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보다 아름다운-61화 (61/140)

00061  약속  =========================================================================

“전 괜찮아요. 당신은 일까지 하시니 더 걱정이에요.”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을 생각해서라도 일정을 조금 여유 있게 준비할 걸 그랬다고 후회가 되었다. 그가 자신과의 결혼을 거침없이 추진하고 밀어붙이는 게 싫지 않아서 내버려 둔 것이었는데, 남편을 배려하고 잘 뒷받침하는 여자가 되려면 멀었다는 미안함도 들었다.

리노아스에서의 17년간 거창한 사교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신부수업도 받지 못했다. 딸에게 줄기차게 ‘공작가의 여자’가 되기를 고수했던 아버지가 그에 걸맞는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작정하고 공부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믿고 청혼해 준 발렌틴에게 좋은 아내가 되어야겠다는 중압감이 밀려들었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한 남자의 부인이 되었다는 현실감에 눈이 떠진 것이다.

‘앞으로 내가 도와드려야 할 일이 어떤 건지 배워야 할 것 같아.’

아드리아나의 아버지도 가끔 귀한 손님을 접대하거나 모임에 가야 할 때에 어머니를 대신 보내는 일이 있었다. 어머니의 역할과 처신은 곧 아버지의 평판이 되었다. 이제 ‘오드리 웨버’의 처신은 ‘발렌틴 웨버’의 평판으로 연결될 것이다.

“발렌틴. 전 사교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데다 어울리는 사람도 아주 한정적이에요. 다들 관대하고 좋은 분들이시다 보니 어려운 예법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지만... 제가 사람들을 잘못 대해서 당신께 나쁜 평판을 얻게 할까 봐 걱정돼요.”

아드리아나는 걱정스러워하며 말했지만, 발렌틴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천천히 익히면 돼. 내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과는 지금처럼 지내면 충분하고, 당분간은 나도 일정을 느슨하게 조정할 거니까. 만일 당신이 교사를 원하는 거라면 이미 투스미아의 극성스러운 분이 대기시켜놓고 있을 거라고 털어놔야겠군. 싫다고 하면 빼내주겠지만, 당신이 필요하다면 이쪽에도 준비해주겠소.”

“가르쳐주실 분이 있는 편이 좋아요. 실은 아까도 루미아 씨에게 예의 바르게 잘한 건지 걱정이 되었어요.”

아드리아나의 말에 발렌틴이 훗, 웃는 소리를 냈다.

“루미아는 걱정하지 마. 저쪽 출신들은 여기 예법에 구애받지 않아. 그는 당신이 집에 데려가서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한 것 때문에 입이 귀에 걸렸던데.”

“설마 겨우 그런 것 때문에요? 당신 사촌이고 우리 혼인의 증인이 되어주신 분인 걸요.”

“내가 집에 한 번도 초대를 안 했거든.”

그렇게 말하는 발렌틴의 짓궂은 얼굴을 보며 아드리아나가 헉 숨을 삼켰다.

“어쩜... 박정한 분이시네요. 당신께 그렇게나 잘하는 사촌분인데 말이에요.”

“루미아가 나한테 잘하는지 당신이 어떻게 알지?”

발렌틴이 비딱하게 내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아드리아나도 고개를 기울이며 새초롬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도 바쁜 와중에 달려와 주셨고 호텔에서도 당신 편의를 많이 봐주시지 않나요? 제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까도 두 분 사이가 편하게 보였어요. 당신은 제일 귀한 친구라는 아너슨 부부에게도 그런 식으로 귀찮아 하면서 심술맞게 대하시지요.”

그는 심술맞다는 표현에는 개의치 않고 다른 부분에 신경 쓰며 미간을 찡그렸다.

“아너슨 부부를 내 제일 귀한 친구라고 말한 적이 있던가?”

“아뇨. 아너슨 씨가요.”

아드리아나가 조금 겸연쩍어하며 대답하자, 발렌틴이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

“당신은 사람 말을 다 믿으면 안 돼. 당신이 믿어도 되는 건 내 집안 식구들과 측근 몇 명 밖에 없어.”

“그게 누구 누구인가요?”

“음.... 아너슨하고 루미아?”

그가 말해놓고 눈을 껌벅였다. 그리고는 못마땅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아드리아나가 웃으며 그에게 기대자, 그도 표정을 부드럽게 하며 아드리아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이곳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데, 당신에게 인사를 시켜주고 싶어. 전에 말한 적이 있는 이야.”

