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145)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단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왜 지성준이 최지혁을 찾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 최지혁 죽이는 게 목표 아니었어?”

내 물음에 지성준이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팍 찌푸리며 대답했다.

“최지혁을 왜 죽여?”

“뭐?”

그에게서 나온 예상치 못한 답변에 나는 입을 쩍 벌렸다.

“……그럼 최지혁은 왜 납치하려고 했는데?”

내 질문에 지성준은 내 앞에 철푸덕 주저앉아서 불만 가득한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제 얼굴을 가리켰다.

“내 얼굴을 보고 뭐 느끼는 거 없어?”

나는 지성준의 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내 얼굴 봐. 어딜 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지성준의 얼굴을 보았다.

연보라색의 아이돌스러운 머리.

그리고 제 위치에 비율 좋게 배치되어 있는 눈, 코, 입.

“어때. 이제 좀 알겠지?”

“흐음…….”

“……흐음? 흐음이라니, 지금, 흐음?”

뭐 어쩌라는 건가 싶었다.

왜 납치하려 했냐는 질문에 다짜고짜 제 얼굴 내미는 건 도대체 무슨 대화 방식이야!

“내 얼굴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날 보라니까?”

“아…… 뭐, 잘생겼네.”

나는 대충 입에 발린 말을 해 주었다.

실제로 지성준이 잘생긴 건 맞았다.

내 취향이 아니라 그렇지.

“아, 뭐 잘생겼네? 눈이 삐었어? 반응이 왜 그래?”

“아니, 당신 잘생긴 거하고 최지혁이랑 뭔 상관인데!”

지성준이 기분 나쁘다는 듯 눈을 부라리며 내게 말했다.

“뭐겠어? 내 성좌가 최지혁을 원하는 이유가.”

“저기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진짜 하나도 모르겠다.

저 말대로라면 지성준은 최지혁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건가?

내가 한참 고민에 빠져 있을 무렵, 지성준이 답답하다는 듯 자리에 일어서 뚜벅뚜벅 테이블 쪽으로 걸어가 리모컨을 손에 쥐었다.

삐리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티비에 번쩍, 하고 불이 들어왔다.

- “요즘 누리꾼들 사이에서 헌터라고 불리는 이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감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 게이트 관리법안을 발안한 상태인데요,”

나는 눈을 느리게 깜빡거리며 티비 화면을 쳐다보았다.

화면에 나오는 저 기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한편, 현대 무기로 게이트 안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국방부의 발표에 따라 오늘부터 각성자들의 게이트 출입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화면이 전환되었다.

내리쬐는 햇살 아래, 인상을 쓰고 있는 성격 더러워 보이는 미남자.

끝내주는 연출이었다.

자연광 아래로 최지혁의 피부는 반짝였고, 카메라 앵글은 완벽하게 그가 가장 잘생겨 보이는 각도로 최지혁을 찍어내고 있었다.

삑.

지성준이 티비를 끄고 하얀 이가 드러나게끔 활짝 웃으며 내게 바짝 다가와 말했다.

“우리 성좌님께서 저걸 보고 침을 질질 흘리시더라고.”

순식간에 지성준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주르륵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 또, 또 시작이다.”

지성준은 대놓고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시스템 창을 보기 싫다는 듯 손을 휘적거려 멀리 제 시야 바깥으로 치워버렸다.

“당신 뭔데, 최지혁이랑 당신 성좌랑 도대체 무슨 상관인데!”

내 물음에 지성준이 답답하다는 듯 제 가슴을 콩콩 치며 말했다.

“이봐, 최지혁 여자친구. 나랑 최지혁이랑 공통점이 뭐라고 생각해?”

“……뭐?”

나는 입을 살짝 벌리고 지성준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지성준의 질문에 대한 답은 금방 나왔다.

“……싸가지가 없다?”

“…….”

내 말에 지성준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잠깐만, 이게 아닌가?

“얼굴이잖아! 얼굴! 압도적인 잘생김! 눈깔 가출했어?”

“아.”

지성준은 내 밍밍한 반응에 열 받는다는 듯 발을 쿵쿵 구르며 분노를 표출했다.

급기야 내게 삿대질까지 하며 열변을 토했다.

“눈치가 요단강 갔어? 그리고 내 싸가지가 어때서! 이 문무를 완벽하게 겸비한 지성준에게 싸가지? 싸가지이?”

생각보다 자기애가 굉장히 강해 보였다.

“나는 도대체 왜 죽이려는 건데?”

내 질문에 지성준이 아직도 분하다는 듯 씩씩대며 날 째려보았다.

그러나 그는 검지와 중지를 펴고 내게 꽤 친절하게 설명했다.

“첫째. 내가 거슬려서.”

“…….”

“둘째, 내 성좌가 네가 최지혁의 여자친구인 이상 걔 눈앞에서 꼭 죽여달라 해서.”

나는 입을 쩍 벌렸다. 도대체 저게 뭔 개소리야.

“내 성좌가 최지혁이 마음에 든대. 화신으로 삼아야겠대.”

뇌가 딱, 멈춘 기분이었다.

머릿속이 새카매졌다.

최지혁의 성좌는 나다. 그런데 저놈 성좌가 왜 최지혁을 화신으로 삼아?

“……왜?”

