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5화 (65/145)

“리온!”

“마스터어어어어!”

기절하고 정확히 2주 후에야 나는 리온을 부를 수 있었다.

물론 그때까지 최지혁은 ‘절대 안 돼!’를 고집했지만, 지은 죄가 있어서 그런지 열 번 고집할 거 다섯 번으로 줄이더라.

나는 리온을 부둥켜안고 엉엉 댔다.

내색은 안 했지만 걱정이 많이 됐었다.

“리온, 괜찮아? 어떻게 된 거야? 설명 좀 해 봐.”

내 물음에 리온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마스터는 마스터의 상태를 어쩌면 하나도 모르남?”

“…….”

쟤는 갑자기 만나자마자 왜 꼽을 주지? 어이가 없어서 미간을 살풋 찡그렸더니, 리온이 허허 웃으며 말을 이었다.

“힘이 후달리는 거다.”

뭔 소린데?

“좀, 앞에 부가적 문장 빼먹지 말고 논리 정연하게 말해줄래?”

내 말에 리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마스터가 여태까지 나를 소환해 놓고 단 한 번도 역소환을 한 적이 없어서 기력이 달리는 거라고.”

“……뭔 소리야? 역소환이 뭔데?”

내 물음에 최지혁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본인은 리온이 무슨 소리 하는지 대충 알아차렸다 이거야, 뭐야.

“뭐에요. 왜 혼자 웃어. 뭔데.”

내가 최지혁을 째려보며 묻자 최지혁이 인상을 팍 쓰며 내게 말했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데? 그동안 안 이상했어?”

“……너도 몰랐잖아요? 역소환 같은 소리도 오늘 처음 들었거든요?”

“서번트는 나도 키워본 적 없어서 몰랐……. 리카르디온, 이 개자식아. 네가 알아서 말했어야지. 넌 왜 가만히 있고 내가 설명하고 있는데?”

최지혁이 내게 주절주절 변명하다가 갑자기 열 받았는지 리온의 멱살을 잡았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도 말리지 않았다. 괘씸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온은 허허허 웃으며 착실하게 대답했다.

“난 역소환 당하면 내 세계로 돌아가는 줄 알아서 닥치고 있었징. 지혁지혁도 알다시피 내 세계는 멸망, 왁!”

결국 최지혁은 리온을 집어 던졌다. 당연히 리온은 엉덩방아를 찧었고, 울상을 지으며 내게로 호다닥 달려와 말했다.

“지혁지혁이 또 나 괴롭힌다, 마스터!”

“야, 당장 안 튀어나오냐?”

나는 두 손을 들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마스터! 으악!”

결국 리온은 최지혁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질질질 소파로 끌려갔다.

변명도 함께 말이다.

“지혁지혁, 나는 원래 악마라 인간과 같은 사고방식을 하기를 기대를 하면 안 되는, 으악!”

“헛소리하지 마, 이 개자식아.”

최지혁이 이를 악물었다. 음, 저러다가 진짜 온 마음을 담아서 한 대 때릴 것 같아서 나는 최지혁의 뒷덜미를 잡고 내 뒤로 질질 끌었다.

“둘 다 시끄럽고, 그래서 역소환 되면 구체적으로 뭐 어떻게 되는데?”

내 말에 리온이 화색이 돋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무 일 없는데?”

“…….”

리온의 해맑은 대답에 나는 침묵했다. 얼탱이가 없었다.

아무 일도 없는데 왜 아무도 내게 역소환의 존재를 알려주지 않은 것일까.

“그냥 잠깐 잠드는 느낌 들고 끝인뎀.”

최지혁의 주먹이 떨렸다.

“음, 물론 나는 몰랐다!”

“……지금 그게 중요해?”

최지혁이 진짜 화났는지 부들부들 떨며 리온에게로 한 걸음 다가섰고, 나는 그냥 최지혁의 팔을 껴안았다.

“말로 해요! 쫌!”

“저 자식 때문에 원인도 모르고 3일이나 기절해 있었는데 그 소리가 나와, 지금? 당장 그 빌어먹을 서번트 계약을 끊어버리든가, 아니면 저 새끼 정신교육을 가나다라부터 다시 시키든,”

나는 최지혁의 입을 두 손으로 막고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그 옆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리온은 허허허 웃으며 최대한 최지혁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마스터, 멀쩡하니까 됐다! 음, 지혁지혁은 안 멀쩡한 것 같지만……악!”

결국 최지혁은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쿠션을 리온의 안면에 던져버렸다.

나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최지혁에게 물었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장시간 동안 서번트 소환을 하면 안 된다? 맞죠?”

“에이, 마스터. 그래도 5개월은 괜찮았잖아? 나는 잠들어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와서 한우 꽃등심 먹는 게, 악!”

결국 최지혁은 폭발해서 남아있는 쿠션을 들고 날아올랐다.

