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블린들은 대부분 지능이 낮아 말을 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잡고 있는 고블린은 다른 고블린 주술사들보다 등급이 한 단계 정도 높은 편이라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 같았다.
“분명 숨겨진 쓸 만한 아이템이 있을 거야.”
최지혁의 말대로 던전에는 항상 숨겨진 아이템이 존재했다.
그리고 최지혁은 항상 레이드를 돌 때면 그 숨겨진 아이템을 가져가겠다고 설쳐댔다.
덕분에 포션 값이 엄청 깨져서 열 받았던 것은 항상 나였다.
“꿰에엙! 인간! 그만!”
고블린이 계속되는 고춧가루 세례를 견디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미안하지만 CG같이 못생긴 초록색 괴생명체가 너무 징그러워서 잠시 이성을 잃었다.
최지혁은 고블린 중 하나가 떨군 조잡한 검을 주술사의 목에 겨누고 협박하듯 말했다.
“어딨어?”
“보, 보물상자 열쇠를 주겠다!”
“상자 열쇠 말고. 숨기는 게 더 있을 텐데?”
솔직히 말해서 최지혁은 협박의 대가였다.
옆에서 보기만 했는데 막 오싹오싹했다. 진짜 진심을 다해서 협박하는 것 같았다.
미세하게 올라간 입꼬리를 보아 좀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변태인가?
하기야, 방송으로 볼 때도 최지혁 인성은 파탄 나 있었다.
“키, 키익, 족장, 마정석 안된다 인간! 꿰에엙!”
“아, 마정석을 숨기고 있나 보지?”
“……이익! 인간! 왕께서! 분노!”
최지혁이 피식 웃었고, 고블린은 고춧가루 때문에 충혈된 눈으로 눈물을 주르륵주르륵 흘리며 어딘가를 열심히 흘끗거렸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주술사 고블린이 자꾸 흘끔거리는 침상 쪽으로 향했다.
“이, 인간! 알려주겠다! 키에엑! 밖에, 밖!”
고블린이 뭐라고 말하거나 말거나 나는 고블린의 시선이 머문 침상 밑을 쓱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침상 밑에는 붉은색 구슬 하나가 폭신한 털가죽 위에 살포시 놓여있었다.
역시 지능이 낮다더니 사실이었구나.
“찾은 것 같은데요?”
“키에에엑! 안돼! 인간! 용서하지 않겠,”
푹.
최지혁의 칼이 금방 고블린의 목을 썰었다.
그리고 그의 태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데구르르.
흉측한 고블린의 머리가 바닥에 쓸쓸하게 굴러떨어졌고 최지혁은 슬쩍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아차 싶었는지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래도 내 앞이라고 잔인한 짓은 안 하려고 했던 건가?
미안하지만 최지혁이 얼마나 무자비한지는 이미 방송 화면을 통해 많이 봤었다.
그렇게 아무나 막 죽이지 말랬는데 말 더럽게 안 듣더라.
[SYSTEM]
[던전 클리어!(S)]
- 클리어 보상 10,000P
[획득 아이템]
- 고블린 주술사의 보주 (A)
- 고블린 주술사의 지팡이 (B)
- 고블린 전사의 조악한 단검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