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지도 않았다. 겨우 우리가 발언하려고 준비하는데 여태까지 가만히 있다가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말허리 자르고 끼어든다고?
“사실, 우리 모두, 유럽의 S급 게이트 사태에 대해 알고 있지 않습니까. 분명 어느 나라든 게이트를 막는 것 자체가 목표일 겁니다. 똑같은 재앙을 반복할 수는 없으니까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최지혁이 한 말을 굳이 반복할 이유가 있나?
“이게 말로만 듣던 기 싸움인가 봐.”
준우가 내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최지혁, 혹시 우리도 뭐 해야 해요? 왜 끼어드냐고 따져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물음에 최지혁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그냥 떠들게 놔둬. 어차피 다들 생명의 샘인가 뭔가에 눈 뒤집어진 것 같으니까.”
하긴, 최지혁은 이런 장면 많이 봤을 거다.
“빠르게 보스만 잡고 나갑시다. 게이트를 닫으려면 클리어 목표를 달성해야 하니까요. 아무래도 붙어 다니면 시간만 더 걸리지 않겠습니까? 각자 움직이다가, 보스를 발견하면 그때 함께 행동하는 쪽으로 진행하시죠.”
다행히 일본 측에서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주었다.
어차피 똑같은 말 할 거면서 왜 말을 가로챘담. 얼탱이가 없었다.
최지혁은 내 표정을 쓱 확인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일본에서 저런 식으로 나오는 이유를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방송. 컨셉. 멋있는 척. 됐지?”
“오.”
단번에 이해가 됐다. 그나저나 정말 방송은 왜 하자고 하는 건지.
S급 게이트면 정말정말 위험한데 아이템을 못 쓰니 조금 불안했다.
아무리 지성준 핑계를 댄다고 해도 한계가 있단 말이지.
“형, 우리는 멋있는 척 안 해요?”
준우의 말에 내가 재빠르게 최지혁의 얼굴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가만히 있어도 멋있잖아.”
“…….”
최지혁은 내 말에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얘는 칭찬을 해줘도 불만이야.
준우는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고, 리온은 대놓고 낄낄낄 웃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미지 관리하라는 내 말이 떠올랐는지 급히 정색했다.
“왜 다들 그렇게 봐? 지성준이 그랬어. 내 의견 아니거든?”
“음, 그래! 그렇다고 치자, 유라야.”
“그렇다고 치는 게 아니라 진짜 지성준이 그랬다니까? 최지혁, 기억 안 나요? 지성준이 네 얼굴 잘생겼다고 성좌,”
내 말에 급히 최지혁이 내 입을 막고 속삭였다.
“조용히, 좀!”
“웁웁!”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기 때문인지 모두의 이목이 우리에게로 쏠렸다.
최지혁이 나를 뒤에서 거의 껴안다시피 하며 입을 막은 게, 그리 보기 좋은 자세는 아니었다.
준우는 깜짝 놀라서 황급하게 나와 최지혁을 떼어 놓았다.
그리고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왜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한국 측은 긴장감이라는 게 없습니까?”
그때였다. 바이퍼 길드 쪽 사람이 우리에게 상당히 무례한 말을 툭 내뱉었고, 그에 최지혁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진짜 늘 말하지만 저렇게 쳐다보면 진짜 지리겠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런 최지혁의 표정에도 쫄지는 않았는지 말을 한마디 더 뱉었다.
“소풍 왔습니까?”
아무래도 우리 나이가 어려서 저렇게 나오는 감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았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전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었으니까 말이다.
최지혁은 상대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일전에 있던 사사로운 감정은 좀 사적인 자리에서 해결하지? 시비 걸지 말고.”
“…….”
오, 굉장히 직설적이었다. 바이퍼 길드 측은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바이퍼 길드에서 우리를 빼돌리려다가 실패한 전적은 이미 기사로 동네방네 퍼졌다.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아는지 서로 몰래 키득거렸다.
“각자 움직이도록 하지.”
여태까지 가만히 있던 중국 측에서 말했다.
“결론은 빨리 보스를 찾아서 죽이고 나가자는 것 같은데, 개별활동을 하자는 건가?”
중국의 말에 일본 측이 조금 기분 나쁘다는 듯이 쓰게 웃으며 다시 대화의 주도권을 잡았다.
“바로 그겁니다. 물론, 안정성은 떨어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민간인들의 안전이 먼저 아니겠습니까?”
최지혁한테 저거 가식 맞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참았다.
괜히 또 노닥거리다가 눈에 띄면 곤란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
[ITEM 찌릿찌릿 꿈사탕(S)]
- 꿈나라의 수호자가 악몽의 왕을 피하기 위해 ‘ ’들에게 준 특제 꿈사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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