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저한테 복수를 하겠다며 친구로 접근하더니, 복수에 성공한 뒤에도 계속 연극을 하는 건가요?”
“……!”
“그렇게도, 제가 원망스러운 겁니까? 그런 거짓말을 할 만…….”
“거짓말이 아니야!”
요한의 말을 듣던 레온하르트가 크게 외쳤다. 젠장. 저도 모르게 목청껏 외친 탓에 목구멍이 다 얼얼해졌다. 레온하르트는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친 뒤 다시 얼굴을 되돌리려 노력했다. 요한은 대답이 없었다. 레온하르트는 후우, 한숨을 내쉬더니 그에게서 눈을 떼며 말을 이었다.
“거짓말이…… 아니라고.”
“…….”
쿵쿵.
가슴이 또다시 반응한다. 자각을 해 버린 이후 결코 순종적이지 않은 심장의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막을 수도 없었다. 레온하르트는 속이 타들어 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입술을 움직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좋아져…… 버렸어, 그쪽이.”
“…….”
“나도 이 상황이 몹시 당혹스러운데, 정말 좋아하게 됐다고. 비를 맞으면서, 그쪽의 대답을 듣고 싶을 만큼.”
“…….”
“요한.”
숨을 길게 내뱉은 레온하르트가 홱 고개를 돌려 요한을 응시했다. 기다란 손가락으로 요한의 어깨를 덥석 부여잡은 레온하르트의 행동에 요한이 인상을 썼지만 레온하르트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음성을 내뱉었다.
“그 자식이랑, 대체 무슨 사이지?”
예정에도 없던 말을 뱉어 낸 만큼, 이 대답만은 반드시 들어야겠다. 그러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으니까. 레온하르트는 부드득 이까지 갈며 눈에 힘을 줬다. 하아, 하아. 꾹 닫은 입 안에서 뜨거운 입김이 감돌았다.
“……악셀 씨.”
그때였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요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던 레온하르트의 귀에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요한의 미동 없는 눈동자를 직시하던 레온하르트는 겨우 그 늪에서 빠져나와 정신을 차렸다. 그러자 요한이 서늘한 눈을 고정시키며 말했다.
“그게 그렇게 궁금합니까?”
“궁금해.”
“저를 좋아해서요?”
“그래, 좋아해서.”
“…….”
일말의 주저 없는 레온하르트의 답변에 요한의 두 눈이 그제야 요동친다. 쿵쿵. 그 모습을 보던 레온하르트의 심장이 거칠게 반응했다. 그러자 쳇, 잇소리를 내던 요한이 붉은 입술을 달싹였다.
“악셀 씨, 좀 조용히 할 수 없습니까?”
레온하르트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입 말고 말입니다.”
요한의 기다란 손가락이 위를 향하더니 정확하게 레온의 왼쪽 가슴을 가리켰다.
“여기.”
……!
“윽.”
그의 손가락이 제 심장을 누르는 순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레온하르트는 무표정한 얼굴로 제 심장에 손을 대고 있는 요한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요한이 미간을 찌푸리며 차가운 음성을 흘렸다.
“감히 어디에 손을 대는 겁니까.”
쿵쿵.
감기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넓은 거실의 분위기 때문인지.
뜨거운 열기가 레온하르트뿐만 아니라 꼭 요한까지 뒤덮는 것 같다.
레온하르트는 ‘이봐요.’ 하고, 얼른 손을 놓으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요한을 향해 입을 열었다.
“키스……해도 돼?”
그 말에 요한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쌀쌀맞은 음성을 내뱉었다.
“지금 저까지 감기에 걸리라는 겁니까?”
“……!”
“왜 그리 놀라는 거죠?”
두근두근, 가슴의 박동 세기가 더욱더 거세졌다. 레온하르트는 저를 노려보고 있는 요한을 향해 말했다.
“싫다고…… 하지 않아서.”
당연히 싫다는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다.
그를 좋아한다고 말한 자신을 향해, 거짓말하지 말라며 밀어낼 줄만 알았다. 그런데 지금 레온하르트 악셀의 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가 상상한 말을 내뱉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레온하르트는 거칠게 요동치는 눈을 그에게 꽂으며 상대가 답하길 기다렸다.
