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3 약속 =========================================================================
발렌틴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그것이 거스를 수 없는 요구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드리아나는 조금 떨면서 침대 위로 올라가 누웠다. 침대 중앙에 반듯하게 누워서 배 위에 손을 올려놓고 기다리자, 그가 곁에 걸터앉아서 몸을 가볍게 쓸어주었다.
뭐든 받아주겠노라고 비장한 각오를 되새기고 있었지만, 심장이 밖으로 뛰쳐나올 듯 날뛰었다. 누군가에게 몸을 허락하며 침대 위에 누웠다. 오늘 처음으로. 그가 어디까지 할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알몸을 내보이게 될 것은 확실했다. 오늘 처음으로.
“후….”
입술 틈으로 호흡을 길게 내뱉고서, 다시 깊이 들이마셨다.
발렌틴이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는 아드리아나의 잠옷 원피스 앞을 여민 끈부터 풀기 시작했다. 서두르지 않는 손놀림으로 리본을 풀어낸 후, 헐렁해진 칼라를 젖혔다.
움츠린 둥근 어깨가 드러나는 것을 응시하며, 그는 잠옷을 아래로 끌어내렸다. 브래지어는 절반 이상이 레이스 망사로 되어 있었다. 맨살이 그의 눈앞에 훤히 드러나게 되자, 아드리아나는 긴장하며 가슴을 들먹였다. 발렌틴이 허리를 숙이고, 거친 호흡에 들썩이는 뽀얀 언덕 위에다 입을 맞추었다. 그는 곧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아드리아나의 잠옷 소매에서 팔을 빼낸 후 허리춤에 걸쳐 놓은 뒤에 브래지어부터 벗겼다.
아드리아나는 부끄럽고 초조해져서 칭얼대는 것 같은 흐느낌을 흘렸다. 팔을 들어 앞을 가렸지만, 발렌틴은 제지하지 않았다. 그는 잠옷을 완전히 벗겨서 침대 옆의 바닥에다 던져놓고, 한 장 남은 속옷 위에 손을 댔다. 체모로 보호하고 있는 도톰한 부분을 쓰다듬자, 아드리아나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가린 팔과 허벅지에 잔뜩 힘을 주었다.
“아우….”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의 눈치를 보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속옷을 아드리아나의 발에서 빼내어 그것마저 바닥에 떨어뜨렸다.
실오라기 하나 남지 않은 몸을, 그가 지그시 쳐다보았다. 몸을 가린 팔을 부드럽게 거두어서 시트 위로 옮겨놓고 난 후, 더는 손대지 않고 한참을 그렇게 쳐다만 보았다. 그의 시선은 오랜 뒤에서야 아드리아나의 얼굴로 옮겨졌다.
아드리아나는 그가 그만 품에 안아주기를 바랐다. 방 안은 비교적 훈훈하게 데워져 있었지만, 몸이 바르르 떨렸다. 다정하게 안기고 다독여지기를 기대하며 올려다보자, 그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추워서 떠는 거야, 당신?”
“조금요. 괜찮아요.”
오싹하게 소름이 돋는 원인이 추위 때문이라고만은 생각할 수 없었지만, 아드리아나는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발렌틴은 정신이 든 표정으로 돌아와 아드리아나의 몸을 만져보며 체온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자기도 상의를 벗고, 바지 앞을 풀었다.
아드리아나는 그를 지켜보며 얼굴과 다리 사이에서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의 굵은 허벅지를 살짝 덮는 길이로 몸에 달라붙은 속옷을 흘끔대며 거칠게 어깨를 들썩였다. 바로 곁에서 훔쳐보는 아내가 빤히 보일 터, 발렌틴이 입 끝을 끌어올렸다. 그가 옷을 벗고 조금 멋쩍어 하는 듯도 보여서, 아드리아나는 가슴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솔직히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붙어 있었지만, 소중히 여겨주기로 한 그의 몸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싫어지지는 않았다. 그의 몸 다른 부분은 전부 황홀할 만큼 근사해 보였다. 균형미 없이 불룩한 속옷 앞부분만 빼면 아주 완벽했다. 옛날에 얼핏 본 적이 있는 버클리의 성기는 최근 책에서 본 형태와 비슷한 정상적인 물건이었는데도 충격적이고 징그러웠다. 그런데 발렌틴의 속옷 모양을 봐서는 정상적인 것도 아닌 듯하니, 난이도 높은 표정관리가 필요할지도 몰랐다.
아드리아나는 그가 그것을 사용해서 은밀한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려 애썼다. 자신과 결합하여 사랑을 나누고 뱃속에 생명을 잉태시키는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리라는 사실도.
만약 저 이상한 형태가 그의 콤플렉스일지 모른다고 추측했을 때, 너무 쳐다보는 건 나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도,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의 속옷 앞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숨을 헐떡였다.
“...벗겨주겠어?”
그가 물었다.
