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145)

최지혁은 내게 아주 열 받아 있는 상태였다.

“너 미쳤어? 저 새끼들 깡패야. 너도 알면서 그렇게 상의도 없이 막 나가는 게 어딨어!”

그에 나는 최지혁의 등을 토닥여주며 차분하게 말했다.

“어차피 그쪽도 무력으로 다스릴 생각이었잖아요. 좋게좋게 끝내고 좋지, 뭐!”

정곡을 찔렀는지 순식간에 최지혁은 말이 없어졌다.

“……그래도 나중에 저 새끼들이 찾아와서 해코지라도 하면!”

“최지혁 씨가 때려잡으면 되죠. 그런 거 잘하잖아요. 안 그래요?”

“그렇긴 한데, 아니, 채유라. 넌 도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에이, 최지혁한테 깡패쯤이야. 껌이지.”

“……맘대로 해. 그래.”

***

슬슬 국가도 게이트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는 모양이었다.

던전에서 나오는 물품들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밝혀졌고, 슬슬 각성자 관련 법안도 발의되고 있는 중이었다.

“진심으로 하는 얘기야?”

“완전 진심인데.”

나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최지혁에게 말했다.

현재 나는 모처럼 의욕에 불타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어제! 내 신분증이 나왔고, 이제 나는 마음껏 밖을 돌아다닐 수 있다.

그 말인즉, 당당하게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씀!

“어차피 게이트 안에서 일어난 범죄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잖아요. 맞죠, 최지혁 씨?”

내 말에 최지혁이 살짝 체념한 듯한 헛웃음만 뱉어냈다.

홍대 쪽에 게이트 하나가 열렸다.

정부에서 연 헌터 모집 사이트에 성주호 외 떨거지들이 게이트 입장 신청을 이미 한 상태였고.

내가 들뜨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나는 흐흐흐 웃으면서 놈들을 엿 먹일 생각에 희열에 젖었다.

나는 놈들이 최지혁에게 한 짓을 그대로 갚아줄 예정이었다.

원래 나쁜 놈들은 법봉 맛 좀 보여줘야 하는 법이다.

“여기 녹음기랑 카메라 한 대씩 다 챙기시고. 준우한테는 미리 준비해 놓으라고 연락했으니까 걱정 마요.”

내 생각은 이랬다.

어차피 강준우는 백호 길드에게 협박받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이번 레이드에는 필참이었고, 최지혁은 거기에 꼽사리만 끼는 거다.

어쨌든 놈들이 내가 아는 그 빌어먹을 놈들이라면 분명 아이템 분배나 뭐 여러 가지 이유들을 빌미로 우리를 협박하려고 들것이다.

그러면 최지혁은 본래 성격대로 한껏 성질을 부리며 놈들을 살살 긁어 놈들이 급발진하는 순간을 포착해 경찰에 넘기면 된다.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변호사도 이미 섭외해 놨어요.”

“뭐?”

“전화 상담 좀 해봤는데 감방 보내는 거 완전 가능하다는데요?”

최지혁이 인상을 찌푸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부연설명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엄지와 검지를 돈 세듯이 쓱쓱 비비며 말했다.

“물론 선금도 좀 찔러 줬고. 생각보다 엄청 유명한 분이더라고요.”

내면에서 올라오는 신남에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망할 놈들. 내가 기필코 깜방에 처넣어주마.

하하하하하하!

***

다행히 게이트 앞 군인들은 내가 소환사 계열 각성자라는 구라를 믿어주었다. 아마 리온의 악마적인 모습에 금방 납득을 한 것 같았다.

“오, 네가 생각보다 쓸모가 있구나?”

“흥! 나를 뭘로 보고? 이 몸은 무려 대천사 4명이 직접 봉인, 이봐, 마스터! 듣고 있어?”

나는 열심히 카메라 세팅을 마쳤다.

“욕하지 말고, 착한 척해야 해요. 알겠어요, 최지혁 씨?”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최지혁의 어깨를 붙들고 단단히 당부했다. 그에 최지혁은 기분이 나쁜 듯 눈썹을 까딱이며 내게 말했다.

“날 뭘로 보는 건데?”

“음……. 인성파탄자?”

“뭐?”

“에이, 장난, 장난.”

약속대로 강준우는 백호길드 쪽에 붙어서 나타났다.

불현듯 생각나는 유치장 최지혁의 이미지에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가만 안 둬…….”

그런 내 반응에 최지혁은 정색을 하고는 내게 부탁하듯 말했다.

“제발 그 흑역사는 좀 잊어. 그리고 나 당하기만 한 거 아니라니까?”

“그건 그쪽 생각이고.”

“아니, 나 안 당했다고!”

“알았어요. 그런 거로 쳐요.”

“그런 걸로 치는 게 아니라 안 당했다고!”

최지혁이 내 옆에서 방방 날뛰듯 말했다. 나는 대충 최지혁의 손을 꼬옥 잡고 그의 손등을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들어가서 저 인간들 협박하면 안 돼요. 협박은 꼭 나와서, 합법적으로 해요. 알겠죠?”

“너 날 뭘로 보는 건데?”

“그거야 당연히 인성파탄 최지혁이죠.”

내 말에 최지혁이 울상을 지었다. 반박하기를 포기한 모양이었다.

잘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그쪽이 이번에 같이 하기로 한 최지혁 씨?”

게이트 쪽으로 다가가자 촌스러운 노란색 머리의 양아치처럼 생긴 남자가 최지혁에게 인사했다.

저 인간이 바로 성주호!

나는 나도 모르게 그쪽을 째려보았고, 그와 동시에 성주호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음, 들었던 거랑 다르게 파티원이 생각보다 많네요?”

성주호가 살짝 짜증 난다는 듯 최지혁을 위아래로 쓱 훑었다.

아무래도 최지혁이 혼자 올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최지혁은 그에 승질이 뻗쳤는지 들고 있는 검을 바닥에 콱, 내려찍으며 대놓고 성주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예.”

“…….”

짜증 나니까 건들지 말라는 의사 표현이었다.

최지혁의 띠꺼운 태도에 성주호는 조금 당황했는지 어색하게 웃으며 그에게 웃는 낯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잘해 봅시다. 성주호라고 합니다.”

“예.”

최지혁은 대놓고 그가 뻗은 손을 무시했다.

그리고 나는 굳이 최지혁의 태도를 지적해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나도 저 인간이 꼴 보기 싫으니까!

나는 짧게 한숨을 쉬고는 최지혁의 손목을 잡았다.

이제 최지혁의 손목을 잡는 게 뭔가 게이트 들어가기 전에 하는 일종의 의식같이 느껴졌다.

나를 놓고 혼자 튀면 뒤진다는 그런 무언의 압박이라고 해야 할까?

게이트 안으로 진입하자 역시 몸을 빨아들이는 듯한 괴이한 느낌이 전신에 퍼졌다.

[흑마법사의 연구(C)]

- 이곳은 버려진 고대 도시이자 흑마법사 카드뭄의 거대 연구실입니다.

그가 피와 살을 엮어 만들어 낸 금지된 크리처들을 박살내고 연구실에 있는 흑마법사 카드뭄을 처치하세요.

- 제한시간 10:00:00

- 클리어 조건: 흑마법사 카드뭄을 영원히 소멸시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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