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화 (29/145)

“…….”

결국 리온은 최지혁에게 한 대 맞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나는 핸드폰 지도를 켜고 맵을 쭉 훑어보았다.

이 근방에 있는 몬스터들의 위치가 붉은색 점으로 표시되었다.

“바로 이 앞에 몬스터 세 마리 숨어있어요.”

내 말에 최지혁은 검을 휘리릭 돌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최지혁이 던전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최지혁을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었다.

“리온!”

내 외침과 함께 리온은 최지혁에게로 달려드는 몬스터 중 하나를 붙잡았고, 최지혁은 비교적 손쉽게 몬스터 둘을 죽일 수 있었다.

솔직히 좀 끔찍했다.

최지혁은 가차 없이 몬스터의 머리를 베어버렸고,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몬스터의 머리가 바닥에 떼구르르 굴러떨어지며 희번덕거리는 눈을 미친 듯이 깜빡였기 때문이다.

최지혁은 검에 묻은 검은 피를 탁, 바닥에 털고는 특유의 살짝 흥분한 눈빛으로 주변을 쓱 살폈다.

이런 말 하기 조금 미안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썩썩 잘도 몬스터를 썰어 나가는 최지혁에게 살짝 소름이 돋았다.

최지혁이 해치운 시체들은 아무리 몬스터라도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최지혁은 그러는 주제에 내가 처참한 시체를 보지 못하게끔 제 몸으로 가리며 내게 물었다.

어이가 없었다.

지가 몸으로 가린다고 사지 절단 난 몬스터가 안 보이는 게 아닌데 말이다.

“나 잔인한 영화 잘 봐요.”

“…….”

최지혁이 내 말에 불만스러운 듯 인상을 쓰며 제 발치에서 이를 딱딱거리고 있는 몬스터의 머리를 발로 뻥 차 내 눈앞에서 치워버렸다.

나는 코끝을 찡그리며 최지혁의 뺨에 튄 몬스터의 검은 피를 소매로 닦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요.”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 최지혁이 절단 낸 몬스터의 시체에 가까이 갔다.

하지만 그때였다.

“……오우, 마스터. 쟤네들 다시 붙는데?”

리온이 허공에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고, 리온의 말대로 시체들은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며 서로 다시 엉겨 붙었다.

“제기랄.”

최지혁의 짤막한 욕과 함께 제멋대로 엉겨 붙은 창백한 시체들이 기우뚱거리며 우리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채유라, 뒤로 붙어!”

최지혁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그의 등 뒤로 빠르게 숨었고, 최지혁은 그대로 검을 휘둘러 몬스터의 정수리에 칼을 꽂았다.

까드드득!

최지혁의 팔 근육이 크게 부풀었고, 그와 동시에 뼈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몬스터가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최지혁의 칼에 반으로 갈라진 몬스터는 꿈틀거리며 다시 서로 엉겨 붙으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왜 안 죽어요?”

내 말에 최지혁은 살짝 당황한 듯한 얼굴로 내 손목을 잡으면서 말했다.

“제길, 나도 몰라. 너 만나기 전까지는 제대로 던전 안 돌아봐서 데이터 없어.”

나는 반사적으로 최지혁을 쳐다보았다.

“그게 뭔 소리예요? 클리어하려면 400마리나 죽이라고 하는데 쟤들 죽여도 다시 살아 움직이잖아요!”

“그러니까 나도 모른다고!”

나는 여태까지 최지혁이 들어갔던 던전을 떠올려 보았다.

던전의 종류는 매우매우 다양했다.

공략법은 각기 달랐고, 던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원래라면 내가 화면 밖에서 필드를 쫙 훑고 게임하듯 던전을 클리어 하는 방법을 추리하거나, 그것도 안 되겠다 싶으면 3만 원이나 하는 힌트를 사서 최지혁에게 알려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방법을 못 쓴다.

왜냐고?

첫째, 나는 화면 밖이 아니라 화면 속 최지혁의 옆에 있으므로 전체적인 맵을 훑지 못한다.

그냥 핸드폰 앱에 그런 기능이 없다.

둘째, 핸드폰 앱에 힌트 기능도 없다.

환장하겠다.

지금 내 능력이라고는 아이템 후원 기능밖에 없단 얘기였다.

“아니, 모른다 하지 말고 머리 좀 굴려봐요!”

“좀비인가?”

최지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고 그에 리온이 코를 킁킁대며 고개를 저었다.

“죽음의 냄새는 안 느껴지는데.”

나는 핸드폰으로 뒹굴거리는 몬스터 시체를 화면에 담았다.

[크르세르스 생존자(E)]

방어: 10%

회피: 7%

중독: 100%

출혈: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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