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불길이 솟았다.
바람이 죽은 나뭇가지들을 스치고 지나가며 괴기한 소리들을 만들어 냈고, 기괴한 음성이 천지에 울려 퍼졌다.
“감히, 나의 명을 거절한 죗값을 치르리라!”
삐이익-! 이명과도 같은 괴음이 울려 퍼졌고, 수천 개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일제히 외쳤다.
“여자를 내놔!”
바닥에서 나무뿌리가 돋아났다. 최지혁은 나를 낚아채 허공에 있는 에르켈에게로 건네주며 말했다.
“귀 아프니까 에코 빼라고, 이 개자식들아!”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평소 같았으면 전부 최지혁을 향해 달려들었겠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놈들의 목표는 나였다.
“리온! 화염 1번!”
“뒈져라!”
사실 핸드폰을 이용해 정형화된 스킬을 사용하는 전투보다는 말로 하는 게 더 빨랐다.
게다가 변주해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의 수도 훨씬 많았다.
물론 그걸 일일이 머릿속으로 외워야 한다는 점이 흠이지만.
리온의 손에서 검은 불길이 일며 내게로 다가오는 몬스터들의 머리통을 터트렸다.
“에르켈, 던지고 속박!”
“알겠다, 주군.”
에르켈이 반대편에 있는 리온에게로 나를 휙 던진 후, 칼을 바닥에 꽂으며 눈을 번뜩였다.
새하얀 섬광이 터지며 내게로 다가오던 몬스터들이 움직임을 멈췄고, 준우는 그때를 틈타 주사기를 던져 올려 스태프로 내려쳤다.
그러자 하나였던 주사기가 환영처럼 백여 개로 늘어나더니 몬스터들의 뒷목에 일제히 꽂혔다.
그리고 역시 피날레는 최지혁이 장식했다.
화려한 꽃잎이 휘날리며 최지혁의 검을 감쌌다. 그리고 최지혁이 검을 휘두르자 꽃잎은 불꽃으로 된 화살이 되어 앞으로 날아갔다.
“키에에엑!”
“캬아아아악!”
그리고 최지혁은 바닥에 솟아난 나무뿌리를 뿌드득 뽑았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쩍 벌렸다.
저게 가능한가?
최지혁의 근육이 크게 부풀었고, 우지끈 소리가 나더니 땅이 들렸다.
“에르켈, 버프!”
에르켈이 주문을 외우자 최지혁의 주변으로 금빛 문양이 떠올랐다.
최지혁은 그에 탄력을 얻었는지 그대로 잡고 있는 뿌리를 번쩍 들어 올려 반대쪽으로 내려쳤다.
콰드드드드득!
2미터 가량의 거대한 나무로 된 몬스터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내리꽂혔다.
최지혁은 쉬지 않고 밖으로 튀어나온 몬스터에게로 달려가 몬스터의 머리 중앙에 검을 박아 넣었다.
“성가시게, 굴지, 마!”
꿹…… 소리를 내며 몬스터가 숨을 거뒀고, 최지혁은 몬스터의 심장께를 가른 후 붉은색 보석을 꺼내더니 에르켈에게 던졌다.
“먹어.”
에르켈은 멍하니 최지혁이 던진 마정석을 쳐다보다가 곧 제 입 안에 넣고 꿀꺽 삼켰다.
에르켈의 레벨이 상승했다는 진동음이 들렸다.
“채유라, 다리 봐.”
최지혁은 정신없는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내 다리를 살폈다.
안타깝게도 조금 붉어져 있었다. 아직까지 통증이 좀 있는 편이긴 한데 괜찮았다.
참을 만했다.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제기랄…….”
최지혁은 화가 나는지 내 발목을 아주 약하게 쥐고는 부들부들 떨었다.
그에 옆에 있던 준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자꾸 여자를 내놓으라는 거예요? 설마 제물이라도 바치라는 거예요? 귀의 주인이 보스라? 무슨 장르가 심청이인가……?”
그에 정신이 문득 아득해져 왔다. 준우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런 것도 같다.
“나, 인당수 가요?”
“……채유라. 지금 장난이 나와?”
“진심으로 한 말인데.”
“인당수 같은 소리. 제기랄, 다 메워 버려!”
최지혁이 이를 빠득빠득 갈며 주위를 살폈다. 주변은 당연히 최지혁이 난도질해놓은 몬스터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그런데, 같이 들어온 다른 사람들한테도 목소리가 다 들렸을까요?”
“그거야 모르지.”
그때였다. 최지혁의 시스템창이 번쩍거렸다.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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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원 중 만 23세 이하의 여인을 산 제물로 바칠 시 추가 S급 아이템 획득 및 클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