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4 테스카 편 - 새벽을 지나는 동안 =========================================================================
아드리아나는 일주일에 두 번씩 기타를 가르쳐 주기 위해 소니아의 집에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하려 했으나 어떤 것도 먹혀들지 않았다. 악기가 없다는 말에는 레슨비 선불로 기타를 사주겠다고 했고, 여동생을 집에 혼자 두기 걱정된다는 말에는 같은 또래의 딸이 있으니 함께 놀게 하자며 거절하기 어려운 해결책들을 내놓았다. 웬디에게 또래 친구를 사귀게 해줄 수 있다는 게 거의 결정적이었다.
“그래도 저보다는 정식 연주자에게 배우시는 게 좋을 텐데요.”
“여자 선생님은 구하기 어려운 걸요. 선생님이라고 집에 외간남자를 들였다가 우리 프란체가 질투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그녀의 지인인 레빙턴 부인도 곁에서 ‘아너슨 부인은 단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사귀고 노는 걸 좋아해서 그러니 부담 갖지 말라’며 거들었다.
아드리아나는 소니아가 아주 호감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인상이 좋은 사람에게 여러 번 아픔을 겪어 본 일이 있어서 마냥 안심할 수도 없었다. 그저 적당히 호의를 받아들이고 예의를 지켜가며 중도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어차피 나이대나 생활환경의 차이가 너무 커서 격의 없이 선을 넘으며 의지하게 될까 봐 염려할 필요는 없었다.
“얼마 전에 남편이 기타를 사주었는데 도저히 능숙해지지가 않아서 비싼 장식품이 되어 있어요. 선생님이랑 열심히 연습해서 그이한테 짠 하고 들려주면 아주 기뻐하겠죠?”
소니아는 남편의 이야기를 곧잘 했다. ‘둘이만 놀아서 질렸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치고는, 자기 가정을 열심히 돌보고 또 남편을 아주 사랑스럽게 여기는 듯했다. 그녀는 부인들과 함께 남자들에 대한 짓궂은 소리를 하거나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장난도 잘 쳤지만, 재미있는 화제가 나오면 항상 남편에게도 알려줘야겠다, 남편이랑 같이 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딸의 얘기보다는 남편의 얘기를 훨씬 더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어때요, 오드리 선생님? 나 좀 늘고 있지 않아요?”
“음....”
안타깝게도 그녀는 악기에 재능이 정말 없었다. 몇 주를 해도 간단한 곡조차 연주하기 어려웠다. 손가락이 뻣뻣해서, 쉬운 코드 사이를 전환하는 데에도 한참 뜸을 들였다. 과연 줄을 옮겨가며 오른손까지 자유롭게 쓸 날이 올지 까마득해 보였다. 아무튼 본인이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재미있어하니 다행이었다.
“어떻게 하지? 다음 달에 프란체 생일인데 그때 연주할 수 있을까? 남편이랑 그 연극 같이 봤거든요. 그이도 그 노래가 좋다고 했었는데.”
“그럼 차라리 노래를 연습하시고 반주만 하시는 걸로 바꿔볼까요?”
“아우, 그때까지 안 될 것 같으면 그렇게라도 해야겠어요. 내가 또 노래는 종달새 같이 잘 하니까.”
아드리아나는 아너슨 부부가 화목한 것 같아서 흐뭇하게 여겼다가도, 일전의 불륜을 즐기던 그 남자를 생각해 보면 소니아가 행복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그녀의 남편이 실제 좋은 사람일 거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금방 이런 의심을 품게 되는 자신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웬디, 집에 가자. 헤이즐과 아너슨 부인께도 인사드리렴.”
소니아의 딸 헤이즐은 웬디보다 한 살이 많았다. 그 애는 평소에는 기숙사에서 지내다가 주말에 집에 돌아온다고 했다. 엄마와 똑같이 애교 많고 활발한 아이여서 웬디와도 잘 놀아주었다.
“웬디야. 너도 가을에 우리 학교에 들어와라.”
헤이즐은 아드리아나가 듣고서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듯 자주 어필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기숙사학교를 알아보려던 아드리아나는 헤이즐이 다니는 학교가 어떤지 소니아에게 가끔 묻기도 했다.
서서히 아주 조금씩이나마 생활이 안정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처럼 고립된 기분은 들지 않았고,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
찾고 있는 것들에도 한 발짝 한 발짝 가까워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웬디가 좋은 기숙사학교에 들어가고, 나는 열심히 돈을 잘 벌고....'
