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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04 (81/82)

외전 04

“잠깐, 촬영장에 핸드폰을 가져간 거야?”

“어.”

“평소에는 촬영에 방해된다고 안 가져가잖아.”

“맞아.”

“그런데 왜 가져간 거야?”

그녀의 질문에 그가 빤히 쳐다보았다.

“혹시 너한테 전화 올까 봐.”

아영은 믿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그는 촬영이 들어가면 끝날 때까지 일절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집중력이 흐트러질까 봐.

그런 철두철미함 때문에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랬던 그가 촬영장에 핸드폰을 가져간 것도,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도록 아무 곳에 두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구나 업무 폰도 아니고 개인 폰을.

“기다리지 말고, 네가 전화하면 됐잖아?”

“처음에는 화가 덜 가라앉아서 못 했고, 나중에는 미안해서 못 하겠더라.”

“뭐가?”

“네가 날 두고 그 남자와 나쁜 짓을 할 리가 없다는 걸 아는데도 심술부려서 미안해. 네 잘못이 아니라 널 믿지 못한 내 잘못인데 다그쳐서…….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 한 번만 용서해 줘. 아영아.”

그의 진심 어린 사과에 아영은 참았던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그녀가 그의 가슴을 쿵쿵 치며 울먹였다.

“뭐야. 왜 네가 먼저 사과하는데? 내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네가 사과를 왜 해. 내가 잘못했는데.”

“사실 나도, 그 감독이랑 너 의심했어. 둘이 같이 있는 줄 알고.”

“그래서 울었던 거야?”

그가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웃으며 물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눈가에 맺혀 있던 수정 같은 눈물이 툭 떨어졌다.

그가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볼에 흐른 눈물을 닦아 주며 말했다.

“앞으론 절대 네가 오해하는 일 없도록 할게.”

“나도.”

아영이 빨개진 코끝을 훌쩍이며 말했다.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듯 그가 그녀를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아영은 숨이 막혔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그의 품이 너무 좋아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

하지만 광활하리만큼 넓은 등에 손이 다 닿지 않자 아영은 위아래로 쓸어내렸다.

“윽.”

그의 등 근육이 움찔거리며 그의 입에서 목이 졸린 듯한 신음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그녀의 입술을 찾아 물었다.

처음에는 아랫입술이 빨리더니 이내 윗입술까지 삼켰다. 그리고 헐떡이는 그녀의 입술을 가르고 그가 혀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녀의 입술이 스르륵 벌어졌다. 태하는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달콤한 숨결을 빼앗았다.

넘실거리며 떠다니는 부초처럼 그녀의 입 안을 헤집던 그는 그녀의 혀를 휘감더니 깊게 빨아올렸다. 그녀의 달큰한 타액이 흘러나오자 정신없이 빨아 삼켰다.

“흐흣.”

“미안.”

뿌리가 뽑힐 듯 아찔한 감각에 아영이 흐느끼자 태하는 곧바로 혀를 풀고 그녀에게 사과하고는 이내 부드럽게 에워쌌다.

혓바닥을 톡톡 두드리다 옆으로 틀어 감더니 이내 그 아래로 파고 들어가 혀 밑을 뭉근하게 쓸었다.

강하게 밀어붙일 때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어 버거웠는데. 간질간질 애간장 타는 키스에 아영은 온몸이 간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영은 그의 입 속으로 제 혀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도발에 흠칫 놀란 태하가 감은 눈을 번쩍 떴다.

아영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그가 했던 것처럼 그의 입 안 곳곳을 들쑤시며 자신의 흔적을 흘렸다.

태하는 수줍게 제 입 안을 헤엄치고 다니는 그녀의 혀를 붙잡아 사정없이 빨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처음으로 제 안으로 넘어온 그녀를 막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아영은 조금 더 대담하게 자신의 혀를 길게 내밀어 그의 혀를 맛보았다.

찰박찰박. 두 사람의 타액이 뒤섞이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렸다.

그녀의 목덜미를 감싸고 있던 그의 손이 곧은 척추를 타고 내려와 그녀의 잠옷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지분거리던 그의 손이 이내 위로 올라가더니 브래지어를 밀어 올렸다. 그러고는 희게 흔들리는 탐스러운 달을 향해 얼굴을 내렸다.

“하앗.”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흘러내린 입술 사이로 그녀의 달뜬 신음이 새어 나왔다. 태하는 볼이 깊게 패도록 입술 끝에 힘을 주었다.

강한 자극에 그의 등을 할퀴던 그녀의 손이 위로 뻗쳐 올라가 그의 머리카락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는 있는 힘껏 끌어당겼다.

“아흑.”

그의 이가 여린 살갗을 긁자 그녀의 고개가 뒤로 꺾이더니 흐느꼈다. 그러자 그의 다른 한 손이 그녀의 치마 속으로 파고들어 속옷을 끌어 내리려던 그때.

“엄마─ 나 왔어!”

서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란 아영은 있는 힘껏 그의 가슴을 밀쳐냈다.

쿵!

“윽!”

순간적인 그녀의 힘에 그가 침대에서 떨어졌다. 그 사이 아영은 끌려 올라갔던 브래지어와 옷을 내렸다.

그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고 서준이 뛰어 들어왔다.

“엄마! 무슨 소리야?”

“어? 그게…….”

당황한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달싹이고 있는데, 침대 옆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린가 궁금했던 서준이 맞은편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태하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빠!”

“서준아, 잘 지냈어?”

