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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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론슈카는 손가락까지 꼽아 가면서 필사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처참한 모습을 본 아델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지끈거리는 가슴의 통증에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울어도 돼.”

아델은 울지 않기 위해 애쓰며 말했다.

“아프면 울어야지.”

“우, 우는 거 싫잖아.”

“아니, 싫지 않아. 론슈카인걸.”

그 말에 론슈카가 예의 히죽거리는 웃음을 보였다.

“밥도 더 먹어도 돼.”

“하, 하지만.”

“론슈카는 아직 작아서 많이 먹어야 해. 더 커져야 엄마 일을 돕지.”

아델은 차분하게 론슈카에게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내내 의아함을 품고 있던 얼굴이 이유를 듣고 나서야 풀렸다.

이 아이는 어째서 이유 없는 사랑을 알지 못하는 걸까. 그건 전부 자신의 죄였다.

비록 전생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하나, 현생의 아델도 자신이었다. 그 사실이 괴로웠다.

“사실 일도 도와주지 않아도 돼.”

“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는 더 잘하거든?”

그러면서 작은 코를 살며시 꼬집었다.

‘아, 안 되겠다.’

론슈카에게 더 좋은 길이 생긴다면,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아이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까. 이리도 사랑스럽고 자신만을 바라보는 아이를.

아델은 차분한 표정으로 루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론슈카는 제가 키울 거예요.”

미혼모 혼자의 힘으로 아이를 키우는 건 쉽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다른 집 아이들처럼 행복하게 보살펴서, 아이답게 지낼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론슈카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아델의 말에 론슈카가 기이한 소리를 내며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무척이나 기쁜 모양이었다.

다만 그 기쁨을 표현할 방법을 잘 모르다 보니 그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히죽거릴 뿐이었다.

“보아하니 미혼모 같은데. 혼자서 어떻게 키울 셈이지?”

론슈카는 평범한 아이도 아니었다. 무시무시한 정령사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미혼모 혼자서 키운다고? 아마 앞날이 암담해질 것이다. 루카스는 그 점을 지적했다.

아델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루카스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왔던 일을 생각해 보면, 앞날도 밝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아이를 학대한 건 본인 아닌가?”

그 말에 지금까지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루카스를 바라보던 아델이 어깨를 움츠렸다.

그것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변명할 수 없었다. 직접 손을 댄 적은 없으나, 밖에서 어떤 일을 당하고 돌아오든 방치해 왔다.

아델이 그런 모습을 보이자, 루카스를 바라보는 론슈카의 눈에 적의가 어렸다. 이어 여기저기서 불꽃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으악!”

의원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어 댔다. 하지만 루카스는 귀찮은 표정으로 불꽃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것만으로도 불꽃은 픽픽 꺼졌다.

대체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루카스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전혀 모르는 모자(母子), 그냥 의원에게 돈과 함께 맡기고 가 버리면 됐을 일을.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파고들었으니 물러날 수도 없었다.

론슈카에게 애정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학대받지 않기를 바랐다. 어린 시절의 자신처럼.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작은 불꽃을 보며 아델은 론슈카의 이름을 불렀다.

“론슈카.”

그러자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붉은 눈동자가 아델을 바라보았다. 아직 어리면서 뭐 그리 한이 많은지 눈 아래에 무수히 많은 감정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게 가슴 저리도록 아파서 아델은 울고만 싶어졌다. 하지만 울 수 없었다.

여기서는 론슈카를 달래 줘야 하니까. 그래서 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목소리를 내었다.

론슈카가 괴물이라 불리게 된 원인, 불꽃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그러면 안 돼.”

남자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론슈카가 일으킨 불꽃을 이리 쉽게 꺼트릴 수 없었다.

엄마인 아델이 끄려고 해도 꺼지지 않았던 불꽃이었으니까.

“하, 하지만!”

론슈카가 울컥한 목소리로 반박했다가 곧바로 어깨를 움츠렸다. 얼결에 소리를 높이긴 했으나, 그 대상이 누군지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안 돼. 이제야 안아 주게 되었는데 다시 미움받아서는 안 돼.

“사, 사, 사라져.”

그랬기에 손을 허우적거리며 불꽃에게 말했지만, 불꽃은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외려 론슈카가 당황할수록 여기저기 번져 나가며 의원의 집을 조금씩 태워 나갔다.

여러 군데 불꽃의 흔적이 까맣게 남기 시작하자, 아델도 일어서서 불꽃을 잡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별 소용없이 거뭇한 자국만 점점 늘어났다.

