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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결혼을 위하여-111화 (111/111)

111. 오직 사랑으로 인하여 (3)

발레리안이 타운하우스에 돌아온 이후, 황녀는 빈켄티우스 소속 기사들의 호위를 받아 황궁으로 돌아갔다.

황태자의 기사들이 황녀가 북부로 가는 경로를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렉산드라를 모시던 누군가로부터 그 정보가 샜다는 의미였다.

그중에 황녀의 사람이 아니었던 것은 황제가 붙여 준 또 다른 기사들뿐이었다.

그러니까 렉산드라가 귀환길에 황궁 기사들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그들을 의심하고 있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건 다분히 고의적인 행동이었다.

현재 황궁의 기사들은 철저히 황제의 사람들이었다.

렉산드라가 황위를 노린다면, 황제의 기사들은 그녀에게 걸림돌이었다.

황녀를 호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녀에게 붙어 봤자, 감시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이것은 황실 기사들에게 호위받기를 거부할 명분이었다.

물론, 어차피 황제가 된다면 평생 황실 기사들과 반목하고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렉산드라는 이 기회에 황실 기사들을 새로 뽑아, 제 세력을 만들 생각이었다.

물론 이 역시도 지금의 황실 기사들을 온전히 믿을 수 없다는 명분이 있는 덕이었다.

그렇게 황녀가 돌아가고 황태자는 유배되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황제는 더는 빈켄티우스나 아르셀리나를 쉬이 건드리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빈켄티우스 부부가 수도에 남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한 번 발레리안이 렉산드라를 도운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북부로 돌아가지 않고 수도에 머무른다는 것은 황녀를 향한 지지를 앞으로도 거두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추기에 충분했다.

그런 상황에서 빈켄티우스에게 북부로 돌아가라고 눈치를 주거나, 아르셀리나에게 전처럼 그들의 기사단을 억압하게 하는 행동 같은 걸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괜히 그랬다가, 둘 중 한 가문이라도 자극하게 되면 난감해지는 것은 황제였으므로.

그리하여 아테니아는 타운하우스에서 파티를 열기로 했다.

빈켄티우스가 한동안 수도에 자리 잡을 것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파티 준비로 한동안 바빴다.

빈켄티우스가 가진 권력이 권력인 만큼, 파티에 초대해야 할 사람들도 많았고 걸러내야 할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세바스찬은 유능한 집사였고 발레리안도 틈틈이 아테니아를 도왔기 때문에 아주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마침내 초대장이 모두 작성되어 그것을 발송하던 날, 마지막으로 초청 목록을 확인하던 아테니아의 두 눈이 커졌다.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제 옆에 있던 발레리안을 쳐다봤다.

“…이거, 리안이 직접 쓴 초대장이에요?”

아테니아가 목록에 적힌 이름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녀가 쓰지 않은 초대장을 쓸 사람은 발레리안뿐이었으니까.

“…그냥, 보여 주고 싶어서요.”

잠깐의 침묵을 이어 가던 발레리안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께서 놓친 행복이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불편하지 않겠어요?”

아테니아가 염려를 담아 물었다.

발레리안이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요, 테나. 그대가 있으니까.”

아테니아를 바라보는 발레리안의 시선이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가 괜찮다면, 그녀도 괜찮았다.

아테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의 뜻대로 해요.”

그녀의 말에 발레리안이 재차 미소했다.

그의 표정이 어딘가 홀가분해 보였다.

***

“테나~!”

파티 당일, 헬레나가 기쁜 얼굴을 하고 아테니아에게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헬레나의 걸음이 제법 조급했다.

그간 편지를 주고받기는 했으나, 아테니아가 북부로 간 이후 처음으로 재회하는 탓이었다.

“오랜만이야, 레나.”

아테니아도 기쁜 얼굴로 웃으며 헬레나를 맞이해 주었다.

헬레나의 뒤로, 클라이브와 칼스이턴 대부인이 낸 악소문에서 아테니아를 도와주었던 친구들이 속속들이 타운하우스 안으로 들어섰다.

“얼굴 좋아 보인다, 테나.”

앨리스 또한 그중 하나였다.

아테니아가 앨리스의 두 손을 잡아 주며 말했다.

“그간 고생이 많았다며, 앨리.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앨리스는 결국 이혼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가 바람피운 제 남편을 용서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앨리스는 유능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남편이 저지른 부정의 증거들을 모조리 수집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간통죄로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하여, 고소하지 않는 대신 앨리스에게 재산 대부분을 넘겨주게 되었다.

그렇게 디어스 남작이 거진 빈털터리가 되자, 우습게도 그의 내연녀 또한 떨어져 나갔다.

이제 남작에게 남은 것은 정말 가족뿐이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앨리스는 현재 완전히 제 남편을 휘어잡고 사는 중이었다.

솔직히, 그녀가 이미 한 번 자신을 배신한 남편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옆에 두고 자신이 당한 수치와 모욕을 되돌려 주고 싶을 뿐이었다.

