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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다 아름다운-83화 (83/140)

00083  아드리아나 클로제에 관한 예언  =========================================================================

※낮에 추가로 올리는 화입니다. 지난 자정쯤에 올린 81화가 이전에 있습니다. 최신화 클릭해서 보시는 경우 참고해 주세요.

후작이 발렌틴에게 소개하겠다는 손님은 아이넨 국왕의 손녀 중 하나였다.

아이넨 국왕의 정식 후계자는 두 명의 부인에게서 태어난 왕자만 둘이었는데, 정식으로 인정받지 않은 첩과 자식, 손자들은 무수히 많았다. 그들에게는 왕실의 상속인 자격이 없었지만, 공공연하게 ‘공주님’, ‘왕자님’으로 불리며 양지에서 떵떵거리며 활동했다. 일처일부제로 변해가고 있는 일반에서는 그 말을 입에 담는 것이 어색한 존칭일 수도 있었고, 조롱일 수도 있으리라.

발렌틴과 아드리아나는 후작에게서 귀한 여성 손님을 만나야 한다고만 전해들은 상태였다. 손님이 ‘부부’를 함께 면담하기를 요청했고, 자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절대 비밀로 하라는 당부를 했기 때문이었다.

“웨버 경 본인이신가요?”

자칫 악감정이 있어 쏘아붙이는 것처럼 들리는 까랑까랑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거의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에서 눈만은 동그랗고 반짝이며 순수한 호기심을 옅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눈인사만 까닥 하고 나서, 이름을 가르쳐주는 일도 생략한 채로 발렌틴 부부를 품평하듯 쳐다보며 말했다.

“케이드 왕자에게 배를 내줬다고 들었어요.”

“예. 조금 특별한 사례였습니다.”

발렌틴이 정중한 투로 말하자, 그녀가 작게 콧방귀를 뀌며 입 끝을 올렸다.

“케이드 왕자 따위가 특별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잖아요. 나도 그게 필요해요. 내 아버지는 케이드보다 먼저 나온 국왕의 씨로 태어났어요.”

여자의 말에 아드리아나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리고 눈치 채이지 않기를 바라며 고개를 약간 숙였다.

다행히도, 여자는 아드리아나와 발렌틴의 반응은 관심도 없다는 듯, 화려한 자수가 놓인 짙은 색의 커튼에다 시선을 고정해놓고 말을 이었다.

“결혼을 할 거예요. 동쪽 바다 위에서 요란하게 식을 올리고 거기서 첫날밤을 보내고 싶어요. 아주 근사한 배가 필요해요.”

“외양이 근사하고 아름답기로 치자면 아이넨의 배가 더 낫습니다, 공주님.”

“멋이 안 살잖아요. 2인자라고 불리는 나라에서 만든 배 따위.”

여자가 발렌틴을 쳐다보며 눈을 깜박였다.

너무도 단순명쾌한 화법을 구사하는데다가 태도가 여왕 이상으로 당당하기 그지없어, 일견 존경심마저 들게 하는 여성이었다.

“황송합니다만, 공주님. 그런 용도로 배를 만들어줄 조선공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새 물건을 원하시는 것일 테지요?”

“되도록이면요.”

“그럼 더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왕족이라고 해서 그들의 고객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부정적인 말은 듣지 않겠어요. 구해줘요. 값은 케이드 왕자보다 거하게 지불하겠어요.”

여자는 발렌틴의 말을 툭 자르고 그렇게 말한 후, 아드리아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부인과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드리아나가 내심 당황하면서도 안 그런 척 차분히 남편에게 동의를 구하는 시선을 보냈다. ‘여자들끼리’에 어울리지 말라던 그의 말이 생각났지만, 이건 ‘우리 단 둘이’를 뜻하는 기미였으니 어떤가 싶었다.

그때 다시금 여자의 코웃음 소리가 들렸다.

“이 방에서 얌전히 이야기를 나누겠어요. 내가 사람을 불러들여 부인에게 창부 같은 짓을 시킬까 봐 염려하지는 않아도 돼요. 난 돈 쓰는 재미 외의 향락은 알지 못하거든요.”

