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3 해갈 =========================================================================
“엘레나가 자동차도 운전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랐어.”
아드리아나가 머리를 빗겨주는 엘레나를 거울 너머로 바라보며 말했다.
며칠 전, 부부는 펜에게 손님을 모셔오도록 하느라 엘레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엘레나도 투스미아의 여인이다 보니 말 타기 실력에 있어서야 교양으로 승마를 배우는 아이넨의 귀족들과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갖고 있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자동차는 투스미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이었고 아이넨에서조차 아직까지 소수의 전유물로 취급받고 있었으니, 운전을 한다는 것도 대단한 기술처럼 여겨졌다.
“웨버 경께서 마차를 좋아하지 않으시니, 자동차를 들이시자마자 저희도 모두 익혀두었답니다. 제 실력이 펜 씨보다 낫지 않던가요?”
“하하. 둘 다 대단해. 나도 운전을 배워볼까?”
“참으세요, 마님. 난폭운전하실 것 같아서 추천 못 해드리겠어요.”
엘레나가 말하며 아드리아나의 머리를 곱게 올려주었다. 우아하게 차려입고 반짝이는 보석들로 곳곳을 치장한 귀부인에게 난폭운전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 듯했지만, 아드리아나의 방 안에 있는 이 누구도 그 말을 부정해주지 않았다.
“그래, 여보. 당신이 차까지 몰고 다닌다고 하면 내가 어디 안심하고 일을 하러나 다닐 수 있겠소?”
발렌틴이 침대 위에서 아드리아나가 보던 시집을 넘겨보고 있다가 끼어들었다. 오늘은 평일이었지만, 그도 다른 약속이 없다고 집안에 있었다. 요즘처럼 바쁜 봄철에, 그것도 하필 아드리아나가 변호사와 만나기로 한 오늘 특별히 그가 한가하다는 사실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지만.
“유사시를 위해서죠, 여보. 펜 몰래 우리 둘이서만 데이트를 하고 싶어질 때도 있을 거예요.”
“그때는 내가 운전하면 돼.”
“제게도 당신을 실컷 쉬게 해드리고, 제 손으로 다 보살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답니다.”
아드리아나의 말에, 곧바로 같잖아 하는 듯한 그의 코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드리아나도 볼을 부풀리며 ‘흥’하고 콧대를 치켜들었다가, 그 사이 머리모양이 어떻게 되었는지 거울에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그러다 침대 위에 엎드려 있는 남편을 보니 미소가 새어나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여보, 책이 재미있으신가요?”
“아니. 당최 무슨 뜻인지 모르겠소.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우리 남편께서는 아이넨어가 아직 익숙지 않으신가 봐요.”
아드리아나가 침대 끝에 걸터앉아, 발렌틴의 어깨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말했다.
“시의 언어란 특히 심오하죠. 전 아이넨에서 태어나 20년을 살았어도 이 시인의 작품은 도통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해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당신은 여기서 사신 지 10년 밖에 되시지 않아 아직 모르는 단어가 많으실 테니 얼마나 곤란하실까요.”
아드리아나가 발렌틴의 어깨에 뺨을 기대고 그를 끌어안으며 웃었다. 물론 실제로는 발렌틴이 이 나라 언어를 모국어 이상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보살핌이 필요한 외국인 취급하며 그를 놀릴 때마다 유치한 즐거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발렌틴이 몸을 돌려서 아드리아나를 올려다보고 눕더니, 옅게 분을 바른 볼을 살짝 만져보며 입을 열었다.
“실은 나, 그동안 당신 말도 다 못 알아들으면서 알아듣는 척 하고 있었소. 나이 서른 먹고 글자도 겨우 읽는 수준이니 가엾지 않소? 아침마다 신문을 산처럼 쌓아놓고 읽느라 너무 힘들어.”
“아휴, 여보….”
발렌틴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마치 그것이 사실인 양 느껴져서 아드리아나는 눈썹 꼬리를 늘어뜨리며 그를 꼭 끌어안았다. 웃음이 나오는데도 가슴이 찡해졌으니, 팔불출도 이런 팔불출이 없었다.
“앗, 마님! 머리 망가져요!”
엘레나가 소리치며 손을 뻗었다. 아드리아나는 놀라며 부리나케 몸을 일으키고 몸가짐을 살폈다. 그리고 민망해 하며 웃다가, 곧 발렌틴을 남겨두고 손님을 맞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미안해, 엘레나. 우리가 너무 주책스럽지? 아니, 내가.”
엘레나는 희미하게 입 끝을 올렸다가 정색하고 입을 열었다.
“부디 지금처럼만 지내주세요. 두 분 이제 행복하셔야죠. 웨버 경도 오랫동안 외로우셨어요.”
