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145)

얼씨구? 독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나는 맥이 빠져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또, 거기에 찍소리도 못 하는 최지혁을 보니 어이가 없어졌다.

정곡이라도 찔렸다는 거야, 뭐야?

“맞지?”

나는 최지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최지혁이 왜 할 말을 잃었는지 이해는 갔다. 여태까지 최지혁이 내게 보여준 게 있는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실제로 최지혁은 리온이 서번트가 되었을 때도 싫어했고, 강준우와 함께 다니자고 했을 때도 못마땅해했다.

아무래도 내 관심이 분산되면 그의 성장이 늦어질 게 뻔하니까.

최지혁은 보기와 같이 힘에 대한 야망이 아주 거대한 인간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리온한테 겨우 그까짓 거 간파당했다고 저렇게 얼탈 일이냐고.

“아, 이걸 어쩌나, 마스터는 인간 남자랑 다르게 아무런 무력이 없는뎀. 그렇다고 인간 남자 네가 나 없이 마스터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놈의 헛소리에 나는 입을 살짝 벌리고 리온의 뒤통수를 쳐다봤다. 지금 저거 나 돌려 까는 거야, 뭐야?

“결국 마스터를 지키려면 나만 한 서번트를 찾든가 아니면 믿을 만한 다른 인간에게 일을 주는 수밖에 없는데……. 나만 한 능력자를 찾을 수가 있어? 인간 남자 네가?”

“야.”

결국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리온의 옷깃을 잡고 따지듯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어이가 없었다.

최지혁의 말대로 놈은 내 서번트다.

애초에 저놈은 인간도, 지구인도 아니라 지금까지 그냥 봐주고 넘어갔는데 이건 좀 아니었다.

“내가 왜 무력이 없어?”

나는 대충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서 리온을 위아래로 쓱 훑었다. 그리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리온을 가리켰다.

“나더러 마스터라며. 그럼 네가 내 무력 아니야?”

내 말에 리온은 당황한 듯 어색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음, 마스터. 여기서 나는 마스터가 갑자기 나한테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네? 또 인간 남자 편들려고?”

“당연하지. 네가 서번트니까 서번트가 뭔지 제일 잘 알 거 아니야.”

나는 나와 최지혁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성좌고 최지혁은 화신이야. 그리고 서번트 계약은 성좌가 화신에게 붙여주는 가디언 같은 존재란 말이지? 나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 맞죠, 최지혁?”

내 말에 최지혁이 바보 같은 얼굴로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네가 최지혁한테 그런 식으로 버릇없이 굴면 안 되지. 우리 상황이 아주 조금 특이해서 그렇지 정확히 따지고 보면 서번트는 화신에게 종속되는 거 아니야? 나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

대충 팔짱을 끼고 당황해하는 리온을 위아래로 쓱 훑었다.

“내가 있지, 안 그래도 계속 거슬렸거든? 그 인간 남자라는 호칭부터 좀 어떻게 해줘. 아무리 네가 악마라고 해도, 나랑 같이 다니는 이상 선은 적당히 넘어줬으면 좋겠어.”

“하하하, 마스터.”

“내가 널 배려해주고 있는 건 알지? 생각해봐, 넌 나랑 최지혁을 죽이려고 했는데도 내가 얼마나 자애롭게 대해줬어. 안 그래?”

나는 싱긋 웃으며 리온의 은빛 머리칼을 귀 뒤로 쓱 넘겨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서번트 계약으로 내게 종속되어 있다고 해도 너는 지능이 있는 독립적 개체고 나는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받은 인간이니까 네 몸 사리는 건 내가 이해할 수 있어. 물론 네가 인간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건 이해하고 넘어가 줄 수 있단 말이지.”

“난 이해 못,”

검지로 최지혁의 입술을 막은 후 나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최지혁이 한 말 도대체 무슨 뜻이야? 너한테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

“…….”

리온의 표정이 싸하게 굳었다. 흥, 자기만 표정 저딴 식으로 지을 수 있는 줄 아나 보지? 나도 똑같이 정색하고 리온을 쳐다봐 주었다.

“최지혁 말이 맞아?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거야?”

리온이 날개를 쫙 펼쳤다. 그리고는 한껏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입술을 꾹 깨물더니 입을 열었다.

“흐음, 숨기고 있어봤자 답이 안 나오겠네?”

그리고 리온이 내게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리온의 새빨간 혀에 무언가 알 수 없는 형상이 떠올랐고, 리온은 그대로 제 목을 붙잡고 바닥에 철푸덕 쓰러져 컥컥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핸드폰이 웅웅 울렸다.

[경고]

- 서번트가 해당 내용을 발설할 수 없습니다.

- 현재 서번트 ‘리카르디온’의 레벨이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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