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1 돌아오다 =========================================================================
“…말대답을 하다니.”
아버지가 차갑게 내뱉었다.
그의 눈에 서린 경멸이 아드리아나를 위축되게 했다. 용기를 잃지 않으려 애쓰면서 머뭇거리는 사이, 아버지의 입이 다시 열렸다.
“네가 상스러운 서민들과 지내더니 그새 단단히 물이 들었구나. 고작 몇 년을 그런 자들과 어울렸기로서니 네게 물려진 귀한 피를 이다지도 부끄럽게 한단 말이냐? 우린 널 낳고 17년을 키운 부모다. 여기가 네 집이야. 그깟 몇 달 같이 산 남자의 집이 네 것이라도 된 것 같으냐?”
“아버지, 저희는-.”
“입 다물어라. 네 남편이란 자가 널 가르치지 않고 오냐오냐하며 기고만장하게 했나 보다만, 여긴 리노아스이고 넌 리노아스의 여자야.”
순간 아버지의 말이 너무 분해서, 입 밖에 내서는 안 될 말이 목구멍 위로 올라올 뻔햇다.
아버지야말로 자신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 되묻고 싶었다. 17년을 키우면서 금지한 일들은 많았어도 왜 피하고 조심해야 하는지를,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지를, 쉬쉬하고 감추며 가르치지 않은 탓에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지경에 처했었고 상처 받아야 했는지 전부 떠벌이고 싶었다. 최초의 원흉 격이던 버클리부터 시작해, 무지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던 모든 순간들을 아버지에게 떠넘겨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그런 말을 내뱉을 수는 없었다. 미안해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을 부모의 비틀린 교육 탓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그들이 물려준 가치 있는 것들까지 싸잡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드리아나는 떨리는 숨을 목 안으로 눌러 삼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남자의 아내로 살기로 맹세하고 함께 지내온 시간이 있어요. 그깟 몇 달이라고 말씀하셨지만, 평생을 걸고 한 맹세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죠. 절 이제 와서 도대체 어느 남자에게 보내시겠다는 건가요? 아버지께서 믿으시던 신은 한 번 이룬 가정을 끝까지 소중히 지키라고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었던가요?”
떨며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잘 말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말이 아버지의 마음에 가 닿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버지가 망설이며 할 말을 고르는 이유가 어느 쪽인지 몰라, 아드리아나는 애써 차분한 투로 덧붙였다.
“걱정하시는 일 없도록 잘 살게요. 가문에 우러러, 또 남들 보기에도 수치가 되는 일이 없도록-.”
“멍청하긴. 여자가 시집을 못 갔으면 못 갔지, 되먹지 못한 남자의 부인으로 불리며 사는 일이 더 수치스럽다는 것도 모르겠느냐?”
아버지의 말에, 아드리아나는 완전히 질려서 말을 잇지 못했다. 보다못한 어머니도 ‘여보’ 하고 끼어들었지만, 아버지는 신경질적으로 헛기침을 하며 돌아섰다.
출입구를 가린 커튼을 젖히며, 남작이 식당 밖으로 나갔다. 아드리아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망연자실하게 서 있다가, 급한 걸음으로 뒤따라 나갔다.
“아버지가 모르셔서 그래요. 제 남편이 얼마나 훌륭한 마음을 가진 분인지, 얼마나 훌륭한 집안에서 자랐는지-.”
“듣기 싫다!”
남작이 재차 아드리아나의 말을 자르며 소리쳤다.
“그 남자에 대해 알아보았다. 당연히 그리 했다. 평판이 나쁘지 않았다는 건 인정하마. 어디까지나 ‘장사치’로서 말이다. 그런데 장사치가 능력이 대단하고 훌륭하다고 해서 딸을 준다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지. 그런 허튼 소리를 하는 자가, 적어도 가문의 품위를 보전할 의무를 가진 귀족들 중에는 없었다.”
남작은 치가 떨린다는 듯이 쏟아내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한 마디 더 했다.
“부모가 농사를 지어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그가 네게도 고백하더냐? 그 본인의 입으로 직접 들은 말이라고, 누군가 가르쳐주더구나.”
“…그래서요?”
아드리아나가 낮은 목소리로 짧게 되물었다. 커다란 분노로 새파랗게 질려가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도, 아드리아나는 물러나지 않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말을 이었다.
