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0 약속 =========================================================================
“일어나세요, 발렌틴. 아침이에요.”
아드리아나는 일어나자마자 약혼자의 방으로 가서 그를 깨웠다. 노크도 없이 살짝 문을 열고 들여다보자 그가 아직 곤히 자고 있기에 마음이 따뜻해져서 미소가 지어졌다. 먼저 커튼을 열고 방 안으로 따뜻한 햇살을 들여보낸 후, 이불을 들치고 그의 침대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발렌틴은 잠을 깨기가 어려운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눈을 비볐다. 아드리아나는 그에게 가볍게 안기며 뺨에다 입을 맞추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음….”
그가 신음과 대답의 중간쯤 되는 소리를 내며 포옹해주었다.
“새벽에는 금방 주무셨나요?”
결코 그렇게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걱정이 되어 물어보았다. 발렌틴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피곤하시겠지만 어서 일어나셔서 같이 아침을 먹어요. 우리 빨리 성에 다녀와요, 발렌틴.”
오늘까지 다른 일정을 비웠다고 했으므로 얼른 다녀와서 쉬게 해도 괜찮을 터였다.
아드리아나가 재촉하자, 발렌틴은 찌푸리고 있던 얼굴을 펴고 큭큭 웃었다. 들뜬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 그가 기뻐하리라고 예상했었지만, 그의 품에 끌어안기며 자신이 더욱 기뻐지는 것을 느꼈다.
그 후 발렌틴의 아침 일과를 기다렸다가 9시가 넘어서부터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엘레나는 아드리아나에게 지체 높은 가문의 영애들이 입는 고전적이고 우아한 풍의 드레스를 입혀주었다.
“아가씨께서는 이렇게 차려입으시는 것도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늘 이런 옷을 입어오신 분 같아요.”
엘레나가 아드리아나의 드레스 허리끈을 조인 후, 얇은 머플러를 둘러주며 거울을 보여주었다.
사실 리노아스에서 오랫동안 입었던 차림이어서 어색하지 않게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편하기는 하였다. 어깨가 조금 드러나는 드레스와 코트 모두 크림색 위주로 화사했다. 평소라면 부담스러웠을 차림이었으나, 오늘은 발렌틴의 약혼녀로서 처음 공적인 곳에 나서며 혼인신고까지 해야 했으니 너무 수수한 것보다는 조금 사치스러운 편이 나았다.
아드리아나는 자신의 왼손 약지를 내려다보며, 덕분에 더욱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 약혼반지에 기분이 좋아졌다.
단장을 마치고 방을 나오려 몸을 돌리니, 문간에 발렌틴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머리카락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지내는 실내에서와 다르게 말끔하게 머리를 넘기고 평소보다 더욱 신경쓴 듯한 외출용 정장을 입은 모습에 새삼스럽게 가슴이 뛰었다.
“다 하셨어요?”
아드리아나는 수줍어 하며 그에게 다가가 그의 조끼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흐뭇해하는 듯한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는 것이 부끄러웠다..
“나갈까?”
그가 지그시 내려다보며 나직이 물었다.
“네.”
아드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서 그를 따라 나섰다.
리무진은 이틀 전에 가본 적이 있던 후작의 성으로 향했다. 드디어 혼인 사실을 신고하고 증명을 받으러 가는 것이다. 식을 올리면 자동적으로 혼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성에 신고하는 것이 필수 절차는 아니었지만, 결혼식까지 남은 일주일을 부부로서 인정받고 지낼 셈이었고 외국에서 식을 올릴 예정이다 보니 영지 내의 증명을 받아야 했다.
“이걸 해놔야 나중에 내가 잘못을 했을 때에 당신이 합법적으로 내 재산을 몰수하거나 내 집에서 나를 쫓아낼 수 있어.”
그의 말에 아드리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게슴츠레하게 좁혔다.
“제게 얼마나 큰 잘못을 하시려고 그 정도 수모를 겪을 일을 말씀하시나요?”
“그만큼 영지의 법이 당신 편을 들어줄 수 있게 된다는 뜻이오. 나야 부인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남자로 살게 될 듯하니 부당하게 미움받고 쫓겨날 일이 없기만을 바라고 있소.”
