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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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9

마을은 생각보다 작았다. 있을 건 다 있었지만, 달리 구경할 게 없었다.

고작해야 알록달록한 사탕과 초콜릿으로 장식된 과자 가게 정도일까?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전시된 것들이 먹음직스러워 보여 아델은 저도 모르게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엄마, 먹고 싶어?”

론슈카의 물음이 들려오고 나서야 아델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아니, 엄마는 괜찮아. 론슈카는 혹시 먹고 싶은 거 없니?”

아델과 론슈카의 대화 소리를 들었는지, 루카스가 발걸음을 멈췄다.

“들어가 보지.”

안쪽 또한 크지 않았지만, 대신 3면이 과자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전생의 아델은 단것이라면 환장했다. 집에 간식 상자가 있었고, 그 안에는 언제나 먹을 것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뿐이랴. 주에 한 번씩 디저트 가게에 찾아가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었다.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넋을 놓고 주변을 구경했다.

“먹고 싶은 걸 골라 보거라.”

그 말에 레온은 레몬 사탕을, 론슈카는 화려한 초콜릿 상자를 골랐다.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해서 고른 것이니 뭐라 할 순 없지만, 레온이 고른 것에 비하면 너무 크다.

“이건 제가 살게요!”

아델은 얼른 앞으로 나섰다.

“아니, 됐다. 모처럼의 여행인데 내가 내지. 아델, 그대도 고르고 싶은 게 있으면 골라 보도록.”

절로 목에 침이 꿀꺽 넘어갔지만, 여기선 사양하기로 했다. 루카스에게는 이미 빚진 게 잔뜩인데 돈을 더 쓰게 하긴 싫었다.

“저는 괜찮아요.”

“고르기 힘들다면 내가 골라 주지.”

루카스가 아델의 거절을 거절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데,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여기서부터,”

아델은 잽싸게 손을 내밀어 루카스의 손가락을 잡았다.

“제가, 제가 고를게요!”

어쩐지 더 듣지 않아도 뒷말을 알 것 같았다. 결국 아델은 작은 캐러멜 한 주머니를 샀다.

과자 가게 밖으로 나오자마자 레온은 레몬 사탕을 입에 물었다. 론슈카는 초콜릿 상자를 끌어안고 총총걸음으로 아델에게 다가와 그걸 내밀었다.

“엄마 거.”

본인이 먹으려고 산 게 아닌 모양이었다.

“고맙지만 론슈카, 론슈카가 골랐으니 그건 론슈카 거야.”

“그럼 같이 먹어.”

론슈카는 잽싸게 말을 바꿨다. 어리광을 부리는 건지 평소보다 말도 짧았다.

그런 아이가 귀여워 아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론슈카도 캐러멜 먹어 볼래?”

“응!”

론슈카의 입에도 캐러멜을 물려 준 아델은 슬그머니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안 먹을 것 같은데.’

하지만 루카스에게도 캐러멜을 물려 주고 싶었다. 작은 욕망은 걸을 때마다 그 크기를 키워 나갔다.

그렇게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더는 참지 못하게 된 아델이 캐러멜을 하나 꺼내 포장을 벗겼다.

“루카스 님.”

“왜 그러지?”

“잠시 입 좀 벌려 보시겠어요?”

루카스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델이 원하는 대로 입을 벌렸다. 그녀가 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고 믿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아델은 그런 일을 하진 않았다. 그저 종이 포장을 깐 캐러멜을 루카스의 입 안에 쏙 넣기만 했을 뿐이다.

이어 루카스의 입이 턱 다물렸다.

“어때요?”

아델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ⵈ달군.”

“단 건 싫으세요?”

“그다지.”

싫다는 건가, 아니란 건가? 묘한 답이었다.

그래도 뱉어 내지 않는 걸 보면 제법 먹을 만한 모양이었다. 이어 아델은 포장을 하나 까서 자신의 입에도 넣었다.

정성 들여 만든 캐러멜은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게 다 녹아내릴 무렵, 일행은 신전 앞에 도착했다.

“최대한 빨리 나올 테니 여기서 기다리도록.”

그 말에 아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는 신전과 신관에 대해 환상을 가졌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판타지에서 흔히 보던 치유력을 발휘하는 신관은 여기 없다. 그들은 그저 신을 믿으며 기도를 할 뿐이었다.

신전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환상적인 장소란 느낌보단 관공서의 느낌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신전 내부를 잠시 둘러보고 나서는 할 일이 없어졌다.

어디 앉아서 기다릴 곳이 없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는데, 짐승 가죽으로 지어진 옷을 입은 남자 하나가 이쪽을 바라보는 게 보였다.

‘누구지?’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불길하다.

아델은 슬그머니 아이들을 자신의 뒤쪽으로 밀어 넣고, 신전의 입구 쪽에 가까이 붙어 섰다. 여차하면 소리를 지르며 안으로 뛰어 들어갈 생각이었다.

남자는 아델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역시 신전 안으로 들어가야겠어.’

