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보다 아름다운-139화 (139/140)

00139 에필로그 =========================================================================

후작이 넉살 좋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발렌틴이 안드레아의 얼굴을 살짝 들여다 보니 꺼리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안드레아는 분위기 때문에 쭈뼛거리며 후작에게 손을 내밀어줬다가, 악수를 하자마자 곧바로 손을 빼냈다. 그러고는 고개를 홱 돌려서 발렌틴의 목을 끌어안고서 자기 얼굴을 감추었다.

“아이쿠, 이런. 제가 우리 백작님께 뭔가 밉보였나 보군요. 이 얼굴이 어디 가서 잘생겼다는 칭찬을 듣는 얼굴이 아니기는 합니다만....”

후작이 수염 난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는 유감스럽다고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마른 얼굴에 띤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평범한 아이넨 보수 귀족 남성들이 대개 그렇듯이, 그도 자식에게 아양을 떠는 일에 익숙한 인물은 아니었다.

지켜보던 이들은 후작의 그런 발언과 행동을 두고 수런거렸다. 안드레아를 대하는 특별대우도 그랬지만, ‘웨버 백작님’이라는 영문 모를 호칭 때문이었다.

“지금 백작님이라고 부르신 거 맞죠...?”

“혹시 웨버 가에서 작위를 사들이기라도 하신 걸까요?”

“설마요. 그랬다고 해도 웨버 경이 아니라 아기한테 작위를 줬을까요.”

‘진짜 백작’이 없는 자리에서야 귀여운 아기를 보고 백작님이든 왕자님이든 붙여서 부를 수 있다지만, ‘후작’인 자가 공개된 자리에서 특정한 인물의 자녀를 예뻐하여 ‘백작님’이라고 부르는 일은 약간 부자연스러웠다.

저들끼리 수군거리는 군중을 대신해, 후작의 곁에 있던 레빙턴 부인이 끼어들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백작님이라니, 우리 웨버 가의 어린 장군님이 언제 작위를 하사받으신 건가요? 이 미모와 귀여움으로 작위를 받으셨다는 말씀이세요?”

레빙턴 부인이 장난스럽게 말하며 안드레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후작이 미소 띤 얼굴 그대로, 짐짓 목소리에 무게감을 실으며 입을 열었다.

“레빙턴 부인, 우리 안드레아 백작님에게는 올바른 존칭을 사용하셔야 합니다. 얼마 전에 정식으로 백작위를 승계 받고 레헤드의 주인이 되셨다는군요. 저도 우리 왕성에 갔을 때 왕자님들께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레헤드....”

레빙턴 부인이 중얼거리며 미간을 좁혔다. 그녀는 멍하게 아드리아나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부정의 말이 들려오지 않음에 놀라며 ‘정말이세요?’하고 숨을 들이켰다.

“최근에 그렇게 되었어요. 저희도 정신이 없네요.”

아드리아나가 거의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사실은 레헤드로 집을 옮기고 영지를 넘겨받는 과정에서 생긴 막중한 부담과 사건들을 쏟아내며 수다를 떨어도 한참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터였지만, 아드리아나도 주변의 눈을 의식하는 듯했다.

다들 어안이 벙벙해 보였다. 군중의 분위기가 더욱 묘해졌다.

“...레헤드가 어디죠? 그런 곳이 있었나요?”

“북국의 백작령이잖소. 내가 기억하기로는 바쉬 공작이 레헤드의 백작이었을 텐데, 그럼 그분이 웨버 경의 아드님께 상속을 하셨다는 말인가?”

“왜...?”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점점 썰렁해졌다.

레헤드는 몰라도 바쉬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왕래가 많지 않은 타국의 지명에 어두운 이들조차도, 역사와 전쟁사에 자주 등장하는 오래된 소왕국의 이름쯤은 어렴풋하게라도 기억하기 마련이었다.

후작이 잘 지적해줬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잘 아시는군요.”

그는 이 말을 정말 하고 싶었다는 듯, 주의를 끌며 또렷하게 말했다.

“그 바쉬의 공작님께서 우리 안드레아 경의 백일을 맞아 레헤드를 물려주셨다고 합니다. 저라면 제 손주에게 그런 성대한 백일선물은 꿈도 못 꾸겠습니다만, 북국의 공작님께서야 본인의 정식 후계자로 이름을 올린 증손자에게 백작령 하나쯤 못 해주시겠습니까?”