돈을 잘 벌면 좋은 집도 가질 수 있을 테고, 더 이상 아버지의 영향 아래에 속박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어엿한 어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어머니를 찾아가 잘해드리고 싶었다. 억지로 시집을 가지 않아도 불행하지 않게 충분히 평온하게 잘 살 수 있을 터였다.
아드리아나는 이제 되도록 평일에만 일을 하고 주말을 쉬었다. 주말 낮이 대체로 가족들과 아이들이 길에 많아서 웬디를 데리고 밖에 다니기에도 더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었다.
“웬디. 나 오늘은 오전에 잠깐 일을 도와주고 오기로 했어. 점심 먹기 전에 올 테니까 잘 기다리고 있어야 해.”
토요일은 아침, 아드리아나는 일찍부터 웬디를 깨워 일러두고 출근할 채비를 했다.
그런데 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드리 선생님,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요. 선생님네는 전화가 없으니까 말이에요.”
소니아가 헤이즐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봄이 오기 전에 잔뜩 사나워지는 2월의 바람을 맞으며 둘 다 어깨를 움츠리고 서 있었다.
“우리 같이 소풍 가면 안 돼요?”
헤이즐이 커다란 눈을 애처롭게 빛내며 아드리아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드리아나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소니아를 쳐다보자 그녀가 당장 나오라는 듯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우리 헤이즐이 웬디를 데려가야 한대요. 사실은 친척들이 온다고 해서 서로 불편해할까 봐 안 된다고 했었는데, 친척들이 사정이 생겨서 못 온대네요. 헤이즐이 그 말을 듣자마자 냉큼 웬디한테 가야 한다고 해서 쫓아왔어요.”
“우리랑 스케이트 타러 가요, 오드리. 다 같이 가면 재미있을 거예요.”
엄마한테 항상 듣는지, 헤이즐은 '다 같이 가면 재밌다'고 강조하며 웬디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웬디는 아드리아나가 곤란할까 봐 선뜻 가자고 하지 못하고 배시시 웃기만 했다.
“아... 저는 일을 하러 가야 하는데, 그럼 웬디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머, 선생님 오늘 쉬는 날 아니에요?”
“주말에도 가끔 일을 하거든요.”
아드리아나는 멋쩍게 웬디를 내려다보았다. 헤이즐이 같이 놀자고 데리러 와줘서 다행스러웠던 한편, 그렇지 않았더라면 혼자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을 웬디가 새삼 안쓰러워졌다. 하지만 웬디는 오히려 아드리아나를 두고 자기만 놀러가는 것을 걱정했다.
“아잉, 몰라. 난 웬디만 데리고 가 버릴 테야. 선생님은 일하셔야 한다니까 어쩔 수 없지. 우리끼리 가자, 얘들아.”
소니아는 애들을 데리고 바쁘게 계단을 내려갔다.
아드리아나는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하고 멍하니 서 있다가, 출근하던 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허겁지겁 뒤를 따라갔다.
찻집은 주말이라고 평일보다 크게 바쁘지 않았다. 혼자 일하기에는 평일에도 충분히 바빴고, 주말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바쁘지는 않다는 의미다. 아드리아나는 쉼 없이 이어지는 일거리를 해치우다가, 직접 주문하기 위해 앞으로 손님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오늘 오드리 씨가 일하시는 거예요?”
“어, 에바?”
“잘 됐다. 나 오드리 씨가 만들어주는 게 맛있던데.”
같이 일하는 에바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싱긋 웃었다. 일행 없이 혼자였다.
“우리 가게 샌드위치 먹고 싶어서 왔어요.”
“매일 먹으면서 안 질려요?”
“안 질려요. 저 요리를 못해서 집에선 더 질리도록 똑같은 것만 먹거든요.”
에바의 말에 웃으며 아드리아나는 그녀에게 주문을 받았다.
혼자 살아서 든든하게 챙겨먹기 어려울 에바를 생각해서 더 푸짐하게 샌드위치 속을 채워주었다. 생각해보면 아드리아나도 웬디와 함께 살기 전에는 지금처럼 온갖 요리를 따뜻하게 만들어서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는 일이 많지 않았다. 요즘 살이 조금 찐 것도 웬디와 같이 살게 된 덕분일 것이다.
“와, 잘 먹겠습니다.”
에바는 토마토와 채소, 고기까지 듬뿍 들어간 커다란 샌드위치를 크게 잘라가며 맛있게 먹었다. 한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연하인데 훨씬 동생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드리 씨, 이따가 뭐하세요?”