레온하르트의 말에 잠시 움찔하던 흑발 남자가 이내 쓴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게요. 싫지는, 않네요.”
“뭐?”
“이젠 귀도 안 들리는 겁니까?”
요한은 경악하는 레온하르트를 향해 되물었다. ‘그게 아니라…….’라는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어쩐지 목소리가 입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레온하르트가 할 말을 잃고 그저 자신을 응시하기만 하자 후우, 숨을 고르던 요한이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군요. 그럼 다시 말씀드리죠.”
레온하르트 악셀은 요한의 입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니, 뗄 수 없었다.
두근.
그는 온 신경을 요한의 입에 집중시켰다.
이윽고 그러한 레온하르트에게 응답이라도 하듯 요한의 입이 벌어졌다.
“싫지는 않다고요, 당신이.”
36화
레온하르트는 얼이 빠진 얼굴로 두 눈을 깜빡였다.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요한의 음성이 그의 귓속으로 흘러들어 와 머리를 울렸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이해하려 했지만, 쿵쿵대는 심장의 박동 소리가 더욱 커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런 레온하르트를 무심하게 응시하던 요한은 푸른 눈동자를 그에게 꽂은 채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당신이 싫어야 정상인데, 어째서 싫지 않은 걸까.”
말라 버린 목구멍 사이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레온하르트는 전신을 휘감은 열기가 어쩐지 더 상승하는 것을 느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미묘한 표정으로 레온하르트의 시선을 감내하던 요한이 중얼거렸다.
“악셀 씨, 그렇게 저랑 하고 싶습니까?”
레온하르트가 쉽게 알아듣지 못하고 움찔거리자 요한이 ‘키스요.’ 하고 짧게 속삭였다.
숨이 멎을 뻔했지만 가까스로 견뎌 낸 레온하르트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요한은 사뭇 진지하게 물었다.
“뭐, 키스 정도는 허락할 수 있죠.”
“……저, 정말?”
“네. 어렵진 않으니.”
레온하르트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요한을 보고 활짝 미소 지었다. 허락이 떨어졌으니, 이제 남은 건 행동뿐이다. 한껏 들뜬 레온하르트는 보다 수월하게 요한과 입을 맞추기 위해 그를 향해 팔을 뻗었다. 일단 먼저 요한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쥔 다음, 그의 얼굴을 제게로 끌어당기려는 심산이었다.
툭.
‘어?’
그러나 요한은 제게로 거침없이 다가오는 레온하르트의 손을 단번에 저지하고선 멈칫하는 레온하르트에게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당신한테 키스를 허락하면, 당신은 제게 뭘 줄 수 있죠?”
……뭐?
레온하르트의 사고 회로가 쉽게 돌아가지 않는 건 현재 감기 기운이 돌기 때문일까, 아니면 눈앞의 요한이 꺼낸 말이 너무 노골적이어서일까. 도무지 구분할 수 없어 레온하르트는 행동을 멈추었다.
“뭔가를…… 줘야 해?”
그와 입을 맞출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던 레온하르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요한이 대답했다.
“제가 주는 게 있으면 저한테 돌아오는 것도 있어야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레온하르트가 낮게 탄성을 터트리자 요한은 말을 덧붙였다.
“결정적으로, 전 아직 당신을 못 믿겠습니다.”
“…….”
“해서 당신의 키스를 허락하는 대신, 저 역시 원하는 걸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담담하게 귀를 울리는 요한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눈앞의 흑발 남자가 저를 철저하게 경계하는 이유는 틀림없이 지난 목요일 밤에 있었던 일 때문일 거다. 계기야 어찌 되었든 레온하르트가 요한을 속인 것은 사실이고, 그로 인해 그들 사이의 신뢰가 깨어진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으니. 하여 레온하르트가 충동적으로 뱉어 낸 고백 역시 의심하는 건지도.
레온하르트는 제 시선을 피하지 않는 요한을 보고 살짝 망설였다.
