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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다 아름다운-107화 (107/140)

00107  나의 가족  =========================================================================

간밤에는 작은 실수로 가슴이 철렁했었다.

아드리아나는 어제 웬디를 만나고, 저녁 때 발렌틴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기분이 많이 회복되었다. 그러다 그에게 장난을 좀 치겠다고 숨어서 방문을 걸어 잠갔었는데 깜빡 잠이 들어 하마터면 그를 밖에다 방치한 채로 날을 샐 뻔했다.

방문을 잠갔던 게 저녁 아홉시의 일이었고, 잠에서 깬 건 자정이 넘었을 때였다. 아드리아나는 방문을 열고 나왔다가 발렌틴이 그때까지 응접실 의자에 혼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 뛰쳐나와 그를 끌어안고 방 안으로 들였다.

“괜찮아, 여보. 당신이 잠든 건 알고 있었어. 어디 방바닥 구석 같은데서 잠들지는 않았을지 열쇠로 따고 들어가 보려다, 잠깐 생각 좀 하면서 기다려본다는 게 시간이 훌쩍 지났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목 뒤를 문지르며 말하더니, 아드리아나의 침대 위로 올라가서 그만 자자고 팔 한쪽을 옆으로 뻗었다.

아드리아나는 남편을 꼭 끌어안고 잠들었다. 그리고 이튿날, 일어날 시간도 되지 않은 어슴새벽에 잠을 깼다.

금방 눈은 뜨지 않았다. 아늑함을 음미하고 뭉그적대며 기상 전의 짧은 순간을 만끽했다. 왼쪽 뺨 아래에는 부드러운 베개, 왼쪽 어깨와 팔에는 매끄러운 시트, 등 뒤에는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의 체온이 만족감을 느끼게 했다.

이내 눈을 뜬 아드리아나가 제일 먼저 본 것은, 자신의 왼쪽 손목을 살짝 쥐고 있는 남편의 손이었다. 그를 보니 가슴이 찡했다. 입가가 느슨해지며 입술이 부드럽게 긴 호를 그렸다.

아드리아나는 몸을 꿈틀거리며 등과 허리와 엉덩이를 발렌틴의 몸에 깊이 밀착시켰다. 따뜻하게 몸을 감싸는 그의 품이 은근한 쾌감마저 느끼게 했다. 가느다랗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뒤척임 탓에 잠을 깬 발렌틴이 커다란 몸으로 등 뒤에서 덮치듯 더욱 세게 포옹해왔다. 손목을 구속하고 있던 손은 위로 뻗어 올라와 단단하게 깍지를 꼈다.

온몸의 감각을 그를 느끼기 위해 풀어놓고 연신 한숨을 흘리며 달콤함에 젖어 있다가, 아드리아나는 치솟는 정욕을 간신히 억누르고 몸을 뒤집었다. 발렌틴이 잠결에 반응하듯 움찔하며 아드리아나를 끌어안으려 하기에 순순히 안겨서 그의 가슴 안에 코를 대고 있다가, 잠시 후 아쉬워하며 조심스레 그의 품을 빠져나왔다.

자신의 침대에 잠들어 있는 그를 보며 평화와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했던 말을 알 것 같았다. 자기 보금자리에 상대방이 편안히 쉬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안도감과 위안을 주는지를.

아드리아나는 잠든 그를 바라보다 작게 기지개를 켠 후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속마음은 언제까지고 그의 품에서 게으름을 부리고 싶었지만, 막 주말이 지났고 오늘은 할 일이 많았다. 일찌감치 단장하고 준비해서, 발렌틴이 일을 하러 나갈 때 허둥대지 않고 배웅해주고 싶었다.

아드리아나는 서둘러 잠옷을 갈아입고 예쁘게 차려입고 머리를 손질한 후, 아침 식사가 준비된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발렌틴은 아직 이불 안에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여보. 발렌틴.”

자신 때문에 그가 몇 시간이나 덜 잔 걸 생각하면 가여워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드리아나는 이불 위로 보이는 그의 볼 위에다 입을 맞추고 이불째로 그를 꼭 껴안았다. 발렌틴이 눈을 감은 채로 팔을 뻗었다. 그대로 아드리아나를 침대 위로 잡아당기고 깔아뭉갤 태세였지만, 치장을 마친 아내의 모습을 확인한 그가 어쩔 수 없이 놓아주었다. 짙은 아쉬움과 불만 섞인 그 얼굴을 보고, 아드리아나는 앞으로 그가 일어나기 전에 먼저 치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재고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기분이 어때?”