잠시 손님이 뜸하기에, 차를 좀 더 부어주고 그 앞에서 수다를 들어주고 있노라니 에바가 물었다.
“일 끝나면 집에 가서 점심 먹고 낮잠이나 자려고요.”
“동생은요?”
“아침에 동생 친구가 와서 데려갔어요. 스케이트를 타러 간대요.”
아드리아나가 턱을 괸 채 미소 지으며 말했다. 웬디에게 같이 놀자고 데려가주는 친구가 있다는 게 이렇게 뿌듯한 거구나 하고 신기했다. 리노아스에 살던 때에는 밖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가끔 만나서 교양 있는 대화를 나누고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리노아스 아가씨들의 사교였는데 아드리아나는 그것조차 해본 일이 없었다.
“그럼 이따가 같이 수영장에 안 가실래요?”
“수영장이요?”
“네. 점심 먹고 친구를 만날 거거든요. 따로 챙기실 건 아무것도 없어요. 거기 다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아드리아나는 작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겨울에 수영을 한다는 것도, 자신이 수영장에 간다는 것도 큰 위화감이 느껴졌다.
“찰랑찰랑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얼마나 행복해지는데요. 이렇게 추운 날에는 따뜻한 실내에서 물놀이나 하는 게 최고죠. 저도 수영은 할 줄 모르지만, 그냥 물에 발 담그고 수다나 떠는 게 좋아서요.”
“친구들하고 가는 거 아니에요?”
“같은 집에 사는 친구하고 둘이서 가요. 오늘은 그 애가 쉬는 날이거든요. 밝을 때부터 실컷 돌아다녀보고 싶은가 봐요.”
에바와 함께 사는 여자들은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휴일이라고 낮에 놀아두면 생활 흐름이 깨지는 게 아닌지, 아드리아나는 체력이 썩 좋지 않은 자신이라면 절대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네? 같이 가요. 오드리 씨는 만날 일만 하시고 못 노시잖아요.”
“그렇지도 않아요. 집에서 쉴 때가 더 많은 걸요.”
“그건 노는 게 아니에요. 일만 하고 집에만 계시고 언제 친구들과도 만나고 놀아보겠어요?”
사실 아드리아나는 친구들을 만나고 놀아보지는 못했어도 불만을 가져본 일이 없기에 그녀의 말에 공감을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에바가 자주 권유했음에도 항상 응해주지 못했던 게 미안했고, 웬디도 없는 지금이라 살짝 흥미가 동했다. 아무튼 물을 좋아해서 수영장이든 바다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어쩐지 본격적으로 테스카라는 도시에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전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다면요.”
에바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일이 끝날 때에 데려오겠노라 약속했다.
아드리아나는 가게에서 점심을 먹은 뒤에 에바와 함께 친구를 만났다. 에바의 친구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외모의, 화장을 능숙하게 한 아가씨였다.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오드리 씨. 정말 예쁜 아가씨네.”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눈웃음이 화려했다.
그녀는 새침한 영애들이 친구에게 하는 것처럼 아드리아나에게 팔짱을 끼고서 느릿하게 걸었다. 아드리아나는 그녀의 걸음에 맞추느라 종종걸음으로 걸으며 수영장으로 가는 길을 두리번거렸다.
“처음이에요?”
아드리아나가 겸연쩍게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하자, 에바의 친구는 아주 상냥하게 웃으며 좋아하게 될 거라고 손등을 토닥였다.
수영장은 아주 희한한 곳이었다. 열 명도 넘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랗게 바닥을 파서 비싼 타일을 깔아놓고 욕조처럼 물을 채워두었는데, 아직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되었거든요. 물이 깨끗해서 더 좋아요.”
에바가 말하며 웃었다.
“그래도 밤에는 손님이 좀 있던걸.”
에바의 친구가 말했다.
아드리아나는 밤에도 이런 곳에 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감탄했다. 일찍 잠들지 않고 수영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맑은 물 아래로 투명하게 비치는 타일 바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오드리 씨. 우리 샤워하고 수영복 갈아입으러 가요.”
그곳에는 호텔에 있었던 것 같은 현대식 샤워시설도 마련되어 있었다. 부끄러워하며 등을 돌리고 씻고 나서 일행을 따라가니,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방이 보였다.
“우리는 아까 거기 말고 안쪽에서 놀 거예요.”
“안쪽에도 물이 있어요?”
“거기가 조용하고 더 좋아요.”
