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6 나의 가족 =========================================================================
세 사람은 헤이즐에게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올랐다. 발렌틴이 헤이즐에게도 다정하게 말을 걸어 웬디와 같이 놀러오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헤이즐은 매주 집에 다녀오느라 밀린 숙제 때문에 오늘은 기숙사에 있어야 한다고 사양했다. 아드리아나는 조만간 헤이즐을 집으로 초대함은 물론이고, 양가가 모여서 소풍을 가자고 약속하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웬디는 상기된 기색으로 차 안과 밖을 구경했다. 아드리아나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서 조잘조잘 안부를 나누는 동안에도 내내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드리아나까지 싱글벙글했다.
“로빈은 얼마나 컸어, 오드리?”
“음, 이만큼. 조만간 웬디보다 커질 것 같아.”
아드리아나가 팔을 크게 벌려 보이며 말하자, 웬디는 허풍쟁이라며 키득거렸다.
“차도 멋있다.”
“마음에 들어?”
“응. 나도 나중에 이런 차를 사고 싶어. 이제 내가 오드리에게 커다란 집을 사주지 않아도 되게 생겼으니까, 돈을 벌면 멋있는 차나 사야겠어.”
“그런 게 어디 있어? 한 번 한 약속은 지켜야지. 내 집.”
“어차피 내가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오드리네 집보다 좋은 집을 사주는 건 무리란 말이야. 대신 로빈 집이라도 아주 멋있게 지어줄게.”
“로빈한테는 멋있고 으리으리하게 지어줘 봤자야. 로빈은 몸이 끼는 좁은 집을 좋아해.”
“오드리도 참. 로빈도 새끼를 낳고 가족이 늘어날 텐데, 그럼 큰 집이 필요할걸?”
“그러지 말고 웬디 그림에다 사인해줘라. 나중에 유명한 화가가 되면 팔아서 부자가 되게.”
아드리아나는 그렇게 웬디와 유치한 언쟁을 벌이고 있다가, 앞좌석의 사이드미러를 통해 발렌틴의 비웃는 듯한 표정을 보고 슬그머니 눈을 흘겼다. 발렌틴은 시선을 창밖으로 두고 있었기 때문에 눈치 채지 못한 듯했지만, 웬디가 보고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러다 갑자기 발렌틴이 뒷좌석을 돌아보자, 웬디가 웃던 입을 얼른 오므렸다.
“오드리. 집에 과자가 없어. 어제 내가 혼자 있을 때 케이크도 다 먹어버렸소.”
“당신이 그걸 드셨다고요?”
아드리아나가 앞좌석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웃었다. 케이크라면 둘이서 같이 간식을 먹을 때에나 조금 깨작대다 마는 그가, 자신이 모임에 가고 없는 동안 무슨 생각으로 그것을 해치웠는지 궁금했다.
“아무튼 그랬으니까, 둘이 먹고 싶은 걸 좀 사와요.”
발렌틴은 우르르 내려서 가게에 들어가는 게 멋쩍었는지, 차를 입구 근처에 대도록 하고 자기는 안전벨트를 풀지 않았다.
“그럼 제가 당신이 좋아하시는 것도 골라올게요, 여보.”
아드리아나가 활발하게 말하며 차에서 내렸다. 웬디는 아드리아나를 따라 내리더니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키득거리며 따라왔다.
“여보래.”
“그게 뭐가 웃겨? 결혼했는데 당연히 여보라고 하지.”
아드리아나가 웃으며 새침하게 쏘아붙이는 시늉을 했지만, 웬디는 ‘여보’하고 따라하며 계속 놀렸다.
“오드리가 여보라고 말하다니 기분이 이상해.”
“겨우 여보 정도로 뭘 그래. 헤이즐네 엄마 아빠가 서로 자기라고 부르는 것도 많이 봤으면서.”
“웨버 경이랑 오드리도 자기라고도 불러?”
“설마.”
아드리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부끄러워하자, 웬디가 고개를 기울이고 바라보았다.
“왜?”
“왜냐니…. 어떻게 그렇게 불러? 우린 아직 결혼한 지도 얼마 안 되었고… 그런 호칭은 좀 부끄럽지.”
뭘 알기나 하는 건지, 웬디는 연신 히죽히죽 웃어댔다.
