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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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론슈카가 작은 말을 타고 달려 도착한 곳은 웨더필드가였다. 그는 아이카가 자신을 치료해 주었던 일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황이 이렇게 된 지금, 헤이른을 찾았다.

“이번 주는 쉬겠다더니, 무슨 일이지?”

다급한 론슈카를 맞이한 이는 헤이른이었다.

“엄마, 엄마를 구해 주세요!”

“ⵈ무슨 일인지 천천히 이야기해 봐.”

그제야 숨을 고른 론슈카는 지금 상황을 이야기했다. 아델이 독을 먹고 쓰러진 일, 해독제가 없어서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을 말이다.

그 모든 이야기를 들은 헤이른의 표정이 무섭게 굳었다.

“그래, 아델이 쓰러졌다고.”

“당신은 치료할 수 있잖아요!”

자신을 향하는 간절한 시선에 헤이른은 깊은 한숨을 삼켰다.

“아니, 못 해.”

“왜요?”

“재료가 부족해.”

정령왕을 부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 부른 이상 길은 열려 있었지만, 그게 전부다. 자신의 힘으로 부르기엔 아직 한없이 높은 존재였다.

“아이카 님을 만날래요.”

“만나게 해 주지.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똑같을 거야.”

헤이른은 그렇게 말하며 아이카를 호출했다.

“못 해요.”

아이카는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답했다.

“재료가.”

“재료라는 거 다시 구할 수 없어요?”

“귀한 것도 있어서 구하려면 시일이 걸려요. 저번 일 이후 곧바로 다시 구하기 시작했는데도 아직 여러 재료가 비어 있답니다. 안타깝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아이카의 말에 론슈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러더니 몸을 돌려 뛰쳐나가려는 걸, 헤이른이 잡았다.

“내가 데려다주지.”

“혼자 갈 수 있어요.”

“아무리 봐도 상태가 나쁜데. 그냥 순순히 호의를 받도록 해.”

결국 론슈카는 헤이른과 함께 도미니크가로 돌아가야 했다.

“론슈카 님!”

아이가 사라진 것도 몰랐던 시녀가 기겁하며 론슈카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론슈카는 그런 시녀를 뒤로하고 곧바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아델에게로 달려간 것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시녀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웨더필드가의 헤이른이다. 안에는 그렇게 전하도록.”

“네? 네!”

시녀는 다급히 발걸음을 놀렸다.

“헤이른 경께서 오셨다고?”

그 소식을 전해 들은 키슈는 반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몰래 빠져나간 론슈카를 데려다준 것은 사실이기에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시녀를 시켜 접대실로 안내하라 일렀다.

‘어느 정도 쉬게 하고 돌려보내면 되겠지.’

키슈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헤이른은 그의 뜻대로 따르지 않았다. 그는 시녀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마자 접대실을 빠져나와 위층으로 향했다.

* * *

‘제발, 제발.’

루카스는 믿지도 않던 신에게 간절히 빌었다. 아델을 살려 달라고, 그러면 신전에 막대한 기부금을 내리라고 맹세했다.

“아델.”

정신을 잃으면 위험하다 하여 끊임없이 잠들려는 아델을 깨웠다. 볼을 어루만지자 감겨 있던 눈이 파르르 떨리며 익숙한 눈동자가 드러났다.

“잠들면 안 돼.”

루카스의 말에 아델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가슴이 찡하니 아팠다. 차라리 대신 아프고 싶었으나, 그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델의 마지막 끈을 어떻게든 길게 잇는 일이었다. 카이가 돌아올 때까진 버텨야 했다.

아델에게 깊이 몰두해 있었던 탓일까? 루카스는 방에 새로이 들어오는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다.

뒤늦게야 알아차리고 몸을 돌렸을 땐, 이미 헤이른이 안으로 들어온 뒤였다.

“무슨 일이지?”

“아델이 아프다고 들어서.”

“병문안이라도 온 건가?”

“그런 셈으로 치지.”

마음 같아서는 헤이른을 쫓아내고 싶지만, 과연 그가 쉽게 나갈까? 작정하고 움직이지 않기로 마음먹으면 다른 이들은 그를 쫓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루카스가 나서야 한단 소리인데, 그건 내키지 않았다. 죽어 가는 아델에게 힘을 불어 넣는 일을 중단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루카스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암묵적으로 헤이른이 머무는 걸 허락해 준 셈이었다.

헤이른은 침대 반대편으로 돌아가 아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죽어 가고 있네.]

[많이 지쳤어.]

[위험해.]

정령이 헤이른의 귓가에 속삭였다.

“살릴 수는 없나.”

떠들어 대는 목소리는 여전하나, 그 안에 아델을 살릴 방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해독약은?”

“카이 경이 알아내러 갔다.”

“범인을 알고 있는 건가?”

“너도 추측하고 있을 텐데?”

루카스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랬다. 헤이른도 누가 범인인지 알 것 같았다.

‘셀렉시온.’

끝까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헤이른은 반대편에서 아델의 손을 잡았다. 루카스는 무척 불쾌해 보였지만, 그를 말리지 않았다. 헤이른 또한 아델에게 힘을 불어 넣을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델은 간신히 버텨 내고 있었다.

* * *

신발이 흐트러진 현관에서 하진은 다급히 움직이고 있었다.

“으아, 바쁘다, 바빠!”

출근하는 날인데 늦게 일어나고 말았다.

“오늘 할 일이 산더미인데!”

하진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집을 나섰다. 늦잠까지 잤는데 이상하게 몸에 힘이 없다.

그래도 무단결근을 할 수 없다는 의지로 어떻게든 회사에 도착해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괜찮아? 갑자기 왜 안 하던 지각이야?”

“그러게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

어젯밤에 보던 소설 때문일까?

하진은 서글픈 표정으로 동료를 바라보다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황급히 일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일하지 않으면 오늘도 야근이다.

그렇기에 부지런히 일했지만,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또 야근이네.”

하진은 투덜거리며 편의점에 다녀왔다. 이곳은 야근할 때도 식비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알아서 식사해야 했다.

“거지 같은 회사!”

그리 소리치며,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해치우고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피곤해서일까? 처음에는 뚜렷하던 글씨가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새로이 모양을 잡았다.

아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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