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화 (56/59)

“……!”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던 요한의 눈동자가 큼지막해졌다.

레온하르트는 쿡쿡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A매치다 뭐다 해서 날 방치한 너 때문에 심심했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요한미들을 만나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레……온?”

“그들은 너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더군. 덕분에 안나마리아나 승진을 통해서도 얻지 못했던 희귀 정보들을 많이 얻었어. 네가 한국에서 생활할 때 어떤 학교를 다녔는지, 당시 학교에서 어떤 평판을 듣고 지냈는지, 또 네가 막 데뷔했을 때의 사진이나 한국에 왔을 때의 모습 등등.”

“……!”

“한국의 팬클럽은, 정말 체계적이더군.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됐어.”

인천공항에서 우연히 알게 된 요한의 팬클럽 간부들은 레온하르트에게 충격 이상의 일화를 안겨 주었다. 덕분에 그들과 함께 요한이 뛰는 A매치를 보러 가기도 했으며, 요한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팬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독일에서 건너온 요한의 열혈 남성 팬 1호로 정체를 숨기고 있던 레온하르트에게 어떻게 해서든 요한의 정보를 주려 하던 팬들의 열성은 레온하르트가 몰랐던 요한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럼 이 진아라는 사람은…….”

“진아? 진아는 요한미의 부회장이라던데? 네가 런던 FC와 프로 계약했을 때부터 팬이었다더군.”

“아.”

“흠, 하지만 이제 만남을 자제해야겠어. 아무래도…… 그들이 내 정체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데 한계가 있나.”

[아저씨, 그런데 정말 평범한 사람 맞아요? 그 마스크 좀 내릴 수 없어요? 아님 선글라스라도 벗어 봐요!]

조금 전, 요한의 다음 시즌에 대한 전망을 함께 토론하다 문득 진아가 꺼낸 말이 떠올랐다. 매번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는 레온하르트를 의심하는 진아의 외침에 다른 팬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탈의를 요구하자 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로 그들로부터 도망쳤던 것이다.

레온하르트는 ‘내가 한국에서 무명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체를 들키면 곤란하지.’를 중얼거리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응?’

그렇게 진아의 모습을 떠올리던 레온하르트는 하아, 길게 한숨을 내쉬는 요한을 발견했다.

그제야 안심한 듯 호흡을 고른 요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레온.”

“응?”

“이제 그 사람들은 안 만나는 게 좋겠습니다.”

“뭐?”

“차라리 제가 알려 드리겠습니다. 레온, 당신이 궁금한 건 뭐든지. 그러니까…… 이제부턴 저와 시간을 보내면 안 되겠습니까?”

“……!”

스륵.

한발 물러나는가 싶더니 다시금 저를 와락 끌어안으며 눈빛을 보내는 요한의 행동에 쿵쿵, 심장이 벌렁거렸다.

미치겠군.

레온하르트는 저를 유혹하는 것이 분명한 요한의 뜨거운 시선에 잠시 입꼬리를 꿈틀거리더니 이내 그의 허리를 팔로 휘감으며 속삭였다.

“우리 출국이 언제였지?”

“앞으로 2주 뒤.”

“이제부터 2주 동안은 그럼 아무런 스케줄이 없는 건가?”

“당신과 보내려고 모두 비워 뒀습니다.”

“그래? 그런데 요한.”

“네.”

“네가 바빴던 시간 동안 나 혼자 한국 관광은 대충 끝냈는데.”

“…….”

“너만 괜찮다면, 남은 2주는 여기서 보내도 될까?”

노골적인 레온하르트의 제안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던 요한은 눈썹을 아래위로 까딱이며 대답했다.

“바라던 바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레온하르트가 생긋 웃으며 요한을 잡아끌어 침실 쪽으로 향했다.

그러고 몇 분 뒤.

쿵쿵- 침대가 요란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두 남자의 숙소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무려, 2주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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