아드리아나는 순간 멍해졌다가 곧 미소를 되찾고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엘레나는 펜과 달리 발렌틴의 사적인 일에 대한 얘기를 함부로 하지 않았다. 농담을 해도 되는 분위기이거나, 단순한 사실을 물을 때에야 같이 어울려주었지만, ‘외로웠다’는 식으로 주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는 일은 처음이었다.
발렌틴이 늦게 결혼한 것도 집안의 큰 문제였지만, 그가 아주 오랫동안 연인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 더 심각했다고 들었다. 그 이유가 여자에 대해 까다롭고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사실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만남을 내키지 않아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 나도 내 짝을 만나고 싶었지만, 좀처럼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지지 않았으니까.’
아드리아나의 경우에는 자신과 같은 이를 찾아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 막연한 그리움을 꿈에서 채우던 어린 시절이 있었지만, 발렌틴은 어땠을지 모르는 일이다.
적어도 아드리아나보다 먼저 살아온 8년만큼을 그는 더 고독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발렌틴이 테스카에 꼭 맞는 도시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겉도는 듯 보인다고 느꼈던 이유도, 사실은 그의 출신 때문이 아니라 아드리아나만큼이나 예민하고 외곬수인 성격 때문이라고 봐야 할 터였다.
아드리아나는 발렌틴과 만나고 나서 거짓말처럼 고독을 잊고 지냈다. 반려자에게, 또는 인간에게 바랄 수 있는 가장 큰 애정과 충족감을 그가 채워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이도 그러실까?’
발렌틴은 원체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로 힘들지 않아서인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우는 소리를 하는 건 사소한 응석을 부릴 때뿐이었다.
천성은 지극히 솔직한 사람이지만, 남편으로서 상당히 자기희생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칼을 들고 자기 몸을 방패삼아서 적들로부터 아내를 지키며 살던 시대의 남자들처럼.
“…이번 일은 저 혼자 정리하고 나서 말씀 드리게 해주세요.”
아드리아나가 이전 날 리노아스에서 전화를 받고 났을 때, 발렌틴에게 그렇게 부탁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버클리의 일에서 발렌틴을 멀리 떨어뜨려놓고 싶었다. 그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그를 힘들게 해서는 안 되었다.
리노아스 교회에서 버클리를 마주했던 그 순간의 남편 얼굴이 잊히지 않았다.
왜 그따위 남자를 만났었냐고, 걱정하는 마음을 구실 삼아서라도 한 번 묻고 질책했더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 버클리와 나눈 행각을 짐작했을 텐데도, 그는 집에 돌아와서 평소처럼 아드리아나에게 웃어주고 평소처럼 관계를 가졌다.
‘속은 새카맣게 타셨을 거야.’
아드리아나는 그날 발렌틴에게 부탁 몇 가지를 했다. 그 중 하나는 버클리 일이 해결된 후에 보고할 테니, 발렌틴이 직접 나서지는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해결 과정에 필요한 준비와 변호사 선임을 포함한 많은 일들에서 그의 도움을 받을 터이니, 그를 따돌리는 셈도 아니었다.
할 수만 있다면 발렌틴의 기억에서 버클리의 일을 지우고 싶었다. 어떻게든 잊게 해줄 수만 있다면, 어떤 노력을 들여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버클리와 어울렸던 자기 자신이 가장 밉고 원망스러워졌지만, 그렇다고 발렌틴의 곁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만은 할 수 없었다.
“…실패도 할 수 있는 거야.”
발렌틴은 그렇게 말했었다.
“만약 당신이 그자와 약혼하고 진심으로 임했다가 실패했고 그 후 지워버렸다면, 난 그걸로 족해. 당신이 남녀관계를 유희로 즐길 수 있는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 …약혼자가 두 명 있었다는 것도 알고.”
아드리아나는 그의 쓴웃음 섞인 마지막 말에 심장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발렌틴은 그저 약간 토라진 듯한 표정으로 아드리아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
“내게 당신을 나무랄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오. 가문의 이름에 부끄러운 짓을 하고 살았던 기억은 없지만, 나도 살면서 실패를 한 경험은 있어. 처음부터 당신의 과거에 대해 조금은 더한 상황을 각오했었고, 오히려 이 정도인 걸 고맙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역시 초야를 치루고 났을 때, 발렌틴은 아드리아나가 처녀라는 사실에 놀랐던 걸 거다. 아드리아나는 자신을 나무랄 자격이 그에게 없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를 되묻고 싶었지만, 그도 자신처럼 남녀관계를 가벼이 여기지 않았으리라고 믿었으므로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괜히 말한 건가? 나도 믿는 구석이 있고 양심이 있어서 당신을 이해하는 것뿐인데, 마냥 관대한 남자라고 오해받고 있으려니 찔려서 하는 말이야.”
