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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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아델은 자신의 아들을 두려워했다.

분명 아이를 가졌을 때만 해도 축복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태어난 아이는 지나치게 이상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몸에 열이 많았으며, 아이가 있는 곳에선 수시로 불이 났다. 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불은 아이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토록 원했던 아이인데도 무서워졌다.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몇 번인가는 너무 무서워서 아이를 버리려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언제나 되돌아왔다. 끔찍했다.

마을에서는 불길한 아이라며 아이를 배척했다. 그러면서 아델 또한 멀리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마을을 옮겨 갔다. 그러나 같은 일은 계속 반복되었다. 단단하던 마음은 지쳐 무너진 지 오래였다.

‘이대로는 안 돼.’

아델은 덜덜 떨면서 생각했다.

이번에는 진짜로 아이를 버리자.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곳에, 저 멀리 위험하다는 숲속에 두고 도망쳐 나오자.

그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아이만 사라지면 더는 도망 다니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론슈카, 오늘은 엄마랑 놀러 가자.”

떨림을 억누르고 아이의 손을 잡았다. 혹시라도 가는 도중에 아이가 도망칠까 봐서였다.

처음엔 머뭇거리던 아이가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놀라서 뿌리칠 뻔했지만, 필사적으로 참을 수 있었다. 오늘만 지나면 해방될 테니까.

아이의 뜨거운 손을 잡고 긴 길을 걸어갔다. 낡은 신발 때문에 발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열심히 걸었다. 아이는 얌전히 따라왔다.

다행이다. 아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숲속으로 깊이깊이 걸어 들어갔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험한 길을 지날 때쯤, 어디선가 짐승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 정도면 되겠지.’

아델은 아이의 손을 놓기 위해 손에서 힘을 뺐다. 그러다 아이가 소름 끼치는 붉은 눈동자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음을 깨닫고 흠칫 놀랐다.

“괘, 괜찮아.”

아이가 거칠고 낮은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나, 나를 버려도 돼. 어, 엄마.”

놀란 나머지 아이의 손을 내팽개친 아델은 뒷걸음질을 쳤다.

“소, 손잡아 줬으니까 괜찮아.”

아이가 히죽거리며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아이의 발끝에 닿아 있던 풀에 화르륵 불이 붙었다.

“괴, 괴물.”

아델은 뒤돌아서 뛰었다. 뒤에서 아이가 어떤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지도 모르고서 뛰고 또 뛰었다. 그러나 커다란 돌멩이를 밟고 넘어졌다.

“악!”

나뒹굴며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끔찍한 통증에 머리를 부여잡는데, 문득 낯선 기억이 떠올랐다.

평범한 현대인으로서 살던 자신과 죽기 전에 무척 좋아하며 보았던 소설까지. 전생의 기억이었다.

“론슈카!”

소설 속 악역, 불의 정령사 론슈카.

어린 시절 엄마에게서 학대받다가 최악의 방법으로 버림받고, 죽음의 위기를 맞이한다.

간신히 살아남긴 했으나 특이한 능력 때문에 어떤 이상한 마법사에게 잡혀가 실험을 당한다. 그러다 능력을 각성하고, 위대한 불의 정령사가 되었다.

하지만 뛰어난 능력을 가지게 되어도 그의 불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프고, 아프고, 또 아프고. 그의 인생은 아픔의 연속이었다.

뭐라도 하나 가지기 위해 애써 왔지만, 결국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들은 다 가진다는 애정 또한 가질 수 없었다.

어머니도, 실수로 론슈카를 태어나게 만든 아버지도, 사랑했던 여자인 여주인공도, 하나뿐인 친우였던 남주인공도. 누구도 곁에 남지 않는다.

아델은 자신이 어째서 이 세계에 다시 태어났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자신은 론슈카를 미워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분명 사랑했던 때도 있었다.

아니, 계속 부정해 오긴 했지만 사실 지금도 그러했다. 가슴 한편의 아픔은 아직 남은 애정의 증거였다. 그녀는 아픔을 참고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뛰어온 길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다. 어두컴컴한 숲속은 무서운 괴물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가야 했다.

아델은 방금 달려왔던 길을 다시 더듬어 달려갔다.

험한 길을 달리는 통에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그보다 지금은 깊은 숲속에 두고 온 아이가 더 걱정되었다.

아이, 론슈카는 괴물이 아니었다. 그저 지나치게 불의 정령의 사랑을 받았을 뿐이다.

바보같이 그것도 모르고… 아이는 죄가 없는데. 아델은 숨을 헐떡이며 달려갔다.