큰소리로 웃는 것은 후작뿐이었다.

기묘한 중얼거림 또는 자문 같은 속삭임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바쉬? 공작? 백작? 증손자?

어찌 보면 그들이 좋아하는 ‘귀한 이름’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였으니, 다소의 충격을 동반할 정도의 관심이 퍼져나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발렌틴과 아드리아나는 슬슬 밝혀지겠거니 마음의 준비를 해왔음에도 사람들의 반응에 조금은 난처해졌다.

물론 서둘러 웨버 가의 신분을 밝힌 후작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후작으로서는 자기 영지민들이 웨버가를 형편없이 대하는 모습을 참고 보기가 어려웠으리라. ‘바쉬의 차차기 공작이자 레헤드의 백작’과 그를 낳은 실질적인 레헤드 영주를 두고 ‘리노아스의 남작 후계자’로서 공손하게 대우하는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터였다.

모든 이의 관심이 웨버 가로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때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어디선가 크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귀하께서 북국의 백작령을 다스리신다고요? 아드님이 백작위를 상속하셨고요?”

라르슨이었다. 그녀는 허리를 펴고 서서 고개를 돌려 발렌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경악과 배신감이 떠올라 있었다. 그 곁에서는 민스터가 초조해하는 눈빛으로 라르슨의 행동을 염려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부인, 발렌틴 웨버 경은 바쉬 루미아 공작님의 외손자이십니다. 흔히 북국에서 말하는 ‘첫 손’쪽이시지요. 얼마 전까지 후계 서열 2위였다가 물러나셨지만, 후계 서열 1위인 엘릭 경과 루미아 공작님께서 차차기 공작위를 안드레아 경에게 물려주겠노라고 발표하셨습니다.”

후작이 설명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질 기미가 보일 때면 그는 언제나 민첩했다.

라르슨은 눈을 크게 뜬 채로 어깨를 들먹였다.

주변은 고요하기만 했다. 한참 동안 수군대는 소리조차 없었다.

“이건...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웨버 부인. 소왕국의 영부인 후보이셨군요.”

레빙턴이 사뭇 정색하고 말했다.

“어쩜 그런 신분을 숨기실 수가 있으세요? 저는 우리가 처지 비슷한 친구라고 생각하여 할 말 못할 말을 다하며 지내왔는데, 제가 얼마나 무례를 저질렀는지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아니에요, 부인.”

아드리아나도 뺨을 물들이며 손을 내저었다.

“저희 남편은 처음부터 바쉬를 상속받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저희는 테스카에서 이렇게 지내다가 이이 아버님의 농장과 리노아스 성을 관리하며 살 생각이었답니다.”

“그래도....”

레빙턴 부인은 당혹감에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이들은 더욱 그랬다. 특히 웨버 가를 나쁘게 대한 적이 있거나 적대시 했던 이들은 차라리 이 자리에 없는 존재로 여겨지고 싶은 듯, 시선을 회피하며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긴장된 분위기와 웨버 가에 집중되는 관심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울음을 터뜨린 이가 있었으니, 안드레아였다.

“빠빠아....”

안드레아가 그때까지의 의젓했던 표정을 무너뜨리고 울먹이며 발렌틴의 목에 꽉 매달렸다.

아이가 흐느끼는 소리에도 몇몇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 바짝 긴장했다. 비록 같은 세대 내에서 일어날 일이 아니라고 해도 ‘바쉬의 공작으로 내정되었다’는 인물의 부모를 적대했다는 사실에 그들이 받은 충격이 쉬이 가시지 않을 듯 보였다.

“괜찮아, 안드레아.”

발렌틴이 안고 있던 아들을 보듬어주며 미소 지었다.

바쉬 공작에게 인정받아서 벌써 한 영지의 어엿한 주인이 된 아기라고 알려진 직후가 아닌가. 훌륭하게 격식을 갖춘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서는 침이 잔뜩 묻은 입술을 삐죽이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얼굴 가득 번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안드레아.”

사나이는 우는 게 아니라고 속삭이며, 발렌틴은 아들의 보드랍고 가느다란 머리카락 위에 입술을 눌렀다.

아드리아나도 웃으며 안드레아의 조그만 등을 토닥였다.

“우리 아기 괜찮아. 아빠랑 엄마가 있는데 뭐가 무섭니?”

갑작스러운 아기의 울음으로 인해 긴장감이 누그러들자, 얼마 후에는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예의를 차리고 다가와 축하의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레빙턴 부인도 부부에게 먼저 인사한 후, 안드레아를 달랬다.

