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59)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요한이 부여받은 휴식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새벽바람부터 조깅까지 했지만 역시나 뒤숭숭한 기분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레온하르트는 벽에 걸린 시계를 흘긋거렸다.

‘…….’

벽시계는 오전 7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금요일인 오늘은 오후 7시 반부터 공연이 열릴 예정이니 마티네 공연이 끝날 무렵에 출근해도 늦지 않는다. 레온하르트는 미간을 좁히며 째깍째깍 움직이는 시침을 응시했다.

[기다려.]

지난 일주일 동안 이안 키스트가 끊임없이 했던 말이 귀를 웽웽 맴돌았다.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는 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과 이안의 말을 그대로 듣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젠장.’

한참을 고민하던 레온하르트 악셀이 선택한 것은 전자 쪽이었다.

* * *

레온하르트 악셀은 ‘분장’은 아니어도 ‘변장’에는 나름 자신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가장 자연스럽게 요한의 집 근처로 접근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근래 요한의 집 주변에 진을 치고 있는 직업군을 떠올렸고, 어렵지 않게 그들과 비슷한 복장으로 변장을 마칠 수 있었다.

준비물은 보라색 캡 모자와 눈이 보이지 않는 짙은 선글라스, 얼굴의 반을 가리는 마스크, 그리고 결정적으로 누가 봐도 고가로 보이는 카메라 정도였다. 다행히 예의 모든 것들이 그의 집에 구비되어 있었기에 준비를 마친 레온하르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집을 나섰다.

이안은 요한에게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오늘이 아니면 왠지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내일부터 다시 공식 훈련에 나서는 그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더한 장벽을 뚫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레온하르트는 위험을 무릅쓰고 요한을 만나러 가기 위해 움직였다.

“어라? 못 보던…… 친군데?”

“이봐, 새로 왔어? 어디 출신이야?”

“그 자리는 이미 주인이 있으니 다른 곳으로 가!”

일부러 ‘파파라치’ 분장까지 한 채 요한의 집이 있는 거리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빌어먹을 파파라치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레온하르트는 슬그머니 그들 근처로 다가갔다. 카메라를 꺼내 드는 그에게 파파라치들이 하나둘씩 말을 던졌다.

“감기라도 걸린 거야? 아주 완전무장을 했군.”

자리를 잡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텃세를 부리는 다른 파파라치들을 피해 레온하르트는 요한의 집과 꽤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뿌리치고 어떻게 요한의 집 안으로 들어갈지 고민하던 그는 제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거는 한 남자를 올려다봤다. 자신을 호크라고 소개한 파파라치는 아무렇지도 않게 레온하르트 곁에 착석하더니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콜록거리던 레온하르트가 조심스레 물었다.

“뭐…… 기삿거리라도 있습니까?”

두근.

가까이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지만 궁금증은 어쩔 수 없었다. 레온하르트의 질문에 피식 웃음을 흘린 호크가 어깨를 으쓱이며 카메라를 요한의 집 쪽으로 고정시켰다.

“그럴 리가. 듣던 것보다 더 지독한 집벌레라 곤혹스럽다고.”

“……예?”

호크는 투덜거렸다.

“그전에도 백이 집과 훈련장만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휴식을 부여받고 난 이후로는 더 안 돌아다니더라고. 사진을 넘기고 싶어도 집에서 나와야 말이지! 그렇다고 집 안까지 침입할 수도 없고.”

“아.”

“침입하니까 갑자기 생각났는데, 얼마 전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

레온하르트는 탄성을 터트리며 무언가 말하기 시작하는 호크를 멀뚱히 응시했다. 호크가 말했다.

“왜, 백의 왁스라고 소문난 그 옆집 여자 있잖아. 안나마리아 디어였던가?”

심장이 철렁거렸다. 레온하르트는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런 그를 눈치채지 못한 호크가 술술 말을 이어 갔다.

