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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다 아름다운-69화 (69/140)

00069  초야  =========================================================================

발렌틴이 안으로 천천히 들어와서 잠시 머무르고, 또 살짝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를 몇 번 반복했다. 아드리아나는 자신을 안으려고 팔꿈치를 내린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몸을 찢고 들어오는 통증은 이내 그런대로 견딜 만해졌다. 아무런 방해 없이 알몸이 되어 살갗을 맞댄 황홀한 감각을 음미하는 여유도 돌아왔다. 아드리아나는 눈을 감고 있어도 그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자신의 위에서 움직이며 딱딱하게 수축되었다가 꿈틀거리며 이완되는 배와 허리 근육이 눈앞에 선히 보이는 것만 같았다.

“하아… 발렌틴….”

“오드리, 그만 버둥대고 가만히 좀….”

발렌틴이 신음하듯 말했다. 그는 아드리아나의 발목을 잡고 자기 허벅지에서 떼어내어 시트 위에 누른 뒤, 진득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질 내벽의 얕은 곳을 문질렀다.

“아으, 아, 앗….”

아드리아나는 쾌감에 몸을 떨며, 그에게 더 큰 아픔과 자극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본체만체하고 여전히 입구에서만 신중하게 움직였다. 넣는 깊이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는지, 어느 순간 그의 음경이 아드리아나의 몸 밖으로 미끄러지며 쑥 빠졌다.

“헉, 헉….”

발렌틴이 잠시 아드리아나 위에 엎드린 채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얼마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호흡이 거칠어져 있었다. 아드리아나는 뺨에 닿는 그의 숨결에 몸을 움찔거리며 헐떡였다.

“…자꾸 재촉하지 마. 힘들어.”

아드리아나의 얼굴을 본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좁혀진 미간을 문질렀다. 이윽고 그가 길게 숨을 내쉰 후, 손을 아래로 내리고서 빠졌던 중심을 쥐고 다시 삽입했다. 그는 결합 부위와 아드리아나의 얼굴을 한 번씩 흘끗 확인하며 몸을 움직였다. 그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아드리아나는 오싹하는 전율을 느끼고 몸을 떨었다.

“더 꼭 끌어안아주세요. 당신을 더 깊이 품고 싶어요.”

아드리아나가 발렌틴의 뺨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그가 상당히 인내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서 온몸을 맞대고 둘이서 꽉 끌어안았을 때와 같은 충족감을 느끼고 싶었다. 지금은 하반신에서 성기의 일부만 겨우 연결되어 있어 애가 탔다. 참지 못하고 다리를 들어서 그의 허벅지에 감으며 힘을 주었다.

“윽, 잠깐, 그렇게 조이지 마.”

“발렌틴, 빨리….”

아드리아나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졸라댔다. 벗은 몸으로 자신의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드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이 마르고 뱃속이 욱신거렸다. 그의 남성이 드나들 때마다 통증과 함께 밀려드는 짜릿한 자극이 몸을 가만두지 못하게 했다.

이윽고 발렌틴이 억눌린 숨을 토해내며 좀 더 깊게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아드리아나는 헐떡이며 그의 팔을 꽉 쥐었다. 크고 뜨거운 기둥이 내벽을 가득 채우고서 찐득하게 달라붙은 채로 안을 흔들어댔다.

“흐흑, 흑, 뜨거워요….”

날카롭게 느껴지던 통증마저 어느새 홧홧하게 몸을 데우는 자극이 되어 신경 끝까지 퍼져들었다. 왜인지 문득 사랑을 나눈다고 표현했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듯했다. 아무리 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해도, 성기를 연결하고 몸을 섞으며 몸 안쪽의 감각까지 공유하는 이런 행위를 이 남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 되었어.’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바짝 몸을 붙여 안아달라고 졸랐다.

“학, 아흑, 더 가까이…. 기분 좋아요, 발렌틴.”

“오드리, 당신 너무….”

발렌틴이 쥐어짜듯 신음하며 아드리아나의 위로 상체를 내렸다. 엉덩이가 뒤로 비켜지면서 성기가 빠지자, 이번에는 그가 허리만 움직여서 입구를 찾으며 질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 아….”

아드리아나는 기대감으로 달아올라 한숨을 흘리며 고개를 젖혔다.

“오드리….”