차는 발렌틴의 회사로 향하고 있었다. 아드리아나는 그에게서 일 관계의 사람을 소개받게 된다고 생각하니 사뭇 긴장이 되었다.

“그분도 투스미아의 분이신가요?”

“아니. 여기 사람.”

아드리아나는 그가 예법깨나 따지는 인물이겠다고 움츠러들었지만, 발렌틴은 태평하기만 했다.

그의 회사는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건물은 생각하던 것보다 크지 않았고, 이시스처럼 무척 현대적인 외관으로 꾸며져 있었다. 사무실이 있다는 건물을 조금 지나자 가까이에 저택이 두 채 나타났다. 발렌틴은 그 중 하나는 직원들이 쓰는 곳이고 하나는 사장의 사택이라고 알려주었다.

두 사람은 사장의 사택으로 들어갔다.

발렌틴이 아드리아나를 ‘부인’이라고 소개하자, 저택의 주인 내외가 황송하다는 듯 허리를 꾸벅 숙이며 절을 했다. 베르몬드라는 이름의 사장은 30대 중반쯤 되었을 것으로 보였는데 발렌틴에게 경어를 썼고 발렌틴은 그렇지 않았다. 비단, 대표와 사장이라는 지위 차이 때문만은 아닐 거라는 느낌이었다.

아드리아나는 베르몬드가 귀족이 아닐 거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무척 겸손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결코 교양이 부족하거나 비굴해서는 아니었다. 태어날 때부터 섬겨지며 자란 특권 계급층 특유의 오만에 가까운 평정심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아무리 높은 지위나 부를 가졌다한들 상업에 종사하는 자가 귀족 출신이라면 그게 더 특이한 일일 것이다.

잠시 베르몬드 부인과 함께 정갈하게 꾸며진 응접실을 둘러보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아드리아나는 벽에 걸린 커다란 배 그림 액자를 보았다. 저명한 화가가 수채화로 그린, 선체 겉면에 푸른 바닷물을 듬뿍 머금고 막 도화지 속으로 들어간 듯한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웬디도 수채화를 아주 잘 그리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미소 짓고 있다가, 베르몬드 부인에게 말을 걸었다.

“아름다워요. 너무 멋진 그림이네요. 저도 이런 배를 타보고 싶어서 아까도 웨버 경을 졸랐답니다.”

아드리아나가 웃으며 말하자, 부인은 어쩐지 얼굴이 환해져서 배에 써진 글자 부분을 가리켰다.

“이건 케이드 왕자님의 유람선이랍니다. 바깥 분들께서 무역일을 맡으시고 거의 10년 전 초창기 때에 아주 어렵게 중개한 물건이지요. 투스미아인들은 배를 귀히 여겨서 아무리 큰 돈을 갖다 바쳐도 여간해서는 내놓으려 하지 않으니 말이에요.”

“그렇다고 들었어요. 작년에 신문에서, 투스미아에 돈을 주고 배를 사온 건 케이드 왕자님이 처음이라는 기사를 봤거든요. 정말 어려운 일을 해내셨네요.”

호텔에서 지내던 때, 제시카가 함께 있던 그때의 기억이었다. 아드리아나가 순수하게 감탄하며 말하자, 베르몬드가 크게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사를 읽으셨군요. 이런 일이 저희가 웨버 경의 이름으로 하는 일입니다. 저희끼리는 아무리 발벗고 땀 흘리며 뛰어다닌들 그분 땅의 물건을 들이기가 거의 불가능하지요. 웨버 경의 이름과 신용으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가 부드러운 말씨로 아드리아나에게 남편을 치하하는 말을 해주기에,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는 본인이 회사에서는 하는 일이 없다며 별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여기 저기 얼굴을 내밀고 밥만 먹고 다닌다면서 멋쩍어 할 뿐이었다.

“웨버 경은 베르몬드 씨가 도와주시지 않으면 회사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시던 걸요. 전 이런 일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어요. 웨버 경도 베르몬드 씨도 정말 존경스러워요.”

아드리아나는 수줍게 말하고서 배 그림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 탈 것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문득 발렌틴이 타고 다니는 리무진 역시 그들이 수입한 물건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리고 히터가 있는 자동차도요. 그건 정말 따뜻하고 좋아요. 들여오시길 아주 잘하신 것 같아요.”

