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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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

무슨 일이 있었는지 레온은 피를 흘리면서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론슈카는 폭주하고 있었다.

“주, 죽어!”

불꽃이 흑마법사에게로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흑마법사는 그를 수월하게 막아 내었다.

“쯧, 귀찮게.”

아델은 무의식중에 론슈카에게 다가가려다 걸음을 멈췄다. 지금 가까이 가서 어떻게 할 건데? 흑마법사가 남아 있지 않나.

그녀는 조용히 숨을 죽이며 허리춤을 더듬었다. 그곳에는 경비대원에게 부탁해서 받은 작은 단검이 있었다.

‘난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아델은 불꽃에 신경을 쓰고 있는 흑마법사에게 달려가 그대로 단검을 찔러 넣었다.

“아악!”

흑마법사는 불시의 기습에 상처를 입고 비명을 질렀다.

아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감히 아이들을 해치려 한 흑마법사를 확실하게 끝장내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단검을 뽑아 들었다.

왜 공포 영화를 보면 흔히 있는 일 아니던가. 죽은 줄 알았던 괴물이 다시 살아나는 일. 자고로 확인사살은 제대로 해야 했다.

그러나 아델이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마법사들의 로브는 생각 보다 헐렁거려 단검이 비껴 나갔다는 것이었다.

정신을 차린 흑마법사는 들고 있던 스태프로 단검을 쳐 낸 뒤 곧바로 그걸 멀리 걷어찼다. 그리고 아델에게 스태프를 겨눴다.

“엄마!”

뒤쪽에서 론슈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벌벌 떨리던 아델의 몸이 놀랍게도 빠르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이 그때인지도 몰랐다. 론슈카에게 지은 죄를 조금이라도 갚을 기회.

‘론슈카, 내 아들.’

마침 레온도 다시 깨어난 모양이었다. 아델은 슬쩍슬쩍 아이들의 상태를 살피며 저와 흑마법사 사이의 거리를 가늠했다.

“호오, 내 실험체의 엄마인 모양이군.”

흑마법사가 히죽 웃었다. 이러면 일이 쉬워진다. 혈연은 생각보다 짙어서 한쪽을 인질로 잡으면 다른 한쪽은 쉽사리 도망치지 못한다.

“론슈카, 예전에 엄마가 한 말 기억해?”

아델은 차분하게 론슈카에게 물었다.

과거 곰을 마주했을 때 아이는 끝내 그녀의 곁으로 돌아왔다. 매정한 어미이기만 했던 아델을 떠나지 못했다.

론슈카는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었다. 굳이 같이 죽을 자리로 돌아올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말했다.

“론슈카, 위험한 일이 생기면 꼭 도망가야 해.”

그러자 론슈카는 잠시 생각해 보다 물었다.

“어, 엄마랑 같이?”

“같이 도망간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혼자라도 도망가야지.”

“왜, 왜? 시, 싫어.”

“엄마는 론슈카가 남은 인생 동안 더 많은 행복을 맛보았으면 좋겠어. 그런데 엄마랑 같이 하늘나라로 가 버리면 그걸 모르게 되잖아.”

“나, 나, 난 그래도 좋은데?”

“귀여운 내 아들.”

아델은 론슈카를 꼭 끌어안고 뺨을 비볐다.

“그래도 기억해. 그런 상황이 오면 꼭 도망쳐.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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