“아유, 백작님, 울지 마세요. 저희가 예의도 없이 다 같이 백작님 얼굴을 빤히 쳐다 보았으니 얼마나 불쾌하고 속상하셨을까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저희 미워하시면 안 돼요.”

그녀가 ‘저희’라고 말했다는 점을 반기며 사람들이 맞장구를 쳤다.

후작은 왠지 가장 흡족해하며 수염을 쓰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

홀이 안정을 되찾은 후, 아드리아나는 잠시 부인들과 모여 안부를 나누었다.

그동안 발렌틴은 아기를 안은 채로 다른 남자들과 어울렸다. 안드레아는 낯을 조금 가리는 편이었지만, 손에 딸랑이를 쥐여 주자 그것을 가지고 노는데 몰두하느라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점잖은 신사로서 체통 없이 양복을 구겨가며 아기를 안고 어르는 발렌틴을 괴상한 듯 바라보는 이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개는, 아기가 제 아버지의 얼굴을 친근하게 쓰다듬거나 애정 넘치는 미소를 보여주는 광경에, 다들 비슷한 표정을 했다.

그들은 발렌틴이 아기 안은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다는 둥, 아기를 잘 안아주기 위해 훌륭한 팔 힘을 타고난 모양이라는 둥 말했다.

“우리 백작님 기골이 장대하셔서, 하녀들이나 웨버 부인께서 안고 계시기에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습니다.”

“예. 다행히 제 아들도 눈치가 있는지 웬만하면 제게 안기려고 하니 얼마나 기특한지 모릅니다.”

“두 분이서 그토록 알콩달콩하시더니 이젠 세 분이서 알콩달콩하시네요. 행복해 보여요. 제 남편도 우리 아기를 안고 행복을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어요.”

섀넌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했다. 전부터 아드리아나의 사는 모습을 부러워하고 존경한다던 그녀인 데다 곧 엄마가 될 몸이라 유난히 감성을 자극받은 모양이었다. 아드리아나는 섀넌이 생각하는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며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특별히 다른 어려움이나 장애가 없는 가문의 남편과 아내로서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아드리아나는 믿는 듯했다. 섀넌의 남편이 행복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섀넌과 같다면, 물론 그럴 수도 있을 터였다.

발렌틴은 안드레아를 엘레나에게 맡겨놓고, 남자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곤 하는 테라스가 있는 방으로 갔다.

남자들이 반색하며 담배를 건네고 권했지만, 발렌틴은 아기를 데리고 있어서 오늘은 안 되겠다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도 아닌데 왜 그가 담배를 피우지 못해야하는지 갸웃하면서도, 남자들은 그 이상 억지로 권유하지 않았다.

잠깐 그들과 어울리다가 방을 나왔을 때, 응접실과 이어지는 복도 구석에서 발렌틴은 라르슨과 마주쳤다.

그녀는 여전히 불편해하고 딱딱하게 굴면서도 다소 기세가 꺾인 투로 말했다.

“...그런 이유인 줄도 모르고, 제가 오해를 했군요.”

라르슨이 뜬금없이 말한 ‘그런 이유’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는 발렌틴은 말을 받아주지 못하고 눈만 깜박였다.

“바쉬의 공작님이 후견인이셨다니, 제 조카가 영부인 후보로서 다소 부족함이 있다고 평가를 받았을지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겠습니다. 나도 경우는 아는 사람입니다. 과연, 백번 양보해도 남작가의 상속인인 데다 킹스턴에서 학식과 교양을 두루 인정받은 여성 정도 되셔야 겨우 부인으로 맞으실 만도 하셨겠습니다.”

라르슨이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낮게 말했다. 그녀 나름대로는 사과에 가까운, 악의 없이 솔직한 감상을 말한 것에 불과한 말투였다. 하지만 그 말에는 지금도 많은 오해를 담겨 있었다.

발렌틴으로서는 자신이 집안 사정 때문에 약혼녀를 버렸다고 오해 받는 상황이 썩 개운치 않았지만, 굳이 진실을 떠벌이고 싶지도 않았다.

