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액을 담은 병은 그대로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마구 꿈틀거리는 몬스터의 팔에 적중했다.
치이이익-!
살 타는 소리와 함께 뼈가 녹기 시작했다.
최지혁에게 열중하고 있던 몬스터는 제 팔을 공격한 사람이 나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홱 돌려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백태가 낀 눈을 회까닥 까뒤집더니 미친 듯이 고개를 꺼떡거리기 시작했다.
“꺼어어어어. 으어어어.”
“어딜 꼬라봐, 이 새끼야.”
그때를 놓치지 않고 최지혁은 다시 놈의 목을 베기 위해 몬스터의 어깻죽지에 검을 박아 넣고 있는 힘껏 사선으로 그었다.
“으악! 마스터! 이거 힘이 장사야!”
리온이 소리를 질렀다.
몬스터를 붙잡고 있던 리온의 촉수가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지기 시작했다.
“내가, 원래 힘만 되찾아도 이것쯤은!”
“나도 마찬가지니까 닥치고 잡기나 해!”
최지혁이 이를 꽉 깨물고 까드득! 검을 그었다.
불꽃이 너울거리는 검은 치지직 소리를 내며 드디어 완벽하게 머리통을 놈에게서 분리해 냈고, 나는 곧장 산성액을 던지며 아이템을 구매했다.
‘[슬라임 케이지]’
납작한 철판처럼 생긴 아이템이 떨어지며 그대로 몬스터의 머리통을 삼켜버렸다.
“키깃, 키키깃.”
산성액에 녹고 있는 몬스터의 머리가 이를 딱딱 거리는 소리가 케이지 밖으로 적나라하게 새어나왔다.
최지혁은 그러거나 말거나 별 신경도 안 쓰이는지 태연하게 아직 살아 움직이는 몬스터의 사지를 정확히 절단 내어 놓았다.
나는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열심히 놈들의 시체에 산성액을 들이부었다.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제길.”
최지혁은 제 몸에 묻은 검은 피를 애써 털어내며 몬스터의 잔해들을 살폈다.
그러는 동안 케이지에 갇힌 머리의 딱딱거리는 소리가 줄어들고 몬스터의 시체가 산성액에 녹아 거의 없어지고 나서야, 겨우 시스템 창에 있던 숫자가 딱 하나 내려갔다.
‘400마리 처치(399)’
나는 포션 하나를 쥔 채 최지혁에게로 다가가 말했다.
“한 모금만 마셔요.”
“안 마셔도 돼.”
“……팔뚝에 지금 피 철철 나는데 좋은 말 할 때 그냥 마시죠?”
“그래, 인간 남자. 센 척하지 마. 쥐뿔도 안 먹혀.”
리온의 말에 최지혁이 이를 빠득 갈긴 했으나 결국 순순히 내가 내민 포션을 한 모금 마시긴 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최지혁을 살폈다. 멀쩡해진 것 같았다.
“이런 식이면 끝도 없겠는데…….”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잔해들을 살폈다.
하나하나 머리를 가둬놓고 산으로 신체를 녹이는 방법을 써서 400마리를 어느 세월에 죽이냐고.
일단 그건 천천히 생각해보고 아이템부터 팔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낡은 것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녹슨 기사의 반지’
‘녹슨 왕의 검’
‘마지막 칙서’
칙서? 이게 뭐지? 나는 가만히 자리에 쭈그려 앉아 낡은 종이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핸드폰이 윙윙 울렸다.
[알림]
※시나리오 아이템 획득!※
- 화신에게 해당 아이템을 전달하고 이 세계의 비밀을 파헤쳐 보세요 :D
*화면에 해당 아이템을 담아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