“아……. 대답해주기 귀찮긴 한데, 뭐. 넌 어차피 죽을 테니까 내가 자비를 베풀어줄게. 어때. 좋지?”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자, 지성준이 나를 바로 일으키며 내게 바짝 다가왔다.

그래, 더 가까이 와라.

어차피 시스템 창도 보이는 거 그 빌어먹을 성좌가 누군지 이름이나 보자!

“인정하긴 싫지만, 그 자식 좀 생겼잖아?”

오오오, 보인다!

좌우가 반전돼서 빠르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분명 알아볼 수 있었다.

‘성좌 아름다운 물병’

무슨 이름이 저따위야?

내가 다른 각성자들의 시스템 창을 일일이 보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 성좌들이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알 리가 없었다.

“최지혁보다 잘생긴 사람들 많을 텐데 왜……?”

내 물음에 지성준이 짜증 난다는 듯 내게 대답했다.

“야.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왜 이렇게 질문이 많아? 그리고 일반인 주제에 뭘 많이 아는 것처럼 굴어?”

놈의 말에 괜히 찔려서 나는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쥐고 있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최지혁이 오기 전에 리온이라도 불러야 했다.

핸드폰에 긴급 가디언 호출 버튼이 있으니까,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

핸드폰 화면이 안 보이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네 성좌! 네 성좌는 도대체 뭔데 최지혁을 탐내는데?”

나는 다급하게 지성준에게 물었다.

일단 계속 말을 시켜서 주의를 돌려야 했다.

내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걸 들킨다면 내 핸드폰을 두 동강 내버리든, 집어 던지든 뭐라도 할 것 같았다.

“야. 최지혁 여자친구. 너 뭐 하냐, 지금?”

지성준의 눈이 가늘어졌고, 나는 그 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왜 자꾸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그의 커다란 손이 순식간에 내 팔뚝을 잡았다.

그리고 나를 벌떡 일으키며 내 몸을 홱 돌렸다.

“이야…… 핸드폰으로 뭐 하고 있었어?”

놈의 두 눈이 번뜩였고, 나는 곧바로 아, 망했다. 싶었다.

“왜. 최지혁 대신 경찰이라도 불렀어?”

지성준은 기분 나쁜 듯 큭큭 웃으며 내가 쥐고 있는 핸드폰을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 새끼가. 지금 어딜,”

허공에서 최지혁이 뚝 떨어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무시무시한 얼굴로 곧장 지성준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던졌다.

“으악! 내 머리!”

방심하고 있던 지성준은 그대로 바닥으로 나가떨어졌고, 최지혁이 급하게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아씨, 머리 이거 오늘 세팅한 거라고, 이 미친 새끼야!”

“채유라, 괜찮아? 젠장, 안 다쳤어?”

최지혁은 잔뜩 긴장한 듯한 얼굴로 나를 흘끗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최지혁의 뒤통수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왜 이렇게 빨리 왔지? 그리고 왜 혼자야?

환장하겠다.

혼자 오란다고 진짜 혼자 왔냐고!

“와. 이 새끼 골 때리네.”

지성준은 제 보라색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기며 흉흉한 눈빛으로 최지혁을 보며 말했다.

“참나, 뭐라고? 괜찮아? 안 다쳤어?”

지성준은 최지혁의 앞에서 괴상한 표정을 하고 그를 따라 했다.

“진짜 살다 살다 별 거지 같은…….”

지성준이 손을 뻗어 제 눈앞에 있는 시스템 창을 쓱 걷어 냈다.

저게 지금 무슨 짓인가 싶었다.

“자, 딱 3분 줄게. 네가 나한테 변명할 수 있는 시간 말이야.”

최지혁은 놈의 말에 아랑곳 않고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나를 일으켜 손에 쥔 칼로 내 몸을 감고 있는 밧줄을 우드득, 끊어냈다.

“야, 3분 준다니까? 내 말 안 들려, 이 미친놈아?”

나는 반사적으로 최지혁을 쳐다보았다.

꼭 지성준은 최지혁을 아는 사람처럼 굴었다.

원래부터 서로 아는 사이였던 건가?

“……채유라, 나가.”

최지혁은 광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는 지성준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나를 제 뒤로 숨겼다.

뭘 어쩌려는 계획인지 모르겠다.

지성준은 현재 S급 각성자이다. 반면에 최지혁은 겨우 E급이다.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나는 핸드폰을 꽉 쥐었다. 무슨 묘안을 생각해야 했다.

지성준의 말이 맞았다.

놈은 S급이니까.

높은 등급의 헌터는 귀했다.

그렇기에 지금 경찰을 부른다고 해도 금방 풀려날 것이 뻔했다.

세상의 질서가 붕괴될수록 등급이 높은 헌터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는다.

강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게 바로 멸망해가고 있던 최지혁의 세상의 법칙이었다.

나는 최지혁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진짜 가지가지 하네, 너네 뭐 하냐?”

지성준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최지혁을 가리켰고, 최지혁은 검을 고쳐 쥐고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야, 내가 너 때문에 무슨 짓을 겪었는지 알아? 네놈 때문에 빌어먹을 성좌 새끼를 또,”

“그 입 닥쳐.”

“닥, 뭐?”

최지혁의 말에 지성준이 또 열 받은 듯 눈깔을 까뒤집고 최지혁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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