정말 유치한 칭찬이라고 우스워하면서도 해맑게 말하자, 베르몬드가 조금 민망해하는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역시 그렇게 생각해주시는군요.”

아드리아나는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일까 긴장했지만, 발렌틴이 곧 사실을 실토함으로써 어깨의 긴장을 내려주었다.

“오드리. 처음에 내가 그딴 건 뭐하러 들여 오냐고 반대했었소.”

“하하. 그것도 꽤 초창기 때 얘깁니다. 뭐가 춥다고 차 안에서까지 난로를 찾는 인간이 다 있냐고 하셨었죠.”

발렌틴이 웃는다고 어려운 사람들 앞에서 남편의 일을 두고 같이 웃을 수도 없어서, 아드리아나는 역시 괜한 말실수를 했다고 입을 가리고 그의 눈치를 보았다.

이후 베르몬드가 점심 식사를 하고 가시라며 권했지만, 발렌틴은 ‘오늘은 아내와 둘이서 먹고 싶다’며 부드럽게 사양했다. 아드리아나는 내심 발렌틴의 지인을 대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던 터라 숨을 돌렸다. 다른 게 아니라, 호칭 때문에 조금 곤란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웨버 경이라고 하지 말고 남편이라고 말해야 하는 건가?’

아드리아나는 베르몬드 앞에서 발렌틴을 가리켜 말할 때에, ‘웨버 경’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 점점 안절부절 못 하게 되었다. 심지어 발렌틴에게서 아내가 남편을 성으로 부르는 게 싫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또 어찌보면, 아직 식도 올리지 않은 채로 사람들 앞에서 그를 남편이라고 일컫는다는 게 뻔뻔스럽게도 느껴졌다.

아드리아나는 집으로 향하는 차에서야 그것을 확인했다.

“죄송해요, 발렌틴.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너무 어색해서.... 저 때문에 거기 더 계시는 걸 사양하신 거죠? 전 왜 이렇게 실수투성이인지 모르겠어요. 혹시 제가 당신을 웨버 경이라고 부르는 게 무례한 일이었나요?”

“당신은 하나도 무례하지 않았어.”

안심시켜주는 부드러운 말투로, 그가 말했다.

“베르몬드가 조금 당황하는 것 같긴 했지만.”

그가 피식 웃으며 덧붙인 말에, 아드리아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더욱 몸둘 바를 몰라졌다.

“어떻게 해요. 죄송해요.”

“호칭 때문이 아니야. 내가 당신에게 미리 일러주지 않아서 그런 거니까 미안해하지 마. 지금은 둘이 있고 싶은 게 사실이고.”

발렌틴이 엄지로 뺨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지만, 아드리아나는 그처럼 태평할 수가 없었다. 근심 가득한 얼굴로 울적하게 그를 바라보자, 도리어 그가 어쩔 줄 몰라하며 달래듯 아드리아나의 팔을 쓰다듬었다.

“정말이야. 당신을 곤란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미안하오. 이제 내 가족만 만나보면 돼. 그 후에는 어딘가에 가야 할 때 제대로 모든 걸 숙지하고서 데려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부담 가질 만한 곳에는 아직 안 데려갈 거야.”

“네....”

아드리아나는 겨우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서, 조금 무거워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발렌틴과 둘이서 식사를 하면서도, 속으로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고 필사의 각오를 했다. 그가 말을 시키거나 시선을 보내올 때면 마음이 겨우 현실로 돌아와 그의 곁에 머물렀다가도, 딴생각에 빠질 정도의 틈이 주어지면 금세 심란한 결의를 불태우게 되었다.

“오드리.”

“네.”

찻잔을 손에 감싸쥔 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아드리아나가 고개를 들었다. 발렌틴이 미묘하게 아랫입술을 위로 올린 약간 불만스러운 얼굴이 되어 있었다.

“날 두고 왜 계속 딴생각을 하는 거지?”

아드리아나는 그의 투정에 뺨을 붉히며 곱게 눈을 흘겼다.

“당신 일 때문에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딴생각이 아니에요.”

“그런 건 나중에 심심할 때 하고 지금은 나를 봐.”

“아, 아까도 딱히 당신을 보고 있지는 않았잖아요. ”

조그맣게 웅얼거리자,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매를 좁혔다.

