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5 예감 =========================================================================
아드리아나가 그렇게 애원해도 발렌틴은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다만 그는 여전히 아드리아나를 품에 안고 있었고, 버리겠다고 내동댕이칠 생각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미동 없는 그의 품 안에서 떨다가, 아드리아나는 별안간 눈을 떴다.
주변이 고요해져 있었다. 재촉하던 남자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빗소리는 잔잔하게 이어지고 있었지만, 아드리아나와 발렌틴의 몸은 이제 젖어있지 않았다.
“헉, 헉....”
갑자기 등에서 후끈후끈하게 열이 퍼지고 숨이 차올라 헐떡이다가 심호흡을 했다.
아드리아나는 자신이 누워 있는 곳이 발렌틴의 저택 안 침실이며, 자신을 안고 잠들어 있는 그가 진짜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꿈이었어.’
아드리아나는 조금 전의 무서웠던 상황이 의미 없는 꿈에 지나지 않으며, 스콰이어 가에서 자신을 찾아올 까닭이 없다고 거듭 되뇌었다. 카리나가 들려준 말을 떠올리며, 그리고 현실적인 가능성을 생각하며, 지나치게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바스락, 이불이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아드리아나를 안은 팔이 움직였다.
“무서운 꿈을 꿨소?”
발렌틴이 아드리아나를 품 속으로 가까이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죄송해요, 발렌틴.... 저 때문에 깨셨어요?”
“으음, 천둥소리에 깼는데... 거의 자고 있어....”
자고 있다고 말하며 사그라지는 잠긴 목소리가 애틋하게 느껴져, 아드리아나는 진정되지 않은 가슴을 누르며 작게 웃었다.
“...천둥이 쳤었군요. 그래서 무서운 꿈을 꿨나 봐요. 깨워서 미안해요.”
아드리아나는 약혼자의 잠을 더 깨우지 않으려고 조그맣게 속삭이며 그의 팔을 쓰다듬었다. 아기를 재우듯 달래며 쓰다듬자, 움츠러든 등을 토닥여주던 그의 손도 느려지다가 이내 얌전해졌다.
둘이서 몸을 기대고 곧 다시 잠이 들었다.
이후에 눈을 뜬 것은 커튼 틈새로 아침 햇살이 새어 들어오고 있을 무렵이었다.
‘비가 그쳤나....’
밝아진 실내의 빛이 울적했던 마음을 달래주었고, 곁에 잠들어 있는 약혼자의 평화로워 보이는 모습이 기분을 훨씬 나아지게 해주었다.
아드리아나는 몸을 뒤척이며 발렌틴에게 달라붙었다.
비단 마티아스가 아니라 그 어떤 훌륭하고 대단한 남자가 나타난다 해도 이 사람의 곁에 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왜 이 사람인지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평생을 건 맹세를 바로 이 사람과 나누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이다. 이 사람에게 버려지거나 외면당하게 된다면 이제 다음 기회 같은 것은 꿈꾸지 않을 것이다.
아드리아나는 약혼자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가 몸을 약간 웅크린 채로 자고 있는 탓에 지난밤과 같이 바짝 껴안을 수가 없어서, 끙끙대며 그가 구부리고 있는 다리에다 하체를 밀어붙였다. 어차피 슬슬 일어날 시각이었으니 그를 깨우게 되어도 괜찮을 터였다.
그때 작게 코웃음 치는 듯한 소리가 귓가에 내려왔다. 살며시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발렌틴이 눈을 감은 채로 짧게 웃고 나서 정색하는 얼굴이 보였다.
발렌틴은 귀찮다는 듯 꿈지럭대며 아드리아나를 끌어안았다. 아드리아나가 그의 목에 머리카락을 비비며 조르듯 하체를 누르자, 그는 살짝 다리를 움직여서 아드리아나의 한쪽 무릎을 그의 허벅지 사이로 들어오게 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꾹 눌러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헤헤.”
아드리아나는 이 품위 없고도 친밀한 접촉이 만족스러워서 또 헤픈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러다 얼른 입술을 오므려 닫고 작게 헛기침을 했다.
원래 그리 일찍 일어나는 편은 아니라더니, 해가 떴는데도 누워서 게으름을 피우는 약혼자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휴일마다의 나태함을 받아주는 것도 앞으로 아드리아나의 즐거운 몫이 될 것이다.
