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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다 아름다운-64화 (6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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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와 입술이 조금 붉게 상기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점잖고 단정한 인상을 주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내뱉은 점잖지 못한 말에 어떤 반응을 보여주어야 할지 몰랐다. 물론 어떻게든 그의 소망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당신 벌써 지쳤소?”

발렌틴이 아드리아나의 무거운 눈꺼풀을 건드리며 말했다. 아드리아나는 그에게 알몸을 내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못한 채로 멍하니 안겨서 졸린 눈을 깜박였다.

“빨리 끝낼 테니 조금만 기다려, 오드리.”

그가 팔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나서 가슴을 쓰다듬었다. 아드리아나는 잠이 깨서 부끄러워하며 몸을 웅크리고 그에게 안겨들었다.

“죄송해요. 갑자기 힘이 빠져서….”

“금방 재워줄게.”

발렌틴이 상체를 일으키고 아드리아나의 머리카락 위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곧 목에 입술을 댔다. 가슴을 쓰다듬던 손이 배를 어루만지며 허벅지 안쪽으로 다시금 파고들었다.

아드리아나는 그의 가슴에 이마를 기대며 나른한 한숨을 흘렸다. 손가락이 닿은 곳이 금세 다시 젖어드는 것을 느끼며 그의 허리를 안았다. 이제부터 그가 뭘 하든 그를 끌어안고 기쁘게 받아줄 셈이었다.

‘힘들게 하지 않으실 거랬어. 만약 힘들어도 내가 잠깐만 참으면 돼.’

발렌틴은 서두르겠다고 말한 것치고는 느긋하게 시작했다. 촉촉하고 매끌매끌해진 아드리아나의 속살 위에 손가락을 대고, 애가 탈 정도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미끄러져 나갔다.

조금 전에 절정을 맞이해서 미지근하게 가라앉아 있던 쾌감이 다시금 뭉근하게 피어올랐다. 아드리아나는 작게 심호흡을 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 아래에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충혈되어 있는 그의 성기가 눈에 들어왔다. 커다랗게 발기해서 일어선 기둥 끝이 아드리아나의 시선을 향해 있기에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버섯처럼 생긴 꼭대기의 갈라진 끄트머리가 투명한 액체로 젖어 있었다. 입술처럼 붉고 매끌매끌해 보여 감촉이 어떨지 흥미가 조금 동했지만, 실제 손을 댈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가 언젠가 사정하기 위해 그것을 자신 안에 넣으려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의식하면, 애써 유지하고 있는 평정심을 망치게 될 것 같았다.

발렌틴의 입술이 아드리아나의 목에서 떨어졌다. 손은 가볍게 엉덩이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아드리아나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내 것이 마음에 안 드나?”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드리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턱을 아래로 당겼다.

“아까부터 심란하게 쳐다보고 있질 않소.”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

얼른 고개를 가로젓자, 그가 턱을 붙잡고 들어 올려서 입술을 밀어붙였다. 혀가 얽히고, 그가 손가락으로 음핵을 건드렸다. 찌릿하게 통증에 가까운 감각이 일었다.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그 자극에 아드리아나는 몸을 움츠리며 다리를 오므렸다.

“만지게 해줘.”

“거, 거기는…. 조금 아픈 것 같아요.”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어려워 그렇게 말하고서 그의 품에 매달렸다. 발렌틴이 멈칫하더니 손을 거두었다. 그는 몰랐다고 사과하며 미안한 듯 팔과 등을 어루만졌다.

“지금도 아파?”

“아뇨, 괜찮아요.”

미소 지어 보이며 말했지만,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드리아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간 망설이다 입을 떼었다.

“뒤로 돌아누워요, 여보.”

아드리아나는 머뭇거리며 눈만 깜박이다가, 주춤주춤 몸을 돌리고 누웠다. 그를 볼 수 없어서 불안함에 휩싸였던 것도 잠시, 이내 뒤에서 허리를 안겨 그의 품 안으로 바짝 끌어당겨졌다.

“하아….”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피부의 넓은 면적이 그에게 밀착되었다. 그는 아드리아나의 앞으로 팔을 두르고, 웅크린 무릎을 펴게 해서 다리까지 겹치며 감싸 안았다. 두 사람은 온몸으로 포개어져서 포옹했다. 뜻밖의 충족감에 아드리아나는 뜨거운 숨을 몰아쉬었다.

발렌틴이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어깨 위에 입술을 눌렀다.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며 애무한 후, 아드리아나를 다시 끌어안아 주었다.

“아… 기분 좋아요.”

