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내 힘을 되찾아야겠어.”
결국 리온은 최지혁에게 한 대 얻어맞고 씩씩대며 손톱을 세웠다.
“닥쳐. 저걸 죽이는 건 나야.”
“흥, 날지도 못하는 인간 주제에. 경험치라는 것은 이 위대하신 대악마 리카르디온에게 넘기시지!”
“레벨 10짜리 서번트 주제에 뭐?”
아직 둘 다 살 만한가 보다.
최지혁은 열심히 나불대며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을 차례대로 썰어나갔다.
“마스터! 왜 저 인간 남자만 사냥하냐고! 나도 사냥!”
“아씨, 안 닥쳐? 어그로 끌지 말라고!”
나는 둘이서 지지고 볶을 동안 면밀히 주변을 살폈다.
우선 시체들의 회복 속도는 느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되살아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던전 클리어 목표는 여전히 갱신되지 않았다.
“둘 다 입 닫고 던전 클리어 방법이나 생각해요.”
“쳇.”
리온은 입술을 쭉 빼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몬스터에게 촉수를 쭉 뻗어 공중에 휙 들어 올리더니 바닥으로 거세게 내려쳤다.
“꼭 구울 같구만? 더럽게 안 뒤지네.”
리온의 말에 최지혁이 구석에 숨어있던 몬스터의 목을 치며 대답했다.
“구울?”
최지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불타는 시체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시체를 먹고 사는 달의 노예들이지.”
리온은 분하다는 듯 부들거리며 내게 말했다.
“평소 같으면 이런 하찮은 놈들 따위 나와 눈도 못 마주칠 텐데! 제길.”
리온의 말대로 대체로 하찮긴 한 것 같았다.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셋 정도 되는 몬스터가 우리를 덮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최지혁은 꿈틀거리는 시체에서 시선을 내 쪽으로 옮기고 말했다.
“채유라. 업혀.”
그의 말에 순간 어이가 없어져서 빤히 그를 쳐다보았다.
“성까지 뛰어갈 거야. 여기서 하나하나 죽이면서 가면 답 안 나와.”
“음……. 날아다니는 리온이 있는데 굳이 최지혁 씨한테 업혀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
내 말에 리온은 기다렸다는 듯 나를 공주님 안듯 덜렁 안아 들었다.
“으악!”
그에 최지혁은 짜증 난다는 듯 대놓고 리온을 째려보았고, 당연히 리온은 신경도 쓰지 않고 해맑게 말했다.
“가자, 인간 남자!”
* * *
던전 공략 시 지도에 적들 위치가 보인다는 건 거의 사기나 다름없다고 최지혁이 말했다.
나는 생각보다 능력이 뛰어났고, 그 덕에 조금 힘이 들기는 했지만 무사히 몬스터들을 따돌리고 성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최지혁이 왜 일주일짜리 던전인 것 같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일반적인 던전은 개뿔.”
환장하겠다.
최지혁은 입을 쩍 벌리고 거대한 모래성을 바라보는 날 쓱 쳐다보더니 아주 친절하게 내 턱을 여물어 주며 말했다.
“충분히 일반적인데.”
“이게 어딜 봐서요. E등급이라면서! 이건 그냥 누가 봐도 단순 사냥 던전으로 둔갑한 시나리오 던전이잖아요!”
“난 단순 사냥 던전 돌아본 적 세 번밖에 없어.”
생각해 보니까 최지혁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최지혁이 들어가던 던전은 지금이랑 비교해보면…….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나도 그가 들어갔던 극악무도한 난도의 던전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피부로 막 와닿기 시작했다.
“마스터 납득이 너무 빠르다.”
리온은 뒤에서 내 머리 위에 제 턱을 턱 얹으며 말했고, 최지혁은 그런 리온에게로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그의 뒷덜미를 잡아채고 제 옆에 세워 두었다.
“들어가?”
“들어가야죠?”
“……쳇.”
성 내부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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