여자가 단번에 읊고 나서 발렌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 걱정을 하다니 당치 않습니다.”

발렌틴이 작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누가 그 따위 시도를 하고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제 아내는 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의 말에 아드리아나는 슬슬 분위기를 살피며 눈치를 보았고, 여자도 눈빛이 조금 달라졌지만, 후작과 발렌틴은 느긋해보였다.

“듣자니 웨버 경은 반이 거인족이라고 하던데, 부인을 건드리는 자가 있으면 그들처럼 살인을 할 건가요?”

여자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발렌틴은 아드리아나의 얼굴을 흘끗 본 후, 입을 열었다.

“아내가 걱정할 듯하니, 다음 기회가 있다면 그때 대답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아요.”

여자는 왠지 기분이 좋아진 듯이 입 끝을 부드럽게 올리며 대답했다.

물러나주는 남자들을 뒤로 하고, 여자와 아드리아나는 함께 테이블 앞으로 이동했다. 엘레나와 여자의 하녀인 듯한 아가씨도 한쪽에 벽 옆의 의자에 자리 잡았다.

아드리아나는 내심 긴장하며 무릎 위에 손을 모았다.

정말 이상한 사람을 상대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남편의 일을 도우며 그의 손님을 수도 없이 만나왔지만, 아드리아나 혼자서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는 경우는 남성 손님의 부인을 심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 가볍고 교양 있는 대화를 나누며 남자들의 일을 기다려주는 일 정도였다.

이렇게 아무런 정보도 없이 특이한 사람과 마주하게 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행동거지가 해괴한 것에 비하면 그리 싫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심기를 건드리게 될까 봐 걱정이 들었다.

“부인께서 뛰어난 연주자라고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여자가 아드리아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가 서로 알게 된 기념으로 저를 위해 연주해주세요. 아무거나.”

바쉬의 영부인이 자신을 위한 곡을 청할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거나’하고 높게 덧붙이는 말투가, 마치 무슨 곡을 연주할지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지식도 없다는 고백처럼 들리는 말투여서, 아드리아나는 무심코 조그맣게 웃음을 터뜨렸다가 급히 표정을 가다듬었다.

여자는 개의치 않고 자기 하녀에게 손짓했다.

“어서 밖에다 악기를 가져와 달라고 말해.”

하녀가 나가고, 성의 시녀가 들어와서 차를 새로 채워주었다.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차를 마셨다. 여자가 자꾸만 아드리아나를 쳐다보았지만, 아드리아나는 눈이 마주치면 그냥 부드럽게 미소 지어주었다.

“부인의 남편이 내게 배를 구해줄까요?”

마침내 여자가 입을 열었다.

“저는 남편이 하시는 일을 잘 모른답니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최선을 다해 주실 거예요.”

“웨버 경은 부정적인 말만 했어요. 할 마음이 없어 보였어요.”

시종 도도한 말투임에도 왠지 의기소침함이 느껴져, 아드리아나는 한층 더 상냥해진 말씨로 대답했다.

“어려운 요청을 하신 게 사실인걸요. 어쩌면 공주님께서도 어느 정도 타협을 하셔야 할지도 몰라요. 저도 투스미아인들을 만나봤는데 큰 몸집 안에 고집이 가득 들어 있는 것처럼 아주 심지가 굳세 보였어요.”

여자는 표정을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고 아드리아나를 더욱 뚫어지라 응시했다. 아드리아나는 아차 싶어서 얼른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공주님. 저도 모르게 무례한 말씨를 썼다면 용서하세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좋아해서 같이 어울리는 일이 많았다보니,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버릇이 튀어나와요.”

“이해해요. 제가 부인의 마음을 놓게 했다는 것도 나쁘지 않고, 밖에 있는 커다란 신사분에게도 그렇게 대하셔야 돌보고 타이르기가 쉽겠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드리아나가 웃든 말든, 여자는 초지일관 자기 요구를 어필했다.

“꼭 배에서 결혼하고 싶어요. 투스미아인들이 만든 배에서.”