발렌틴이 상체를 밀착하고 힘껏 포옹하며 아드리아나의 안으로 깊숙이 박혀들었다. 그는 어느 순간 멈추고 조금 후퇴했다가, 배가 맞닿을 정도로 깊게 몸을 박아 넣었다.

그 순간, 아드리아나는 머리를 부딪친 듯한 강한 충격을 받고 경직되었다.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뱃속을 얻어맞은 것 같은 감각에 숨이 턱 막혔다.

“헉….”

힘껏 수축하는 여성의 내부를 왕복하며, 발렌틴이 커다란 압박감에 신음 했다. 그는 한쪽 팔로 아드리아나를 끌어안고 그녀의 목덜미에 머리를 묻은 채, 한동안 깊이 허리를 움직이는 데에만 몰두했다. 아드리아나가 손가락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힘을 주고 할퀼 것처럼 그의 팔을 움켜잡고 있었지만, 그는 의식하지도 못하는 듯했다.

“…읏.”

잠시 후, 아드리아나의 벌어진 입에서 짧게 신음이 새어나왔다가 끊어졌다. 숨도 쉬지 못할 고통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오드리? 아파?”

문득 몸을 일으킨 발렌틴이 놀라서 물었지만, 아드리아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젖은 눈만 깜박였다. 자신이 부추겨놓고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 희미하게나마 쾌감도 느껴지고 있었다.

“안아주세요….”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 말하고서 그의 팔에 뺨을 비볐다.

발렌틴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는 아드리아나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달래준 후 가슴 안에 끌어안았다. 그의 움직임이 조심스러워졌다.

“…괜찮아?”

그는 뭔가 의심스러워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은 두려워하는 듯도 했다. 허리짓이 더욱 얕아졌다.

아드리아나는 그의 가슴에 이마를 기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다시 질벽을 문지르는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아까처럼 깊어지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의 몸이 흔들리며 몸속 깊은 곳까지 그 진동을 전했다.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을 끌어안고 쾌감에만 집중하려 애썼다. 몸속에 저릿하게 남은 충격이 쉬이 가시지 않았음에도, 아래는 그를 빨아들이며 조르고 있었다.

“당신 안이 너무 달라붙어….”

“으응…. 흑….”

아드리아나가 반쯤 정신을 놓고 있는 동안, 발렌틴이 절정에 오르며 근육을 잔뜩 긴장시켰다. 왈칵 쏟아낸 정액이 아드리아나의 뱃속에 가득 뿌려졌다.

“후….”

그는 길게 사정하며 느릿하게 마찰을 즐겼다.

아드리아나는 뭔가가 자신 안에서 녹아내리고 밖으로 흘러내리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이대로 전부 녹아서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한순간 어찔하게 현기증이 일었다. 그리고 그 뒤는 기억할 수 없었다.

*

갑자기 눈이 떠졌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적막하고 싸늘한 기운은 새벽의 것 같기도 했다. 아드리아나는 멍한 눈을 깜박였다. 곁에는 남편이 자신을 안고 잠들어 있었다. 팔베개를 해주고 끌어안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어서 알 수 있었다.

아드리아나는 몽롱함 속에서 도로 잠이 들려다가 뭔가 위화감을 발견하고 졸린 머리를 움직였다.

마지막 기억은 분명히 발렌틴의 방이었는데, 지금 있는 곳은 아드리아나의 방이었다. 자신도 발렌틴도 옷을 모두 입고 있었다. 몸에서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꿈…?’

아드리아나는 뒤척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잠을 깨서 눈을 껌벅이는 발렌틴의 얼굴이 보였다.

“…당신 왜 깼어.”

그가 아드리아나의 팔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무언가 근심하는 듯 피로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우, 우리 여기서 잤어요?”

“내 방에서 잤지. …기억 안 나?”

아드리아나의 뺨 위로 발렌틴의 손이 닿았다. 그는 부술까 봐 걱정하듯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그 위로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머리를 그의 가슴에 끌어당겨 꼭 안았다가 놓아주었다.

“몸은 괜찮아?”

아드리아나는 그의 안색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좀 더 자요. 얘기는 내일 하고....”

그가 나직이 말하고 아드리아나의 등을 쓸어주었다. 그의 눈동자에 가득한 수심이 신경 쓰였다. 함께 밤을 보내고 갑자기 할 얘기가 생긴 이유가 무엇인지 불안해졌다.

“…무슨 일 있었어요?”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나오며 목이 따끔거렸다. 이대로 태평하게 잠들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당신 힘드니까, 일단 자고 내일 얘기해요.”