푸닥푸닥 먼지가 날렸지만 음, 이제 말리고 싶은 의지가 살짝 사라진 것 같았다.

“최지혁. 화이팅.”

“마스터! 나 버리지 마! 악, 지혁지혁, 그만그만!”

“닥쳐.”

난 말릴 만큼 말렸다. 암, 그렇고말고.

***

“마스터, 너무해…….”

“손 똑바로 들어, 개자식아.”

최지혁은 기어코 리온을 본인 마음껏 조져 놓은 후에야 대화라는 걸 할 마음이 든 모양이었다.

“근데 마스터, 에르켈은 소환 안 하냐?”

에르켈이라면 그때 얻은 서번트였다. 리온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최지혁을 쳐다보았다.

“싫어.”

“네가 뭔 상관이냐, 지혁지혁.”

리온은 최지혁을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보았고, 최지혁은 내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뭐라뭐라 말하기 시작했다.

“그 자식이 너 죽이려고 했던 거 기억 안 나? 아무리 서번트라고 해도 그 개 같은 거…….”

“리온도 우리 죽이려고 했었는데.”

“…….”

내 대답에 최지혁은 할 말이 없어졌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에 리온이 허를 찌르듯 물었다.

“마스터도 이상하다. 왜 지혁지혁 투정 다 들어주고 있냐? 나 없는 동안 서로 드디어 짝, 왁!”

결국 최지혁이 발을 쭉 뻗어 리온의 입을 틀어막으며 그대로 후려갈겼다.

당해도 싸다. 정신 나갔나. 뭐래?

“역소환은 어떻게 하는 건지나 말해.”

최지혁의 물음에 리온은 울상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그냥 마스터가 나더러 꺼지라 하면 꺼져야 하는뎀.”

“……너 꺼져.”

“……마스터! 너무해!”

리온은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뿅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핸드폰으로 소환 버튼을 누르니 뿅 나타났다.

“오, 신기하다. 리온, 다시 꺼져.”

“…….”

그렇게 한 10번 반복하니까 리온이 내게 바짝 엎드려 말했다.

“위대하신 마스터님. 말을 가리지 않고 되는대로 막 내뱉은 점 사죄드립니다…….”

“알면 됐어.”

내가 방긋 웃자 옆에 있던 최지혁이 정말 공포스러운 광경이라도 본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요. 뭐요. 왜 그렇게 쳐다봐요?”

“……아무것도 아니야.”

“음, 아무것도 아니니까 이제 문제의 천사분을 소환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말이 왜 그렇게 되는데?”

내 말에 최지혁이 발끈했다.

“불안하면 무기 꺼내요. 아니면 내가 들까요?”

내가 최지혁의 인벤토리로 손을 뻗자 최지혁은 기겁을 하며 허겁지겁 시스템창을 가렸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채유라, 너 내 상태창 보이는 거 남한테 함부로 말하지 마. 그거 정상적인 거 아니야.”

최지혁의 말에 나는 인상을 확 찌푸렸다. 저건 또 뭔 소리래?

“원래 남의 시스템창 못 읽어.”

“……아니, 그걸 왜 지금 말해요?”

“……말하는 거 까먹었어.”

최지혁은 폭탄을 던지고 빠르게 내게서 슬슬슬 멀어졌다.

“야, 그게 지금 까먹을 일이야! 여태까지 준우 거랑 지성준 거까지 다 봤는데!”

이제야 준우가 왜 나더러 자기 시스템창을 보는 것 같다며 뭐라고 그랬는지 이해가 갔다. 아니 근데 쟤는 그렇게 중요한 걸 지금 알려주면 어쩌자는 거야!

“쯧쯧. 지혁지혁도 나처럼 빌어라.”

“그러니까 말을 안 하려고 안 한 게 아니라 진짜 까먹,”

“당장 이리 안 와요?”

최지혁은 결국 검을 빼 들고 슬금슬금 내 옆에 다시 앉았다.

저걸 한 대 때려, 말어.

최지혁이 리온을 자꾸 쥐어박는 이유를 알겠다.

아오.

아무튼 나는 ‘에르켈’이라고 쓰여 있는 소환 버튼을 꾹 눌렀다.

어차피 리온도 있고 최지혁도 있겠다, 별일은 안 일어날 것 같았다.

“……성좌 따위가 감히!”

“안녕, 에르켈! 소환되자마자 그러면 좋은 꼴 못 볼 텐데…….”

에르켈이라는 천사는 소환되자마자 내게로 달려들었다.

물론 그에 최지혁은 야차 같은 얼굴을 하고 망설임 없이 놈의 목 뒤를 검 손잡이로 내려쳤다.

“윽!”

“역시 천사들은 상황파악이 느려. 고지식해서 그런가?”

에르켈이라는 천사는 마룻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리온은 그런 에르켈을 보며 짠한 눈빛을 보냈다.

“내가 그러게 나대지 말랬자나. 바보냐?”

나는 일단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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