그녀와 말을 섞을수록, 아드리아나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상대는 막무가내에다 교양은 고사하고 아주 기본적인 예의와 지성마저 결여된 듯한 여자였다. 그런데도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어쩌면 정실부인에게서 나지 못한 사람에 대한 무의식적인 연민이 깔려 있는 감정인지도 몰랐다.

“공주님은 배를 좋아하세요?”

아드리아나가 부드럽게 묻자 여자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바다를 좋아해요.”

“아….”

아드리아나는 배 없이 바다 위에서 결혼하는 방법에 대해 상상했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배가 있어야겠네요. 해변은 안 되겠죠?”

“바다 위에서 할 거예요. 작은 섬처럼, 우리들만을 싣고 떠 있을 배가 필요해요.”

여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아드리아나는 여자의 소망을 이루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넨의 왕자조차도 투스미아에서 배를 구입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 하물며 국왕의 첩에게서 난 여자를 위해 배를 만들어줄 이가 있을 리 없었다.

“으음….”

섣부르게 분위기를 깰까 봐, 아드리아나는 마음속의 유감을 얼굴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여자가 뭔가 말하려던 때에, 하인이 악기를 가지고 들어왔다.

“신나는 걸로 해주세요, 부인.”

아무거나 해달라던 여자가 마음을 바꾸어 그렇게 주문했다. 아드리아나는 ‘첼로로 신나는 곡이라….’ 하고 곤란해 하는 미소를 지었다. 이 악기가 수입되고 아직 다양한 곡이나 주법이 퍼져 있지 않았다.

아드리아나는 예를 다해 기품 넘치는 선곡을 해야겠다던 마음을 버리고 여자를 즐겁게 해줄 만한 가벼운 곡을 들려주었다. 여자는 만족한 듯 입 꼬리를 높게 올리고 고양이 같은 얼굴로 연주를 들었다. 그리고 아드리아나가 활을 내렸을 때에, 빠른 박자로 손뼉을 쳐주었다.

“잘하시네요. 재미있었어요.”

여자의 칭찬에 아드리아나는 환히 미소지어주며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가끔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정기적으로 연주를 하시는 곳이 있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친구들끼리의 모임에서는 시키는 대로 첼로를 켜기도 하지만, 정해놓고 연주하는 곳은 없답니다.”

“아쉽군요. 저희 집 근처에서 토요일마다 열리는 젊은 여성들을 위한 야외 연주회 같은 데에 나오셨다면 매주 갔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뜻밖의 커다란 호의가 드러남에 아드리아나는 조그만 감동을 느꼈다. 그녀처럼 서출로 태어난 이들은 당당하게 사는 듯해도, 굳이 대중이 많은 장소에 오래 머무르며 흥밋거리가 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부인은 내 수준에도 잘 맞춰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와 차를 들이켜며 말했다.

그러고 나서는 다시 배에 대해 얘기했다. 아니, 바다에 대한 얘기라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내가 허락한 이들만 배에 태워줄 거예요. 교회는 방문자를 통제할 수 없죠. 설령 결혼식이 있다고 해도 말이에요. 일생에 한 번뿐인 소중한 순간을 원치 않는 침입자들에게 방해받는다는 건 끔찍해요.”

여자는 거의 혼잣말처럼 단호하게 중얼거리고서, 이내 몸을 일으켰다.

“부인의 남편이 걱정하실 듯하니 이만 나가죠. 배도 고프네요.”

그녀가 다시 고개를 빳빳이 들고 방에서 걸어 나갔다.

아드리아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가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처음으로 만난 서출이라는 존재는, 이전에 막연하게 갖고 있던 거부감이나 편견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다. 여자의 부모가 아드리아나가 가진 도덕관에 반하는 사람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여자를 그들과 묶어서 판단해도 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드리아나는 그녀가 소망을 이루기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그녀는 아마도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숨을 수 있는 바다 위에서, 하지만 멀리서 보아도 근사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한 번뿐인’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것이리라.

‘꼭 투스미아의 배가 아니어도 전혀 초라해지는 건 아닐 테니까….’

조그맣게 한숨을 쉬며, 후작의 하인이 안내하는 대로 식당을 찾았다.

