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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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하지…… 읏!”

태하가 흡착하듯 그녀의 목을 강하게 빨아당기자 키스 마크가 남겨질 게 두려워 아영이 외쳤다.

그게 목적이었던 태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예민하던 곳만 찾아 자극했다.

아영은 싫다면서도 그의 입술이 닿을 때마다 참을 수가 없는지 온몸을 움찔움찔 떨며 신음했다.

태하가 그녀의 목 곳곳에 제 흔적을 새기면서 다른 손으로 그녀의 가운을 헤집었다.

“헛.”

그의 손길에 놀란 아영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권태하, 거긴 제발…….”

“제발 뭐? 더 해 달라는 뜻이야? 아니면 말할 마음이 생겼다는 뜻이야?”

벌어진 가운 사이로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멈춘 그가 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그녀는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휘몰아치는지 혼란스러워 보였다.

시간이 1분에서 3분을 지나 5분으로 넘어가자 그가 압박하듯 허리를 지그시 눌렀다.

그가 다리 사이로 위협적으로 파고들자 놀란 아영이 숨을 들이켰다.

“빨리 말해. 내 인내심 바닥나기 전에.”

당장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그대로 파고들 기세에 더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아영은 이내 결심한 듯 비장한 어조로 내뱉었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당연히 아영이 후자를 선택할 줄 알았던 그의 표정이 불쾌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은 끝까지 나한테 말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네?”

“마음대로 생각해. 대신, 조용히 떠나 주겠다고 약속해.”

마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처럼 결연하기까지 한 그녀의 표정이 그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지금 그 말은 나보고 먹고 떨어지라는 뜻이야?”

“…….”

그가 빈정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태하는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막혀 헛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5년 전에 저를 기만하고 떠난 것도 모자라 뻔뻔한 태도를 취하는 그녀를 보자 바보처럼 갖고 있던 그녀를 향한 미련이 수증기처럼 증발했다.

그리고 그 자리는 그녀를 향한 복수심으로 채워졌다.

“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먹어 주지.”

제 자존심을 시궁창에 처박아 버린 그녀를 제 밑에서 울면서 매달리게 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일었다.

태하는 그녀의 허리에 묶여 있던 가운 끈을 확 잡아당겼다.

“앗!”

단 한 번의 동작으로 순식간에 전라가 된 그녀가 놀라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에게 양손이 묶인 그녀는 그의 손을 막을 수가 없었다.

태하는 자유롭게 그녀의 몸 위를 유영했다.

아름다운 아치를 이룬 두 개의 능선을 따라 움직이던 그가 이내 한곳에 안착했다.

실크처럼 매끄러운 살결이 마치 부드러운 실바람이 불듯 손끝을 간지럽혔다.

그러자 지난 5년 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만족이 되지 않아 붙잡고 있던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고는 마저 다른 능선 위로 올라섰다.

투명하리만치 새하얀 살결이 제 손길에 따라 이지러지는 모습을 보며 태하의 눈빛이 검게 타올랐다.

이내 얼굴을 내린 그는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을 베어 물었다.

아영은 짜릿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자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손등으로 막았다.

그 모습을 본 태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내 손길에 반응하는 게 자존심 상해?”

태하는 제게 느끼면서도 억지로 신음을 참으려는 그녀를 향해 비소를 날렸다.

아영은 난처한 듯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버렸다. 하지만 곧 그의 손에 의해 다시 돌려지고 말았다.

“대답해.”

“내 반응 따윈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하던 거나 해.”

태하가 몰아붙이자 아영이 난처한 얼굴로 쏘아붙였다.

“좋아. 그 말 후회하게 해 주지.”

“흡!”

저를 아무나 붙잡고 흔드는 발정 난 짐승 취급하는 그녀의 말에 폭발한 태하는 그녀의 턱을 움켜잡고 벌하듯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가 거부할 사이도 없이 불시에 파고든 그는 그녀의 입 안을 순식간에 장악했다. 그러고는 그녀의 숨이 목까지 차올라 울며 매달릴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하아. 하아.”

“이런. 벌써 울면 되나. 이제 시작인데.”

가까스로 풀려난 그녀는 퉁퉁 부어오른 입술 사이로 허겁지겁 숨을 들이켰다.

태하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엄지로 쓸더니 이내 제 입으로 가져갔다.

그녀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은 건 그의 손길이 닿은 곳에 습한 열기가 번진 뒤였다.

뒤늦게 경계 태세를 취했지만 그는 가볍게 허물어 버렸다.

능수능란하게 움직이는 손길에 아영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 제 신음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런 제 행동이 그를 더 자극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아직 버틸 만한가 봐.”

그렇게 내뱉은 태하는 제 계획을 암시하듯 아랫입술을 매끄럽게 핥아 올리더니 그대로 얼굴을 내렸다.