“멘디라는 녀석이 백의 집에 잠입하겠다며 침입 시도를 했는데, 그걸 그 디어라는 여자가 목격한 거야!”

……뭐?

“그래서요?”

놀란 레온하르트를 바라본 호크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긴. 거리를 두기만 하던 파파라치들이 제 코앞까지 당도했으니 그 여자도 기겁할 만한데, 놀라지도 않고 멘디가 쥐고 있던 카메라를 빼앗아 던졌다고 하더군.”

호크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어휴, 그 뒤로는 다들 그 여자가 나오기면 하면 온몸을 벌벌 떨어. 우리가 좀 비싼 카메라를 써? 그러니 신입, 그쪽도 조심해. 디어한테 잘못 걸리면 비싼 카메라도 무용지물이 될 테니까.”

쯧쯧, 혀까지 차며 질색을 하던 호크는 ‘이게 얼마짜린데…….’를 중얼거리며 자신의 카메라 렌즈를 슥슥 닦았다.

안나마리아 디어에 대해 레온하르트 역시 조사를 한 적은 있지만 비교적 조용하고 수줍은 소녀라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던 터라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치를 떠는 호크와 굳게 닫혀 있는 요한의 집 대문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로부터 몇 분 뒤.

레온하르트 악셀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대면했다.

‘……이런.’

주르륵.

태연한 척하던 레온하르트의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 그의 주변을 맴돌며 투덜거리던 호크를 비롯한 파파라치들이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들은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이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자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친 것이 틀림없었다.

“이 목소리…….”

미처 피하지 못한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녹색 눈동자가 꽤 부담스럽다.

레온하르트는 모자와 마스크, 그리고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뜨는 여자, 안나마리아 디어를 마주하고선 돌처럼 굳어 버렸다.

의문 가득한 눈빛을 보내던 그녀는 그를 멀뚱히 응시하며 시선을 돌리지 않았는데, 그 눈빛이 어찌나 예리한지 심장이 멋대로 벌렁거릴 지경이었다.

[멘디가 쥐고 있던 카메라를 빼앗아 던졌다고 하더군.]

지금은 변장을 한 상황이므로, 눈앞의 여자에게 자신은 그저 파파라치일 뿐이다. 비록 손에 쥐고 있는 카메라를 다시 살 수 있는 재력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카메라를 꽉 움켜쥔 레온하르트는 저도 모르게 도망을 치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려 했다.

“이 목소리, 나 알고 있어.”

뭐?

“당신, 혹시…… 악셀 씨 아니세요?”

고심 끝에 결론을 내린 레온하르트가 막 뒤로 움직이려 할 때였다.

레온하르트는 완벽한 변장으로 파파라치들까지 속인 자신을 향해 정확히 제 성을 언급한 안나마리아를 황당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 여자,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악셀 씨 맞죠? 어, 그러고 보니 악셀 씨의 키도 이 정도인데! 레온하르트 악셀, 맞…… 읍!”

활짝 웃기까지 하며 그를 향해 외치는 안나마리아의 모습에 순간 놀란 레온하르트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입으로 손을 뻗었다.

‘제기랄.’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안나마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레온하르트를 바라봤다. 레온하르트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휘휘 살피더니, 곧 천천히 그녀의 입에서 손을 떼어 내며 마스크를 아래로 내렸다.

레온하르트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던 안나마리아의 녹색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

백기를 들어 올린 레온하르트는 곧 어색한 미소와 함께 작게 속삭였다.

“소리를 조금만 낮춰 줄 수 없을까요, 아가씨?”

75화

“아, 아, 악…….”

마스크를 내린 레온하르트가 선글라스까지 벗어 던지자 안나마리아가 큼직해진 눈을 더욱 크게 뜨며 소리를 흘렸다.

레온하르트가 말했다.

“그래요, 맞습니다. 전 악셀입니다.”

“헉!”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안나마리아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레온하르트는 주변을 힐끔거리더니 그녀의 귓가에 은밀하게 속삭였다.