태하가 반쯤 몸을 일으키며 억지로 웃어 보였다.

***

저녁을 먹은 뒤 서준을 재우고 돌아온 아영은 제게 등을 보이며 누워 있는 태하 곁으로 다가갔다.

침대 끝에 걸터앉은 아영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자기,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아직도 많이 아파?”

“어.”

단단히 토라진 목소리였다. 난감해진 아영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미안해. 갑자기 서준이 목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그만…….”

하지만 그에게서는 이렇다 할 말이 없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아영은 그의 옆으로 바짝 다가가 앉은 뒤 그의 팔 위에 조심스럽게 제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의 팔에 단단하게 힘이 들어갔다.

아영은 그가 제 팔을 뿌리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했어. 화 풀어. 응?”

그녀가 없는 애교까지 끌어올려 그를 달래는데, 그가 갑자기 몸을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잔뜩 화가 난 그의 눈빛에 아영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 부부야. 아니야?”

그가 눈에 힘을 풀지 않은 채 물었다.

“당연히 부부지.”

“그런데 서준이한테 그런 모습 보이면 안 되는 거야?”

“안 되는 게 아니라 서준이가 아직 어리니까…….”

“난 꼭꼭 숨기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어. 서준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키스조차도 서준이 있는 곳에서는 하지 않으려는 그녀에게 그가 종종 했던 말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계속 이렇게 숨기자고?”

그녀가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자 그가 말을 끊고 되물었다.

“숨기는 것보다는 조심하자는 거지.”

“그게 그거지 뭐가 다른데?”

“그렇게 몰아붙이지 마.”

“몰아붙이는 게 아니라……. 넌 내 입장은 생각 안 해?”

그가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며 말했다.

아영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쳐다보자 그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아 자신의 다리 사이에 가져다 댔다. 뜨겁고 또렷한 형태에 아영의 두 눈이 커졌다.

대체 어느 시점에서 그가 흥분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 열흘 만에 만났어.”

“…….”

“이놈은 너 보자마자 좋아서 이렇게 미친놈처럼 흥분해 날뛰는데 넌 내가 하나도 안 그리웠어?”

“다, 당연히 그리웠지.”

제 손길이 닿자 더욱 몸집이 커지더니 이내 단단하게 일어섰다.

아영은 손을 뒤로 빼려 했지만 그가 놓아주지 않으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심이야?”

“지금 내 마음을 의심하는 거야?”

“그럼 얼마나 그리웠는데?”

“많─이.”

그녀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인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 추상적으로 말고, 내가 알아차릴 수 있게 표현해 봐.”

“알아차릴 수 있게?”

“몸으로.”

그제야 그의 말뜻을 이해한 그녀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스쳤다.

“왜,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좀 전에 허리 다쳤는데 무리하면 안 되지 않을까?”

“네가 올라오면 돼.”

“뭐, 내가?”

그가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뇌 회로가 정지된 듯 두 눈만 깜빡였다.

그 순간 태하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양손으로 잡아 들어 올렸다.

“어맛!”

갑자기 몸이 들리자 놀란 그녀가 짧게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 서준이 들을까 봐 재빨리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사이 그가 자신의 골반 위에 그녀를 앉혔다. 마치 말 탄 자세 같아 아영은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다.

“표현해 봐. 내가 그리웠던 만큼.”

태하가 그녀를 제 위에 앉혀 놓고 어디 한번 해 보라는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지금 그는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동안 그에게 확신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자 아영은 미안해졌다. 그래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아영이 그의 골반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그녀가 포기했다고 생각했는지 눈빛에 실망감이 번졌다.

아무 말 없이 침대에서 내려온 아영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입고 있던 잠옷 단추를 하나씩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했던 그녀의 행동에 그의 눈에 순간 당혹감이 스치더니 이내 깊고 짙어졌다.

순식간에 전라가 된 아영은 부끄러움을 참으며 다시 그의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천천히 상체를 숙인 뒤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낮에 휘몰아치던 키스와 달리 수줍고 소극적이었지만 태하는 더 흥분했다.

그의 입술과 혀를 번갈아 가며 빨던 그녀는 입술을 내려 그의 단단한 목덜미에 키스를 뿌렸다.

촉. 촉. 촉.

그가 했던 대로 혈관을 따라 내려오던 그녀의 입술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의 가슴까지 내려왔다. 그러고는 근육으로 단단하게 응집된 가슴을 혀로 쓸었다. 그러자 그의 가슴이 들썩였다.

아영은 자신의 서툰 애무에도 그가 반응하는 게 신기했다.

마저 다른 쪽 가슴도 쓸어올리자 그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숨이 막힐 것처럼 강한 손길에 아영은 탁 소리 나게 손등을 때렸다.

그가 움찔 놀라자 그녀가 말했다.

“만지지 마. 오늘은 내가 주는 것만 받아.”

그녀의 말에 그의 손이 스르륵 떨어져 나갔다.

아영은 다시 얼굴을 내린 뒤 양쪽으로 쩍 갈라진 복근에 입을 맞췄다.

촉. 촉. 촉.

그녀의 입술이 배꼽 아래로 내려가다 바지 밴드 부분에 멈추자 그는 감질나는지 허리를 들썩였다.

아영은 내렸던 얼굴을 들어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검은 밤바다처럼 검게 일렁이는 그의 눈빛을 보며 아영은 양손을 이용해 그의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끌어 내렸다.

그가 타이밍에 맞춰 허리를 들어 올리자 순식간에 그의 몸에서 분리된 바지는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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