“...언제 일어나실 거예요?”
그에게 속삭여 물었다.
“일어나야 하오?”
졸음기 가득한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아주 좋은데....”
그가 아드리아나의 머리 위에다 느릿하게 뺨을 비비며 다시 곯아떨어지려는 듯 말끝을 흐리고 조용해졌다.
‘주무실 때는 응석도 부리시네.’
아드리아나는 가만히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까부터 상기되어 따뜻해진 뺨은 그의 목에, 그의 집에 준비되어 있던 새 속옷과 잠옷으로 감춰진 가슴은 그의 가슴 아래쪽에 가볍게 눌렸다. 배는 서로 닿지 않았지만, 팔로는 그를 한껏 안으며 무릎도 좀 더 깊게 겹쳤다.
이토록 만족스러울 수가 있을까.
아드리아나는 빈틈이 남지 않을 때까지 몸을 겹치고 싶다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에게 밀착했다. 그런 포옹만으로도 반쯤 황홀경에 빠졌다. 더 가까워질 수 없을만큼 얼굴과 가슴을 밀어붙이고 허벅지를 그의 다리 사이에 깊숙이 밀어 넣었을 때였다.
발렌틴의 목에서 눌린 듯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렇게 누르면 아파.”
그는 중얼거리고서 곧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또 쿨쿨 숨소리를 냈다.
그러나 아드리아나는 잠이 확 달아나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수상한 감촉은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 아드리아나는 여성의 힘으로도 눌리고 아파할 만한 남성의 신체 부위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었다. 에바를 통해, 유사시에 공격할 급소로서 배운 것이었다. 또한 그것의 존재감이 그 위에 붙어 있는 것보다는 덜하다는 사실 또한 알았다.
슬그머니 다리를 그의 다리 사이에서 빼냈다. 괜한 호기심으로 헐떡이게 되기 전에 일어나는 게 좋겠다고 속으로 자신을 타일렀다. 그에게서 떨어지기 싫어 망설이는 그 짧은 틈에, 빠져나왔던 다리가 도로 붙잡혀 들어갔다.
“...괜찮아, 오드리.”
발렌틴이 친절하게 다시 자기 다리 사이를 내준 후, 아드리아나의 등을 쓸어주었다.
“닿는 것 정도는....”
아드리아나는 얼마간 멍하니 누워 있다가, 고개를 들고 그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몇 가닥 흘러내려 이마를 가린 앞 머리카락 틈으로 짙은 눈썹이 찌푸려져 있는 게 보였다. 그는 고뇌에 찬 듯한 심각한 얼굴이었지만, 어쨌든 쿨쿨 소리 내며 자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주무시지.’
남자에 대해 풍부한 경험이나 지식을 가졌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들이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모르지 않았다. 한 침대에서 자고 싶다는 약혼자의 말에 응하면서도 그가 혼자 괴로움을 겪게 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끌지 모른다는 걱정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
다만 아드리아나가 만일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도 그의 침대에 든 것은, 둘이 정식 부부가 되기를 겨우 사흘 앞둔 지금이었기 때문이다.
‘이분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으신가 봐....’
당황하고 있는 것은 자신뿐이었다.
아드리아나는 지금 자신의 허벅지를 감싸고 닿아 있는 것이 오직 발렌틴의 허벅지 근육뿐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괜히 다리를 빼내겠다고 움직였다가 그를 깨워서 곤경을 자초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분이 괜찮으시다면 된 거지.’
아드리아나는 가만히 그를 안고 누워 있다가 이 상황과 약혼자의 잠꼬대가 너무 우스워서 혼자 입술 끝을 올리고 웃었다.
‘그보다 곧 식사를 하셔야 할 텐데....’
아드리아나는 발렌틴을 깨울지 고민하며, 그의 팔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고 체취를 맡았다. 높아진 체온 탓에 밤사이 더욱 달콤하게 농도가 짙어져 있었다. 심호흡하며 깊이 들이마시자 한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가슴이 찌르르 떨려왔다.
그와의 접촉을 만끽하며 조금 전 그가 닿아도 괜찮다고 한 말의 의도까지 제멋대로 야릇하게 상상하다가 수치심에 입술을 깨물었다.
‘아휴, 조금 닿는 걸로는 아프지 않다고 하신 것뿐이야.’