즉, 앨리스가 앞으로 디어스 남작을 어떻게 할지는 철저히 그녀의 손에 달린 셈이었다.

그리고 당장 이혼하지는 않았으나, 당장 그 사실만으로도 앨리스는 아주 많이 밝아질 수 있었다.

“네가 멀리서도 도와준 덕이야. 나야말로 네게 감사해야 하는걸.”

앨리스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지으며 웃었다.

앨리스가 그런 유능한 변호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아테니아가 도움을 준 덕이었다.

아테니아가 아니었다면, 앨리스는 아마 지금도 계속해서 겨우 남편의 뒷담이나 하며 마음을 앓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친구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인걸. 너희들이 그랬듯이.”

아테니아가 마주 미소했다.

제가 이렇게 친구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기쁘기 그지없었다.

아테니아도 앨리스도 서로가 아니었으면, 서로가 가진 불행에서 벗어나기란 더 어려웠을 터였다.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친구들을 배정된 테이블로 안내해 준 이후, 아테니아는 다시 객을 맡기 위하여 홀로 나왔다.

때마침, 발레리안이 직접 초대한 손님이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선대 전하를 뵙습니다.”

아테니아가 선대 대공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그는 자신이 이 파티에 초대받을 줄 전혀 몰랐던 듯, 어색한 투로 마주 인사를 건넸다.

“…그래, 초대해 줘서 고맙구나.”

선대 대공은 영락없이 아테니아가 자신을 초대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제가 초대한 겁니다.”

그리고 그때, 발레리안이 자연스럽게 아테니아의 옆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발레리안의 말에 선대 대공이 놀라 두 눈이 커졌다.

선대 대공의 눈에 어렴풋한 희망이 드리워졌다.

“리안, 네가…?”

그러나 그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발레리안이 선대 대공을 이 자리에 초대한 것은 용서했다고 말하기 위함이 아니었으니까.

“보여 드리고 싶었거든요, 선대께.”

이것은 발레리안이 비로소 제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그늘을 벗어나기 위한 발판이었다.

“저는 이제 당신과 무관하게 행복하다는 것을.”

발레리안의 시선이 아테니아를 향했다.

마치, 그의 행복이 그녀임을 알려 주듯이.

아테니아가 제 어깨에 얹어진 발레리안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쳐 토닥였다.

그것만으로도 발레리안의 표정은 세상 환해졌다.

아, 그는 이제 정말로 행복했다.

또한 더욱 행복할 것이다.

아테니아가 함께할 테니까.

“…아.”

선대 대공이 자신도 모르게 작게 탄식했다.

그는 제 아들이 제게 하고자 하는 말을 곧바로 알아들었다.

이 행복은 당신으로 인해 좌우되지 않는다.

이 행복에 당신이 낄 자리는 없다.

왜냐하면, 아버지로서의 자격을 포기한 것은 과거의 당신이니까.

발레리안은 선대 대공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게 발레리안이 선대 대공에게 주는 벌이었다.

선대 대공은 분명 제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행복할 수 있었다.

선대 대공은 이제야 제 손으로 버린 행복이 무엇인지를 똑바로 알게 되었다.

반짝거리는 모래가 손 틈새로 빠져나가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기분.

그 허망함 속에 선대 대공은 그저 말을 잃고 서 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도망가시든 다른 길을 선택하시든 스스로 알아서 하십시오.”

발레리안이 말했다.

그는 이제 이것으로, 제 아버지에 대한 원망에서 멀어지고자 했다.

왜냐하면, 여전히 그 원망에 빠져 살기에는 앞으로 발레리안의 앞에 놓인 행복이 너무나 찬란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잔뜩 원망만을 담아 말했던 전과는 다른 의미였다.

이제 그는 아버지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니, 더는 저를 핑계로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게 저를 원망하는 것이든, 저를 위한다는 것이든 간에.

“그럼 즐거운 파티 되시길.”

발레리안이 아테니아를 데리고 선대 대공에게서 멀어졌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비로소 저릿한 과거에서 멀어지는 길이었다.

“잘했어요, 리안.”

아테니아가 작게 속닥였다.

그것은 현재의 발레리안에게, 그리고 마침내 과거에서 벗어나 온전한 어른이 된 어린 시절의 그에게 해 주는 말이었다.

“테나를 언제까지고 기다리게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발레리안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웃으며 대꾸했다.

“그래서… 나도 이제 나를 사랑해 보려고요. 무려, 그대가 나를 사랑해 주니까.”

당신의 사랑이 있는 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발레리안은 한 점의 거짓 없이 아테니아에게 약속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고 사랑해 줄게요, 리안.”

발레리안의 변화는 오로지 아테니아에 의한, 아테니아를 위한 것.

그 약속이 더없이 황홀했다.

그리하여 그녀 또한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해요, 테나.”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에, 저 남자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웃으니까.

그 웃음이 비로소… 아테니아가 바라고 바라던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결혼의 완성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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