식사를 하며 발렌틴이 물었다.

아드리아나는 아주 좋다고 대답해주고 미소 지었다.

그와 이렇게 있는 이 순간만큼은 더할 수 없이 아주 좋았다. 가슴 속 어딘가에서는 사소한 계기 하나만 생겨도 터져 나올 듯한 불안한 감성이 넘실거리고 있음을 밝힐 필요는 없을 듯했다. 어차피 오늘 오후 의원을 기다려 상담을 받기로 약속해 두었고, 그전까지의 일정이라면 함께 어울리며 스트레스 받을 일 없는 친한 부인네들과 수다 떠는 게 다였으니.

“일찍 들어오세요, 여보.”

아드리아나가 발렌틴의 목에 매달려 입 맞추며 인사했다. 이 조르는 듯한 말은 발렌틴이 특히 기뻐하는 인사였고, 그로 인해 아드리아나 역시 기뻐지게 하는 힘을 가진 말이었다.

아드리아나는 발렌틴를 배웅하고 나서 로빈과 잠시 놀아 준 후, 다른 잡생각이 들이닥치기 전에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서둘러 일감을 찾았다.

소니아와 약속한 모임은 10시부터였다. 가까운 이웃에 놀러가면서 하인을 줄줄이 데리고 가기가 부끄럽기는 했으나, 당분간은 경호원을 항시 동반할 것이 발렌틴의 청이었다. 귀부인이 남자 한 명과 붙어 다니는 모습은 남들 보기 좋지 않으니 하녀도 동반해야 해서, 본의 아니게 셋이서 우르르 몰려다니게 되었다.

“그 댁 남편께서는 아주 그냥 색시가 귀하고 아까워 죽겠나 봐. 식사 하실 때 포크는 부인 손으로 들도록 허락하시나요?”

할트 부인과 소니아가 놀리며 깔깔댔다.

“웨버 부인께 포크는 무슨 필요인가요? 남편께서 나 한입 당신 한입 하고 먹여주실 텐데요.”

쉐이드는 미혼 아가씨면서도 아무 위화감 없이 부인들과 잘도 어울리며 짓궂은 소리를 해댔다. 게다가 곁에 소니아네 유모가 있었음에도 자기가 한 살배기 조엘을 안고 어르고 있었다.

아드리아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여자들에게 눈을 흘겼다.

“제가 요새 기운이 없어서 축 처져 있었더니 떠받들어주시는 게 더 심해지긴 하셨어요. 이러다 응석받이가 되면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그러시는지 몰라요.”

부인들은 남편이 받아줄 때 즐기라는 등 놀리기만 했다.

그녀들이 아드리아나의 현재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눈치 채기는 어려울 터였다. 아드리아나는 지금 많이 밝아져 있었고, 다소 기분이 좋지 않거나 피곤함을 감추려 애써 긴장하는 일 없이 편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발렌틴이나 처녀적 친구들을 대할 때만큼 거침없어지지는 않았지만, 몸이 힘들 때는 그녀들 앞에서 사양 않고 소파 한쪽에 기대어 조는 정도도 가능했다.

“향기가 좋지요? 꿀을 조금 넣으면 맛이 더 좋답니다.”

할트 부인이 길렀다는 허브 말린 잎을 우려낸 차를 마시며, 넷이서 여러 화제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나눴다.

아드리아나는 찻잔 위에 코를 박다시피 하고 있었다. 새콤달콤한 향기가 기분을 밝게 하는 데에 무척 도움이 되었다.

물론 컨디션이 전처럼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뭔가 사소한 계기 하나만 주어지면 거기에 몰두하다가 비관적인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도 집을 나오기 전, 리노아스에서 보내온 사교회 초대 편지를 보고 기분이 확 가라앉아 울고 싶어졌던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아드리아나는 자신의 첫 번째 가족인 낳아준 부모에 대한 의무를 두고 염증을 느끼는 자신을 질책하며 사교회의 날짜를 기억해두었다.

문득문득 수시로 초조해지며 발렌틴을 보고 싶어졌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지만, 집에 돌아가 혼자 있으면 혼자 있는 대로 또 다른 초조함이 생겨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며 극복해낼밖에.