여자는 식사 중에도 티 나지 않게 아내를 살피곤 하는 발렌틴을 용케 눈치 채고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다가는 ‘전 투스미아의 배가 좋아요. 1인자들의 배 말이에요.’하고 말해서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아드리아나만이 그녀의 말에 미소 지었다.

사정도 잘 모르면서 처음 보는 이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은 자신과 닮은 구석이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생겼다고 여기고 있었다. 오랫동안 무수한 상처와 실패를 경험한 후에야 조금 자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드리아나는 차 안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안타깝네요, 여보.”

“뭐가?”

발렌틴이 나직이 물었다.

역시, 그는 여자가 부탁한 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냥요. 그렇게 원하시는데….”

“원하는 걸 다 가지고 살 수는 없지.”

발렌틴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당신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같은 여자라서 그런지, 그분의 마음이 조금 느껴졌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조용히 결혼하고 싶으신 거예요. 그래도 당당하게 호사 부리는 걸로 보이고 싶으신 거고요. 그분의 바람대로 투스미아의 배를 얻었다면 아주 행복해하셨을 거예요.”

“…그새 친구라도 된 것처럼 말하는군.”

발렌틴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이넨에서 가장 좋은 배도 구할 수 있을 여자야. 나보다 부자일 수도 있다고.”

그의 말에 웃으며 아드리아나는 그의 팔에다 자신의 팔을 껴 넣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참견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서 쑥스러워 하다가, 그에게 머리를 기대며 조그맣게 말했다.

“…평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고 말했어요.”

아드리아나와 발렌틴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였지만, ‘공주님’에게서 들으니 조금 가슴이 아팠었다.

발렌틴은 조용히 미소 지었을 뿐, 이번에는 놀리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식이 부모에게 물려받을 수 있는 제일 좋은 것과 제일 나쁜 것을 가진 분이에요. 저라면 가난하더라도 함께 애정으로 키워주시는 부모가 더….”

말하다 보니, 아버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클로제 남작 정도면 그야말로 귀족가의 평범한 아버지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가슴에 맺혀 막혀 있는 것들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자신이 변해서 그에게 매달리고 웃으며 설득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드리. 당신은 감성이 너무 풍부해서 탈이야. 잠깐 둘이 놔뒀더니 혼자 동질감을 찾아내고 홀랑 넘어가 버렸군.”

“그러게 말이에요.”

아드리아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발렌틴의 어깨에 머리를 비볐다. 그의 손길이 부드럽게 뺨을 어루만지며 쓸어내렸다.

“부모 자식 사이는 참 어렵네요. 전 형제가 없어서 형제지간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당신 가족만 보면 하나도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제가 잘 몰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당신이 잘 봤소. 우리 가족은 다들 생각을 길게 못해. 기분 나쁘면 치고받고 싸우고 이긴 사람 말을 듣는 걸로 해결되지.”

“하하. 그럼 로레인 수녀님이 손해였겠어요.”

“그건 잘못 봤소.”

아드리아나는 여동생에게 늘 져주기만 하는 남편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를 꼭 끌어안고 웃었다.

그는 싸운다고 말하지만, 발렌틴처럼 양보하는 사람도 끼어 있었고, 그의 가족들이 서로 배려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드리아나 자신은 아버지에게 뭘 양보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내 남편을 버리라니, 이대로 가문과 멀어지게 되더라도 그런 건 절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잡힐 일이 없을 해답을 거머쥐려 머릿속에서 허우적대는 기분이었다.

아드리아나는 아까 만났던 이상한 손님에게로 의식을 옮겼다. 바로 몇 달 전에 바쉬의 성에서 꿈같은 결혼식을 올린 아드리아나였기에, 그녀의 결혼식에 마음이 더 쓰이는 건지도 몰랐다.

“아.”

아드리아나가 고개를 들고 발렌틴을 올려다보았다.

“여보. 혹시 바쉬에 있는 우리 배를 빌려드려도 될까요? 만약 그분이 하루만 빌리는 것도 좋다고 한다면 말이에요.”

============================ 작품 후기 ============================

감상과 흔적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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