“제 남편이 어딘가의 소작농 부모 밑에서 자란 상인이라 저를 고생시킬까 봐, 혹은 교양과 예절을 배울 형편이 못 되어서 경거망동하며 가문의 품위를 해칠까 봐, 그런 이유만으로 걱정하시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겠어요. 그래서 제가 처녀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되먹은 가문은 어디서 찾으실 셈인가요? 공평함을 지키시겠다고, 아내를 버린 누군가를 찾으실 셈은 아니겠지요? 그래요, 마티아스 경 정도는 되어야 할 거예요. 아내를 세 번이나 죽게 한 분이니 남편을 한 번 버린 여자쯤은 감지덕지하게 여기셔야지요.”
“얘야.”
이번에는 어머니가 아드리아나를 말렸다.
아드리아나는 더 말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그렇게 멈춘 순간, 겨우 버텨내게 했던 용기가 사그라지고 감정에 북받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입을 떡 벌리고 눈을 부라리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두려움과 혐오감밖에 느낄 수 없었다. 재회의 순간에 감격하며 맺혔던 그의 눈물 속에, 과연 자신을 향한 애정과 인정이 담겨있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지금 딸을 향한 아버지의 표정이란, 그가 깔보고 경멸하는 상스러운 남자들이나 지을 법한 표정이었다. 그가 주장하는, 귀한 혈통을 물려받은 자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품위 따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드리아나는 절망하여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그만 눈을 돌리고 말았다. 충격과 두려움으로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만 돌아가야겠어요.”
“어딜 가려고 그러니, 얘야. 이제 막 왔으면서….”
어머니가 붙들자 아버지가 곧장 큰소리를 쳤다.
“가게 놔둬! 저렇게 망가져서 돌아왔다면 차라리 자식을 찾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겠소.”
아드리아나는 그저 어머니를 끌어안으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정말 죄송해요, 어머니. 편지 드릴게요. 어머니께 불똥이 튈까 두려우니, 부디 아버지 앞에서 제 편을 들지 마세요.”
“얘야, 아가….”
아드리아나는 어머니를 두고 와야 한다는 사실이 죄스럽고 가슴이 미어졌지만, 아버지와의 관계가 끝나버렸다고, 그러니 이곳에는 더 머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집을 벗어나야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아버지가 다시 큰소리를 치며 윽박지른다면 이번에는 버텨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쫓아 나온 카리나에게 거듭 어머니를 부탁하고, 아드리아나는 오언과 엘레나를 데리고서 성을 빠져나왔다.
비로소 겨우 되찾았다고 생각했는데, 파탄이 나 버렸다. 또 도망치려 하는 자신이 무력하고 비겁하게 느껴졌다.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요구를 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자신이야말로 지난 시간의 무엇이 아버지를 그토록 망쳐놨는지 답답했다.
차창의 커튼을 치는 것도 잊어버리고, 하염없이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흐릿한 시야를 스치며 리노아스가 서서히 자신에게서 떠나가고 있었다.
‘이런 곳에 미련 따위는 없어.’
일부러 모진 생각도 해보았다.
딸 앞에서 사위를 그렇게나 모욕하다니. 다른 품위 있는 귀족들도 자녀에게 멍청하다는 표현을 쓸까.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았다.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오는 길에 보았던 아가씨들의 웃음도 떠올려보았다. 적어도 그들 중에는 없으리라. 자기 아버지에게 욕설을 들으며 사는 아가씨라면 밖에서도 그렇게 밝게 웃으며 지내지 못할 게 틀림없었다.
아드리아나는 무너지고 나약해지지 않겠다고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창밖을 쳐다보는 자신을 깨달았다. 조금 전의 아버지의 얼굴이 그랬듯, 추하고 악에 받친 얼굴로 변해버리는 게 아닐까 두려워졌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어보려 지그시 눈을 감았다.
“마님.”
엘레나가 곁으로 와 앉으며, 아드리아나의 손 위에다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걱정하는 그녀의 시선을 보고, 아드리아나는 애써 미소 지어 보였다.
“미안해. 안 좋은 모습을 보여서….”
아드리아나의 말에, 엘레나도 씁쓸해 하는 미소나마 지어주었다.
