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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결혼을 위하여-11화 (11/111)

11. 넌 내 거야 (1)

“…!”

아테니아가 순간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클라이브에게 맞아 아직도 골이 울렸으나,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비척비척 그러나 다급한 걸음으로 문으로 다가갔다.

철컥, 철컥.

아테니아가 방문 고리를 잡아 몇 번이나 돌렸으나, 그것은 헛된 손짓이었을 뿐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미쳤어…? 이거 열어!”

아테니아는 경악하여 소리쳤다.

철컹철컹.

밖에서 문고리에 쇠사슬과 자물쇠라도 걸었던지, 문은 덜컹거리기만 하고 철컹거리는 소리만 내며 굳건히 닫혀 있었다.

“이거 범죄야, 문 열라고!”

아테니아가 악을 내질렀다.

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감금이라니!

그 누가 이 상황에 침착할 수가 있겠는가.

“그 안에서 반성하고 있어!”

그러나 클라이브는 이것이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오히려 의기양양해진 목소리로 문밖에서 소리쳤다.

“반성하고 나면 남편한테 어떻게 순종적으로 굴어야 하는지 그 머릿속에 좀 새겨지겠지!”

“클라이브…!”

“고분고분히 굴어! 그렇지 않으면 밥도 주지 않을 거니까!”

저벅저벅,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났다.

클라이브가 아테니아의 방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문 열어! 빨리!”

덜컹덜컹.

아테니아가 다급하게 문을 몇 번 더 잡아당기고 탕탕 두들겼다.

그러나 더 이상 맞은편에서는 대답조차 없었다.

“아… 아….”

아테니아가 문고리만을 부여잡은 채 문 앞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녀가 멍하니 잠긴 문을 쳐다봤다.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클라이브가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들을 일삼고 있다지만, 어떻게 사람을 감금까지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어떻게 하지?’

아테니아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 탓에 패닉에 빠진 머리가 조금도 일을 하지 못하는 듯,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생각해 보라.

어느 누가 살면서 감금을 당할 거라는 가정을 하고 살겠는가!

아테니아가 자신도 모르게 제 무릎을 끌어안으며 몸을 웅크렸다.

본능적인 자기 보호 반응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방 안이었는데도 마치 모든 것에 위협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결혼 후 지난 1년간 안락하게 지내 온 방이었다.

그런데도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곳은 칼스이턴 저택이었다.

클라이브가 아테니아를 얼마든지 가둬 둘 수 있는.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돌연 숨을 쉬기가 힘들어졌다.

“헉… 허억… 흐….”

아테니아가 상체를 앞으로 수그렸다.

갑자기 온 방 안이 일그러지며 자신을 공격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전에 없던 상태에 아테니아는 어쩔 줄 몰랐다.

그녀가 말도 꺼내지 못하고 겨우 기어가 손을 뻗어 문고리에 매달렸다.

덜, 컹…. 덜컹.

문이 힘없는 소리를 내며 아주 미세하게 앞뒤로 왔다 갔다 했다.

그러나 그 문이 결코 열리는 법은 없었다.

“흐으으….”

아테니아가 점차 흐려지는 눈으로 문을 올려다봤다.

털썩.

그녀의 눈이 내리 감기고 그대로 몸이 쓰려졌다.

까만 어둠이 아테니아에게 들이닥쳤다.

***

아테니아가 가물가물한 눈을 깜박이다가 천천히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는, 그 앞에 그녀의 전속 하녀 제미니가 울고 있었다.

“아가씨… 흑….”

“…제니.”

아테니아가 다소 멍한 기분으로 제미니를 불렀다.

자신이 왜 침대 위에 누워 있는지 당장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아가씨…! 깨어나셨군요!”

제미니가 아테니아를 와락 감싸 안았다.

아테니아는 그 품에 안긴 채 여전히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제니, 켈록! 윽… 어떻게 된… 거야?”

아테니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이 엄청나게 까슬까슬한 것을 느꼈다.

마치 모래를 삼킨 듯이 목소리를 낼 때마다 목이 긁히는 느낌이었다.

“이틀 내내 누워 계셔서 목이 마르셨을 거예요, 우선 물부터 드세요.”

제미니가 아테니아가 상체를 일으키는 것을 도와주며 아테니아의 입가에 물잔을 대 주었다.

미지근한 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아테니아는 그제야 목이 따가웠던 것이 가시는 것을 느꼈다.

“…칼스이턴 후작님께서 아가씨를 가두시는 바람에 순간 놀란 아가씨가 과호흡이 오셔서….”

아테니아가 결혼한 이후 꼬박꼬박 후작 부인이라고 부르던 제미니는 여간 당황한 게 아니었던 모양인지, 크리스나 저택에서 그랬듯 아테니아를 아가씨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아테니아 또한 호칭을 정정해 줄 상태는 아니었으므로 그 점은 그렇게 넘어가게 되었다.

“흐윽… 그래서, 쓰러지셨어요.”

제미니가 또다시 눈물을 터트렸다.

당시 그녀가 조용한 방 안이 이상해 클라이브에게 빌고 빌지 않았더라면, 아테니아의 방문은 열리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그랬다면 제 아가씨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내가, 혼절했었다고.”

“네, 지금도 밖에서 기사들이 감시하고 있어요….”