아드리아나는 가슴 앞에 둘러진 그의 팔에 매달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쾌감에 겨워 목을 살짝 젖히고 고개를 돌려서 그를 찾자, 그가 덥석 입술을 삼키고 키스했다.

아드리아나는 시트 위에서 뒤척이며 몸을 뒤로 더욱 밀어붙였다. 엉덩이 아래를 찌르고 있는 물건 위에도 거리낌 없이 몸을 문질렀다. 그가 입술을 떼고 꽉 끌어안으며, 귓가에서 낮게 신음했다.

“오드리….”

그는 아드리아나의 허벅지를 감싸고 더 바짝 끌어당겼다. 엉덩이와 허벅지의 풍만한 살로 덮여 있는 계곡의 입구를 손으로 살짝 벌리고서, 성기 끝을 대고 눌렀다.

“아아….”

단단한 성기가 젖은 샘의 입구를 문지르다가 허벅지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적셔지지 못한 기둥 아래 부분이 빡빡해서 서로 피부가 밀리며 당겨졌다. 발렌틴은 거칠게 호흡하며 성기 끝이 아드리아나의 몸 앞으로 빠져나올 때까지 밀어 넣고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아드리아나의 젖가슴을 세게 쥐었다.

“앗…!”

아드리아나가 작게 비명을 지르자, 그는 곧 손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달랬다.

“후으…, 미안. …당신 불편하지는 않아?”

“…좋아요.”

아드리아나는 숨을 몰아쉬며, 팔을 높이 들어 자신의 뒷덜미 뒤에 있는 발렌틴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얼굴을 보고 만지고 할 수 없다는 게 아쉽기는 하였으나, 밀착감이 높아 만족스러웠다. 아래에서 입구를 누르고 있는 그의 물건이 꿈틀거릴 때마다 뱃속이 저렸다.

발렌틴이 아드리아나의 가슴을 주무르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커다란 음경이 아드리아나의 허벅지 안에 짓눌린 채 아래를 마찰하며 들락거렸다.

아드리아나는 연신 헐떡이는 숨을 뱉어냈다. 겉을 비비며 자극당하는 것도 생각보다 통증이 있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그의 흐트러진 숨소리와 엉덩이에 부딪쳐오는 단단한 몸을 느끼며 황홀함에 빠졌다. 움찔움찔 몸을 떨며 저도 모르게 허벅지에 힘을 꽉 주자, 뒤에서 낮게 갈라진 신음이 새어나왔다.

고개를 돌려보자, 팔꿈치로 상체를 받쳐 세우고 옆으로 누운 그의 얼굴이 올려다보였다. 조르듯 바라보며 입술을 벌리자, 그가 고개를 숙여 입술 안을 핥아주었다.

“학, 으흑….”

팔을 내려 뒤에 있는 그의 허리와 엉덩이를 더듬었다. 뒤로 물러났다가 앞으로 부딪치며 진퇴운동을 하는 몸짓이 몹시 자극적이었다.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게 힘들어서 다시 앞으로 웅크리며 베개를 안았다. 그가 뒤에서 아드리아나를 꼭 끌어안으며 하반신을 강하게 눌렀다.

“으응….”

“오드리, 이대로 사정할게.”

그의 말에 얼떨떨해 하며, 아드리아나는 자신의 하반신을 내려다보았다. 허벅지 틈을 뚫고 나와 있는 불그스름한 기둥이 보였다. 두 사람의 체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그것을, 아까보다 더 과감해진 충동으로 만져보았다.

“윽….”

아드리아나의 손길을 느낀 그가 신음하며 허물어지듯 몸을 끌어안았다.

성기 끄트머리가 아드리아나의 손바닥에 비벼지며 체액을 묻혔다. 아드리아나는 가슴을 들먹이며 젖은 손바닥을 응시하다가,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순간 돌연 희뿌연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아드리아나는 흠칫하며 발렌틴의 팔에 매달렸다. 깜짝 놀라면서도, 그가 사정하며 시트 위로 걸쭉한 정액을 흩뿌리는 적나라한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후우….”

귓가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나른한 손길이 아드리아나의 몸을 어루만지며 휩쓸었다. 그의 음경은 아직 울컥 울컥 사정액을 흘리고 있었다. 기세가 조금도 누그러들지 않은 것을 보고, 아드리아나는 그 안이 아직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망설이다가 손을 내려서 그의 음경을 꽉 쥐었다.

“윽, 오드리….”

“제, 제가 다 나오게 해드릴게요, 발렌틴.”

“아냐, 여보. 뭘 나오게 한다는 거요?”

