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화 (70/145)

A급으로 등급을 올린 게 확실한 모양이었다.

최지혁은 거의 날아다녔다.

“마스터. 지혁지혁만 재미 보고. 하나도 재미없다.”

“조용히 해. 리온.”

일단 사람들과 꽤 멀어진 것 같았다. 이쯤이면 조명을 켜도 되려나?

“최지혁! 조명 켜줄까요?”

“아직.”

나는 최지혁의 옆에 사뿐하게 내려앉아 챙겨온 수건으로 땀 같은 걸 대충 닦아주며 말했다.

“그래도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 대부분은 정리한 것 같아요. 일단 아 해요.”

“……아.”

그리고 미리 사 둔 능력치 향상 아이템을 최지혁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준우야, 너도 입 벌려봐.”

“음. 유라야, 나는 내가 스스로 먹도록 할게!”

내 말에 준우가 황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고, 나는 조금 떨떠름하게 아이템을 준우의 손에 올려놓으며 대답했다.

“응? 그래!”

왜 저러지? 어두워서 표정이 잘 안 보이니 좀 답답했다.

나는 한숨을 폭 내쉬며 최지혁에게 말했다.

“대충 맵 보면 길이 따로 있는 것 같은데. 일단 쭉 가보죠?”

나는 에르켈과 리온의 호위를 받으며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게이트 안 세계는 멸망 중인, 혹은 멸망한 세계 아닐까, 하고 최지혁이 말했었다.

그럼 이번 던전도 멸망 중인 세계일까?

나는 핸드폰 플래시로 주변을 비춰 보았다.

죽은 나무나 덤불 숲 군데군데 녹슨 화살과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백골들이 보였다.

좀 전설의 고향 재질이었다.

“어, 저기 건물 있다.”

나는 왼쪽에 자리하고 있는 길 너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에 준우가 오싹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굳이 가야 할까?”

“음. 글쎄?”

나는 가만히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만약에 이곳저곳을 탐색해 보다가 무언가 단서를 발견하면 성좌 목표니, 시나리오 아이템이니 툭툭 튀어나와서 클리어 조건이 바뀌곤 한다.

그래서 결과가 어땠냐?

“으음…….”

잘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가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나는 다수결에 붙이기로 했다.

“자, 선택해. 1번, 저 집에 들어가서 이 던전에 대한 단서를 샅샅이 뒤져 서브 시나리오든 히든 보스든 나타나면 해결하고 잡는다. 2번, 현상유지.”

내 말에 준우가 최지혁을 흘끔 보며 대답했다.

“……1번?”

“준우야. 눈치 보지 말고 네가 원하는 걸 말해줘.”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준우에게 다정히 말했다. 그에 준우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S급 들어갈 준비 해야 한다며. 어차피 A급도 자주 안 열리는데 할 수 있는 만큼 맵은 다 훑고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주군. 그럼 같이 들어온 다른 인간들은 어떻게 하는가.”

“아.”

나는 에르켈의 말에 뜨악하며 머리를 부여잡고 최지혁을 쳐다보았다.

생각 못 해봤다.

최지혁은 이미 익숙한 듯 너무나 태연한 어조로 내게 말했다.

“뒤지라 해.”

그에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야. 성의 있게 대답 안 해요?”

“하, 제기랄, 이래서 다른 인간들이랑 들어오는 게 제일 엿 같아.”

최지혁의 심정을 십분 이해했다. 만약에 뭘 잘못 건드렸다가 저번같이 던전이 통째로 어그러지면 그것대로 문제였다.

“가두든가.”

“……예?”

준우가 최지혁의 말에 입을 쩍 벌렸다.

“결계 치고 가두라고. 못 나대게.”

“오. 최지혁, 똑똑한걸?”

“……유라야?”

나는 최지혁의 기발한 생각에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 바로 아이템을 물색해 보았다.

“자, 잠깐만. 유라야. 그거 맞아? 진짜 가둬?”

준우가 당황한 듯 어버버거렸고 위에 있던 리온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준우준우. 마스터랑 지혁지혁 짝짜꿍 맞는 거 하루 이틀 보냐.”

“하지만 타인을 보호하는 것은 선한 행동이다. 이곳은 위험하니 가두는 것이 좋다.”

에르켈의 말에 준우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꼭 도대체 무슨 사고방식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잠깐잠깐!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준우가 다급하게 나를 말렸다.

“유라야.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응?”

준우의 말에 나는 다시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최지혁은 그게 뭐 어떠냐는 듯 준우를 쏘아보았지만 준우도 이제 최지혁이 노려보는 게 별로 안 무서운 것 같았다.

“음음……. 1번, 일단 저지르고 생각해 본다. 2번, 운명에 순응하고 나대지 않는다.”

“유라야, 3번. 3번.”

“3번. 음……3번…….”

가두지 않고, 뭔가 효과적으로 똥을 뿌릴 수 있는 방법이…….

“그냥 해. 뭔 상관이야. 지들도 이상한 거 만져서 터트리면 상황 똑같아지는데. 성주호 새끼 기억 안 나?”

최지혁의 말에 준우와 나는 고개를 번쩍 들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듣고 보니까 그렇네요?”

“헐, 최지혁 대박.”

최지혁은 거침없이 폐가로 가는 샛길로 향했다.

“마스터, 이게 왜 대박이냐.”

리온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고, 그에 에르켈이 검을 겨누며 말했다.

“주군의 명에 토 달지 마라, 악마.”

“……거 되게 충신인 척 구네.”

***

[서번트 스킬]

*(S)리카르디온 LV. 78

- [악마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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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 물든 저주]

*(S)에르켈 LV. 32

- [아군 보호]

- [정의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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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스러운 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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