발렌틴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드리아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로는 잠이 오지 않을 터였다. 어쩌면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그럴지 몰랐다.

불안함에 심장이 조여드는 것을 느끼며 숨을 삼켰다. 그가 뭔가 예상치 못한 일을 겪고 혼란을 느끼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와 밤을 보낸 것이 꿈이 아니었고, 그 결과 발렌틴이 울적한 얼굴을 하게 되었다면 그 이유가 자신 외에 있을 리 없다.

가슴의 고동이 빠르게 달렸다.

겁먹은 얼굴로 바라보자, 발렌틴이 난처해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아드리아나의 몸을 덮치듯 감싸 안고서 아이를 달래듯 토닥이고 입을 맞추었다.

“아무 일도 아니야. 괜찮을 거야, 여보. 약을 먹어서 좀 멍한 거야.”

“약…이요?”

“내가… 조심한다고 했는데 실수를 했나 봐. 당신이 별로 아픈 내색을 많이 안 하기에 괜찮을 줄 알았어. 난 설마….”

발렌틴이 말을 멈추었다. 그러다 아드리아나를 끌어안으며 꺼져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피를 많이 흘렸어. 어딘가가 잘못된 줄 알고 정말 놀랐어.”

그의 말에 아드리아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어째서인지 조그맣게 흐느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울지 마.”

발렌틴은 아드리아나가 우는 이유를 오해하고 열심히 등을 다독여주었다. 그는 돌보러 올라와 주었던 부인의 말을 들려주며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켜주고 내일 의사를 데려오겠다고도 약속했다.

아드리아나는 그의 말을 제대로 다 귀담아듣지 못했다.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만약 출혈이 없었더라면, 원래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려고 했다. 거짓말을 잘 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다. 그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클리와의 일만은 절대 발렌틴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 사람에게 처음을 잃고 몸을 망쳤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롭고 슬펐다.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의 셔츠 앞에 얼굴을 문질러서 눈물을 닦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뺨을 어루만져주고, 다시 곁에 누웠다. 그리고 이불을 고쳐 덮어주며 작게 한숨지었다.

“…당신, 트라우마 되는 거 아니겠지?”

그의 중얼거림에 아드리아나가 눈물도 채 마르지 않은 얼굴로 작게 미소 지어 보였다.

“저는 좋았어요.”

“거짓말 마.”

“내일도 또 할 거예요.”

그녀의 말에 발렌틴이 몸을 돌려서 꽉 끌어안았다.

“내가 사양하겠소. 당신 말과 몸이 따로잖아.”

그는 불만스럽게 말하고서, 화풀이하듯 힘껏 껴안아 아드리아나의 몸을 조였다. 그러다 아드리아나가 낑낑 신음하며 울상 짓자 바로 팔을 풀어주었다.

잠시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렸다.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이 무슨 생각으로 근심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조용히 그의 팔을 베고 누워서 그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걱정을 한 가지 덜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과거가 아드리아나를 괴롭히게 되더라도, 적어도 발렌틴에게 자신이 함부로 몸을 굴린 적은 없었다고 변명할 수 있게 된 듯해 기뻤다.

심란한 얼굴을 하고 있던 발렌틴이 입을 열었다.

“…난 당신이 하도 조르기에 밤의 여왕님쯤 되는 줄 알았지.”

그의 말에 아드리아나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놀리느라 한 말이겠지만, 하마터면 이런 말에도 떳떳해하지 못하고 가슴을 졸이며 살 뻔했다.

발렌틴이 애틋한 미소를 지으며 아드리아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얼른 자요. 내일은 푹 쉬게 해줄게.”

아드리아나는 그의 허리를 쓰다듬으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후련해진 마음으로 잠들려다가, 손바닥에 만져지는 그의 단단한 허리 근육이 어떤 모양으로 움직였는지를 떠올리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당신도 얼른 주무세요. 제가 빨리 나아서 더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발렌틴은 웃지도 않았다. 잠깐의 정사로 혼절해 놓고 맹랑한 말을 하는 아내를 비웃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곧 상기되려는 그의 하반신을 깨닫고, 아드리아나는 그를 더 괴롭히지 않으려 얼른 눈을 감았다.

============================ 작품 후기 ============================

패기 넘치는 신부. 아직 마음만...

선추코평쿠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uu 잠시 노블을 떠나야 하시는 분들은 일반란에서 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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