아델이 긴장한 걸 느꼈는지 아이들도 굳은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 순간, 남자가 소리 높여 외쳤다.

“오, 아델! 아델 맞지?”

아델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자신을 아는 사람이다.

루카스를 만난 뒤의 아델을 아는 사람은 아닐 테니, 그전에 만난 사람이겠지. 서글프고 괴로웠던 그 시절의 아델을 아는 사람 말이다.

그녀는 금방 결론을 내렸다.

“죄송하지만 저는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는데요.”

모르는 척하자.

그 당시에 스치듯 만났던 사람들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하나같이 아델을 손가락질하고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인 것처럼 대했으며, 론슈카를 배척했다.

“아닌데, 옷은 달라졌지만 아델 맞잖아.”

남자는 징그럽게 히죽거리며 말했다.

아델은 차가운 표정으로 재차 말했다.

“저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이 정도 눈치를 줬으면 떨어져 나갈 만도 한데 남자는 끈질겼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말해 봐. 보니까 인생이 핀 것 같은데. 비결이 뭐야?”

그쯤 되니 남자의 이름이 생각났다.

존. 깊은 숲속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의 사냥꾼.

아델이 그 마을에 살 때 끊임없이 가스라이팅을 하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화전민 마을을 벗어나 이주한 모양인데, 세월이 지났음에도 전혀 변한 곳이 없어 보였다.

여전히 역겹고, 끔찍하단 소리였다.

존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와 위협하듯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뒤에 숨은 아이는 누구야?”

그 말을 들은 론슈카가 앞으로 나섰다. 레온 또한 그런 론슈카를 따라 아델의 앞을 막아서려 했다.

“안 돼, 위험해.”

아델은 아이들의 어깨를 잡으며 말렸다.

“괜찮습니다. 스승님께선 언제나 그러셨어요. 소중한 사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라고요.”

그 말을 하며 레온은 바닥에서 나무 작대기 하나를 주워 들었다. 론슈카 또한 매서운 눈으로 존을 노려보았다.

“하하, 여기 괴물도 있었네. 하지만 어쩌나. 여긴 신전 앞이라고! 여기서 날 불태우기라도 하려고?”

존이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후우.’

아델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그대로 손을 들어 올렸다. 손에 힘을 주고 손목에 스냅을 건다.

그런 후 냅다 휘둘렀다.

철썩! 하는 경쾌한 소리 뒤에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

“악!”

아델이 손을 휘두를 건 예상 못 했는지, 존은 피하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뺨을 내줬다.

“이게 미쳤나!”

“미친 건 그쪽이겠지. 내 아이는 괴물이 아냐!”

자신보다 덩치가 큰 남자가 위협하니 무서웠다. 그래도 절대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괴물이 아니라고? 징그러운 생김새를 가진 데다가 여기저기를 불태웠는데?”

“그건 그쪽이 먼저 괴롭혀서 그런 거잖아!”

“와아, 진짜 돌아 버린 모양이네. 애초에 자식한테는 관심도 없던 거 아녔어?”

아델의 어깨가 움찔 떨려 왔다. 그걸 본 존은 신나서 더 떠들어 댔다.

“그래 놓고선 인제 와서 어미 노릇이라도 할 생각이야?”

머릿속이 어지러워 비틀거리자, 존은 이때다 싶었는지 추악한 소리를 내뱉으며 아델에게 손을 뻗어 왔다.

그러나 그는 결국,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했다. 아델에게 손이 닿기 전, 먼저 나선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루카스였다. 비싸고 좋아 보이는 옷에 길게 늘어트린 은발, 깔끔한 외양. 그냥 보더라도 귀족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자연 존은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났다.

“아이고, 귀족이시군요.”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존에게 닿는 시선이 서슬 퍼렇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무언가로 댕강 썰어 버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왜 여기서 귀족이 나와?’

존은 머리를 굴려 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델도 그의 아들도 옷차림이 남다르다. 귀족이나 입고 다니는 복장이란 소리였다.

‘아, 그렇게 된 건가?’

그래도 제법 예쁘장하게 생긴 만큼 어느 귀족의 첩실로 들어간 것 같다고, 존은 생각했다.

“그냥 아델과 아는 사이라, 잠시 인사를 했던 것뿐입니다. 별일 아닙니다.”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분위기가 더 싸늘해졌다.

‘염병.’

존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그 전의 말도 들은 것 같았다.

‘큰일 났네.’

등줄기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 약혼녀를 모욕하지 않았나.”

“네, 네? 약혼녀라고요?”

존은 화들짝 놀라며 아델과 루카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뭔가 관계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약혼녀라니. 아델은 보잘것없는 평민인데 그게 가능한 걸까?

‘어쩌면 저쪽이 귀족이 아닐지도.’

그리 생각하며 다시 슬쩍 보았지만 암만 봐도 귀족이다. 그것도 고위 귀족.

저 사람이 귀족이 아니라면 세상에 귀족인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아니면 아델이 저 남자를 속였든가.’

이쪽은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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