아드리아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몸을 일으켰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바닥에 무릎을 대고 일어나서 속옷을 벗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상기되어 있으면서도 어딘지 얌전해 보이는 표정으로 아드리아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흡....”
골반 양 옆 부분을 잡고 살짝 아래로 당겨보자, 불룩하게 튀어나온 성기가 허리 고무줄에 가로막혀 잘 벗겨지지 않았다. 아드리아나는 팬티 허리 부분을 늘리면서 끌어내려 보았다. 안에 눌려 있던 물건을 조심조심 속옷 밖으로 해방시켜주자, 음경이 제 모양을 되찾으려 불쑥 튕겨져 나와 배 위로 솟았다.
“으앗...!”
아드리아나는 무심결에 기겁하는 소리를 내고는, 두려움에 찬 눈동자로 눈앞의 물건을 바라보았다. 곧게 뻗은 음경이 아까보다 훨씬 정상적으로 보였다. 그 크기와 용도를 연결 짓는 일은 잊는 편이 나았다.
아드리아나는 심호흡을 하며 멈췄던 손을 다시 움직여서 그의 팬티를 벗겨주었다.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잠시 그의 나체를 감상하다가 위를 올려다보자, 그가 손을 뻗어 얼굴을 만지며 입술을 겹쳤다.
“음….”
그는 금방 입술을 떼고 마주 앉아서 아드리아나의 몸을 안아주었다. 맞닿은 상체가 따뜻했다. 아드리아나가 그의 어깨에 두 팔을 두르자, 그가 등을 받쳐주며 침대 위로 눕혔다.
조심스럽게 그의 체중이 실려오고, 두 사람은 벗은 몸으로 깊이 포옹했다.
“따뜻해요….”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을 끌어안고 뒷덜미를 쓰다듬으며 만족감에 사로잡혔다. 눈을 감고 뜨거운 한숨을 흘리며 그를 어루만졌다. 서로의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감촉과 온도가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발렌틴은 아드리아나의 뺨에 다정하게 입을 맞추고 귀로 입술을 가져갔다.
“앗.”
흠칫하고 어깨를 움츠리자, 그가 팔을 쓸어주며 귓바퀴를 핥았다. 그는 거기서부터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며 아드리아나의 몸을 애무했다.
“아….”
아드리아나는 떨리는 숨을 내쉬며 눈을 꼭 감았다.
젖은 혀의 감촉이 가슴 위까지 내려왔다. 발렌틴은 잠시 머물며 유륜을 핥다가 그 안의 작은 돌기를 휘감고 입 안으로 빨아들였다. 쪽쪽, 들려오는 소리에 수치심을 느끼며 아드리아나는 턱을 들어 올리고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한쪽 젖가슴은 입으로 빨리며 자극당하고, 다른 한쪽은 커다란 손으로 감싸 쥐였다. 몸의 중심에서는 미끈거리는 액체가 흘러나와 엉덩이 틈을 적시고 시트를 축축하게 만들었다. 힘을 너무 주어서 배가 당기는 것 같았다.
“이제, 이제 그만해요….”
아드리아나가 어깨를 살짝 밀어내며 말하자, 발렌틴이 상체를 일으켰다. 그는 욕망으로 붉게 상기된 눈으로 옅게 미소 지으며, 엄지로 아드리아나의 아랫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입술이 열리자 젖은 안쪽 점막을 문질러보고는 만족스러운 듯 낮은 숨소리를 냈다.
그는 이내 입술에서 손을 떼고 아드리아나의 가슴 사이에 혀를 대고 점차 아래로 내려갔다. 아드리아나는 그의 입술이 배에 눌리자, 긴장으로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허벅지에, 무릎에, 종아리에도 그는 정성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그는 아드리아나의 전신에 흔적을 새기고 싶은 듯 구석구석 애무했다.
문득 한쪽 발목을 잡히고 위로 들어 올려져, 아드리아나는 꺅 소리를 냈다.
“발렌틴…!”
허벅지 사이의 젖은 입구가 공기에 노출되어 오싹 소름이 돋았다. 그에게 보일 것 같아서 다리를 오므리며 벗어나려고 버둥거렸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신 발가락이 너무 작아.”
그가 아드리아나의 새끼발가락을 입에 넣고 쪽 빨았다.
“하, 하지 마세요. 더러워요.”
“방금 목욕했잖소.”
“그래도요.”
아드리아나는 팔을 앞으로 뻗고 다리를 놓아달라고 허우적거렸다. 발렌틴은 그런 반항을 싹 무시하고서 발목을 잡은 채로, 아드리아나의 위로 상체를 기울였다. 무릎이 구부려져서 위로 들리고, 허벅지와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자세가 되었다.
“놔, 놔주세요. 흑, 창피해요….”
흐느끼며 애원해 봐도, 발렌틴은 말을 들어주지 않고 태연하게 아드리아나의 입술에 키스한 후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드러난 아드리아나의 다리 사이로 고개를 숙였다.
“아, 안 돼….”