천천히 다시 마차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날의 마차는 스콰이어 가로 가고 있었지만, 지금의 마차는 테스카로 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도시로. 아드리아나의 집으로.
잠시 후, 아드리아나는 길을 오가는 이들 가운데에 마차로 시선을 보내오는 이가 있음을 깨닫고, 살며시 커튼으로 창을 반쯤 가렸다. 그렇게 충혈되어 피로해진 눈을 쉬게 하려 눈을 감으려던 순간, 멀리 시야를 지나친 누군가를 확인하기 위해 상체를 일으켰다.
곧바로 후회하며 시선을 거두었지만, 이미 본 것을 눈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아닐 거야.’
머릿속에서는 그가 맞다고 확신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직자복을 입은 남자.
틀림없는 버클리였다.
그는 짐을 지고 뒤따르는 자기 하인과 이야기를 하느라 얼굴을 얼핏 보이고 돌아섰을 뿐이지만, 아드리아나는 그를 코앞에서 본 듯 선명하게 인식했다.
기분은 최악이 되어갔다. 버클리의 얼굴을 본 느낌이 몸서리 쳐지게 끔찍했다.
‘…성직자가 되었다고?’
그의 아버지처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일이었는데도 희미한 분노가 치밀었다. 저런 자가 신실함과 정결함을 지녀야 할 성직자가 되었다니.
문득,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재산을 교회에 헌납하려고 했다던 말이었다.
‘아버지는 버클리와 내 일을 아셔.’
클로제 남작에게 리노아스의 성직자를 임명하고 파문할 권한까지는 없지만, 자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터였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단 말인가.
버클리가 뉘우치고 좋은 사람이 된 걸까. 자신에게 한 일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싫어….’
아드리아나는 증오로 어둡고 추악한 감정에 물들려는 마음을 느끼며 안절부절 못했다.
‘재산 따위는 아버지의 것이니 나와는 상관없어.’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심장은 점점 더 옥죄며 불안하게 요동쳤다.
돌아오지 말 걸 그랬다는 후회마저 되었다.
“흑….”
어디에 토로해야 좋을지 모를 원망과 슬픔에 결국 눈물이 터졌다.
“마님….”
엘레나가 울먹이며 아드리아나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이후의 풍경은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아드리아나는 한참을 울다가, 함께 있는 하인들을 생각하며 억지로 딴생각을 하며 눈물을 거두었다.
눈이 보기 싫게 부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발렌틴이 보면 걱정할 터였다. 하지만 만난 적도 없는 아버지에게 모욕당한 남편을 생각하면 겨우 그친 울음이 도로 터져나올 것 같았다.
“나, 얼굴 못생겨졌지. 차가운 걸로, 눈을 좀 식히면 좋겠는데.”
아드리아나는 숨이 차, 띄엄띄엄 끊어 말하며 엘레나에게 물었다. 그러자 엘레나가 촉촉해진 눈을 가늘게 뜨며 웃고는, 좋은 장소에서 마차를 멈추게 했다.
마차에서 내린 곳은 시원한 샘이 있는 공원이었다. 아드리아나는 물로 얼굴을 씻고 몸에서 무거운 열기를 몰아내며 잠시 쉬었다. 공원에 놀러온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기에, 웃으며 답해주었다. 아직도 코끝이 찡했지만, 우거진 나무 그늘 아래에서 탁 트인 공원 경치와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나도 아이를 낳고 싶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엘레나가 부드럽게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아드리아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듬뿍 사랑해주어 행복한 아이로 키우리라고. 무지하게 방치되어 스스로를 지킬 기회를 잃는 일이 없도록, 신분 하나만으로 사람의 존귀함을 판단하는 편협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잘 가르치리라고.
아마도 발렌틴은 아이에게 상처 주는 욕설을 퍼붓거나,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결혼하라고 윽박지르는 아버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 얼굴 어때? 집에 도착하기 전에는 괜찮아져야 할 텐데.”
“심하지는 않아요, 마님. 아무 생각 마시고 마차 안에서 푹 주무시면서 가시면 괜찮을 거예요.”
“그래야 할 텐데….”
귀가가 늦어지지 않도록, 아드리아나는 서둘러 마차에 올랐다.
다 잊고 잠들기 위해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자, 엘레나가 조용히 말했다.