그를 두고 머릿속에서 마음대로 희롱하고 있는 일이 미안해져서, 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내 약혼자....’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감싸고 있다가 손끝으로 찌푸려진 눈썹을 쓱쓱 쓰다듬어주자, 고뇌에 찬 듯 심각했던 얼굴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내 남편이 되실 분....’
아드리아나는 미소를 머금고서 한참을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무심코 그의 입술을 응시하며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평소 굳게 다물려서 단정하고 금욕적인 인상을 주는 그의 입매를 보고서는 아드리아나와 둘만 있을 때 아무렇게나 던져대는 말버릇을 상상하기란 어려웠다. 그리고 부드럽게 가늘어지며 미소 지어줄 때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뻐져서 헤헤 하고 바보 같은 웃음을 짓게 만드는....
충동적으로 손가락을 내밀어 그의 아랫입술을 눌러 보았다.
‘말랑말랑하네.’
아드리아나는 약혼자와 마주보고 누워서 그를 만져보는 일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가 한 말이 마음대로 만져도 된다는 허락처럼 들렸던 터라, 사양하지 않고 손에 닿는 그의 얼굴과 상체 이곳저곳을 더듬어보았다.
안락의자의 가죽 쿠션처럼 탄탄하게 솟은 가슴을 더듬다가는, 가슴에 곰처럼 털이 난 로빈을 떠올렸다.
‘설마 이분도....’
그러고 보면 그 남자 배우와 비슷한 체격, 비슷한 성대를 가진 듯 하니 발렌틴에게도 가슴털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에 눈썹이 꿈틀거렸다. 가슴 중앙으로부터 제법 넓게 퍼져 있던 로빈의 가슴털 모양을 생각하며 발렌틴의 가슴을 더듬어보았다.
‘으음.... 잘 모르겠다.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셔츠 위로 섬세하게 손을 움직여보다가, 작은 돌기에 닿고 꺅 손을 움츠렸다.
아드리아나는 달아오른 얼굴로 흘끔흘끔 발렌틴의 안색을 살폈다.
그는 어느새 도로 고뇌하는 표정으로 돌아가서 자고 있었다. 그러다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며 몸을 돌리고 누웠다.
천장을 보고 누운 그의 팔을 베고 누운 채, 아드리아나는 아쉬워하며 그에게 몸을 붙이고 계속 그의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슬슬 깨울까 하는 생각에 조그맣게 그를 불렀다.
“발렌틴....”
그가 응답이 없기에 잠시 후에 한 번 더 불러보았으나 그는 ‘음.’하고 한숨처럼 대답할 뿐 일어나지 않았다.
아드리아나는 상체를 일으키고서 팔꿈치로 침대 위를 짚어 몸을 부지한 채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잿빛이 감도는 보드라운 밤색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흐트러져 있었다. 밖에서는 제법 쌀쌀맞아 보이는 인상을 가진 남자가 이다지도 무방비한 모습으로 곁에 누워 잠들어 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아드리아나는 그의 호흡을 막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그의 머리를 가슴 속에 안았다.
하룻밤 같은 침대를 썼을 뿐이다. 사실 그보다는 뭔가 파란한 일들이 지나갔다는 기분도 들었지만, 어쨌든 하룻밤이었다. 그 사이에 이토록 그를 친밀하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흡족스러웠다. 그가 전보다 더 사랑스럽게 보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뺨에 뽀뽀를 해서 깨울까, 그가 나를 그렇게 재웠던 것처럼, 하는 생각을 하며 아드리아나는 잔뜩 수줍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것을 실행에 옮기자고 결정한 순간, 발렌틴이 눈을 번쩍 떴다.
“앗, 죄송해요, 저.....”
발렌틴이 자기 머리를 끌어안고 귀찮게 하는 방해꾼을 치우려는 듯, 아드리아나의 가는 팔 안쪽을 가볍게 쥐고서 옆으로 밀어 눕혔다. 불시의 제재에 놀라고 무안해진 아드리아나는 목까지 빨갛게 물들인 채로 가슴을 들먹였다.
“오드리.”
발렌틴이 몸을 약간 일으켰다. 그대로 아드리아나의 위로 비스듬히 덮쳐와 상체 전체로 짓누르며 끌어안았다. 아드리아나가 당황하며 꿈지럭 꿈지럭 빠져나가려 하자, 그는 허리를 안고 바짝 끌어당겨서 자기 몸에 붙여놓은 후, 편하게 옆으로 누웠다.