작게 울음을 터뜨리며 그의 어깨로 손을 뻗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아드리아나의 허벅지 사이 균열을 핥아 올렸다.
“아…!”
혀가 젖은 속살을 건드리며 자극하자, 팔이 힘을 잃고 바들바들 떨렸다. 그는 아래에 혀를 대고 부드럽게 애무하다가 혀끝을 단단하게 세워서 길을 만들고 음핵을 꾹 눌렀다.
“으흑…!”
이미 수치심은 그보다 훨씬 큰 쾌감에 밀려서 사그라졌다. 아드리아나는 힘이 빠진 팔을 떨어뜨리고 시트에 매달렸다. 무력하게 흐느끼고 있는 동안, 그는 손가락으로 입구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드리아나의 입술이 순순히 열렸던 것처럼 벌어져 주기를 바라는 듯, 그가 애액으로 젖은 엄지를 질의 입구에 대고 지그시 눌렀다.
“아, 헉….”
아드리아나는 등줄기를 타고 머리끝까지 전해지는 저릿함을 느꼈다. 그 안에 남성을 품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알면서도, 이대로 그에게 꿰뚫리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였다.
그가 원하는 대로 몸을 열어주고 그를 품는 쾌락을 얻고 싶었다. 그가 자신을 차지하고 정욕을 쏟아내며 헐떡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와의 결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래가 조여들었다.
“다리를 벌려, 오드리.”
발렌틴이 말했다. 아드리아나는 무심결에 허벅지를 꽉 붙이고 있던 것을 깨닫고서 힘을 빼주었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발렌틴이 곁에 누워서 안아오기에 그의 품에 안겨들었다. 심장이 너무 세게 뛰어서 가슴이 아프고 머리가 울렸다.
“괜찮아?”
그의 물음에, 아드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발렌틴은 조금 걱정스러운 듯, 부드럽게 등을 쓸어주고 뺨에 입을 맞추면서 아드리아나를 편안하게 해주려 노력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 무리한 건 절대로 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거 기억하고 있으니까.”
아드리아나는 다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의 따뜻한 몸에 안겨서 체취를 맡으며 다독여지는 동안, 떨림이 조금 완화되었다. 발렌틴은 천천히 몸을 쓰다듬으며 아드리아나가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손을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넣었다.
“흐….”
작게 숨을 뱉어내자, 그가 아드리아나의 어깨를 안은 팔로 몸을 더욱 가까이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입맞춤으로 나른하게 녹아내리고 있는 사이, 그의 손가락이 몸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으음….”
통증과 이물감에 새어나온 신음이 그에게 먹혔다. 하반신이 뻣뻣해졌다. 손가락은 더 움직이지 않고 기다렸고, 입맞춤은 계속 이어졌다. 긴장되어 있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후에 손가락이 더욱 깊이 진입해 들어왔다.
발렌틴은 입 안에서 아드리아나의 흐느낌을 받아주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굵고 긴 중지를 두 마디 정도 넣었다. 침입하려는 손가락을 밀어내며 거부하던 질 안이 점점 부드러워졌다.
“하아….”
아드리아나가 입술을 떼고 막혔던 숨을 터뜨리며 발렌틴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입을 벌리고 끙끙대며 신음했다.
발렌틴은 그녀의 입술 대신에 이마와 광대뼈 등 닿는 곳에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달래주었다. 아파하고 있었지만, 흠뻑 젖은 안쪽이 움찔거리며 느끼고 있다는 것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앙, 앗…. 흐흑….”
아드리아나는 신음하며 서러운 듯 울었다.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곳을 마찰당하며 자극받고 있었고, 처음 느끼는 감각에 지배당하는 것이 무서웠다. 뭔지 모를 쾌감이 뱃속에서 꾹꾹 뭉쳐들다가 자신을 해치고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가 끊임없이 어루만져주고 입술을 비비며 애무해주지 않았더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었을 듯한 서글픈 감정이 밀려들었다.
“기분이 이상해요…. 울 것 같아요.”
아드리아나가 울먹이며 속삭이자, 발렌틴이 그녀의 어깨를 안은 팔에 힘을 주고 세게 안으며 안을 계속 자극했다.
“아… 아, 앗…. 그, 그만….”
날카롭게 밀려드는 쾌감에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아드리아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손톱을 세웠다. 두려워했던 그것이 기어이 폭발하려는 건지도 몰랐다.
이윽고 순식간에 전신으로 번지는 쾌감 외에는 모든 게 정지되었다.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발가락 끝까지 힘이 꽉 들어갔다. 한 차례 격렬한 감각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후에야, 목구멍 위로 뜨거운 호흡이 터져나왔다.
“…오드리.”
잠시 후 들려온 발렌틴의 목소리에, 아드리아나는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아직 그의 팔에 매달려 있는 채였다. 깜빡 잠들 뻔했나 보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직 잠들지 마. 나 사정하고 싶어.”
그가 이마에 키스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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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기다려.(단호)
선추코평쿠 고맙습니다. 평안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