아드리아나는 웬디를 학교에 보낸 일이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좋은 학교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며 웃음도 더 많아지고 밝아진 듯 보였다. 지금 웬디가 오랜만에 아드리아나와 만나서, ‘자기 기도의 힘으로 만난 운명의 왕자님’과 행복한 모습을 보며 여느 때 이상으로 뿌듯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두 사람은 과자점 안으로 들어가서 2년 전에 종종 그랬던 것처럼 진열된 과자와 케이크를 보고 열성적으로 의논하며 살 것을 골랐다. 아드리아나가 발렌틴이 좋아하는 달지 않은 쿠키를 고르자, 웬디는 교장 선생님이 좋아하는 과자라며 또 웃었다.
“나 처음에는 웨버 경이 말씀이 별로 없으신 같아서 조금 어려웠는데, 어제 통화할 때 아주 친절하셨어. 오드리한테도 친절하게 대해주실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
웬디가 아드리아나의 손을 잡고 가게를 나오며 말했다. 아드리아나는 가슴이 뭉클해져서 입을 열지 못하고, 말없이 웬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열자마자, 웬디는 마중 나오는 로빈을 발견하고 달라붙었다. 보호소에서 다 같이 키우던 흰둥이도 잘 돌보아 줬던 웬디여서, 로빈을 보고도 무척 예뻐했다.
아드리아나와 웬디는 로빈과 놀아주느라 잔디 위에 자리를 잡고 주저앉았고, 발렌틴은 테라스로 가서 테이블 앞에 기대어 앉았다.
학교 얘기, 공부 얘기, 친구들 얘기, 요즘의 관심사와 함께 지내던 옛날이야기…. 둘이서 로빈을 끌어안고 지칠 줄 모르는 수다를 떠들다, 아드리아나는 문득 멀리서 자신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는 발렌틴의 시선에 가슴이 간지러워졌다.
앞으로 만들 우리 가족도 이런 모습일 거야.
“식사 하십시오, 주인님, 마님.”
플레밍이 나와서 고하다가, ‘웬디 양도요.’하고 덧붙이자 웬디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나는 집사를 처음 봐. 사용인들이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처음 봤어. 다른 애들 집의 하인들은 주인님이라고 안 하고 누구 씨 아니면 ‘경’이라고 부르던데.”
“우리 일꾼들도 웨버 경이라고 부를 때도 많아. 근데 다들 웨버 경의 본가에서 데려온 사람들이라 습관이 있어서 주인님이나 도련님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대. 플레밍은 있지, 투스미아에 있는 웨버 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야.”
“우와, 멋있다. 집사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야.”
웬디가 히히 웃었다.
식사를 하기 위해 집안에 들어가면서도, 웬디는 일꾼들과 집안 곳곳에 호감을 드러냈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것은 식탁 가득 차려진 맛있는 요리들이었다. 평소 좋은 학교에서 잠자리도 식사도 상급으로 제공된다고는 하지만, 편안한 집에서 좋아하는 음식들을 차려놓고 느긋하게 먹는 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터였다.
“많이 먹어, 웬디. 이거 좋아하지?”
아드리아나가 웬디의 접시 위에다 고기 요리의 졸여진 사과를 좀 더 덜어주며 말했다.
그러자 뜬금없이 발렌틴이 조용히 자기 접시를 내밀었다. 이미 벨마가 채워주어 더 덜 자리도 별로 없었다. 아드리아나가 입가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바라보자, 그는 눈을 내리깔고 나직이 ‘나도 해줘.’하고 말했다.
“여보, 당신은 뭘로 드릴까요?”
“아무거나.”
발렌틴이 얌전히 대답했다. 아드리아나는 터질 것 같은 웃음을 참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구운 토마토와 파인애플을 조금 올려주었다. 발렌틴은 점잖게 기다리고 있다가 접시를 가져가서 토마토부터 입에 넣었다.
식사가 끝난 후에 그가 옷을 갈아입겠다고 잠시 자리를 비우자마자, 웬디는 그가 귀엽다고 뒷얘기를 하며 히죽거렸다.
“남자는 다 애기라더니 웨버 경도 오드리한테 응석 부리시는구나.”
“아냐. 평소에는 안 그러시는데 웬디가 있어서 장난치신 거야.”
“뭔가 겉보기랑 많이 다르신 것 같아.”
웬디도 그가 조금 편하게 느껴졌는지, 발렌틴이 다시 내려오고 셋이서 카드게임을 하면서 그에게 조금씩 말을 걸기도 했다.
잠시 후, 엘레나의 부름에 아드리아나가 몸을 일으켰다.
“마님, 아너슨 부인의 전화예요.”
“잠깐 둘이 하고 있어. 나 통화하고 올게.”