그는 아드리아나가 그의 목덜미에서 조그맣게 콜록콜록 소리를 낼 때까지 세게 끌어안았다.
“자는 사람 상대로 엉큼한 일을 하더군.”
“그, 그게 아니라....”
아드리아나가 말하자, 발렌틴이 그녀의 몸을 죄던 팔에서 힘을 뺐다. 그러고는 변명을 들어주겠다는 듯, 품 안에 갇힌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마, 만져도 된다고 하셔서....”
말하고 나서야, 그가 그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발렌틴 역시 의아한 듯 눈썹을 찡그렸다.
“내가 당신에게 내 젖꼭지를 괴롭혀도 된다고 말했단 말이오?”
그의 말에 아드리아나는 입을 떡 벌렸다가 얼른 꾹 다물었다.
너무나 창피해서 뺨은 붉어지고 작은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그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워 있자, 아드리아나의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발렌틴이 문득 손을 들어서 아드리아나의 튀어나온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아드리아나는 자신이 그에게 했던 일이 떠올라 움찔하며 입술을 오므려넣고서, 그의 진지해 보이는 표정을 마주 보았다.
“내가 집어넣어주려고 했는데....”
실망스러운 듯 중얼거리는 그의 말에, 아드리아나는 화도 내지 못하고 쳐다만 보다가 어이없어 하며 웃었다.
발렌틴은 약혼녀가 웃는 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느슨하게 하며 미소 지었다. 그는 기분이 좋아진 듯, 아드리아나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만지며 조금 투박한 손길로 빗어내려 주었다.
“더 누워 있고 싶은데 배가 고파서 안 되겠어. 당신하고 지내면 게을러질 것 같아.”
그가 말하고서 몸을 일으켰다.
“죄송해요, 깨워드리려고 했는데 너무 늦었죠.”
“자꾸 사과하지 마. 당신을 안고 누워있는 게 좋아서 일어나기 싫었던 것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 먼저 세수하고 올 테니 좀 더 쉬라며 방을 나갔다.
아드리아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한 여운에 잠겼다.
자는 내내 괴롭힘만 당하고도 좋았다고 태평하게 말하는 그 때문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비비적거리며 누워 있던 탓에 뒷머리가 몇 가닥 뻗쳐 있던 그 모습에도 마음이 따스해졌다.
‘어쩜 저런 분이 다 계시지....’
아무래도 침실에서는 약혼자의 체통을 살펴주기 어려울 듯했다. 아드리아나는 그가 베고 잔 베개를 대신 끌어안고 앉아서 자신이 욕실을 쓸 차례가 되기를 기다렸다.
*
두 사람이 외출을 하러 나선 것은 오후 3시가 다 되어서였다.
오전에는 발렌틴이 매일 아침마다 하는 일들을 처리해야 했다. 그는 8부의 신문을 읽고, 중요한 편지를 한 통 쓰고, 회사에서 보내온 월간 보고서를 읽고, 그러는 동안에 두 통의 전화를 넘겨받았다.
점심시간에는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발렌틴은 아침에 씻고 나와서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고 신문을 집어 들었던 그때부터 다시 점잖고 예민해 보이는 특유의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는데, 청혼하며 반지를 건넬 때의 표정 역시 그랬기에 아드리아나는 그의 이런 얼굴도 좋았다.
“내가 밤사이에 당신을 즐겁게 했나?”
문득 발렌틴이 물었다.
아드리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침부터 자꾸 나를 보고 웃는군. 당신도 나랑 자는 게 좋았던 모양이지?”
그의 말에, 아드리아나는 실컷 그를 희롱한 일이 떠올라 수줍게 뺨을 붉히며 미소 지었다. 그야 말할 것도 없이 좋았지만 그는 잠도 설쳤을 텐데 대체 뭐가 좋았던 건지 모르겠다고 미안해서 고개를 수그리며 살며시 애틋한 눈길을 보냈다.
그때까지 자동차 키를 들고 응접실을 왔다 갔다 하며 이것저것 물어대던 펜이 그 순간 눈에 띄게 얼굴을 붉히며 밖으로 나간 이유를 아드리아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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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첫 밤이 지나갔네요.uu
선추코평쿠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