발렌틴은 그의 물건을 움켜쥐고 흥분한 아드리아나의 손을 떼어내고 몸을 돌리게 해서 마주 안았다.

“이제 됐어. 당신 잠은 다 깨버린 모양이군.”

그가 눈썹을 찌푸리며 웃는 것을 바라보며, 아드리아나는 뺨을 더욱 붉혔다. 머리를 받치고 자신을 내려다보느라 치켜 올라간 눈매와, 자기 입술 틈을 핥는 그의 혀의 움직임에도 가슴이 마구 뛰었다.

시선을 내려 보면 그의 물건이 여전함을 알 수 있었다. 여느 때처럼 그는 참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드리아나는 슬그머니 그의 음경을 감싸 쥐며 그의 안색을 살폈다.

그가 목을 한 번 울리고 나서, 입을 열었다.

“당신 못 자. 내일 움직여야 하잖아.”

“괜찮아요. 저 잠 안 와요.”

들뜬 목소리로 말하고 미소 지어 보이자, 발렌틴의 입술 끝이 크게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 그는 아드리아나를 껴안고 어깨에 고개를 묻은 채로 작게 숨소리를 내며 웃었다.

“갑자기 왜 그렇게 흥분한 거야?”

“으, 모르겠어요….”

아드리아나는 그의 굵은 기둥을 두 손으로 쥐고 힘을 꽉 주었다. 그리고 앞뒤로 흔들어주며 그가 시원하게 비워내기를 기다렸다.

“…위로 잡아당겨봐.”

그가 희미한 웃음기가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학, 학….”

아드리아나는 있는 힘껏 쥐어짜듯 피부를 밀어올렸다가 그가 아플까 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파하는 기색이 없이 달콤한 숨소리를 내기에, 다시 힘을 주고 올렸다가 내리기를 몇 번 반복했다.

성기 끝에서 액체가 조금 스며 나왔다. 아까보다는 조금 더 맑고 점도가 낮았다. 정액을 쏟았던 그 출구를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자, 얇게 팽창한 피부의 매끌매끌한 감촉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하아…. 부드러워요.”

“으음, 그만.”

발렌틴이 아드리아나의 손을 떼어내고 다시 끌어안았다. 아드리아나의 들썩이는 어깨가 얌전해질 때까지 다독이고 어루만져 주다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당신은… 호기심이 대단하군.”

“그치만 너무 신기하고….”

그의 몸이 한군데도 빼놓을 수 없이 너무 좋고 그가 너무 좋다고 말하는 건 어떨까. 좋다는 말을 하려면 이런 관계 직후가 아니라, 차라리 그 이전에 말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끄럽고 조심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해도.

“싫어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가 등을 쓸어주며 말했다. 아드리아나는 마음이 짠해져서 다정하게 속삭였다.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그리고… 그것도 마음에 들어요. 자꾸 보니까 전혀 이상하지 않고 훌륭해 보여요. 감촉도 정말 기분 좋고요.”

아드리아나의 말에 발렌틴이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그… 앞으로는 자신감을 가지셔도 될 것 같아서요.”

“딱히 열등감을 가져본 적은 없소만, 당신은 역시 내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는 말이군.”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 아뇨, 처음에… 속옷 안에서 이렇게 이렇게….”

아드리아나가 당황하며 손짓으로 구겨져 있던 괴상한 모양새를 설명하려 애쓰자, 발렌틴의 얼굴이 더욱 찌푸려졌다. 그저 칭찬해주려 한 것뿐인데 그가 몰아붙이는 게 서운해서, 아드리아나는 입을 삐죽 내밀고 울상을 지었다.

그가 다시 등을 토닥였다.

“뭐, 좋아. 나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지. 그런데 너무 그쪽으로만 치우치지는 마. 전체적으로 애정을 가져줬으면 좋겠어.”

그의 말에 아드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가슴에 머리를 비볐다. 그에게 애정을 갖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다는 사실을, 그는 모르는 듯했다.

“조금 자요. 저녁 먹을 때 깨워줄게.”

“별로 졸리지 않은데….”

“당신 눈이 감겨 있소.”

그가 틀린 소리를 다 한다고 생각하며, 아드리아나는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그가 일어나는 기척이 느껴졌다. 곁을 떠나지 마시라고 말리려 했지만, 몸을 일으키고 보면 꿈속이었다. 이내 폭신폭신한 이불의 감촉이 부드럽게 몸을 덮었다. 그 안에서 다시 남편의 체온이 느껴졌다.

