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34/145)

“그걸 왜 인간 남자가 정하남?”

리온이 내 옆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뚱한 얼굴로 최지혁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뭔데?”

그리고는 내 어깨에 제 팔을 턱 얹으며 약 올리듯 말했다.

“인간 남자, 네가 뭔가 크게 착각을 하고 있나 본데 마스터는 굳이 네가 아니더라도 이 이상한 게이트라는 데 출입이 가능하단 말이지?”

리온의 창백한 손가락이 최지혁의 가슴을 꾹 눌렀다.

“그런데 왜 마스터 행동을 인간 남자 네가 정하냐 이 말이야.”

최지혁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하고 리온을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온은 교활해 보이는 어조로 최지혁에게 말했다.

“인간들에게 제일 위험한 게 뭔지 아남?”

그리고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최지혁에게 바짝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오만, 자신감, 그리고 욕망. 난 그런 감정들로 똘똘 뭉쳐져 있는 인간들이 맛있더라.”

원래 최지혁 성격대로라면 헛소리하는 리온의 귓불을 잡아당기고 저 멀리 던져버리고도 남을 텐데 웬일로 지금은 잠자코 리온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흐음. 아무튼 내가 볼 때 인간 남자는 마스터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자신감이야?”

그래서 내가 대신 잡아줬다.

“악! 마스터, 뭐 하는 짓이냐!”

“헛소리 말고 단서나 찾으라고 몇 번 말해.”

“우씨, 마스터는 인간 남자만 편애한다!”

“그럼 내가 악마인 네 편을 들겠니?”

그리고 나는 최지혁을 쳐다보았다. 나를 보고 있는 그의 표정이 심각했다.

“최지혁 씨.”

“…….”

“나 걱정해 주는 건 좋은데. 표현이 너무 격해요.”

나는 리온의 귀를 잡은 반대편 손으로 최지혁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어차피 나중 되면 게이트도 다 터져서 던전 안 들어간다고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더 조심해 볼게요.”

최지혁을 내 쪽으로 이끌자 의외로 그는 순순히 이끌려왔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화를 내, 채유라.”

“뭔 소리예요? 자, 이제 조용히 하고 이거나 들고 있어요.”

나는 책상 위에 있는 먼지 쌓인 서류를 최지혁에게 안겨주었다.

메케한 먼지가 훅 휘날렸다.

“음…….”

핸드폰으로 서류의 내용을 담자 서류에 적힌 내용들이 드러났다.

대충 보니 재무제표 같았다.

병사를 어디에 썼고, 군식량으로 얼마가 남았고, 뭐 이런 거 말이다.

그렇게 계속 넘기다 보니 어째 마지막 장은 뭐라고 썼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판이었다.

그러다 마지막 줄만 겨우 알아볼 수 있는 글씨체로 적혀있었는데, 나는 드디어 쾌재를 부를 수 있었다.

“헐, 헐 대박! 이거 봐요!”

나는 마지막 장을 최지혁의 손에서 앗아오며 그의 눈앞에 들이댔다.

“여기여기 황태자 위치!”

마지막 장의 마지막 줄.

문서에는 정확히 이렇게 씌어 있었다.

‘7층부터 10층 폐쇄. 7층 초입 입구 초대 황제 초상화 뒤 마지막 보호구역. 황태자 전하.’

* * *

최지혁은 칼을 휘리릭 돌리며 커다란 초상화 뒤에 섰다.

그리고 슬쩍 초상화를 칼끝으로 밀었다.

“제길…….”

최지혁은 소매로 곧장 제 코를 막았고, 그에 나는 최지혁에게로 다가가 벌어진 액자 틈새를 보았다.

그리고 바로 코를 막았다.

“죽은 지 한 달은 된 것 같은데.”

리온은 흘끗 틈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흠. 그런데 좀 이상하다, 마스터.”

리온은 무섭지도 않은지 안으로 쑥 들어가며 발로 누워있는 시체를 휙 뒤집어 깠다.

“벌레가 없는데?”

“…….”

최지혁은 내 손목을 잡고 안으로 향했고, 리온과 똑같은 표정으로 누워있는 시체를 바라보았다.

둘 다 어쩜 저리 강심장인지.

메스껍지도 않나 보다. 나는 살짝 그로테스크한 느낌에 눈을 꾹 감았다 떴다.

그러니까 조금 나아진 것도 같았다.

“파리도 없고 구더기도 없어.”

리온이 널브러져 있는 시체의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아니 그걸 왜 만져!”

나는 깜짝 놀라서 작게 소리 질렀지만 최지혁도 칼로 시체를 쿡쿡 찌르고 앉아 있었다.

급기야 누워있던 시체를 홱 뒤집기까지 했다.

그러자 밑에 깔려 있던 열쇠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길, 더럽게 이딴 데 있고 난리야.”

최지혁은 인상을 팍 찌푸리며 열쇠를 집어 제 옷에 쓱쓱 닦은 후 내게 건넸다.

[SYSTEM]

- 클리어 조건(NEW!)

: (2). 크르세르스 황태자의 최후 방어선 열쇠를 획득하였습니다.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크르세르스 생존자들을 처치하세요 (3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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