“아, 안 돼!”

그의 얼굴이 어디로 향하는지 깨달은 그녀가 다급히 두 손으로 막으려 했지만 그가 더 빨랐다.

그를 막지 못한 두 손이 그의 머리카락에 닿자 아영은 어떻게든 떼어 내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태하는 접착제를 붙인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뇌를 강타한 짜릿한 쾌감이 온몸의 신경을 타고 흐르자, 그녀의 고개가 뒤로 꺾였다.

태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그녀의 쾌감을 끌어올렸다.

그 순간 아영은 이성이 날아가 버린 듯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질렀다.

고개를 든 태하는 열기에 녹아내린 듯 헐떡이는 그녀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가를 닦던 태하가 제 허리에 묶여 있던 가운을 벗어 던지자 완벽한 나신이 드러났다.

목에서부터 우아하게 뻗은 어깨와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팽창하는 팔, 양쪽으로 갈라진 단단한 가슴과 그 아래 자리 잡은 선명한 복근은 마치 그린 것처럼 비현실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좁아지는 허리 아래로 절묘하게 이어진 치골과 탄탄하면서도 쭉 뻗은 다리는 서양인만큼이나 길었다.

“정신 차려. 이아영, 나 아직이야.”

그녀 앞에 무릎을 세워 앉은 태하가 말했다. 하지만 아영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가쁜 숨만 몰아쉬었다.

아까부터 터질 듯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던 태하는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들어 올리자마자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갑자기 뜨거운 불길이 제 몸속에서 일자, 반쯤 감겨 있던 그녀의 동공이 커지더니 숨넘어갈 듯한 신음을 토했다.

태하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숲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것처럼 빠르게 나아갔다.

“그, 그만!”

아영이 시트를 부여잡으며 흐느꼈다.

“도중에 멈추라는 건 예의가 아니지.”

태하는 그 빛이 사라질까 더더욱 속도를 높였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 멈춰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발동 걸린 몸은 마치 지난 5년 동안 쌓여 있던 욕정을 다 분출시킬 것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남아 있는 욕정이 한 방울도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하는 수밖에.

아영은 누군가 제 몸을 짓누른 것처럼 숨이 막혀 오자 감은 눈을 번쩍 떴다. 다행히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꿈이었구나.

너무나 생생한 느낌에 깨어나서도 목이 따끔거리고 온몸이 욱신거렸다.

그러다 몽롱한 그녀의 시야가 선명해지더니 이내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게 자신의 집 벽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아영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허전함과 한기가 느껴지자 시선을 내려트린 아영은 알몸인 제 상태에 놀라 황급히 시트로 가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깼어?”

자신이 왜 이런 상태로 낯선 곳에 누워 있는지 혼란스러워하던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아영은 창가에 서 있는 그를 발견하고 두 눈이 놀라 커졌다.

아래는 편한 바지 차림에 상체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태하가 술이 담긴 잔을 들고 서 있었다.

“권태하…….”

“설마 기억 안 난다는 유치한 말장난을 하려는 건 아니지?”

태하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고는 손에 들려 있던 술잔을 빙그르르 돌리며 물었다.

그 순간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하던 아영의 머릿속이 선명해지더니 그와 했던 행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어젯밤 태하는 제게 미친놈처럼 달려들었다. 마치 굶주린 짐승처럼 그녀를 먹어치우려 했다.

결국, 정신이 나갈 만큼 격렬한 키스와 애무를 견디지 못하고 까무러치고 말았다.

“다행히 생각이 났나 보네. 도중에 네가 까무러쳐 잠드는 바람에 지금 욕구 불만 상태거든.”

그녀의 얼굴이 민망함에 벌겋게 달아오르자 태하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일어났으니 마저 할까?”

그가 보란 듯이 제 바지 앞섶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생각 없이 그의 시선을 따라가던 그녀는 들춰진 또렷한 윤곽을 발견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뇌까렸다.

“미쳤어.”

“내가 좀 미치긴 했지. 오랜만에 흥분해서 그런지 주체가 안 되더라고.”

태하가 히죽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약속이나 지켜.”

“그건 좀 힘들겠는데?”

“지금 약속을 어기겠다는 거야?”

“어긴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뭐?”

“네가 먹고 떨어지라며. 그런데 도중에 네가 기절했는데 왜 약속을 지켜야 하지?”

“그게 무슨…….”

“억울하면 다시 하든가.”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어제 분명히 다 했…… 하, 말을 말자. 갈 거야.”

그의 억지 주장에 더는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옆집에 서준을 맡겨 놓은 터라 아영은 마음이 급했다.

서준이 옆집 아주머니를 친할머니처럼 잘 따르긴 했지만 저와 떨어져 잔 적은 처음이라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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