아드리아나의 표정이 어두웠던지, 발렌틴이 겸연쩍어 하며 말했다. 아드리아나는 고개를 저어보이고 그를 끌어안았다. 조금이나마 죄책감이 덜어진 게 사실이었고, 이를 위해 그가 털어놓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 후로도 발렌틴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밝았지만, 아드리아나는 그의 의연함에 의구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표현하지 않는 것뿐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려웠다.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 해. 그이를 자꾸만 신경 쓰게 해서는 안 돼.’
결혼하기 전부터 자주 보였던 그의 멍한 모습이나 심각한 얼굴로 혼자 사색에 빠져 있는 모습에도 가슴이 내려앉았다.
가끔은 충동처럼, 버클리 일을 정리하면 그와 멀리 떠나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나서는 금세, 원인 해결과는 거리가 먼 도망자 같은 생각이라고 자신을 질책했다.
그리고 변호사가 오기로 한 오늘, 아드리아나는 혼자 상담을 하기로 했다.
버클리가 고발한 것은 아드리아나의 아버지이지만, 아버지가 아드리아나의 말을 근거로 탄원서를 작성했으므로 결국 증언을 하기는 해야 했다. 실제로 버클리의 싸움 상대인 것도 아드리아나 자신이었다.
변호사는 웨버 가의 전담이 아닌 다른 이였다. 웨버 가의 고문 변호사는 주로 회사 일을 맡기 위해 일하고 있었고, 이번 일과는 분야나 일정도 맞지 않을 듯하다고 해서 그가 소개한 변호사에게 의뢰했다.
이 사람도 한 번 발렌틴의 개인 일을 도와준 적이 있다고 했다. 주 분야가 ‘남녀 간의 문제’라는 말에 아드리아나가 움찔했지만, 펜이 나서서 오해를 풀어주었다.
“웨버 경께서 웬 처음 보는 아가씨에게 결혼해서 책임지라고 덤터기를 쓰실 뻔한 적이 있죠. 테스카에 오신 지 얼마 안 되셨을 때라 어리셨고 꽤 순진하셨습니다.”
“이런 때는 그이 편을 들어주시네요.”
아드리아나가 웃으며 말했다. 펜은 평소 발렌틴 앞에서는 은근히 흠을 잡고 구박하면서도, 그가 없을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를 변호했다.
“그냥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이가 여자를 몹시 경계하는 분이셨다는 말은 들었어요. 그런데도 또 저를 구해주시고 제게 관여를 하셨네요.”
아드리아나의 말에, 펜이 갑자기 정색을 하고 중얼거렸다.
“번뇌가 많으셨을 겁니다만…. 그런데 어쩌면 마님께 덤터기를 쓰고 싶어서 구해주신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 막 머리를 스치는군요.”
발렌틴이 들었으면 얼마나 인상을 구기고 혀를 찼을지, 아드리아나는 위층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며 또 웃었다.
이윽고 1층으로 들어서며 고개 숙여 인사하는 변호사를 향해, 아드리아나가 먼저 자기 소개를 했다.
“아드리아나예요.”
“스톡스라고 불러주십시오.”
스톡스는 발렌틴의 또래로 보였고, 그 못지않게 묵직한 분위기를 가진 남자였다. 재판이 진행될 때까지, 그가 아드리아나와 남작가의 대리인 사이를 오가며 상의하고 조정을 맡아주기로 했다.
재판은 아르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남작령에는 자체적인 재판권이 없었으며 가장 가까운 백작령이자 버클리의 본가가 아르본이었기 때문이다. 형식은 약식으로 간단하게 치러질 예정이었는데, 우선 관련자들을 소환해서 모아놓고 조정이 이루어지면 그것으로 바로 마무리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아르본 판사님과 조정관 한 분이 나오실 겁니다. 크고 작은 치정 사건이 많은 곳이라, 이 정도면 아주 경미한 사건이고 하니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을 봐야한다고 생각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군요.”
가볍게 빨리 넘어갈 수 있다면 아드리아나로서도 더할 나위가 없었다. 다만, 제대로 항변조차 해보지 못하고 그저 그런 남녀로 싸잡혀 유야무야 넘어가게 될까 봐 걱정이었다. 아르본이 워낙 난잡한 사교로 유명하다고 쉐이드에게 익히 들은 기억도 있었다.
“중요한 건 평판입니다. 상대가 성직자 가문이라는 점이 난점일 수 있는데, 고소인 본인의 행실이 한결같이 그저 그렇다는 점이 다행입니다.”