아드리아나는 2층으로 올라가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소니아가 쾌활하게 인사하더니 숨 돌릴 틈도 없이 용건을 꺼냈다. 내일 자선 모임의 회원 한 명과 쉐이드를 만나기로 했는데 그 자리에 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월요일은 캐롤이 오는 것 말고는 일정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도 컨디션이 나아질 때까지는 줄이기로 해서 종일 쉬게 될 참이었다. 소니아가 말한 회원과 쉐이드는 거의 허물없는 편한 사람들이어서, 아드리아나는 흔쾌히 초대를 수락했다.
“소니아, 지금 웬디가 우리 집에 와 있어요. 아침에 데리러 갔더니 웬 의리 있는 아가씨 한 명이 같이 기다려주고 있더라고요.”
“하하. 헤이즐도 따라가고 싶어서 안달 났었겠네. 고 녀석 괜찮은 척 새침을 떨었겠지?”
“그랬어요.”
아드리아나는 요조숙녀같은 표정으로 ‘다음에 꼭 초대해주세요.’하고 말했던 헤이즐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애와 했던 약속에 대해서도 소니아에게 들려주며, 나중에 좋은 장소를 물색해서 소풍을 가자고 다짐을 받아두었다.
딸들 얘기로 심취한 어머니들처럼 호들갑스럽게 떠들다가, 한참 후에서야 아드리아나가 허둥지둥 전화를 끊고 1층으로 내려갔다.
웬디와 발렌틴을 둘만 남겨두어 서로 어색하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계단 아래에 이르니 응접실 쪽에서 웬디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웨버 경 시계도 아주 멋있어요. 아너슨 아저씨 것도 그거랑 비슷한 것 같았는데.”
“눈썰미가 좋구나. 같은 곳에서 만든 거라 그렇단다. 이건 오드리가 결혼 선물로 사준 거야.”
“결혼하시니까 좋으세요?”
“그럼. 좋지. 웬디는 아직 많이 기다려야겠다.”
“8년이 지나야 오드리만큼 돼요.”
“그러니? 나랑 오드리도 8살 차이인데.”
발렌틴이 그 낮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말하는 투에 웃음이 나왔다. 아이에게 맞춰줄 때는 아드리아나 자신에게 하는 다정함과 확연히 다른 것 같아서 가만히 듣고 있었다.
웬디는 연신 히히 웃었다. 아드리아나는 조용히 함박웃음을 지은 채로 계단 뒤에 서 있다가 두 사람을 슬쩍 엿보았다. 둘다 심각한 얼굴로 각자가 든 카드를 들여다보고 있었고, 웬디가 드문드문 재잘거리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옛날부터 오드리는 자기가 작은 강아지랑 날씬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그랬는데, 막상 보면 큰 강아지한테 더 푹 빠지는 것 같고, 덩치 큰 사람들을 더 편하게 여기는 것 같았어요. 과자점에 오토 아저씨도 엄청나게 커다랗거든요. 그리고 호텔에서 지낼 때도 크고 순박한 직원들이 좋았다고 했어요.”
“아하.”
아드리아나는 웬디의 날카로운 지적에 얼굴이 달아올라서 벽에 기댄 채로 굳었다.
‘아휴, 저이가 내가 자기를 좋아한 게 덩치 때문이라고 생각하시겠어.“
이제는 부끄러워서라도 못 나가겠다고 서 있는데, 엘레나가 내려오기에 못 본 척해달라고 손을 휘휘 저었다. 엘레나는 들키지 않도록 태연한 얼굴로 정원으로 나갔다.
“오드리가 어떤 남자를 좋아했는지 아니?”
발렌틴의 물음에 아드리아나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취향을 물은 건지, 옛 남자를 물은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웬디는 노아와 사귄 것에 대해 알지 못했다.
웬디사 천진하게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만날 별로라고 하는 걸 보면 무지 까다로운 것 같아요.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은 남자들을 보고 어떠냐고 물어봐도 취향에 안 맞다고 했거든요.”
“흠.”
발렌틴의 말이 없어졌다. 아드리아나는 다시 고개를 내밀어서 쳐다보고 싶은 충동에 싸였지만, 그랬다가는 신경 예민해진 그에게 들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웨버 경은 오드리 어디가 제일 좋으세요?”
웬디가 물었다.
은근히 그 대답이 궁금하기는 아드리아나도 마찬가지였다.
“웬디는 오드리가 왜 좋니?”
그의 반문에 웬디가 ‘음’하고 뜸을 들였다.
“전 그냥 다 좋아요. 오드리는 제 진짜 언니 같아요.”