“놀란 건 이해하겠는데, 미안하지만 장소를 좀 옮길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도망친 파파라치들이 돌아오면…… 곤란해질 것 같은데.”

“…….”

“아가씨?”

“아, 네네! 따, 따라오세요! 저기, 저쪽이 저희 집이에요!”

“집……이요?”

“네! 어서요!”

레온하르트는 제 손목을 덥석 잡고는 요한의 집 옆에 위치한 집으로 저를 이끌고 가는 안나마리아에게 끌려갔다.

‘들어가도 되는 건가.’

안나마리아 디어.

몇 달 전, 요한의 정체를 알게 된 레온하르트는 그의 신변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엔 요한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에 타올라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는데, 그러던 과정에 안나마리아에 대한 정보도 건네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요한의 이웃사촌이라고 했었지. 오래된…… 친구라고도 했고.’

레온하르트가 언론을 통해 요한의 스캔들을 접한 후 크게 놀란 까닭은 그의 성적 취향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보다는 남자 쪽에 끌린다던 요한에게 갑자기 여자 친구가 생길 리 만무했고, 하필 그 상대가 요한의 둘도 없는 친구인 안나마리아라길래 더욱 놀랐다.

작전일 수도 있지, 라던 이안의 말을 어느 정도 납득한 이유는 요한과 안나마리아의 관계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 요한과 연락이 닿지 않아도 참고 또 참았던 건데.

“맙소사.”

요한의 집 주변을 배회하는 파파라치들 사이에서 악명을 높이고 있던 안나마리아 디어는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서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녀의 뒤를 따라 성큼성큼 움직이던 레온하르트는 현관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저를 힐긋거리며 안나마리아가 눈꺼풀을 파르르 떨자 멋쩍게 웃었다. 안나마리아는 레온하르트가 완벽하게 집 안으로 들어선 것을 확인하고는 눈을 빛내며 외쳤다.

“정말 맙소사예요, 맙소사! 세상에! 무대에서만 보던 악셀 씨를 저희 집으로 초대하게 되다니! 어떻게 이런 영광을 얻었을까요! 정말 기뻐요. 너무너무 기뻐요!”

그 자리에서 방방 뛸 기세로 외치는 안나마리아의 얼굴이 너무도 화사해 보여 레온하르트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잠깐 고민했다.

분명 파파라치 변장을 했음에도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차린 것으로 보아, 그녀는 목소리만으로 그를 구분해 낸 것이 틀림없었다. 거기다 자꾸만 저를 힐긋거리며 이렇게 뛸듯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내 팬일지도 모르겠군.’

레온하르트는 자신을 거실 소파 쪽으로 안내한 뒤 잠깐만 기다리라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안나마리아를 기다리며 후우, 쓰디쓴 한숨을 내쉬었다.

‘곤란하게 됐군.’

기사를 통해서만 보았던 안나마리아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반길 줄은 몰랐다. 그래서 조금 당황해 버렸다. 이렇게 단둘이 그녀의 집 안까지 들어올 생각은 없었는데. 여자 혼자 있는 집에 들어온 것이 괜히 불편해져 레온하르트는 굳은 얼굴로 거실을 둘러봤다.

“……!”

그러다 거실 찬장에 놓여 있는 액자 몇 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레온하르트가 벌떡 일어난 것은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그는 마력에 이끌리듯 찬장 쪽으로 다가가 액자들을 응시했다.

예의 액자 속에는 앳된 얼굴의 안나마리아와 요한이 빙긋 웃으며 카메라를 보고 있는 사진과 무척이나 다정해 보이는 모습, 그리고 각종 연휴를 같이 보낸 장면들이 찍혀 있었다.

레온하르트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올려 요한의 목을 와락 끌어안고 있는 안나마리아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집어 들었다.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마음의 벽이 꽤 두꺼운 요한이 이런 스킨십까지 허용할 정도면, 안나마리아가 그의 인생에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레온하르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되게 친해 보이죠?”