‘제발, 제발 무사하기를.’

그렇게 도달한 자리에는 작은 아이가 뒷모습을 보이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커다란 덩치를 지닌 곰이 서 있었다.

곰에 대한 상식이 머리를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무기도 없고, 무술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 자신은 곰을 이길 수 없었다.

당장 뒤돌아 도망치는 것이 살길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아델은 그럴 수 없었다. 그저 내리쳐지는 곰의 앞발을 바라보며 몸을 날릴 뿐이었다.

타오르는 듯한 통증이 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끔찍한 아픔에 절로 비명이 새어 나왔지만, 꾹 참았다.

아델은 품에 안은 아이를 놓은 뒤 작은 손을 잡았다. 제대로 다시 잡은 손은 너무나도 작고 메말라서 절로 눈물이 났다. 하지만 지금 울 수는 없었다.

“론슈카.”

다행히 목소리는 제대로 나왔다.

“내 아이.”

“어, 어, 엄마?”

론슈카가 당황한 표정으로 아델을 바라보았다.

“도망치렴.”

적어도 자신을 죽이기 전까지는 론슈카를 쫓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도망치기를 바랐다.

마지막으로 손을 꽉 잡았다 놓으며 말했다. 적어도 이 말이 남은 아이의 삶을 구원해 주기를 진심을 담아 기원하며.

“사랑한다, 론슈카.”

그러면서 아이를 떠밀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오싹한 살기를 느끼면서도 돌아보지 않으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웃어.’

마지막에는 론슈카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두 눈을 휘며 한껏 웃어 주었다.

전생의 기억을 되찾자마자 다시 죽게 되리란 생각에 무서웠지만, 버틸 수 있었다.

그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모든 일이 론슈카에게 트라우마가 되지 않기를. 끔찍했던 것은 잊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어, 엄마아…….”

아델은 무너지려는 몸을 바로 세워 아이의 앞을 막아섰다.

“론슈카, 달려! 뒤는 보지 말고 최대한 멀리 가.”

실제로 마주한 곰은 무척이나 커서 공포심이 밀려왔다. 바로 앞에서 공격을 당했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그래도 최대한 저항할 생각이었다. 그래야지만 론슈카가 도망칠 시간이 생길 테니까.

크르르릉.

몸이 덜덜 떨려 왔다.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은 공포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도망가, 론슈카.”

아델은 그 말만을 연신 중얼거리며 그 자리에서 버티고 섰다. 마주한 곰의 눈은 마치 무저갱과 같아 오싹 소름이 돋았다.

그때, 뒤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론슈카가 도망가는구나.

그런데도 도망가는 아이를 쫓지 않는 곰에게 안심했다. 미친 듯이 뛰던 심장 박동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제 됐어.”

아델은 두 팔을 축 늘어트렸다. 지나치게 많은 피를 흘려, 시야가 흐려졌다.

그때, 뒤에서 무언가가 다리에 덥석 매달렸다. 멍하니 돌아보니 익숙한 붉은 머리칼의 아이가 보였다.

“론슈카?”

왜 여기 있니. 도망쳐야 하잖니. 엄마가 도망치라고 했잖아.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 무엇도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가, 가, 가지 않을래!”

론슈카가 아델의 다리를 꼭 붙잡으며 외쳤다.

“엄마랑 같이 있을 거야.”

그 말을 듣자 눈가가 뜨거워졌다. 이런 사람이라도 엄마라고 여겨 주는구나. 그래서 도망치지 않았구나.

이런 작은 애정에라도 기대려는 아이가 불쌍해서, 곧 닥쳐올 죽음 때문에 눈물이 나왔다.

‘너라도 살아야지.’

아델은 어떻게든 아이를 떼어 놓으려고 했지만, 지나치게 많은 피를 흘린 탓에 몸이 따라 주질 않았다.

시야가 점차 흐려지더니, 이제는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뜨거운 눈물만이 끊임없이 흐를 뿐이었다.

‘엄마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아델은 씁쓸하게 웃으며 마지막으로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몸을 눕혔다.

그래, 그렇게까지 가기 싫다면 더는 보내지 않을게. 그러니까 같이 있자.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뜻을 이해했던 걸까? 필사적으로 매달리던 아이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 * *

론슈카는 그저 행복하다는 듯이 웃으며 아델의 품을 파고들었다.

‘엄마가 나한테 사랑한다고 했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엄마.

곧 닥쳐올지도 모르는 어떠한 고통도 이 행복을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론슈카는 아까부터 귓가에서 들리던 소리를 무시한 채, 아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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