얼마 후 소니아가 집안일로 잠시 자리를 비우고 할트 부인도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느릿느릿 떠나갔다.

쉐이드가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예의 그 ‘고민’은 괜찮아졌는지 물었던 것이다. 버클리의 일 때문에 고민을 안고 있던 아드리아나가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이 지난 일을 모두 알고 있으며 이해받고 넘어갔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그런데 쉐이드는 뭔가 할 말이 있어서인 듯, 조심스럽게 노아 일에 대해서도 물었다.

“웨버 경이 부인께 아주 너그러우신 듯하지만 말이에요.”

“음…. 그때 일은 워낙 파다하게 알려져 있던 터라… 남편도 대충은 알고 계세요.”

“아, 그랬군요. 문제 삼지 않으셨다면 다행이에요.”

쉐이드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실은 민스터가 테스카로 온다니까 걱정이 되어서, 그 여자 입을 어떻게 막아야 하나 고민했거든요. 여기까지 쫓아와 괜히 옛날 일을 웨버 경의 귀에 들어가게 할까 봐서요.”

“실비아 민스터 양이요?”

“네. 기사가 났다던데 모르고 계셨어요? 전에 약혼했던 남자랑 얼마 전에 결혼했는데 그쪽 친척을 따라서 테스카에서 살 거라고 했어요.”

쉐이드는 민스터가 아드리아나를 그리 시샘하더니 결국 같은 도시에서 살 게 되어 아주 기쁘겠다며 입을 삐죽였다. 아드리아나는 그제서야 기억에 있던 그 성이 누구의 것인지를 떠올렸다.

“…민스터 양의 약혼자였던 분이 라르슨 씨였던가요.”

보잘 것 없는 가난한 귀족 가의 남자라고 했었다.

백작 가와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었다면 민스터가 크게 떠들었을 텐데, 그런 소문도 없었다. 간신히 같은 성을 잇고 있는 아주 먼 친척일 수도 있는 일이다.

아드리아나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그 일은 상관없어요. 제 남편도 알고 계시고, 여기선 옛날에 누구랑 사귀었다는 정도로는 화젯거리도 안 돼요. 저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피곤한 사람이 늘었다는 건 가슴 아프지만 말이에요.”

아드리아나는 아울러, 좀처럼 친해지고 싶지 않은 글라디스 영부인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녀가 첼로 레슨을 제의해서 곤란을 겪고 있다는 형편도.

“그분이 절 나쁘게 대하시지는 않아요. 하지만 추구하는 이상이 명백히 다른데 서슴없이 저를 그분의 이상에 물들이려고 하시는 게 거부감이 들어요. 두렵기도 하고요. 말하자면… 그분은 흡연을 즐기시고 전 흡연을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그분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자기 기호를 고수하는 게 공평하다고 여기시는 듯하지만, 사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과 피우지 않는 사람이 한 공간 안에서 서로에게 공평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그분은 제가 담배 연기에 익숙해지길 바라시는 것 같아요.”

차마 쉐이드에게 영부인의 부도덕을 까발리며 비난하지는 못했지만, 진정으로 타인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방법을 모른 체하는 그녀의 태도를 생각할 때마다 화가 났다. 당당한 태도로, 같이 바람피우자는 권유를 했던 일을 생각하면 진저리가 쳐졌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그래요. 관대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자기네가 옳다고 생각하죠.”

쉐이드가 말했다.

“그 분, 왠지 알 것 같아요. 테스카 성은 유혹이 많은 곳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니까요. 부인은 외모도 눈에 띄시니 더욱 그럴 거예요. 그치만 결혼도 한 부인까지 괴롭힌다니 심하네요. 자유연애의 천국인 아르본이라도 자기 취미가 아닌 사람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일은 없는데 말이에요.”

과연 아르본의 딸이라고 쉐이드가 상대적으로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러다 이후 할트 부인이 돌아오자, 화제가 자연스럽게 글라디스 영부인과 새로운 세력가 후보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졌다. 할트 부인은 라르슨 가가 후작 부인 쪽에 붙을지 대적할지 몹시 궁금해 했다.