‘첼시아가 나를 배신하고 외도해서 파혼했다.’라는 말도 입에 담고 싶지 않았다. 왕성에서 첼시아의 마음을 떨어뜨리고 마티아스와 나눈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접근했을 때에도, 이별에 관한 일만은 언급하기를 회피했다. 그저 타인이 된 사람으로서 그녀를 용서할 수 있었을 뿐, 외도 행각에 수치심조차 느끼지 않는 듯한 그녀에게 행여 그 일을 용서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어중간한 아량으로 끝낸 일을 지금 라르슨의 앞에서 다시 입에 담는 것도 싫었다.

다만 한 가지 사실만은 정정했다.

“오해를 하고 계시는군요, 부인. 저는 제 아내의 훌륭한 가문 덕분에 결혼할 결심을 한 것도, 허락을 받아낸 것도 아닙니다. 단지 아내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어쩐지 내면이 아름다울 것 같았다는 말까지는 차마 하지 못했다. 증명하기 어려운 우스운 말은 생략하고 아무튼 ‘아름다워서’라고 말해버렸다.

아드리아나에게 혼날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녀도 발렌틴에게 ‘당신이 잘생겨서 반했다’ 따위의 말을 당당하게 하고 있었으니까.

아예 없는 말은 한 것도 아니다. 세상에 수많은 미인들과 미남들이 있지만, 우습게도 그녀만을 그토록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눈에 들였다. 처음으로 그녀가 눈에 깊이 새겨졌던 날을 떠올리노라면 달리 할 수 있는 표현이 없었다. 눈동자, 웃는 표정과 움직이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목소리, 말씨, 걸음걸이, 곁에 데리고 있던 웬디까지, 그 모든 것을 통틀어서 그녀를 아름다운 여자라고 단정하고 원했다. 발렌틴은 아드리아나의 아름다움을 흠모한 그 어떤 사내들보다, 자신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 잘 알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라르슨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여성에게는 아름다움만한 미덕이 없다더니, 어쩔 수 없는 말인가 봅니다.”

라르슨이 한탄하듯 말하고 무겁게 몸을 돌렸다.

아마 그녀가 받아들인 뜻은 발렌틴의 의도와 한참 동떨어진 의미였겠지만 아무렴 어떠랴는 생각으로 발렌틴도 자리를 벗어났다. 이래서 남성우월주의자, 남녀차별주의자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사실은 의식하지도 않았다. 어쨌든 남자와 여자를 완전히 똑같이 대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니까.

“여보, 안드레아가 울어요. 당신이 오래 돌아오시지 않으시니까....”

“아바.”

아드리아나에게 안겨 있던 안드레아가 서럽게 부르며 두 팔을 뻗었다.

“미안. 아빠가 없어졌지?”

발렌틴이 안드레아를 받아 안으며 달래주고, 다른 손으로는 아드리아나의 손을 잡았다.

“인사 나눴으면 돌아갑시다. 당신 내일 일찍부터 킹스턴에 가려면 오후에는 푹 쉬어둬야지.”

문득 아들을 안아주기 위해, 그리고 아내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팔 힘을 길렀다는 놀림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풋사랑에 시련 당하고, 누구도 마음에 담지 못한 채로 홀로 지냈던 시간의 보상으로 쳐도 부족함이 없었다. 어느덧 발렌틴도 자신의 아버지처럼 가족들을 지키며 사는 남자가 되었다. 아들이 자라서 레헤드를 스스로 다스릴 때까지 영지를 대신 다스리고 지키는 일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면 어렵지 않았다. 바쉬 공작의 통치 아래에서 발렌틴과 같은 사상을 갖고 자라 제 가족을 지킬 줄 아는 부모와 그들을 공경하는 자식들이 사는 땅이니, 애정을 갖고 가족으로 삼는 것이 어려울 리 없었다.

“어머, 도련님 엉덩이가 축축해요. 차에 타기 전에 기저귀를 갈아드려야겠어요. 잠시만요.”

“근데 왜 안 울지? 나도 같이 가.”

엘레나가 안드레아를 받아서 안고 휴게실로 향했다. 아드리아나도 그 뒤를 따랐고, 발렌틴은 잠시 밖에 서서 기다렸다.

아무래도 레헤드를 제 주인에게 물려주는 건 한참 먼 일이 될 듯했지만, 아내와 아이를 돌보며 사는 시간이란 아무리 천천히 흐른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백작님 집밖에서 엉덩이를 까셔야겠군요.(엘레나 발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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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 말도 없이 하루 늦었네요.ㅠㅠ 본편을 다 쓰니까 할 일이 많아져서 크흑. 다음 에필로그나 외전은 느긋하게 올릴게요.uu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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