“예, 아주 친…… 아, 실례했습니다.”

예의 사진을 얼마나 들여다보고 있었을까.

레온하르트는 인기척도 없이 제 곁으로 다가와 툭 말을 던지는 안나마리아를 보고 흠칫 놀라 얼른 액자를 원래의 자리에 올려 두었다. 그러자 호호 웃던 안나마리아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다들 놀라는걸요. 요한이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파파라치까지 붙은 것 보세요!”

“아…….”

“참, 그러고 보니 악셀 씨도 우리 요한 아시죠? 듣기로는 얼마 전에 함께 촬영도 했다던데! 어라? 잠깐! 그럼 여기까지 찾아오신 것도 요한을 만나기 위해서인가요?”

레온하르트는 정확하게 핵심을 찌른 안나마리아를 보며 흠칫 놀랐다. 그는 생글생글 웃는 안나마리아를 잠깐 바라보다 이내 쓰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어머! 정말이세요?”

레온하르트는 말없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충격 받은 표정을 짓던 안나마리아가 구시렁거렸다.

“말도 안 돼! 요한은 한마디도 안 했다고요!”

“예?”

“악셀 씨와 왕래하는 사이라니……. 제가 악셀 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서, 단 한마디도요!”

안나마리아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레온하르트는 하하, 하고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릴 수밖에 없었다.

“참! 제 이름은 안나마리아예요. 안나마리아 디어! 편하게 안나라고 불러 주세요!”

그 후, 자신이 얼마나 레온하르트 악셀의 광팬인지에 대해 말하던 안나마리아는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레온하르트에게 뒤늦게 손을 뻗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절찬리에 공연 중인 의 티켓부터 시작하여 첫 웨스트엔드 출연 작품, 그리고 조연을 거쳤던 작품들의 티켓을 보여 주는 안나마리아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레온하르트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맞잡으며 대꾸했다.

“아가씨가 디어 씨라는 건 이미 알고……!”

“네?”

그녀에 대해 알고 있을뿐더러, 요한과 어떤 사이인지 궁금해서 왔다는 말까지 입 밖으로 흘러나올 뻔했다.

가까스로 그 말들을 참아 낸 레온하르트는 눈을 동그랗게 뜨는 안나마리아의 시선을 회피하려다 말았다.

“디어 씨.”

레온하르트는 어리둥절해하는 안나마리아를 부르기 위해 숨을 골랐다. 얼굴에서 미소를 거둔 그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안나마리아는 여전히 눈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콕콕.

괜스레 심장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낀 레온하르트는 무엇이든 말하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안나마리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요한을 만나고 싶습니다.”

단도직입적인 레온하르트의 발언에 안나마리아가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이내 호호 웃으며 레온하르트를 바라보고는 대답했다.

“악셀 씨 정도면 어렵지 않게 요한을 만나실 수 있지 않나요? 요한과 왕래할 정도로 친한 사이라면서요. 지금 문을 두드려도 요한이 바로 열어 줄 텐데?”

레온하르트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그녀에게 어떻게 답해야 할지 잠깐 고민했다.

“악셀 씨?”

생글생글 눈웃음을 흘리며 말하던 안나마리아는 답변 대신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레온하르트를 보고 순간 의아해하다 곧 입을 다물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레온하르트와 안나마리아,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입술을 움직이지 않았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분위기를 깨트린 사람은 안나마리아였다.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죠?”

걱정을 가득 담은 레온하르트를 쳐다보던 안나마리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음성을 흘렸다.

호의적이던 그녀의 태도가 뒤바뀐 것은 아마도 레온하르트의 망설임을 안나마리아가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쉽게 입을 열지 않는 레온하르트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뜨던 안나마리아가 눈썹을 꿈틀대며 가시 돋친 음성을 흘렸다.

“설마,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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