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
내가 그 방송을 처음 접한 건 어느 한적한 오후였다.
하필이면 그날 약속이 펑크 나 버려서 내 하루 일정이 완전히 비어 버린 날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대학생이란 곧 세미백수나 다름없는 법.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게임방송을 즐겨 보는 나는 평소처럼 스트리밍 사이트에 들어가 무료하게 썸네일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아주 우연히 ‘최지혁’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시커먼 썸네일이 눈에 들어왔다.
‘시청자 수: 0명’
어쩌면 당연하게도, 형편없는 썸네일을 한 방송의 시청자 수는 0명이었다.
나는 꽤나 자비로운 마음으로 저 스트리머의 첫 번째 시청자가 돼주기로 마음먹고 화면을 클릭했다.
“흠, 신종 어그로인가?”
딸깍, 마우스 소리와 함께 화면이 넘어갔다.
시커먼 화면 안에는 무언가에 움푹 패어 연기만 풀풀 내뿜는 아스팔트 도로 위, 혼란스러워 보이는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그리고, 곧 화면 밑으로 조그마한 자막 하나가 지나갔다.
‘화신 최지혁’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뭐야, 영화 스트리밍 금지 아니야? 제정신인가?”
잠깐 신고 버튼을 누를까 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화면은 누가 봐도 디스토피아물 신작 같은 인트로를 재생 중이었고, 나는 순간 뭔가에 홀린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런 영화 없어서 못 보니까!’
하지만 취향보다 준법정신 투철한 이 시대 모범시민의 자아가 더 강했다.
나는 곧장 스트리머에게 충고하기로 결심하고 타자를 쳤다.
-‘저기요, 이거 불법 아니에요? 님 그러다 신고먹음.’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유의미한 반응이라고는 화면에 잡힌 남자가 한번 크게 휘청인 것뿐.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님 신고 먹는다니까요?’
-‘보고 있음?’
그때였다.
순간 화면이 어둠으로 까맣게 페이드아웃 되었고, 곧 화면 위로 화려한 글씨가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서버 ‘최지혁’에 최초 접속하셨습니다.’
나는 입을 쩍 벌리고 노트북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알림]
- 접속 보상 100P가 지급되었습니다.
- 포인트 환율: 100P=1원’
‘목표 달성! 후원을 통해 당신의 화신을 더 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