는 최지혁의 몸을 돌려 날 똑바로 쳐다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최지혁이 알아들을 수 있게, 또박또박 정확히 말했다.

“날 지켜주고 싶으면 네 몸부터 지켜. 알았어?”

나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심정으로 최지혁의 허리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

“정신 꼭 붙잡고 있어야 해. 알았지?”

최지혁은 멍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최지혁을 에르켈 쪽으로 있는 힘껏 밀며 당부했다.

“에르켈, 최지혁 꼭 붙잡고 있어. 도망 못 가게.”

“알겠다. 주군.”

나는 리온과 준우를 쳐다보았다.

할 수 있다.

“리온, 준우야. 준비됐지?”

“……당근 빳다다, 마스터.”

일단 본격적으로 정리하기 전에 저 빌어먹을 황태자 나부랭이부터 처리해야겠다.

나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킬킬 웃고 있는 놈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바로 리온의 촉수가 뻗어 나갔다.

놈은 그런 리온의 공격을 보고 손가락을 휙, 휘둘러 해초들을 생성해냈다.

그리고는 우리를 비웃으며 말했다.

“이런, 그런 계열의 기술은 제가 한 수 위입니다. 구원자님.”

“누가 그걸로 공격한대?”

나는 핸드폰을 털어 권총 모양으로 바꿨다.

리온은 놈의 주변으로 방패처럼 솟아오른 해초를 붙잡고 반으로 가르며 틈을 만들었고, 나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

펑! 소리와 함께 리온이 벌려 놓은 해초들 틈으로 공격이 들어갔다.

놈은 그런 내 공격을 막으려 해초를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 진짜 공격은 내 코인폭탄이 아니었다.

“젠장!”

준우가 곧바로 스킬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놈의 머리 위로 족히 100개는 넘는 홀로그램 형태의 주사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떨어졌다.

“커헉!”

나는 들고 있는 무기를 빠르게 핸드폰으로 바꿔 잔액을 확인했다.

아직 자금은 여유로웠다. 괜찮다.

돈은 써야 할 때 쓰는 거라고 배웠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돈을 아낄 필요는 전혀 없다는 소리였다.

나는 필요한 아이템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ITEM 광범위 레이저 스틸볼 (SS)]

- ‘    ’행성의 ‘         ’의 기술을 총집합해 설계한 무기입니다.

- 효과: 타깃을 설정하면 자동으로 고출력 레이저 빔을 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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