아드리아나는 죄 없이 미움받을 일을 걱정하는 그의 말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제 말을 잘 들어주시겠다는 부분은 왜 확신없이 말씀하세요? 제게 그래주시지 않을 건가 봐요.”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을 무슨 수로 장담하겠소? 단지 내 성향을 봐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 내가 집안 여자들의 말에 약하고, 또 당신에게는 뭔가....”
발렌틴이 말끝을 흐리며 아드리아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드리아나는 입가의 미소를 감추려 애쓰며 그를 마주보았다. 그러나 그는 뒷말을 잇지 않고 눈을 살짝 찌푸리며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려버렸다. 입술에서 작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드리아나는 헉, 하고 숨을 삼키며 그의 표정을 기웃댔다. 발렌틴은 딴 생각을 하듯 창 밖만 보고 있었다.
‘내가 남편 되실 분을 너무 버릇없이 놀리고 있는 걸까.’
하지만 그가 일일이 성실하게 대답해주거나 엉뚱한 속마음을 말해주는 것이 좋았다. 가끔, 그를 놀리는 아드리아나를 비웃는 것처럼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모르는 체하는 얼굴은 더더욱 좋았다. 비록 지금은 대답하다 말고 기분이 나빠진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발렌틴....”
그의 허벅지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발렌틴이 고개를 돌리고 아드리아나를 쳐다보았다. 삐친 줄 알았던 그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한 표정으로 아드리아나에게 귀를 기울였다.
아드리아나는 다정하기만 한 그의 얼굴을 보며 맥이 빠져,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좋아요. 제가 당신 말을 잘 들어드리면 되니까, 제 말을 전부 들어주실 필요는 없어요.”
그의 어깨에 기대며 말하자, 그는 아직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냐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후 그가 아드리아나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눈가를 가린 앞머리카락을 한 가닥을 발견하고 조심조심 넘겨주기에, 아드리아나는 더 투정하거나 그를 놀리기를 그만두고 얌전히 기대서 눈을 감고 목적지까지 그를 쉬게 해주었다.
혼인 신고를 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성 안의 공관에 있는 커다란 손님용 응접실처럼 생긴 홀이었다.
벽의 두 면에는 관리들을 위한 책상이 놓여 있고 중앙에는 손님용 소파와 의자가 있었는데, 그 안에 또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이 하나 있었다. 마침 누군가 그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안쪽에 작은 사무실이 있는 모양이었다.
사무실에서 나온 남자는 아드리아나도 만난 적이 있는 이였다. 거인족의 후손치고도 인상이 꽤 강렬했다. 짙은 눈썹이 눈 바로 위까지 풍성하게 내려와 있고 사납게 생긴 눈빛이 부리부리한, 호텔 이시스의 총지배인이었다.
그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아드리아나와 발렌틴에게 다가왔다.
“여어, 웨버! 왜 이제 오는가. 난 자네 일을 봐주기 위해 먼저 와서 기다렸단 말일세.”
카네시스 루미아. 아드리아나는 그에게서 받은 명함을 아직도 잘 보관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오드리 양.”
그도 호텔에서 보았던 아드리아나를 기억하는 듯,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때 호텔 측의 실수를 사과하던 그 정중함과는 또 다른 존경과 친근함을 담은 그의 눈길에 아드리아나는 어쩐지 몸둘 바를 몰라졌다.
“친척의 증명이 필요해서, 내가 와 달라고 했소.”
발렌틴이 설명해주며 아드리아나를 안쪽 사무실로 이끌었다.
“저분과 친척이셨나요?”
“당신이 루미아를 알고 있소?”
“호텔에 있을 때 인사를 한 적이 있어요.”
“아....”
발렌틴이 금방 수긍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아드리아나도 그곳 호텔 측에서 발렌틴의 편의를 많이 봐주는 이유가 이런 친척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나 하고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네시스가 먼저 사무실로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
“웨버와 나는 나름대로 각별한 사이지요. 동갑내기 사촌지간인데다 거의 같은 시기에 고국을 떠나 아이넨으로 왔으니까요.”
그가 말하고는, 후덕해 보이는 목을 당기며 웃었다.
아드리아나는 두 남자의 공통점 중에서 특히 나이가 같다는 점에 거의 소스라칠 정도로 놀랐다. 크게 확장되려는 눈으로 괜히 천장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발렌틴이 끼어들어서 그 점을 콕 집어 언급했다.
“루미아랑 나는 동갑이고 프란체가 두 살 연상인데, 셋이 있으면 루미아가 우리 삼촌 소리를 듣지.”