“억지로 쌓아두지 마시고 저희 주인님께 실컷 투정하세요. 그분도 마님께 얼마든지 투정하시잖아요?”
그 말에 아드리아나는 눈을 감은 채로 웃었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몽롱한 기분에 잠겼다. 눈도 몸도 너무나 무겁고 피로했다. 테스카에 도착해서 엘레나가 아드리아나를 깨웠을 때에야, 아드리아나는 자신이 깜빡 잠들었다는 알게 되었다.
“벌써 다 왔어?”
마차는 집 앞에 멈춰 서 있었다. 어느덧 해가 길어져 저녁때가 되었어도 밖이 어둡지 않았다.
아드리아나는 자신보다 먼저 내려서 부축해주는 엘레나의 손을 잡으며, 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발렌틴이 마중을 나오고 있었다. 그는 바로 마차 앞으로 오지 않고, 열린 문을 빠져나와 그 옆에 기대어 서며, 동태를 살피기라도 하듯 신중한 얼굴로 아드리아나를 쳐다보았다. 남편의 그런 태도가 우스워서, 아드리아나는 활짝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발렌틴이 두 팔을 벌렸다.
“여보.”
아드리아나가 그의 품에 안기며 작게 불렀다.
그의 체온과 향기에 감싸이며, 뭉클한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고생했어. 피곤하지.”
발렌틴이 나직이 말하며 아드리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응…. 조금 그러네요.”
아드리아나는 사양하지 않고 가볍게 응석 부리는 말을 했다.
“오늘은 내가 눈치껏 푹 쉬게 해줄게.”
발렌틴이 말하며 아드리아나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아드리아나는 얼굴을 보일 자신이 없어서, 대신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대며 걸었다.
저녁 준비가 되는 동안, 둘은 1층 테라스로 가서 긴 의자 위에 서로의 몸을 기대고 앉았다.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는지 안 물어보세요?”
아드리아나가 조그맣게 물으며 남편의 얼굴을 슬쩍 올려다보았다. 발렌틴은 답을 생각하려는 듯 미간을 좁히며 심각한 얼굴을 했다.
“글쎄. 나를 혼자 재우기 가슴 아파서 일찍 돌아와 준 게 아닌지.”
“꿈이 크신 분이네요, 여보.”
아드리아나가 웃으며 허리를 끌어안자, 발렌틴이 팔을 아드리아나의 뒤로 돌려 의자 등받이에 걸치며, 언짢아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음대로 웃으시오, 박정한 부인.”
“아니라고는 하지 않았어요, 발렌틴.”
“그래야지.”
그가 당연하다는 듯 입술 끝을 올리기에, 아드리아나는 다시 웃으며 얼굴을 그의 품에 묻었다.
“…아버지가 리노아스로 돌아오래요. 젊고 잘생긴 남편 대신, 저보다 서른 살쯤 많은 중후한 남편을 구해주시려는 건지도 몰라요.”
아드리아나는 심각하게 생각할 가치도 없는 말이라고 여기며, 희미한 웃음기가 담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차피 언젠가는 발렌틴에게 털어놓게 되거나, 그가 스스로 알아내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발렌틴이 말이 없기에, 아드리아나는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입술 끝이 희미하게 올라간, 아까와 거의 같은 표정이었다.
“안 보내줄 건데.”
그가 아드리아나를 흘끗 내려다보며 말했다.
“보내지 마세요.”
아드리아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를 보내지 마세요, 여보. 누가 와도 저를 내놓지 말고 지켜주세요.”
꿈속에서도 애원했던 적이 있는 그 바람을 중얼거리며, 다시금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발렌틴이 의자에 걸치고 있던 한쪽 팔을 내려 아드리아나의 몸을 안았다. 그리고 팔에 강하게 힘을 주며 붙들었다. 그것이 그의 대답인 듯 느껴졌다.
============================ 작품 후기 ============================
마티아스가 서른 살 많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 고구마가 시리즈로 막 이어지지는 않아요. 히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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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코평쿠 고맙습니다. 지난 회차에 남겨주신 코멘들도 잘 보고 있어요. 넘넘 고맙습니다.u///u (+팬아트 받았어요ㅜ.ㅜ 표지로 했어요ㅜ.ㅜ 공지란에 큰 버전 있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