제미니가 시무룩하여 대답했다.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인지하자마자, 아테니아는 다시금 호흡이 불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애써 방 안을 둘러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전처럼 방안이 일그러져 자신을 공격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다가 문득, 아테니아의 안에서 울컥 감정이 치솟았다.

이런 일에 겁을 먹다니.

수치심과 분노가 그녀를 감쌌다.

“아가씨!”

아테니아가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현기증이 일어 휘청였다.

놀란 제미니가 그녀를 빠르게 부축했다.

그러나 아테니아는 부축을 뿌리치고 문으로 달려가 다짜고짜 근처의 화병을 내던졌다.

이전에는 해 본 적 없는 폭력적인 행동이었으나, 남편이 자신을 가두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그녀를 궁지로 몰아갔다.

“열어! 클라이브, 이 개자식아. 이거 열라고!”

아테니아가 온몸을 다해 소리쳤다.

사실 평범한 영애로 살아온 그녀가 이런 식으로 갇혀 봤을 리 없었다.

갇히긴커녕 귀족으로서, 레이디로서 일탈도 해 본 적 없이 정도만 걸어온 아테니아를 누가 핍박했겠는가.

그러니 겁을 먹거나 공황이 오는 것쯤은 당연한 일이었으나, 그녀의 자존심은 그 사실을 결코 받아들이지 못했다.

쾅! 와장창! 쿵!

아테니아로서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몰랐다.

기절했다가 방금 막 깨어난 것답지 않게 그녀는 마구잡이로, 집히는 대로 이것저것을 문에 던져 댔다.

제미니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할 때, 밖에서 드디어 문이 열렸다.

아테니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문 밖으로 나가려 했다.

“어딜…!”

그러나 그 순간, 아테니아의 몸이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그녀보다 먼저 방 안으로 들어온 클라이브가 밀친 탓에, 막 깨어나 힘없는 아테니아의 몸이 그대로 넘어진 것이었다.

“…윽!”

아테니아가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깨진 화병 위로 쓰러진 탓에, 그 위를 발로 잘못 디뎌 발바닥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얌전히 좀 있어!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뭐 하는 짓이야! 네가 깨 먹은 것들이 다 얼마짜리인 줄 알아?!”

그러나 클라이브는 뻔히 바닥에 비치는 피조차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깨진 장식품들에 신경질을 냈다.

그 기가 막힌 태도에 제미니가 달려와 아테니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후작님…! 아가씨가 다치셨잖아요!”

“시끄러워! 어딜 하녀가 주인이 말하는데 끼어들어!”

“내 하녀한테 소리치지 마!”

그러나 클라이브는 제미니가 끼어드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아테니아가 제미니를 위협하는 그에게서 그녀를 보호했다.

정말이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하, 진짜 짜증 나게. 주인이 이따위니 하녀도 그 모양이지.”

클라이브가 짝다리를 짚으며 못마땅하게 아테니아와 제미니를 내려다봤다.

아테니아가 보기에는 그 태도가 시정잡배나 다를 바 없어 보여, 그녀는 또다시 놀랐다.

아직까지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대체 아테니아와 연애를 할 때 시종일관 완벽한 신사다웠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둘 다 기운이 넘치나 본데, 너무 잘 먹은 모양이지?”

클라이브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계속 그렇게 난리 쳐 봐! 굶으면 그럴 힘도 안 나겠지!”

이어지는 클라이브의 말에 제미니가 경악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혼절했다 깨어나신 아가씨보고 지금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내가 끼어들지 말라고 했을 텐….”

“때리기만 해 봐!”

아테니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클라이브를 막아섰다.

그 탓에 발바닥의 유리 조각이 더 깊숙이 박혀 고통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의 두 눈이 저번처럼 당장이라도 클라이브를 물어뜯을 듯이 형형했다.

“…건방지긴!”

잠시 움찔했던 클라이브가 이를 악물며 물러섰다.

아테니아에게 아래를 쥐어뜯길 뻔하고, 그녀로 인해 팔에 피를 본 지 며칠이 지나지도 않은 탓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독한 년.”

유리 조각으로 인해 발바닥이 엉망이 되었음에도 꿋꿋이 서 있는 아테니아를 보며 클라이브가 질린다는 듯 말을 이었다.

“크리스나의 돈만 아니었어도 나도 너같이 질리게 만드는 여자랑 진작에 이혼했어! 네가 이런 여자만 아니었어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왔겠어?! 여자가 고분고분한 맛이 있어야지….”

또다, 또.

클라이브는 또 아테니아에게 질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은연중 이를 악물었다.

자꾸만 그런 말을 들으니, 진짜로 자신이 그를 질리게 해서 이런 꼴을 겪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것이 말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은 아주 작은 마음의 빈틈일지라도 어떻게든 비집는 습성이 있어서 아테니아의 마음을 푹 파고들었다.

게다가 클라이브가 얼마나 엉망이든, 그는 하필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가 아니던가.

“…미친놈.”

그리하여 클라이브를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는 아테니아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똑똑똑

그 순간, 노크 소리가 세 사람 사이의 긴장감을 끊어 놓았다.

“뭐야?”

클라이브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문밖에서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리스나 백작가에서 그 댁의 둘째 아가씨가 찾아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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