그걸 다행이라고 봐야할지 아리송했지만, 아무튼 이쪽에 득이 된다는 말에 아드리아나도 미소 지어 보였다.
스톡스는 웃음기 없이 진지했지만, 그리 깊이 고심하지도 않는 듯이 보이는 느슨한 얼굴로 의뢰서를 넘겨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아르본이라면 최대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그자가 패소하기만 하면 돼요. 전 그자가 틀렸다는 사실만 증명 받으면 돼요.”
그는 아드리아나가 직접 적은 진술 부분과 증인 명단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추려낸 사실을 혼잣말처럼 읊었다.
“현장에 있던 대부분이 제롬 버클리의 친구이거나 지인일 수 있겠고, 남작 가의 하녀는 제롬 버클리의 친구 애인이었네요.”
기본적으로 우리 편은 없다는 얘기였다. 스톡스가 작게 입맛을 다셨다. 딱히 회의적인 제스쳐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가 다음 장을 넘겨보고 눈썹을 살짝 까닥였다.
“얼린 경이 증언을 해주실까요?”
“연락을 해본 건 아니지만, 아마도요. 그분을 아시나요?”
“흠…. 직접 아는 건 아닙니다만.”
스톡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에는 조금 회의적으로 느껴졌다.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에게 얼린을 찾는 일에 대해서도 부탁했었다. 그리고 발렌틴이 얼린과 아는 사이라는 사실도 듣게 되었다.
이제 더 놀랄 일이 남지 않은 기분이었다. 아무튼 발렌틴은 아드리아나와 버클리, 얼린 사이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교회에서 아드리아나의 입을 통해 들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발렌틴의 말을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그에 대해, 그가 아는 것에 대해, 아드리아나가 모르는 부분이 얼마나 더 무수히 많을까 하는 아주 작은 두려움이 느껴졌을 뿐. 그것도 자신과 관계되지 않은 다른 부분에 대해.
아드리아나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마침내 스톡스가 서류를 정리하고 고개를 들었다.
“얼린 경이 장마철 하늘만큼이나 변덕스러운 인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어떻게든 승소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쪼록 부인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에 초점을 두겠습니다. 사실 이 정도는 간단한 사건입니다.”
스톡스는 앞으로도 틈틈이 연락을 해 진행 상황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아드리아나가 가장 걱정했던 일은 버클리와의 일이 스캔들로 퍼지는 상황이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쓰겠노라는 그의 말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남편을 걱정시키지 않고, 남편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고 일이 마무리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발렌틴.”
남편 혼자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지 미안해하며, 얼른 2층으로 올라가 그가 기다리고 있던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발렌틴은 아까 책을 펼쳐 놓고 누워 있던 자세 그대로, 자기 팔을 베고 잠들어 있었다.
“여보. 주무시면 어떻게 해요.”
웃으며 그를 흔들어 깨우자, 그가 반짝 눈을 떴다. 그리고 아드리아나의 얼굴을 보며 졸린 눈으로 미소 지었다.
“피곤하셨어요?”
“아니.”
“우리 산책하고 와요. 당신 밤에 푹 주무시지 못하면 안 된단 말이에요.”
아드리아나가 침대 위에 상체를 숙여, 발렌틴의 머리를 품 안에 끌어안고 말했다.
“얘기 잘 했소?”
“네. 리노아스에 다녀와서 또 얘기해주시겠대요. 스톡스 씨가 예전에 당신 여자문제를 해결해주신 적이 있으시다던데요?”
아드리아나의 말에 발렌틴이 뻔뻔스럽게도 씩 웃었다.
“그 사람 좀 우중충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간해서는 안 지는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 좀 그런 느낌이었어요.”
아드리아나가 웃자, 발렌틴도 만족해 하며 팔을 뻗어 포옹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나한테 기대 줘.”
아드리아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끌어안은 팔에 살짝 힘을 주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마땅히 사랑해야 할 남편이라서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이상이라는 게 존재하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당신을 너무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저 이번에는 이기고 돌아올게요, 여보.”
지금 그에게 진지하게 사랑고백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염치없고 속보이는 일 같았다. 아드리아나는 웃으며 발렌틴에게 입을 맞춰준 후, 무거운 몸을 꼭 끌어안고서 일으켜주었다.
발렌틴은 낑낑대는 아드리아나를 보고 즐거워하며 일어나 앉더니, 기지개를 한 번 쭉 켠 후에 침대에서 내려왔다.
“오드리.”
그의 손을 잡고 문을 나서려던 순간에, 발렌틴이 바로 뒤에서 나직이 불렀다.
“당신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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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분량과 퀄에서의 고뇌가...허허...(겁나게 오타 비문 많네요.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고치고 있습니다ㅜㅜ)
선추코평쿠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으헤헤헿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