웬디의 말에 발렌틴이 작게 웃는 소리를 냈다.
“나랑 같구나. 나도 그냥 다 좋고 내 진짜 부인 같았지. 옛날부터.”
다음 순간 게임의 승패가 결정되었는지 웬디가 아쉬워하며 꺅 소리를 냈고, 테이블 위에 카드를 흐트러뜨리는 기척이 들렸다.
아드리아나는 나갈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가 내가 없을 때에 해주는 말.
내게는 해주지 않는 말.
발렌틴이 다른 이에게 털어놓는, 자신에 대한 마음을 듣는 일이 가슴 저릴 정도로 달콤했다.
“웬디는 좋겠다. 벌써 다 커서. 씩씩하고 잘 하는 것도 아주 많다던데. 난 언제 낳아서 이만큼 키울지.”
“아직 아가 안 생겼어요?”
“잘 모르겠구나. 기다리는 중이야.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금방 생기겠지. 나중에 오드리가 내 아기를 낳아주면, 웬디가 많이 놀아주고 가르쳐 줄래?”
“좋아요. 오드리랑 웨버 경이 만든 아기 엄청 귀여울 것 같아요.”
저이는 애랑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고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아드리아나가 끼어들 준비를 했다. 그러다 발렌틴의 말에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오드리가 널 많이 보고 싶어 했어. 시간이 날 때는 자주 놀러와 주렴. 요즘 울적해했는데 웬디를 봐서 좋은가 봐.”
“웨버 경은 저처럼 다 큰 처제가 집을 드나들면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처제는…. 꼬마가.”
“저 몇 년만 더 있으면 시집도 갈 거거든요.”
“아저씨가 일찍 장가를 갔으면 웬디만 한 딸도 낳을 수 있었어.”
“저 태어날 때 오드리는 8살 밖에 안 되었을 땐데.”
웬디의 말에 발렌틴이 도로 조용해졌다. 그는 이내 작게 한숨을 쉬며 ‘그럼 안 되지. 처제 말이 맞는 것 같군.’ 하고 패배를 인정했다. 웬디가 히히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아드리아나가 눈을 빛내며 어슬렁어슬렁 나타나자, 웬디는 옛날에 아드리아나에게 곧잘 그랬던 것처럼 ‘비밀이에요.’ 하고 입술 앞에 손가락을 댔다.
“다음에 또 봐, 오드리. 편지도 할게.”
“건강하게 지내, 웬디.”
짧은 만남 후, 아드리아나는 웬디의 학교 앞에서 포옹하며 이별이 너무도 아쉬워서 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뉘엿뉘엿 저무는 노을 때문에 더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차 안에서 발렌틴에게 기대어 슬쩍 눈물을 훔쳤다. 발렌틴은 아드리아나의 어깨를 안고 얼굴에 입을 맞춰주며 미소 지었다.
“저런 딸을 가진 부모는 참 좋겠소, 그렇지?”
발렌틴의 말에 아드리아나도 고개를 들어 올리고 미소를 보여주었다.
웬디의 아버지는 부인과 웬디를 버렸다. 웬디의 어머니는 웬디와 가끔 편지를 주고받고 용돈을 보내주는 등 모녀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의 증세가 호전되다가도 웬디와 직접 만나면 악화되어서 함께 사는 가족으로는 영영 돌아가지 못할 듯했다. 보호자가 된 고모할머니도 웬디를 데리고 살고 싶어 하지는 않을 터였다.
누군가에게는 바라마지 않을 축복인 존재가, 낳은 그들에게 귀찮거나 무거운 짐이 되었다는 건 너무도 슬픈 일이다.
하지만 웬디는 테스카의 수재들이 모인 학교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성실히 공부하고 있으니, 언젠가 원하는 킹스턴을 졸업하고 원하는 장소에 행복한 터전을 꾸릴 수 있게 되리라.
“…슈하스의 학교가 거의 다 준비되었대요. 웬디 같은 아이들을 더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 전 사람들이 그런 일에 관심을 갖는 일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전에 웬디랑… 제 아이를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싶어요.”
아드리아나가 조그맣게 속삭였다.
발렌틴이 아드리아나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당신은 그런 엄마가 될 거야.”
아드리아나는 오늘 발렌틴이 웬디를 대하는 걸 보며, 그가 얼마나 아이를 원하는지, 그의 마음을 절절히 느꼈다. 자신도 그랬다. 자신의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이 발렌틴을 먼저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아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자신의 배 위에다 손을 올려 보았다.
‘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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