“내 생각을 해. 내 일 말고.”

“당신도 참.... 우, 우리 바람 쐬러 나가요.”

아드리아나는 얼굴이 달아올라서 몸을 일으키고 발렌틴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일꾼들이 듣지는 않았을까 부끄러워하며, 1층의 후원 쪽 발코니로 나가서 바깥 문을 닫았다.

“바깥은 춥지 않아?”

“괜찮아요. 요즘은 따뜻하네요. 당신 추우세요?”

“아니.”

“하긴, 누가 차 안에서까지 난로를 찾냐고 하신 분이시죠? 로아타르는 여기보다 훨씬 추운가요?”

아드리아나가 긴 의자에 먼저 앉으며 물었다. 발렌틴이 곁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겨울은 그렇지. 당신은 꽁꽁 싸매고 가야 할 거야.”

“거긴 어떨지 정말 궁금해요. 당신은 이곳의 여름이 얼마나 힘드실까요. 올해는 거의 30도 가까이 올라간 날도 있었다던데 어떻게 지내셨어요?”

슬며시 그의 팔짱을 꼈다. 사흘 뿐이라도 이 사람과 떨어진다는 것이 서운하기 그지없었다. 오늘 밤에도 그를 끌어안고 자기는 어려우리라는 것도.

“음, 맞아. 여름엔 로아타르로 돌아가고 싶어질 때도 있어.”

“안 돼요. 이제 못 가세요.”

아드리아나가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대고 비비며 말했다. 바짝 붙어 앉아 기대고서 지그시 눈을 감자, 발렌틴의 손이 머리카락에 닿아 부드럽게 움직였다. 아드리아나는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며 조그맣게 말을 이었다.

“전 어릴 때 투스미아 사람이라면 다 거인 같고 몸에 곰처럼 털도 북슬북슬 나 있는 줄 알았어요. 옷을 안 입어도 춥지 않을 정도로 말이에요. 당신은 반은 아이넨 분이라고 하시지만, 보면 볼수록 그곳의 분 같아서, 전 당신에게도 그런....”

아드리아나는 말하다 말고 얼굴을 붉히며 입을 꾹 다물었다. 아직 그와 가슴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이른 기분이었다.

“당신에게는 그게 중요한가?”

문득 발렌틴이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요...?”

“가슴털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던 거 아니었소?”

아드리아나는 허억 숨을 삼키며 그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아셨지?’

발렌틴은 왠지 다시 조금 퉁명스러워 보이는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냥... 그런 배우를 본 적이 있거든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몸이 이렇게 울퉁불퉁하고 가슴에 이만큼....”

아드리아나는 로빈의 가슴털의 양을 과장되게 손짓하며 열심히 설명했다. 당시에는 정말로 그 정도의 것을 본 듯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그때 보고 싫어하게 된 건가?”

“...가슴털 말이에요?”

아드리아나는 그 단어의 어감이 너무 망측스럽다고 생각하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싫다기보다는 조금 무시무시했어요. 그런 건 처음 봤으니까요.”

“흠.”

“하지만 당신은 없으시잖아요.”

“흠.”

그의 미적지근한 대답에 아드리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의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아닌가요?”

“...당신이 싫어하는지를 먼저 말해줘.”

자신 없는 표정과 말. 대답이나 다름 없었다. 아드리아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억누르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럼 저번에는 대체 어디에 숨기셨던 거예요? 어째서 그러셨어요?”

“당신이 싫어한다는 말을 들었단 말이오. 난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그딴 것 때문에 당신 눈 밖에 나면 어떻게 해.”

“발렌틴....”

아드리아나는 애틋한 눈으로 그의 허벅지에 손을 얹고 그를 바라보다가, 얼른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서 소리 죽여 웃으며 몸을 떨었다.

“웃지 마. 부인에게 잘 보이려고 매일 몸에 칼을 대야하는 불쌍한 남자의 애환을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야.”

“그러지 마세요, 발렌틴. 여보....”

아드리아나는 웃음을 참으며 몸을 일으키고 발렌틴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가 자꾸 부인이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 불러볼까 계속 신경쓰고 있던 호칭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 작품 후기 ============================

매생이까지는 아닐 거에요ㅋㅋ

선추코평쿠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매일같이 1점을 꾸준히 남겨주시는 그 분께도 1의 감사를..;; 내일도 10시에 오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