아드리아나는 내심 민스터가 신경 쓰였지만, 그녀를 라르슨 가에 도움을 받으며 테스카에 거주하게 될 먼 친척 정도라고 추측해보았을 때, 하루아침에 자신을 위협할 존재로 부상할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존재를 안다고 대비할 만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현실로 닥쳐오기 전까지는, 우울한 생각은 되도록 빨리 몰아내고 잊어야만 했다.

“뭐 얼마나 나서기야 하겠어요? 애초에 동네 미장원 이상으로 구역을 넓히려던 야심가는 아니었으니까요.”

쉐이드도 그렇게 말했다.

‘근본이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닐 거야. 그 정도 허영심과 시기심을 가진 아가씨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민스터도 그녀 나름의 애환이 왜 없으랴. 신분이 높지는 않았지만 소박한 귀족은 귀족이었고 슈하스에서 내로라하는 아가씨였음에도 제 눈에 맞지 않은 약혼자를 만났다. 그에 반해, 당시 빈털터리였던 아드리아나는 덜컥 발렌틴 같은 남자를 남편으로 얻었으니, 민스터 입장에서는 커다란 부조리라고 느꼈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 지레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말자.’

*

아드리아나가 집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쉬던 때에, 약속을 잡아두었던 의원이 방문했다.

얼굴이 무척 희고 생김새가 얌전한, 그러나 고요한 눈빛이 아주 묵직하게 보이는 여성 의원이었다. 환자를 잘 보아주고 입이 무겁다고 마리안느를 통해 소개받은 의원이었다.

아드리아나는 요즘 계속 힘든 일을 겪으며 마음이 약해지고 체력도 떨어진 탓에 감정적인 어려움이 나타난 듯하다고 말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홀린 듯 모든 일을 털어놓고 있었다. 친구들에게도 남편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일들까지.

의원은 아드리아나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며 맥을 짚어보더니,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체력도 조금 떨어져 있기도 합니다만, 상당히 깊이 진행된 우울증을 앓고 계시는 듯합니다, 부인.”

순간적으로 그녀의 말이 옳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그 말을 듣자마자 변덕스럽게 북받쳐서 눈물이 터져 나올 듯했기 때문이다.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요즘 우울 증세가 있다’는 표현은 자주 썼지만, ‘우울증’이라고 병명처럼 진단 내려 말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깊이 진행되었다는 표현도 무섭게 느껴졌다.

“부인들이 흔히 겪는 신경성 두통과도 같은 거예요. 괴롭고 귀찮은 체질이지만, 두려워하고 겁먹으실 필요는 없어요. 천성적으로 우울해지기 쉬운 사람들이 있지요. 마음이 여리고 다정하며 생각이 많은 사람들 중에 많지요.”

의원은 아드리아나가 수치심이나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그녀가 말한 우울증이란 것에 대해 지극히 상냥한 방식으로 정의했다.

“살아남으려고 본능적으로 편안한 환경을 찾아다니고 적응하면서 살다 보니, 나약한 사람, 쉽게 도망치는 겁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부인께서는 그런 자책을 많이 하시는 것 같네요. 하지만 생각해 보시면 틀림없이, 애정과 책임감이 강하다는 인정도 받고 계실 거예요.”

아드리아나는 티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아까 전부터 그렁그렁해져 있던 눈물을 주르륵 떨어뜨렸다.

“전 원래 이런 사람인가요? 나아질 수가 없나요?”

자신이 듣기에도 연약하고 못나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의원은 어렴풋한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나아질 수 있어요, 부인. 지금보다는 훨씬요. 하지만 아마 부인께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시면 아실 거예요. 그분들이 완벽하다는 이유로 사랑하시는 건 아닐 테지요. 그리고 부인께서도 완벽하지 않으신 그대로 사랑받고 계실 거고요.”

다행스럽게도 아드리아나는 자신을 사랑해준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을 곁에 두고 있었다. 그들을 생각하고 수줍게 웃으며 눈물을 닦았다.

“좋아지실 거예요. 약을 지어드릴게요. 지금처럼 많이 힘드실 때에는 도움이 되실 거예요. 다만….”

의원이 눈을 스르르 아래로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 시선이 아드리아나의 배 부근을 스치는 듯했다.

“현재 임신을 하셨다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요. 잘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임신 여부를 알기 어려우신 시기일 수도 있으니 부군과 잘 상의해보세요. 약을 드시려면 앞으로 임신을 미루시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이미 아기가 있다면 약을 드시지 않는 편이 좋아요.”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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