아드리아나는 카네시스보다 훨씬 젊어보이는 발렌틴과 프란체를 생각하며 웃지 않으려고 입술을 안으로 끌어당겼다.
“자네는 뭐하러 그런 말을 해서 제수씨를 힘들게 만드나? 눈치 없는 남편을 두니 부인만 고생이시구먼.”
카네시스가 화통한 목소리로 말하고서는 직원의 책상 앞에 팔꿈치를 척 올려놓으며 서류 작성을 재촉했다.
그는 작성해야 할 서류를 읽어보며 직원에게 상세한 신분을 일러주었는데, 그것이 무려 ‘대 투스미아 왕국 무슨 무슨 백작의 아들이자 무슨 무슨 루미아 영애의 아들인 카네시스 루미아 남작’이라는 것이었다.
‘맙소사....’
아드리아나는 자신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남작’의 지위를 가진 그의 신분에 거듭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남작쯤 되는 자가 장사치로서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신거리며 일하는 연유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아드리아나의 아버지는 시골 영지에서나마 떵떵거리는 영주로 살고 있었다.
문득 발렌틴의 신분이 궁금해져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혹시 당신도 고향에 작위가 있으신가요?”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에게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사실 작위에 대한 것은 굳이 묻지 않아도 자기 소개에 빠지지 말아야 할 부분이었지만, 발렌틴이라면 빼먹고도 남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발렌틴은 자못 신중함이 깃든 눈으로 아드리아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렇지는 않아. 내 양친께서도 그렇고... 당신도 남편감으로서 작위를 가진 편이 더 좋은가?”
그는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그런 사실을 밝혔다. 아드리아나는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가 모르는 사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여쭤본 거예요. 투스미아에 가면 또 뭐가 나올지 모르니 미리 알아두려고요.”
그 말에, 발렌틴이 묘하게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아드리아나는 괜한 걸 물었다고 후회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책임질 영지라도 있으면 큰일이잖아요, 발렌틴. 물론 그렇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당신이 투스미아 어딘가의 남작님이라고 해도 당신을 쫓아내지는 않으려고요..”
이번에는 발렌틴이 표정을 느슨하게 하며 웃어주었다.
아드리아나는 만약 리노아스와의 일이 잘 풀리면 외동딸인 자신 대신에 그에게 남작위가 상속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조금 의식하고 있었다. 작위와 부를 사양하는 사람이란 웬만해서는 없다. 발렌틴이 장사 같은 일로 그 이상의 부를 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부담이었을 뿐.
이윽고 직원이 서류를 건네주기에, 발렌틴이 먼저 읽고 서명하고 아드리아나에게 넘겨주었다. 그때 카네시스가 먼저 완성한 서류를 자랑스럽게 들이밀었다.
“어떤가. 우리 영감님 모르게 루미아의 이름을 내주었으니, 자네 나한테 게임 몇 판은 빚진 줄 알게. 게임이 뭔가? 자네의 배 한 척 정도는 걸어야 할 거야.”
카네시스의 말에 아드리아나가 다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역시 아예 놀라지 않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요? 배를 가지셨어요?”
투스미아는 서해와 북해에 넓게 맞닿아 있었고 조선술로 명성이 높았다. 다만 폐쇄적인 성향을 가진 왕국이다 보니 수출도 잘 하지 않아서 외국에서는 그들의 물건을 보기가 어려웠다. 3면이 바다인 아이넨도 훌륭한 조선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넨의 대지 면적 10배에 달하고 론도에서 가장 오래된 유서 깊은 왕국의 것에는 견주기 어려웠다. 선대 국왕조차도 투스미아에서 선물받은 유람선을 그토록 과시하고 자랑했었을 정도이니.
발렌틴이 아드리아나의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보더니 겸연쩍어 하며 입을 열었다.
“내 거라고 할 수는 없어. 회사 재산이지.”
카네시스가 얼른 끼어들었다.
“자네 마음대로 쓸 수 있잖은가. 그게 아니면 어떻고? 신혼여행으로 바다를 유람해야겠으니 한 척 내놓으라고 하면 내놓을 놈들이 많을 텐데. 새 것으로 구입하는 것도 좋겠지. 자네 돈이 좀 나가겠지만, 어차피 놀 줄도 모르는 웨버한테는 쓸 데도 없는 돈.”