“원하는 게…… 뭐지?”
한참의 고민 끝에 묻자 요한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대주세요.”
대?
“뭘 대?”
다짜고짜 무언가를 요구하는 요한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눈앞이 어지러운 탓도 있겠지만 주어와 목적어를 생략하고 대뜸 결론부터 내뱉은 요한의 말이 당혹스러웠으니까. 머리가 지끈거려 와 인상을 쓰던 레온하르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요한이 주저 없이 말을 이었다.
“엉덩이.”
“쿨럭!”
쿨럭쿨럭!
가슴의 은근한 울림을 느끼며 요한의 입술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레온하르트에게서 기침이 흘러나왔다. 잔뜩 긴장하고 있었기에 요한의 말을 듣는 순간 목이 턱 막혀 버렸다.
한번 시작된 기침은 도통 멈출 줄을 몰랐다. 보다 못한 요한이 쯧 혀를 차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물까지 가져다줄 정도였다.
“드십시오.”
“쿨럭쿨럭!”
이러다가 꼴까닥 넘어가는 것은 순식간일 것 같아 얼른 요한에게서 물컵을 건네받은 레온하르트는 꿀꺽꿀꺽 물을 마신 후에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정신없이 기침을 하고 난 후라서 그런지 그의 눈가에 눈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레온하르트는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고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어느새 제 앞으로 다가온 요한이 레온하르트의 대답을 기다리듯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
레온하르트 악셀은 진지하다 못해 심각해 보이기까지 하는 요한의 눈을 마주하고선 왠지 모를 위압감을 느꼈다.
엉덩이를 대라는 말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깔리……라는 소리지?’
등 뒤가 오싹해졌다.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을 느낀 레온하르트는 하하, 어색하게 웃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요한에게 입술을 뗐다.
“저기…… 요한.”
“네, 악셀 씨.”
요한은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그 반응이 더 심장을 덜컹거리게 만들었지만, 레온하르트는 올라간 입꼬리를 내리지 않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혹시 내가 그쪽보다 크다는 걸…… 모르고 하는 말은 아니지?”
다리 사이의 무언가를 일컫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체격을 말하는 거다.
레온하르트의 키는 194센티였다. 게다가 몸무게는 83킬로그램이나 된다.
그는 일찍이 웬만한 운동선수 못지않은 탄탄한 근육과 넓은 어깨를 소유하고 있었기에, 어릴 적엔 주변 사람들로부터 운동선수가 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적도 있었다.
물론!
레온하르트의 눈앞에서 서늘한 눈빛을 뿜어내고 있는 요한 백 역시, 평범한 일반인들과 달리 체격 조건이 좋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거칠다고 소문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장신의 수비수들을 뚫고 연속 골을 터트릴 순 없으니.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보다 10센티가 작은 남자에게 안기라니.
어디 말이 되는 소리여야…….
“악셀 씨, 저는 섹스를 하는 데 있어 체격 차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소를 짓고 있기는 했으나 억지 미소여서인지 입가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소파에 앉아 요한을 올려다보고 있는 자신이 과연 웃고 있는 건지, 아니면 울고 있는 건지 가늠할 수 없을 때, 가만히 레온하르트를 지켜보던 요한이 툭 말을 내뱉었다.
“중요한 건 ‘마음’이죠.”
요한의 말을 들은 레온하르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요한은 계속 덤덤한 음성을 흘렸다.
“제가 좋다고, 제게 키스하고 싶다고 한 건 악셀 씨 아닙니까?”
“그건…….”
“그렇게도 제가 좋다면, 제게 안기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
“어때요, 악셀 씨. 저한테 안길 수 있겠습니까? 저를, 좋아한다면서요.”
정곡을 푹 찔러 버리는 요한의 발언에 레온하르트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요한이 어째서 제게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마지막 멘트를 듣고서야 추론이 가능했다. 아마도 좋아한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레온하르트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싶어 그런 말을 꺼낸 것일 터였다. 이미 한번 속은 적이 있기에 제 반응을 떠보려는 건지도.
‘……젠장할.’