얼마 뒤에 눈을 떴을 때에도,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에게 안겨 있었다. 그는 생각에 잠긴 듯 눈을 내리뜨고 있었다. 불을 켜지 않은 실내는 온통 컴컴했다. 창밖에서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빛을 받아, 그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잘 잤소?”

어슴푸레한 저녁 빛 속에서 그의 조용한 목소리가 울렸다. 아드리아나는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으로 그의 미소 짓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더러운 시트 위에 재워서 미안해. 몸은 닦아주었는데 괜찮은지 모르겠어. 씻는 게 나을 거야.”

그의 말에 아드리아나는 자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에 펼쳐졌을 일을 상상하고 얼굴을 붉혔다. 이불을 몸 앞으로 당기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온갖 부끄러운 모습을 다 보이고, 부끄러운 말을 잔뜩 했다. 그가 벌써 바지를 챙겨 입고 있어서, 자신의 나체가 더욱 부끄러워졌다.

“오드리.”

“네.”

작게 대답하자, 그가 베개 옆에 놓여있던 작은 물건을 집어 들었다. 뚜껑을 연 상자 안에는 반지가 들어 있었는데, 하나가 아니라 한 쌍이었다.

“음…. 오늘 아침에 도착한 거야. 아까 침대에 들기 전에 먼저 끼워주려고 했는데 잊고 있었어.”

그의 말에 아드리아나가 표정을 풀고 작게 웃었다.

“나 건망증이 심하다고 말했던가? 말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군. 혼내는 건 괜찮지만 밉다고 생각하면 안 돼.”

그가 말하더니 한없이 다정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드리아나의 손을 잡고 마음대로 반지를 끼웠다. 위협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약혼반지와는 사뭇 다른 심플한 디자인의 백금 반지였다.

아드리아나는 앞으로 빼는 일이 없을 그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남은 한 개를 그가 내밀기에, 받아들고서 그의 왼손 약지에 끼워주었다.

“…내 아내가 되어주어서 고마워. 제대로 예의를 갖추지도 못한 내 청혼을 받아들여줘서. 발가벗고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그다지 예의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가 말하고 아드리아나의 반지 위에 입을 맞추었다. 아드리아나는 크게 팔을 벌려서, 품 안에 다 들어오지 않는 커다란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저도 고마워요, 발렌틴. 제 남편이 되어주셔서요. 진심으로…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응.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노력하겠소.”

그의 투박한 고백을 듣고, 아드리아나는 함박 미소를 머금었다. 반드시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게. 세상 누구보다 더. 보통은 그쯤 말하지 않나 하고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발렌틴이 말한 것이 오롯한 진심이라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는 지금까지 아드리아나가 만나본 그 누구보다도 성실히 두 사람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줄 게 틀림없었다.

“…이제는 유부녀가 된 실감이 많이 들어요.”

“그래?”

“당신은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응. 딱히 뭐가 달라진 기분은 들지 않는군.”

그가 멋쩍게 말했다. 밖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함께 있는 지금의 태도를 보아서는 영락없는 유부남, 아드리아나의 남편이었다.

“달라지실 건 없어요. 지금 이대로만 같으셨으면 좋겠어요.”

아드리아나는 행복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의 손을 잡고, 똑같이 나누어 낀 결혼반지 위에 입을 맞추었다. 그 커다란 손이, 그의 몸이, 그의 존재가 전보다 더 소중하고 애틋해졌다.

“오드리. 금요일까지는 너무 먼 것 같소.”

그가 말했다.

“그럼 더 일찍 데리러 와주세요.”

아드리아나가 대답했다. 발렌틴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수요일에 데리러 가겠소. 오후에 일이 있어서 같이 있어주지는 못하겠지만, 당신만 괜찮다면.”

“알겠어요. 언제든 데리러 오시면 당신을 따라갈게요."

아드리아나는 그의 품에 안겨 있다가, 아쉬워하며 몸을 일으키고 침대에서 내려와 식사하러 갈 준비를 했다.

밤이 되어 다시 잠자리에 들었을 때에, 발렌틴은 또 아드리아나의 옷을 전부 벗기고 싶어 했다. 그도 옷을 벗었고, 낮에 했던 것처럼 뜨겁게 몸을 애무하고, 삽입을 제외한 모든 행위를 했다. 그렇게 그와 한 침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 아드리아나는 헤밀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다녀온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아드리아나는 남편을 혼자 두고 먼 곳에 다녀올 생각으로 애처로워 하며, 발렌틴이 내민 손을 잡았다.

============================ 작품 후기 ============================

선추코평쿠 고맙습니다. 짧은 2부를 잠시 완결 찍고, 3부로 돌아오겠습니다.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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