카네시스가 마음대로 말하는 것에 대꾸할 거리도 없는 듯 발렌틴이 입맛을 다셨다. 아드리아나의 기대에 찬 눈을 보며, 그는 ‘당신 뱃멀미를 할 텐데....’ 하고 말끝을 흐렸다.
“저도 타보고 싶어요, 발렌틴. 만약 당신께서 무리하지 않으셔도 되는 일이라면요.”
발렌틴은 결국 금방 고개를 끄덕였고, 아드리아나는 바다를 보게 된 지 얼마지 않아 배도 타보게 되었다고 들떴다. 카네시스는 발렌틴이 아내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얌전해지는 것을 재미있는 구경거리라고 히죽대며 곁에서 이것저것 부추겼다.
얼마 후 직원이 마지막으로 서류를 확인시켜주었다. 아드리아나는 그것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감회에 젖었다.
-오드리 웨버.
거기 적힌 이름이 꿈처럼 느껴졌다.
‘이건 진짜야. 진짜 내 이름이야.’
아드리아나는 눈을 깜박여서 주책없이 나오려는 눈물을 삼키고, 자신에게 진짜 이름을 준 약혼자를 바라보았다.
“웨버 부인.”
그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얼굴로 아드리아나를 불렀다.
아드리아나는 차 안에서 그를 그렇게 놀려댔으면서 이번에는 한마디도 받아치지 못했다. 조용히 그의 팔짱을 끼고, 사람들에게는 ‘웨버 부인’이라는 호칭으로 배웅을 받으며 공관을 나왔다.
“당신은 실감이 나?”
“조금요.”
발렌틴은 자기 이름이 바뀐 게 아니라서 크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결혼식장을 나설 때에나 실감이 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드리아나가 보기에는 그가 이미 한참 전부터 남편처럼 굴고 있었기에 웃음만 나왔다.
아드리아나는 카네시스를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 답례를 하고 싶었지만, 중요한 점심 약속이 있다고 발렌틴과 미리 조정을 해둔 터라 아쉽게 그를 먼저 보내야 했다.
둘이서 리무진에 올라 출발하자마자, 친절했던 카네시스를 생각하며 작게 속삭였다.
“저도 실은 그분이 당신 삼촌 정도 되실 줄 알았어요.”
발렌틴은 지당한 말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콧수염을 빼면 내 이모님과 거의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의 말에 아드리아나는 태연한 척 하던 표정을 무너뜨리고 얼굴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동갑내기 사촌 분이 이모님 아들이셨군요.”
아드리아나는 그의 말을 되뇌며 생각하다가 조금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발렌틴과 카네시스는 서로를 이름이 아닌 성으로 불렀는데, 카네시스가 모친의 성을 물려받은 ‘루미아’였고 그가 발렌틴의 이모 아들이라면, 발렌틴의 모친 역시 ‘루미아’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성으로 타인을 부르다니.
‘모친과 함께 살지 않으시는 걸까. 사이가 요원하신 걸까,’
함부로 묻기 어려워져서, 아드리아나는 궁금증을 속으로 삼켰다.
“오드리, 당신 헤밀에 영지민으로 등록이 되어 있던가?”
발렌틴이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아, 슈하스 쪽에 했어요.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지만요.”
“내일 헤밀에 데려다 줄 테니까 우선 그쪽을 정리하고 테스카로 들어오지. 어차피 곧 투스미아로 출발해야하고... 정리하는 건 사흘이면 될까?”
그는 또 급한 일정을 우르르 뱉어내며 물었다. 이럴 거라고 생각하고 미리 다 정리를 해둔 참이어서, 아드리아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다만, 헤어지는 게 빨라서 조금 서운했다. 겨우 사흘간이라지만, 내일 당장 그와 다시 떨어지게 된다는 게 아쉬웠다. 그리고 이렇다면 초야를 치루는 건 결혼식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발렌틴이 말을 이었다.
“금요일에 일찍 데리러 갈 테니, 같이 슈하스 성에 가서 그쪽 전출도 처리합시다. 주말에 로아타르에 가서 인사도 드리고 하려면 당신이 너무 피곤하겠소.”
============================ 작품 후기 ============================
과거 복선들이 많이 등장한 화인데 오래되어서 기억하실지 조금 걱정입니다.
선추코평쿠 고맙습니다. 원고료쿠폰을 쾌척해 주시는 분들은 닉을 알 수 없어서 아쉽지만 모두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