두근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요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 상황에서 꺼내야 할 정답이 무엇인지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는데 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나는 게이가 아니라고!’
그래. 이 상황에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레온하르트 악셀이 요한 백 필립이라는 동양계 축구 선수를 좋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검푸른 눈동자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비 오는 밤에 상대의 집 앞에서 그의 대답을 기다릴 만큼, 열렬히.
그러나 좋아하는 것과 안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레온하르트는 적잖이 고민했다.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를 안는 것도 충분히 충격적인 일이었거늘, 남자에게 안겨야…… 한다고?
온몸의 혈관이 들끓기 시작했다.
“됐습니다.”
레온하르트가 대답을 머뭇거린 지 10초, 20초, 그리고 몇 분이 흘렀을까.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레온하르트를 말없이 바라보던 요한이 피식 실소를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갈등하던 레온하르트의 두 눈이 요한을 향했다. 요한은 냉랭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레온하르트를 바라보더니 붉고 탐스러운 입술을 움직였다.
“대답은 이걸로 충분합니다.”
“뭐?”
“악셀 씨, 앞으로는 함부로 제게 좋아한다고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저는 그리 한가하지 않습니다. 악셀 씨의 손에서 놀아나는 장난감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그만한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더 이상 제게 접근하지 말아 주세요.”
“…….”
“키스는 없던 일로 하죠.”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레온하르트가 싫지는 않다는 말을 건넸던 요한은 냉정하기 짝이 없는 말을 내뱉고 몸을 돌렸다. 레온하르트는 그 모습에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쿵쿵. 쿵쿵.
화끈거리는 열기가 레온하르트를 뒤덮었다.
만약 지금 손을 뻗어 요한을 잡지 못한다면 며칠 동안, 아니 어쩌면 평생 후회할지도 몰랐다. 그래, 틀림없이 그러겠지.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따끔거리는 것을 보면, 확실하다.
‘…….’
요한은 점점 더 그에게서 멀어져 부엌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픈 사람을 내칠 생각은 없는 건지, 아니면 스스로 집을 나가라는 무언의 행동인 건지, 요한은 그 말을 끝으로 그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다.
쿵쿵. 쿵쿵.
레온하르트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의 사고 회로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고, 어금니를 세게 악물 만큼 호흡이 가빠졌다.
잡아야…… 해.
하지만 끊임없이 외치고 있는 머릿속과 달리 레온하르트 악셀의 파르르 떨리는 입술은 여전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기에 그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잡아야 해. 잡아야…… 얼른, 저 녀석을 잡아야!
“거, 거기 서!”
그런 그의 조급함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레온하르트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내 소리쳤다. 부엌으로 들어서던 요한의 걸음이 뚝 멈추었다.
“……뭡니까?”
요한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헉헉, 숨을 몰아쉬고 있는 레온하르트에게 묻자 레온하르트가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악셀 씨?”
요한은 후우, 후우 거칠게 호흡을 내쉬면서도 제게 다가오기를 멈추지 않는 레온하르트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돌……겠군.’
눈앞이 살짝 흐려지는 것 같았지만 레온하르트가 정신을 잃지 않은 것은 몸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뛰어 대는 심장 때문이었다. 레온하르트는 가까스로 요한의 앞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며 꽉 깨물고 있던 입술을 열었다.
“……댈게.”
“예?”
대뜸 내뱉은 레온하르트의 말을 요한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레온하르트는 그에 아랑곳 않고, 요동치는 제 눈동자를 그에게 꽂으며 이를 갈았다.
“대겠다고, 내 엉덩이.”
이토록 간절했던 순간이 또 있을까.
레온하르트 악셀은 체념했다.
“빌어먹을! 대면 되잖아, 까짓것!”
눈앞의 청년을 가질 수만 있다면 그깟 엉덩이를 내어 주는 게 뭐 그리 큰일이겠는가.
결심한 레온하르트는 버럭 외치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요한의 양팔을 세게 잡았다. 그러고는 그를 힘껏 끌어당기더니 깊은숨을 토해 내며 속삭였다.
“그러니…… 하게 해 줘, 키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