“으악! 으아악! 내 집!”

그럴수록 의원의 비명은 높아져만 갔다.

처음에는 느긋하던 루카스의 손놀림도 점차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론슈카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작은 어깨를 잡고 말했다.

“론슈카, 불을 꺼라.”

“끄, 끄, 끄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불꽃은 언제나 그렇듯이 론슈카의 말을 제대로 따라 주지 않았다.

아델은 또한 불꽃을 꺼 보려 하고 있었지만, 애초에 부상을 입은 몸이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어, 어, 엄마.”

론슈카의 말더듬이 더 심해졌다.

엄마를 쉬게 해 주고 싶은데, 엄마 말을 듣고 싶은데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그런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다. 처음으로 사랑받을 기회가 왔는데, 놓칠 것만 같아서. 그게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엄마가 다시 날 미워하게 될지도 몰라.’

작고 메마른 몸이 사시나무같이 떨렸다.

“론슈카!”

그를 바라보던 루카스가 목소리를 좀 더 높였다.

“나를 봐. 불꽃을 네 몸이라고 생각해.”

루카스가 열심히 론슈카에게 설명했지만, 겁을 잔뜩 먹은 아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런 둘에게 아델이 기다시피 다가와 론슈카의 한쪽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론슈카.”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점점 초점이 흐려지던 눈동자가 아델에게로 움직였다.

“내 사랑스러운 아들. 론슈카, 손에는 무엇이 있지? 봐봐, 손가락이 있지? 손가락은 어떻게 움직여?”

차분한 목소리에 론슈카가 손가락을 꼼지락 움직여 보였다.

“불꽃도 네 손가락이라고 생각해.”

“내, 내, 내 손가락?”

“그래, 귀여운 론슈카 손가락. 자, 불꽃아. 사라져 줘.”

동그란 붉은 눈동자가 좀 더 선명해졌다. 손가락이라고? 손가락을 움직이듯 움직여 보라고?

론슈카는 아델이 하는 말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미친 듯이 날뛰던 불꽃이 서서히 움직임을 멈추기 시작하다, 하나둘씩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루카스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엄마한테 고통받았을 텐데, 어째서 아이는 여전히 그녀를 따르는 걸까?

지금은 아이를 아프게 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긴 했지만, 루카스는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얼마든지 아이를 괴롭힐 수 있는 것이 부모란 존재임을.

“잘했어. 잘했어, 론슈카.”

그랬기에 론슈카를 감싸 안는 아델을 보면서도 진정으로 안심할 수 없었다.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루카스는 일단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의원을 잡았다.

“놔, 놔주십시오!”

의원은 기겁하며 버둥거렸다. 이해는 한다. 정령사의 존재는 극히 드물고 희귀해 시골로 내려가면 그를 모르는 자도 제법 많았다.

루카스는 반강제로 의원을 앉혀 두고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그도 마냥 꽉 막힌 사람은 아닌 듯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스가 얹어 준 큰돈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그랬다.

일단 급한 일을 해결한 루카스는 아델과 론슈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루카스의 말에 둘이 그를 돌아보았다.

“둘 다 같이 가는 건 어때.”

어디로? 누가 모자 아니랄까 봐 똑같은 표정이 얼굴 위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내 집으로.”

루카스의 말에 아델은 당황했다. 그러든 말든 그는 아델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난 아직 당신을 믿지 못한다.”

아델은 할 말이 없었다. 믿지 못한다고 해도 반박할 말이 없었다. 지금까지 론슈카를 학대해 온 이는 자신이 맞기에.

전생을 떠올린 지금은 다르다고 해도 했던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이는 엄마를 따르니.”

그 말을 하는 루카스의 표정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일단은 같이 가도록 하지.”

“하지만 제가 당신의 무엇을 믿어야 하죠?”

아까와는 다르게 이성을 차린 아델이 차분하게 물었다.

“이미 내가 귀족인 건 알아차렸을 텐데? 귀족이 사람 둘 건사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야. 아니면 달리 갈 곳이라도 있나?”

없다. 원래라면 상처가 낫는 대로 허드렛일이라도 해서 론슈카를 먹여 살릴 생각이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나,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모아 둔 돈도 없고, 집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지.”

아델은 망설이다 대답했다.

“네.”

전생의 기억 때문에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 아델이었지만, 지금까지의 일로 보아 루카스가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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