아드리아나는 들어올 때 주인이 나눠주었던 수영복을 펼쳐보았다. 젖어도 속이 비치지 않을 재질로 된 짙은 색상의 원피스였는데,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짧은 길이의 치마 안에는 속바지가 붙어 있었다. 상의도 제법 깊이 파여 있어서 입으려니 몹시 민망했다.
“저... 이곳에 남자 분들도 오시나요?”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벌써 옷을 갈아입고 있던 에바의 친구가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다. 아드리아나는 부끄러워서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 정도는 귀하신 영애들이 멋 부리며 입고 돌아다니는 드레스에 비해도 절대 과하지 않아요. 겨울이라 우리가 몸을 다 싸매고 다녀서 피부를 드러내는 게 낯설어져서 그런 거죠.”
하긴 리노아스에서 입던 드레스도 이만큼은 아니었지만 목 아래가 넓게 파인 것들이 많았다. 그나마 아드리아나의 차림은 단정한 편이었고, 어쩌다 외출했을 때에 길에서 만난 아가씨들은 그보다 더 깊이 파인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다리가 너무 많이 보여요....”
“어차피 다리는 물속에 있을 텐데요, 뭘.”
“오드리 씨한테 내 비키니를 보여주면 깜짝 놀라겠는데?”
아가씨들이 웃었다. 에바가 친구를 끌고 먼저 나가며 안 볼 테니까 편하게 갈아입으라고 말하고서 문을 닫았다. 아드리아나는 왠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며 옷을 갈아입었다. 다른 손님이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와. 경치 좋은데요?”
옷을 입고 나가자, 에바가 얼굴 앞에 손을 모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친구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기울이고 아드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아드리아나는 얼굴을 붉히며 얼른 물속에 몸을 담갔다.
“어휴, 오드리 씨 몸매가 제 기를 확 죽이네요.”
에바가 말하며 장난스럽게 팔을 쓸어내렸다. 간지러워서 몸을 움츠리고 옆으로 피하자, 아가씨들이 깔깔대고 웃었다.
사치스러울 만큼 넓은 풀 안에서 물에 잠겨 있는 기분이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목욕을 하는 좁은 욕조에서는 이렇게 물에 떠서 물길을 가르며 팔다리를 움직여볼 일이 없었다. 아드리아나는 신기해하며 몇 발자국 걸어다녀 보다가 가장자리로 올라와서 앉았다.
에바의 친구는 잠깐 같이 앉아서 물장구를 치고 있다가 일어서더니 풍덩 물보라를 일으키며 풀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물고기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며 헤엄을 쳤다. 감탄하고 있는 아드리아나를 보고, 에바가 팔을 끌어당겼다.
“우리도 수영해요.”
“전 못할 것 같아요. 물을 먹으면 어떻게 해요?”
아드리아나의 말에 에바가 웃었다.
“저는 올 때마다 먹는데요?”
아드리아나는 가장자리에 앉아서 다리로만 첨벙대며 아가씨들이 수영하는 것을 구경했다. 잘 보고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웬디를 데려와서 가르쳐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스케이트를 가르쳐달라고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용기를 내서 슬쩍 내려갔다가 물 안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손으로 코를 쥐고 입은 꾹 다문 후, 눈을 질끈 감고 물속으로 가라앉아보았다.
“푸아!”
숨을 얼마 참지도 못하고 금방 일어서자, 에바가 다시 깔깔대며 웃었다.
“보기보다 겁이 없으시네요. 우선 손으로 가장자리를 잡고 몸을 띄워 봐요. 몸을 못 가누고 갑자기 물속에서 고꾸라지면 얼마나 무서운데요.”
에바의 말에 아드리아나는 겸연쩍게 웃고서 몸을 돌렸다.
그때 사람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남자들이 세 명, 속옷 하의 같은 것만 입고 들어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드리아나는 기겁하며 몸을 돌렸다.
“헉....”
놀라서 숨 들이켜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물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어쩔줄 몰라서 벽만 붙잡고 있다가 흘끔 뒤를 돌아보았다.
“아가씨들 안녕?”
남자들들 중 한 명이 손을 흔들었다. 에바는 남자들을 훑어보고 있었고, 그녀의 친구는 위를 향해 누워서 느리게 헤엄치며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음...왜 이렇게 잘렸을까요. 그나저나 자매는 벌써 나이가 그렇게 되었네요! 새삼 리플 보고 깜짝 놀랐어요. 스물하나라니 좋을 때야. 크흑.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uu